지정학

우크라이나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수단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내전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래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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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툼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일(현지시간) 내전이 치열한 수단의 하르툼에서 공중 폭격을 받은 건물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5.19 10:35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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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장 많은 사상자를 야기한 전쟁은 어디서 발생했을까요? (정답은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세계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에만 쏠려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를 단지 서구 매체의 편향성 때문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제전은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비교적 책임 소재도 명확합니다. 반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들은 민족 문제부터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 것이라 선악 이분법으로는 결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의 현 총리 아비 아머드는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전쟁을 종결시켜 201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물이지만 자국 내 티그라이인의 반란을 잔혹하게 탄압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아래 소개하는 이코노미스트의 4월 17일 기사가 자세히 설명하듯, 내전은 물론 그 자체로도 비극이지만 인근 지역까지도 불안정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습니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매우 커진만큼 우리도 국제 평화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야 하겠습니다.


전투기가 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하늘을 가르며 굉음을 지른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도시를 뒤흔든다. 내전의 시작일지도 모르는 상황으로부터 몸을 숨긴채, 많은 시민들은 묻는다. "왜?"


개인들에게 책임을 돌리기는 쉽다. 틀린 말도 아니다. 누군가 싸움을 시작하지 않으면 분쟁이란 발생할 수 없다. 게다가 수단에는 눈에 띄는 악당 둘이 있다. 아프리카 3위의 경제를 자랑하는 수단의 권력을 두고 군부와 민병대가 경쟁하는 형국이다. 수단의 사실상 지도자인 압델 파타 알부르한 대장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래 민간 정부에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약속을 계속 미루고 있다.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헤메티'로 더 잘 알려졌다)는 신속대응군(Rapid Support Forces)이라는 준군사조직을 이끌고 있는데 신속대응군은 과거 다르푸르 학살을 저지른 바 있다.


양측 모두 유혈사태 쯤은 가벼이 여기는 야심을 갖고 있으며 수단 내에서 거의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고 있다. 어떠한 책임도 질 필요가 없는 권력과 그에 따르는 혜택을 갈망한다. 수단군은 이미 거대하면서도 수상쩍은 비즈니스 제국을 갖고 있다. 헤메디는 금광과 해외에 군사 서비스를 판매해 부를 쌓은 걸로 알려졌다. 둘 다 권력을 나눠갖는 데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서로가 서로를 "범죄자"라 이른다.


그러나 수단의 불행은 단지 혐오스러운 사내 둘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다. 수단은 1956년 독립 이래로 줄곧 내전으로 고통받아왔다. 전세계적으로 분쟁은 그 지속성이 더 강해지고 있는데 수단은 그 한 예다.



세인의 관심이 미국, 러시아, 중국의 강대국 경쟁에 쏠려 있는 동안 세계 다른 곳의 분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분쟁으로 살던 곳을 떠나 피난길에 오른 사람의 수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로 늘어 현재 1억 명 정도로 추산된다. 세계적으로 빈곤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구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수는 2020년 이래 두 배로 늘어 현재 3억4000천만 명 가량이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이 중 80%가 분쟁으로 인한 것으로 추산한다.


/그래픽=The Economist,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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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이래 분쟁의 파고는 세 번의 고조를 보였다. 첫째로 유럽 식민지 주민들이 독립을 위해 투쟁했다. 이윽고 이렇게 새로 독립한 국가들의 권력을 두고 라이벌 그룹들이 서로 싸웠다. 냉전은 상황을 더욱 고조시켰다. 서구는 앙골라에서 니카라과까지, 마르크스주의를 천명한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반란군을 지원했다. 소련은 모든 대륙의 반자본주의 게릴라와 혁명 정권들을 지원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전쟁의 숫자는 급격히 줄었다. 전사자 추정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세 번째 고조가 찾아왔다. '아랍의 봄'이 중동 내 대혼란으로 이어지고, 무슬림 세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지하디즘이 퍼지고, 블라디미르 푸틴이 구식의 러시아 제국주의를 부활시키면서 전쟁과 사상자 수가 모두 늘었다.


/그래픽=The Economist,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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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침공해 영토를 빼앗으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드문 경우다. 현대의 무장 분쟁 대부분은 그보다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주로 (외국의 개입이 있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한 국가 내에서 벌어지는 '내전'이다. 주로 가난한 국가에서 벌어지며 특히 수단처럼 더운 나라에서 발생한다. (지도를 보면 주요 내전 지역이 적도 일대에서 하나의 벨트를 형성하는 걸 볼 수 있다.) 분쟁으로 수백만 명이 죽지만 정확히 얼마나 사망했는지 추산하기란 어렵다. 총알이나 유탄 파편으로 죽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전쟁으로 인한 기아와 질병으로 숨진다.


전투는 가난한 지역을 더 빨리 가난하게 만든다. 통상 내전 5년은 1인당 소득을 5분의 1 감소시킨다는 게 크리스토퍼 블랫먼 시카고대 교수가 저서 <왜 우린 싸우는가>에서 밝힌 추산이다. 그래서 전쟁이 장기화된다는 건 더 우려스러운 일이다(그래프 1 참조). 1980년대 중반에는 분쟁이 평균적으로 13년 가량 지속됐으나 2021년에는 거의 20년 가량 지속됐다.


/그래픽=The Economist,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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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이 과거보다 더 장기화되는 데는 몇가지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다. 첫째로 국제규범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민간인을 살해하고 어린이를 유괴하며 뻔뻔하게 유엔 헌장을 위반한 것은 얼마나 국제규범이 약해졌는지를 보여준다. 또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푸틴이 전쟁범죄로 기소된 상황에서도 그를 "소중한 친구"라고 불러, 어떤 강대국에게는 힘이 곧 정의임을 보여줬다. 이는 작은 악당들도 부추기는 효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수단에서는 각종 전쟁을 거치면서 발생한 대규모 학살에 그 누구도 책임을 진 적이 없다. 대대적인 강간이 발생한 데에도, 아랍어를 구사하는 수단의 지배계급이 흑인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부리는 풍습이 만연해 있음에도 책임을 진 사람은 거의 없다. 부르한 대장과 헤메티는 수단의 전 독재자였던 오마르 알바시르의 축출(나중에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정의를 원하는 대중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척했다. 본래 4월 초 민간에게 정권을 이양해야 했으나 이들은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분쟁을 더 오래 지속되게 만드는 다른 요인들도 있다. 기후변화는 물과 땅을 둘러싼 분쟁을 자극하고 있다. 종교적 극단주의가 번지고 있다. 조직범죄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분쟁은 점차 더 복잡해지고 있다.

내전의 악순환

/그래픽=The Economist,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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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10년 사이 매년 5개 가량의 국가가 하나 이상의 전쟁 또는 무장반란으로 고통을 겪었다. 이젠 그 수가 15개국으로 늘었다(그래프 2 참조). 수단은 동부, 서부, 남부 지역에서 분쟁을 겪고 있다. 복잡한 전쟁은 일반적으로 끝내기가 더 어렵다. 양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타협안을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타협안이 수십 개 집단을 모두 만족시켜야 할 때도 있다. 그중 하나라도 타협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AK소총을 장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전은 점차 더 국제화되고 있다. 1991년에는 전체 내전의 4%만이 상당한 규모의 외국군이 연루돼 있었으나 2021년에는 그 비율이 48%로 12배나 늘었다는 게 연구 프로젝트 '웁살라 분쟁 데이터 프로그램'의 추정이다. 지난 10년 간 이러한 과정은 미국이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에서 물러나고 그 공백을 중견국들이 메꾸면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러시아와 튀르키예는 리비아와 시리아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예멘에서 대리전을 치렀다. 수단의 경우, 이집트는 부르한 대장을 지원하는 반면 헤메티는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다.


좋은 의미에서 시작되는 외국의 개입도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 작전이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하더라도) 보통 그렇다. 그러나 이기적인 의도를 가진 외세의 개입은 내전을 더 오래 지속시키고 더 많은 인명을 희생시킨다는 게 데이빗 커닝엄 메릴랜드대 교수의 발견이다. 외국 세력이 치르는 비용은 더 적은 편이므로(자국의 도시가 파괴되는 게 아니니까) 평화에 합의할 동기도 더 적다.


기후변화는 혼란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기후변화가 직접적으로 분쟁을 일으키진 않지만 목초지가 말라버리면 목부들은 배고픈 가축들을 더 멀리 보내게 되며 경쟁 관계에 있는 부족의 땅까지 넘어가는 경우가 잦다. 스탠포드대의 마셜 버크를 비롯한 연구진이 55개 연구를 리뷰한 결과, 한 지역의 기온이 표준편차 하나만큼 오를 경우 집단 간 분쟁 가능성이 11%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극단적인 날씨로 인해 전세계에서 2400만 명 가량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유엔은 이 숫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단의 경우 근래의 전투가 벌어지기도 전에 이미 300만 명 가량이 분쟁과 자연재해로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쿠프룬 로이터=뉴스1) 정윤미 기자 = 9일(현지시간) 수단과 접경한 차드 쿠프룬 지역에서 수단 피난민들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으로부터 제공되는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2023.5.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쿠프룬 로이터=뉴스1) 정윤미 기자 = 9일(현지시간) 수단과 접경한 차드 쿠프룬 지역에서 수단 피난민들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으로부터 제공되는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2023.5.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싱크탱크 크라이시스그룹의 CEO 컴포트 에로는 작년 한 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목숨을 앗아간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게 아닌 에티오피아에서 벌어진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에티오피아 정부와 티그라이 지역 사이의 평화 협정을 중재했던 올루세군 오바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2020~2022년 사이 60만 명이 사망한 걸로 추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어떠한 추산치보다도 많다.


에티오피아의 농부 모하메드 카말은 밭에서 쟁기질을 하다 총소리를 들었다. 마을에 돌아온 그는 무장대원들이 400명을 살해한 걸 발견했다. 주로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아주 일부만 살아남았죠."


평화 협정이 체결될지도 불투명하지만 심지어 성사된다 하더라도 모하메드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가 목격한 학살극은 완전히 다른 분쟁의 일부이고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정부군이 티그라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정신이 팔리자, 에티오피아 최대 민족 집단인 오로모인의 일부가 다시 반란을 일으켜 다른 민족 집단들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 모하메드는 마을 주민들을 살해한 무장대원들이 반란 조직인 오로모자유군(OLA) 소속이라고 한다. 희생자들은 암하라인이었다. (OLA는 연관을 부인하고 있다.)


이 상황이 복잡하게 여겨진다면 실상은 이보다 훨씬 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에티오피아는 90개가 넘는 민족 집단으로 이뤄져 있고 각 민족 집단 지도자들은 타민족에 대한 증오를 부추겨 에티오피아 내 11개의 주요 민족 거주지의 통제권을 차지하고픈 욕망에 흔들리기 쉽다. 에티오피아에는 혼란을 겪고 있는 인근 네 국가(에리트레아, 소말리아, 남수단, 수단)로부터 넘어온 난민이 수십만을 넘는다. 옆나라(에리트레아) 독재 정권은 군대를 보내 에티오피아의 전 정권에 대항해 싸우기도 했고 현재는 에티오피아 현 정권과 손잡고 싸우고 있다.


전쟁은 악순환을 가져온다. 가뭄과 홍수로 시골 지역이 파괴되면서 아무런 희망도 없는 젊은이들은 총을 들고 땅을 점령하거나 약탈을 하고픈 유혹에 빠지기 쉬워진다. 반란군 모병관들은 이를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다. OLA와 연관된 페이스북 계정들은 젊은 무장대원들이 은행으로부터 해방시킨 돈다발을 들고 환호하는 영상을 보여준다. 많은 무장대원들이 매복하고 있다가 상점 주인을 납치하거나 정부 관계자들을 살해하면서 기업체들은 해당 지역을 떠나고 공공서비스는 더욱 악화된다. 지역 주민들은 더 깊은 좌절과 분노에 빠진다. 이는 특히 국가가 억압적으로 대응할 때 그러한 편인데 많은 경우 국가가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편이다.

점점 더 멀어지는 끝

나쁜 정부와 기후변화로 불안정해진 국가에서, 극단주의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사하라 사막 아래의 거대한 건조 지대인 사헬을 살펴보자.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니제르, (북)나이지리아 다섯 나라는 2022년 가뭄에 시달리고 지난 20년 중 최악의 식량난을 겪었다. 게다가 600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다섯 나라 국민 중 2400만 명 가량이 '식량 안보 불안(식량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뜻)' 상태다. IRC는 2021년 말 말리의 한 소구역에서만 70개가 넘는 분쟁을 집계했다. 그 중 절반은 토지 때문이었고 3분의 1은 물 때문이었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분쟁의 7분의 1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거주지에서 쫓겨났다.


이런 절망적인 환경에서 지하드 단체들이 들어왔다. '아랍의 봄' 이래로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연관 단체들이 중동과 아프리카를 넘어 곳곳으로 퍼졌다. 이들은 공식 법원이 거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에서 정의 구현(빼앗긴 목초지를 돌려받는 것 같은)을 약속한다. 한번 기반을 잡으면 이들은 국가 권위를 더 빠르게 붕괴시킨다. 2020~2022년 동안 위의 다섯 나라에서 폭력 사태로 인해 휴교한 학교의 수가 세 배 늘어 9000개가 됐다. 이들 지역의 어린이 절반은 학교에서도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지하드 단체들의 경쟁으로 국가의 상당 부분이 통치불능 상태에 빠졌다. 마을들은 옴싹달싹도 못하는 상태다. 지하드 단체들을 토벌하려던 정부의 노력은 되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일이 더 많았다. 지하드 단체가 점령한 지역에 상품을 싣고 가는 트럭들은 군대의 에스코트를 받아야 하는데 군의 지원을 늘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하드 단체들은 도로를 봉쇄하고 교량에는 폭탄을 설치한다. 이런 모든 상황들이 무역을 더 어렵게 만들고 격오지를 더 가난하게 만든다. 지하드 단체 앞에 무력한 정부의 모습은 거의 모든 국민들을 분노케 한다. 부르키나파소는 2022년에만 두 번의 쿠데타를 겪었다.


비슷한 상황이 사헬 지역 전반을 괴롭히고 있다. 불안정 상태는 전염성이 강하다. 기후변화로 살 곳을 잃은 농부들은 가로막히지 않은 국경을 넘어 충돌을 야기한다. 지하드 단체들은 주변국으로 은신한다. 지하드 단체의 메시지는 온라인과 급진적인 마드라사1를 통해 급속도로 번진다.


(바순다 AFP=뉴스1) 구진욱 기자 = 10일(현지시간) 수단 동부 게다레프 지역 바순다의 한 마을에서 에티오피아 난민들이 음식을 얻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AFP=뉴스1

(바순다 AFP=뉴스1) 구진욱 기자 = 10일(현지시간) 수단 동부 게다레프 지역 바순다의 한 마을에서 에티오피아 난민들이 음식을 얻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AFP=뉴스1

서구 열강들도 도움을 주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022년 11월 프랑스는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모리타니, 니제르 정부를 도와 지하드 단체들을 격퇴하기 위한 군사 개입이었던 바르칸 작전을 포기했다. 2022년 초 말리의 새로운 군사 정권은 프랑스에 철군을 요청했고 러시아의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의 도움을 받아들였다. 당시 바그너 그룹은 이미 민간인 학살로 비난을 받고 있던 상태였다.


도쿄 유엔대학교의 세바스티안 폰 아인지델은 지하드 단체의 분포로 전쟁을 끝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충족이 불가능한 경우가 잦고, 무장대원들은 광신적이며, 외부 중재인들은 테러리스트와 마주하는 걸 싫어한다.


종교적 열의가 없는 반란 단체들에게는 금전이 무기를 들기에 충분한 동기를 제공한다. 스탠포드대 제임스 피어론의 연구에 따르면 내전에서 주요 반란 세력이 불법적인 마약 또는 광물 거래로 수익을 얻고 있을 경우, 내전이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범죄의 세계화로 이런 반란 단체들이 무기와 돈을 얻는 게 "그 어느 때보다도 쉬워졌다"는 게 세바스티안 폰 아인지델의 평가다.


정부군도 탐욕적인 경우가 많다. 콩고의 전쟁이 "저절로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박봉에 시달리는 장교들이 전투 지역에 배치됐을 때 횡령과 갈취로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제이스 스턴스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전쟁>에서 한 주장이다. 주민들은 '소방관과 방화범' 문제를 거론한다. 지역의 독재자가 불을 지르면 중앙 정부는 불을 끄기 위해 독재자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티는 범죄와 분쟁이 극단적으로 연관된 사례다.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했다. 누가 암살을 사주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많은 이들이 마약 거래와의 연관을 의심한다. 아이티는 이후 혼돈 상태다. 한때 슬럼가만 지배하고 있던 갱단들이 이제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상당 부분을 통제한다. 도로, 시장 등 겁먹은 시민들에게 돈을 뺏기 편리한 곳이라면 어디든 봉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교 교장은 학교에서 총알이 든 봉투를 받았다고 한다. 수업을 계속하고 싶으면 보호비로 5만 달러를 내놓으라는 요구가 담겨 있었다 한다. "그 즉시 학교를 무기한 휴교해야 했어요." 교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티 수상 아리엘 앙리는 경찰이 사회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외국의 군사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 많은 주민들도 이를 반길 것이다. 작년 10월 유괴당한 적 있는 민간 앰뷸런스 업체 사장인 랄프 세네칼은 오직 미군만이 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은 외국의 군사 개입이 앙리 총리의 정치적 기반만 다지게 될 것을 우려한다. 앙리 총리는 모이즈 대통령의 사망 이후 정권을 장악했는데 법적 정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여겨진다.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내전을 지속시키는 모든 문제들을 볼 수 있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 인근의 오래된 목조 농가에서 코캇은 닭고기와 쌀을 넣어 끓이고 있다. 요리가 끝나면 이를 죽처럼 만들어 주사기에 넣고 부상당한 동료에게 먹인다. 그의 동료는 두개골 일부를 잃어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못한다.


미얀마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반란군도 있고 가장 최신의 반란군도 있다. 코캇은 군부가 202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창설된 인민방위군(PDF) 소속이다. 인민방위군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민주화 운동가, 정치인, 소수민족 지도자들이 만든 망명정부인 국민통합정부의 군대다. 코캇은 군인들이 자신의 집 앞에서 한 사내를 살해하는 걸 보고 인민방위군에 가입했다. 작은 가방에 짐을 싸고 태국 국경으로 넘어가 폭발물 해체 부대에서 복무했다. 그는 오른손을 잃었고 피부는 파편으로 인한 상흔으로 얽었다.


미얀마의 갈등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200여개의 무장단체가 일부 지역을 통제하고 있거나 현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몇몇은 큰 민족 집단의 자치권을 위해 싸운다. 다른 몇몇은 자신들의 마을을 지키려는 민병대다. 1948년 독립한 이래 미얀마는 단 한 해도 분쟁 없이 보낸 적이 없다. 이토록 폭력적인 과거와 비교하더라도 최근 2년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잔혹함의 정도가 극에 달해 새로운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크라이시스그룹의 리차드 호시의 말이다.


지난 3월에는 스스로를 '야차2 부대'라 일컫는 중대가 미얀마 중부의 저가잉에 투입됐다. 이들은 살해, 강간, 고문을 일삼았다. 그러나 반군들은 이러한 만행이 오히려 그들의 투지만 더 강하게 만들 뿐이라 한다.


기후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뭄으로 더욱 궁핍해진 중부 건조 지대에서 반군이 더 세력을 얻었다. 범죄 또한 많은 무장대원들에게 계속 싸울 이유를 주고 있다. 미얀마군은 헤로인과 옥 밀매에 깊이 연루돼 있고 일부 소수민족 민병대도 마찬가지다. 호시는 내전이 "다음 세대까지 계속될 것"이라 전망한다.

방책은 많아도 실행이 난망

세상에 전쟁을 끝낼 방책은 부족하지 않다. 존경받는 중재자를 찾는다. 적대하는 세력들이 공개적으로 만날 준비가 되기 훨씬 전부터 비공식적인 대화를 시작한다. 평화 프로세스에 여성과 시민사회 단체를 더 많이 포함한다. 평화 협정은 보기 좋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받아들인다. "정치판에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건 도움이 안됩니다." 데이빗 밀리밴드 IRC 회장의 말이다. 이라크군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을 지지했던 이들 모두를 숙청했던 건 실수였다.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탈레반을 배제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치(전쟁으로 황폐화된 국가에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를 재건하기, 기후변화 억제)는 시행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두 회원국이 유혈이 낭자하는 정권들의 내정에 간섭하길 반대하는 상습 인권 탄압국이라는 사실은 전세계의 평화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0년간 안보리 거부권을 23회 행사했으며 그로 인해 시리아에 더 많은 물자를 보내기 위한 결의안, 발칸 반도의 전쟁범죄 수사를 위한 결의안, (물론)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옹호하기 위한 결의안들이 휴지 조각이 됐다. 중국은 9회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은 3회 행사했는데 대부분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프랑스와 영국은 전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없다. 푸틴의 제국주의적 야망이 미약한 편이었으며 시진핑이 권좌에 앉기 전인 2001~2010년에는 러시아는 단지 4번의 거부권을 행사했고 중국은 2회였다.


프랑스는 대규모 만행이 벌어지고 있을 때는 거부권을 유예하는 발의안을 내 작년 유엔 총회를 통과했지만 푸틴의 거부권 행사를 피할 수는 없다. 세계는 밀리밴드 IRC 회장의 말마따나 "나쁜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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