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評천하]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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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3.06.0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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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일본 총리가 북한에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했고, 북한은 즉각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일본은 몇 년 전 외무성에 북한 전담과를 신설할 정도로 대북교섭에 노력해왔습니다. 최근 북한 역시 탄도미사일을 일본 홋카이도 방향으로 쏘면서 일본의 관심을 끌었는데, 기시다 총리의 대화 제안 이후에는 정찰위성 "로켓"(사실상 탄도미사일)을 비록 중간에 추락했지만 일본쪽인 동해가 아닌 서해(황해) 상공으로 쏘았습니다. 북일회담을 의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양측은 몇 번 더 상대방의 '진심'을 테스트하기 위해 움직임을 보일 수 있고, '진심' 확인후에는 고위급 회담, 또는 그런 중간단계는 생략한채 기시다 총리의 '전격 방북'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보다는 일본과의 교섭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한국은 지리적, 언어적, 문화적으로 너무 가까워 북한으로서는 한국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둘째, 일본은 투자여력이 한국보다 큽니다. 셋째, 결국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이 최종 목표인데 한국보다는 일본을 통하는 것이 미국에 접근하기가 좋습니다. 북한도 때에 따라 '민족'을 내걸기도 하지만 하나의 국가로서 철저히 '국익'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북일간에 '일본인 납북자 문제' 같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지만 서로 의지만 있다면 외교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일 것입니다.




그동안 경제제재 조치로 한국 내 은행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가 풀릴 전망입니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대이란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의 방침이 변하고 있다는 것인데,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정부의 대이란 협정을 폐기하면서 경색되었던 대이란 관계를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이전으로 원상회복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은 중동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친미국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중동국가들이 중국, 러시아에도 접근하면서 독자적인 외교를 하려합니다. 미국이 엄청난 군비를 지출해 전쟁을 치러가며 이라크 후세인정권을 몰락시켰지만, 이라크에 대신 들어선 정권은 미국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시아파 정권이며 후세인 정권의 잔존세력은 사방으로 흩어져 IS 등에 흡수되는 등 중동지역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한때 중동지역을 민주화시키겠다는 미국의 움직임도 있었는데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을 뿐이고, 중동의 지배층은 미국이 또 이런 시도를 하려할까봐 경계하고 있습니다. 역내 라이벌 사우디와 외교관계도 복원한 이란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게 된다면 중동의 정세는 또다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브라질로 초대해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미국도 최근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재재를 완화했는데, 남미의 맹주인 브라질이 앞장서 베네수엘라의 국제무대 복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룰라 대통령의 외교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룰라는 대통령 취임후 매월 한 차례 해외방문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대통령이 국내문제 너무 안 챙긴다고 불평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룰라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물러나는 상황에서 브라질이 남미에서 하나의 축이 되어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 협력을 강화해 세계를 다극체제로 재편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관건은 아메리카대륙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갖는 미국이 룰라의 이런 행보를 어느 정도까지 용납할지, 그리고 그런 외교를 브라질 경제력이 어느 정도까지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될 것 같습니다. 2억 1000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 남미 최대국 브라질이 국내 정치경제를 개혁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만 있다면 국제사회의 한 축으로 활발한 역할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연합(EU)이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에 12억 유로(약 1조 7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유럽 이용자들의 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함으로써 개인 정보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보통사람들은 인터넷 공간이 닫힌 공간이고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사실 인터넷 공간은 열려 있습니다. 많은 개인적 정보들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각국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기관의 천국이 열렸다고 환호합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노력해서 정보를 수집해야 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사적인 정보를 인터넷상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개인들은 비밀리에 올려놨다고 믿지만 정보기관이 보기에는 '노출'입니다. 이렇게 노출되어 있는 정보들을 컴퓨터, AI 등으로 수집해서 가공하면 일급의 정보가 만들어집니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페이스북이 유럽인들의 개인적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서방이 중국산 소셜미디어 틱톡을 비슷한 이유로 의심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기에는 무해해 보이는 소셜미디어가 어쩌면 초강대국들의 강력한 힘이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틱톡 등 세계적인 소셜미디어도 결국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중인 러시아의 용병부대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의 행보가 수상합니다. 평소 거침없는 언설로 유명한 이 사람은 그간 푸틴의 부하인 군 관계자들이나 국방장관을 주로 비판해왔는데 5월 들어서는 "한 행복한 할아버지"라는 표현을 쓰면서 푸틴까지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의 르몽드에서 프리고진의 최근 행보에 대해 심층보도 하면서 프리고진이 '포스트 푸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고 분석했습니다. 한때 극우 정당을 접수하려고 시도했던 적도 있는 프리고진은 전쟁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용병부대라는 애매한 지위의 군대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데, 푸틴은 전쟁이 끝난 후 제거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사병처럼 활용 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징집병들은 내 가족, 내 나라를 지켜야 하는 방어전쟁은 상당히 잘 하는데 해외로 나가서 싸우는 외교적 성격의 공격전쟁은 잘 못합니다. 현재 러시아 징병들이 졸전을 펼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과거 미국도 용병을 종종 사용했는데 바그너그룹도 러시아가 사용하는 그런 성격의 용병부대입니다. 문제는 전쟁이 끝난후 푸틴이 이 부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입니다. 프리고진이 5월 들어 "한 행복한 할아버지"까지 비판하는 것은 선을 넘는 행위일까요? 러시아는 바그너그룹 처리라는 숙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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