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評천하]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브라질 프랑스의 친중 행보, 달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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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약 1900km 떨어진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광저우 성장 관저 정원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산책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4.2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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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속속 외교적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살만 왕세자가 중국에 접근해서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고 방문 기간 중 친중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외교에서 원교근공(遠交近攻)은 꽤 오래된 원리 중 하나인데,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보이는 '미국 거리두기'와 '중국 접근'은 어쩌면 정석에 가까운 움직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 대한 중국 세력의 침투가 선을 넘는다고 판단될 때 미국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특히 브라질의 원자재 최대 수출선인 중국과 위안화로 결제하겠다는 양국(브라질과 중국)의 합의는 자국의 위안화를 국제화폐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계획을 조금이나마 도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원래는 사우디와 기대가 컸던 위안화 결제를 추진했다가 뜻을 못 이뤘는데, 규모가 큰 사우디와의 원유거래가 위안화로 결제될 수 있었다면 위안화의 위상은 상당히 높아졌을 것입니다. 종이로 돈을 찍어내도 전세계로 돈이 흘러나가기 때문에 쉽사리 국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화폐의 힘입니다. 이라크전처럼 하루에도 몇 조, 몇 십조원이 드는 전쟁을 국내 재정을 고갈시키지도 않고 인플레이션의 두려움도 없이 돈을 찍어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달러의 힘이고 초강대국 미국의 힘입니다.


최근에는 친미 국가로 간주되지만, 사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제2의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외교로 유명했습니다. 미국에 군사적으로 너무 의존하지 않기 위해 자체 핵무장도 하고 있고 멀리 세력투사를 할 수 있도록 항공모함 전단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크롱은 연금개혁 시도가 국내적 반발을 불러오자 이것을 외교적으로 돌파하려고 했던 것인지 중국 방문 중 대만문제를 가리키며 '대만 위기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유럽은 미국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가 영미(英美)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외무부도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발언을 대통령이 내놓아 곤혹스러워한다고 합니다. 마크롱은 귀국 후 대만 문제와 관련해 '현상유지'라는 교과서적 대답을 내놓으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미국은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외교적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특히 주목할 내용은 미국이 베트남에 무기판매를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제 무기를 사용해온 베트남이 최근 '무기 조달선을 다변화'한다는 명분으로 미국, 한국 등 서방무기의 구매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 무기를 사용하는지를 보면 그 나라가 외교적으로 어느 쪽에 가까운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 무기와 호환성이 높은 한국 무기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결국 미국에게도 이득이 됩니다.



미국과 필리핀은 2주간의 연합훈련을 실시했는데 '역대급' 규모였습니다. 미국과 필리핀은 총 4개의 미군기지를 추가 설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중 3개는 대만 최남단에서 400킬로밖에 안 떨어져 있는 루손섬에 설치할 예정입니다. 400킬로는 속도가 빠른 해군함정으로 반나절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미국의 기밀문서 유출이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실 소속 외교비서관의 발언도 도청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PADO 독자분들은 국가들 사이에 정보전, 첩보전이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아실 것입니다. 미국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중국산 앱 틱톡을 왜 그렇게 경계하는지, 반대로 중국은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미국산 앱을 왜 그렇게 차단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거 프랑스 정보기관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MS-DOS 등이 미국정부가 컴퓨터 안을 엿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던 적이 있습니다. 주요 강대국들은 정보수집 능력이 탁월합니다. 미국이 우방인 우리 정부를 '염탐'했다는 것은 물론 잘못이고, 우리정부는 당연히 항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적이든 친구든 상관없이 외부에 우리 정부의 내밀한 말과 활동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정보는 국력입니다. 다른 나라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국력이고, 다른 나라에게 정보를 빼앗기지 않는 것도 국력입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를 향하자 홋카이도에 대피 경보가 울렸습니다. 미사일은 궤도가 바뀌면서 일본 EEZ 밖에 떨어졌습니다. 북한이 일본을 향해 발사하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북한이 한국보다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우선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과소소비'(underconsumption) 경제 체질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은 잠재적 투자처이자 수출시장으로 북한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몇 년 전 외무성에 북한 담당과를 신설했는데 일본이 얼마나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관심이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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