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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최신순
  • 다중성의 저수조: 가브리엘 칼보코레시의 『새로운 경제』
    시서평

    다중성의 저수조: 가브리엘 칼보코레시의 『새로운 경제』

    오늘날 책 제목에 "경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시집을 집어들면서, 누구라도 희망이나 안도감을 느끼게 될 것 같지는 않다. 2025년의 경제란 무역 전쟁이고, 주택 부족이며, 한 판의 달걀 값이 치솟는 현실이다. 이 주제만으로도 충분히 논쟁적인데, 가브리엘 칼보코레시(Gabriel Calvocoressi)는 사순절을 기념하는 일련의 시들을 통해, 최근 시집 『새로운 경제』(The New Economy)의 후반부를 종교에 할애한다. 칼보코레시는 자신을 "유일무이하게 미국적인 목소리"라고 부르는 것을 오래도록 거부해 왔다—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에서 종교와 경제를 둘러싼 불안한 집착만큼 첨예한 문제는 드물다. 그런데도, 칼보코레시는 특유의 호기심과 유머를 통해 이처럼 자주 정치화되는 주제들을 비틀어 놓는다. 그 결과 『새로운 경제』에 실린 시들은 넘치는 생기와 감각적인 풍성함으로 빛나며, 그렇지 않았다면 진부하고 상투적으로 느껴졌을 개념들을 현대적 상황과 연결될 수 있는 풍성한 기회로 바꾸어 놓는다.
    LA Review of Books
    8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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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의 형상
    에세이과학

    시간의 형상

    "시간은 선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스탠퍼드 철학백과사전은 말한다. 우리는 과거가 우리의 뒤로 한 줄로 늘어서 있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 선으로 앞에 펼쳐져 있다고 상상한다. 우리는 현재라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화살을 타고 간다. 하지만 시간에 대한 이러한 그림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그 본격적 뿌리는 겨우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 개념은 이제 서양 사상에 너무나 깊이 자리 잡아서 시간을 다른 어떤 것으로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에 대한 이 새로운 표현 방식은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서부터 시간 여행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들에 영향을 미쳤다.
    Aeon
    10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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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독' 후에 오는 것들: 시를 통한 소통은 가능한가?
    시

    '낭독' 후에 오는 것들: 시를 통한 소통은 가능한가?

    모임에서 이야기를 유난히 많이 한 다음 집에 돌아오면, 괜히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있다. 내가 했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가 닿았을지를 이리저리 상상하다 보면, 혹시라도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나의 말을 받아들인 사람은 없었을지 걱정이 스쳐 지나간다. 사적인 자리에서의 대화조차 이렇게 소통의 문제를 예민하게 만들곤 하는데, 글을 쓰고 난 뒤 독자들의 반응을 짐작해 보는 일은 그보다 한층 더 복잡하고 어려운 심리적 부담을 동반한다. 일단 글쓴이의 손을 떠난 글은 타인의 다양한 해석에 노출되고, 그 해석의 여러 갈래 중에는 처음 글을 쓰며 염두에 두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글쓰기란 한편으로는 나를 표현하고 독자의 이해를 기대하는 과정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오해나 비난까지도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전제를 포함한 행위이기도 하다.
    8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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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은 왜 달을 질투하는가: 시인을 사로잡는 '밤'의 매혹
    시

    태양은 왜 달을 질투하는가: 시인을 사로잡는 '밤'의 매혹

    낮과 밤이 반복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해와 달이 이 두 시간적 영역을 지배하던 오래된 세상으로부터 우리는 이제 한참 멀어져 있는 듯하다. 일조량을 계산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며 태양의 강렬한 빛에는 늘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달의 존재감은 추석이나 대보름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의식하지 않는다. 밤이라는 시간 역시 더 이상 어둠의 깊이로 체감되기보다는 시계가 가리키는 숫자로 환원된다. 인공조명이 넘쳐나는 도시에서는 어둠 자체를 얼마든지 밀어낼 수 있기에, 캄캄한 밤하늘에서 고요하게 빛나던 달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적인 시선에서 멀어져 버렸다.
    7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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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시인의 애도와 화해
    시

    잃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시인의 애도와 화해

    역설적이게도, 늘 곁에 있어 너무 익숙해진 것들의 의미는 그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또렷해지곤 한다. 방을 환하게 비추던 전등이 갑자기 꺼져버리면 일상의 가장 단순한 동작조차 서툴러지고,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는 일은 일시적으로 삶 전체를 뒤흔들어 놓는다. 이런 상실들은 놀라움과 불편을 가져오지만, 대부분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복원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는 되돌릴 수 없는 상실 또한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거실 한켠을 차지하던 화분이 어느 날 완전히 시들 때, 몇 년을 함께 했던 버스 노선이 예고 없이 사라질 때, 혹은 마음을 터놓던 친구가 홀연히 머나먼 곳으로 떠날 때, 우리는 돌이킴이 불가능한 빈자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7min
    1
  • 피터 틸이 보는 베이컨·걸리버여행기·왓치맨·원피스의 종말론
    에세이

    피터 틸이 보는 베이컨·걸리버여행기·왓치맨·원피스의 종말론

    프랜시스 베이컨은 질병, 자연재해 그리고 우연 그 자체를 없애는 꿈을 꾸었다. 그는 또한 신을 폐지하려는 꿈도 꾸었다. 베이컨은 이 두 번째 꿈을 사후 출간된 중편소설 '뉴 아틀란티스'(New Atlantis, 1626)에 숨겨 두었다. 이 책은 근대성의 지도로, 예언서로, 혹은 마법서로 읽힐 수 있다. '뉴 아틀란티스'는 조너선 스위프트, 앨런 무어, 오다 에이치로로 이어지는 비밀스러운 문학 논쟁의 출발점이었다. 4세기에 걸쳐 이 작가들은 묻고 또 물었다. 과학은 적그리스도를 불러낼 것인가, 아니면 억누를 것인가?
    기타
    27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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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안'으로 들어온 알고리즘: 시인이 바라보는 디지털 세계
    시

    우리 '안'으로 들어온 알고리즘: 시인이 바라보는 디지털 세계

    요즘은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AI가 화두인 것 같다. 인공지능의 출현을 두고 수많은 예상과 추측이 이어진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불과 10여 년 전 알파고가 바둑을 두던 그때만 해도 AI는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 아니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소재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인공지능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 속 아주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컴퓨터를 켜는 순간, 그리고 핸드폰을 여는 순간, 우리는 매우 손쉽게 AI와 대화할 수 있으며 별것 아닌 사소한 질문에도 꽤나 정교한 답을 듣는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지만, 그만큼 커다란 불안감을 안겨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연 인공지능은 인간의 자리를 어디까지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은 미래에 대한 가슴 설레는 기대보다는,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되돌아온다.
    7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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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시인의 성찰
    시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시인의 성찰

    우리는 흔히 세월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고 푸념하지만, 어쩌면 이런 푸념은 삶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을 때 주로 나오는 말일지도 모른다. 지독한 육체적 통증을 겪거나 깊은 마음의 병을 앓을 때 시간은 결코 쉽사리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10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1년이 10년처럼 길고 힘겹게 다가오기도 한다. 반대로 즐겁고 편안한 시간은 말 그대로 '순삭'된다. 일주일의 연휴를 앞두고는 오랫동안 쉴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막상 연휴가 끝날 무렵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보면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속도로 체감된다.
    6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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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배'에 대한 단상: 시인이 묻는 '현실'과 '상상'의 역설
    시

    '숭배'에 대한 단상: 시인이 묻는 '현실'과 '상상'의 역설

    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가장 흥미로운 방법 중 하나는 그 사회가 무엇을 숭배하는가를 살피는 일일지 모른다. 흔히 종교에서 신이나 성인을 떠받드는 행위를 숭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숭배의 장면을 목격한다. 거리의 동상, 박물관의 기념관, 텔레비전 화면 속 스타, 심지어 정치 집회나 아이돌 콘서트의 환호까지, 모두가 일종의 숭배를 보여 준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열광적으로 기리고 추앙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감탄을 넘어 우리를 서로 연결하는 실질적 매개가 된다. 숭배는 곧 공동체의 언어이자, 정체성을 묶는 끈인 셈이다.
    7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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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수'의 저력: 미래 세대에 '삶'을 전하는 시인의 마음
    시

    '순수'의 저력: 미래 세대에 '삶'을 전하는 시인의 마음

    어린이를 양육하는 방식,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그 사회가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중요한 척도이다. 중세 이래 오랫동안 어린이들을 교화하고 계도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던 서구 사회는 근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어린이들이 지닌 잠재력과 상상력을 긍정적인 자질로 평가하게 되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미덕이 되고 급속한 발전을 뒷받침해 줄 사회적 동력이 절실히 필요할 때, 미래 세대는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는 힘을 가졌다고 여겨지게 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역시, 개발이 본격화되고 경제적 팽창이 빠르게 이루어지던 시기에 어린이에 대한 시각은 큰 전환을 맞았다. 경로사상에 기반하여 부모와 윗사람에게 배워야만 하는 존재로 규정되던 어린이들은 어느새 미래를 바꿀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사랑과 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7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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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의 등장과 '저자'의 죽음
    에세이테크

    AI의 등장과 '저자'의 죽음

    지금 이 글을 비롯해서 어떤 글이든 접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누가 이 글을 썼는가, 그래서 이 내용에 저자(author)로서 권위(authority)를 부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저자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한다. 저자가 누구인지는 이 글의 진리성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약력을 통해 내가 미국의 한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가르치는 교수임을 확인하게 되면, 독자는 내가 이 글에서 다루려는 '대형언어모델(LLM)의 출현이 가져온 혼란'에 대해 논할 적절한 위치에 있고, 내가 제시하는 견해 역시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독자는 저자의 정체를 파악했고, 그가 이 주제에 관해 일정한 권위를 가진 인물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Noema
    11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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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조'와 '파괴' 사이: 시인이 듣는 '소리'를 따라서
    시

    '창조'와 '파괴' 사이: 시인이 듣는 '소리'를 따라서

    일상을 살다가 보고 싶지 않은 것에서는 눈을 돌리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들려오는 소리를 피하기는 만만치 않다. 층간 소음 때문에 분쟁이 격화되는 일이 잦은 것도 청각적 자극이 가지는 이런 특수성과 관련된다. 원치 않는 소리를 그저 간단히 차단해 버릴 수 없기에 고통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삶을 채우는 소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 소리나 물 소리 같은 자연의 음향, 아니면 아름답고 감미로운 음악 소리를 들으며 하루하루를 채워 나갈 듯하다. 기쁨과 평화로움을 주는 이런 소리들은 듣는 사람의 일상을 조금은 더 청량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말이다.
    6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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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의 가치: '번역'의 인식에 대하여
    에세이

    차이의 가치: '번역'의 인식에 대하여

    번역가는 대개 언어—모국어와 외국어—와 외국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자기 인생에서 1, 2년 이상을 써가며 번역 프로젝트에 몰두하는 게 세상의 주목을 받거나 큰 돈을 벌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물론 자기 자신을 인정받는 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번역 기술이 인정받으면 만족할 것이다. 그들은 번역상과 서평을 통해 바로 이런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인데, 누군가는 이 점을 포착했다.
    기타
    20min
    0
  • 지금은 미국 대중문화 사상 최악의 시대인가?
    에세이음악

    지금은 미국 대중문화 사상 최악의 시대인가?

    지난해, 나는 문명의 종말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음악사학자 테드 지오이아Ted Gioia를 찾아갔다.
    The Atlantic
    28min
    0
  • 버리기와 나누기: 노년에 대처하는 시인의 자세
    시

    버리기와 나누기: 노년에 대처하는 시인의 자세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미지의 시간으로 향해 가는 과정이 젊은 시절에 설렘과 두려움을 함께 불러온다면, 중년 이후 시간의 흐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보통 좀 더 복잡해진다. 신체 기능이 조금씩 쇠락해 가고 거울에 비친 모습도 달라지면서 어쩔 수 없이 노화를 인지하게 될 때면, 아쉬움이나 서글픔, 그리고 불안감 등의 반갑지 않은 감정들이 자꾸 찾아와 마음을 아프게 두드린다. 얼마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에 나왔던 대사처럼 몸이 늙는다고 마음도 따라 늙는 것은 아니기에, 노년을 향해 간다는 사실을 수긍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는 일이면서도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젊은 외모에 대한 집착이 과도할 정도로 퍼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렇게 외양으로나마 젊은 이미지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싶은 욕망은 늙어가면서 맞이할 새로운 삶의 국면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과 맞물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6min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