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대한 흔한 비판은 획일적인 주택 단지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설계된, 특색 없는 동네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디즈니랜드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이 카운티의 중심부에는 스프롤1 방식 성장에 대한 미묘한 반박거리가 존재한다.
인구 약 30만 명의 도시 어바인이다. 겉보기에는 구불구불한 거리와 주차 공간이 풍부한 쇼핑센터가 있는 전형적인 미국 교외처럼 보인다. 어바인의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인접 도시와 달리 대학, 제조업, 고층 오피스 빌딩을 포함하는 밀집된 고용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 즉 제대로된 도시라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위적으로, 빠르게 일어났다. 어바인의 거의 전부는 단일 기업인 어바인 컴퍼니에 의해 건설되었는데 이 회사는 160년 역사 대부분 동안 곡물 및 감귤류 재배를 하던 곳이었다. 어바인 컴퍼니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캘리포니아의 호황기에 이 농지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1970년대 후반 도널드 브렌Donald Bren을 비롯한 투자자 그룹이 회사를 인수했다. (현재 93세인 브렌은 어바인 컴퍼니의 유일한 소유주로 어바인의 성장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로 손꼽힌다.)
회사는 어바인의 공원, 거리, 구조물 대부분을 계획했으며 도시의 아파트, 쇼핑센터, 사무실의 대다수와 심지어 지역 신문까지 계속 소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보다 더 완벽한 기업 도시는 거의 없다.
미국이 주택 부족 문제로 고심하면서 어바인 모델은 새로운 매력을 얻고 있다. 기존 도시의 복잡성 없이 공터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주택을 생산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이 있을까?
잠재적 이익에 이끌리고 자신들의 영향력에 대한 더 많은 통제권을 갖기를 열망하는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어바인처럼 민간 주도형 신도시 콘셉트를 지지한다. 일부 계획은 매우 진지하지만 다른 계획들은 환상에 가깝다. 별로 놀랍지 않겠지만 민간 주도형 신도시의 가장 열정적인 지지자들은 테크 분야의 억만장자인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텍사스주 스타베이스가 있다. 일론 머스크의 로켓 회사인 스페이스X 소유의 제조 및 발사 시설 주변에 노동자 주택 단지가 건설된 신생 도시다. 멕시코 국경 근처 약 3.9제곱킬로미터를 차지하는 스타베이스는 텍사스의 풍부한 토지와 느슨한 개발법을 이용해 '프로토-타운Proto-Town'이나 '오스탄티노플Austantinople' 같은 이름의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육성하려는 여러 시도 중 하나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일군의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훨씬 더 원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구불구불한 언덕 위에 40만 명 규모의 도시를 건설하자는 제안이다(현재 그 언덕들은 양 목장과 풍력 터빈이 차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회사인 '캘리포니아 포에버'는 약 10억 달러(1조4000억 원)를 들여 283제곱킬로미터의 농지를 매입했으며 인근에 제조 및 조선 시설을 갖춘 도보 친화적 커뮤니티를 건설할 계획을 제시했다.
물론 도시 전체를 건설하겠다는 의도를 선언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2021년, 쇼핑 포털 제트닷컴Jet.com의 억만장자 창업자 마크 로어는 500만 명 규모의 사막 도시로 구상된 '텔로사'를 발표했다. 로어의 목표는 토지 이용의 경제학을 뒤집는 것이다. 재단이 개발을 관리하고 주민과 기업에게 토지를 임대(건물은 주민과 기업이 소유)하게 된다.
텔로사는 소규모 노동자 팀과 컨설턴트를 두고 있으며 보행자친화적인 거리를 지나는 고가 트램의 애니메이션이 담긴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토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실제 도시라기보다는 유토피아적 꿈에 가깝다.
새로운 도시에 대한 추진이 영향력 있는 정책 전문가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면 이러한 노력들은 괴짜처럼 보일 수도 있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보스턴칼리지 교수인 폴 로머Paul M Romer와 하버드대학교의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L Glaeser 같은 경제학자들은 미국과 해외에서 이러한 신도시 개념을 장려해왔다. 한편 도시 계획가들은 팝업 빌리지를 조직하고 자동차 이용을 줄이거나 아예 없는 동네를 설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포에버 프로젝트가 공개된 지 약 1년 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데본 주겔은 소노마 카운티의 클로버데일시에 새로운 동네를 건설하자는 제안을 발표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에스메랄다'이다.
신도시주의 운동에 많은 영향을 받은 에스메랄다는 이전에 시에서 넓은 마당이 딸린 대형 단독주택들이 놓인 골프장 마을로 승인했던 부지에 계획되었다. 주겔의 희망은 일종의 계획상 유턴을 실행하는 것이다. 에스메랄다의 포부는 현관이 있고 자전거 친화적인 거리를 갖춘 고밀도 주택 605채를 건설하고, 이 모든 것을 보도와 커뮤니티 광장으로 상점, 사무실, 호텔 객실과 연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것조차도 세계 다른 곳의 신도시 아이디어에 비하면 작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 경제에서 다각화하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5000억 달러(700조 원) 규모의 도시 '네옴'이나 비어있는 건물들로 인해 인상적이면서도 파산하기 좋은 방법처럼 보이는 아시아의 수십 개 신도시들의 규모와 오만함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캠페인 중 연방 소유지에 건설될 '자유 도시Freedom Cities'를 만들어 수직이착륙 교통수단과 같은 혁신을 포용함으로써 "미국의 상상력을 재점화"하겠다는 의도를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별로 제시하지 않았고, 대신 주로 주택 구매 희망자들이 더 많은 부채를 지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밀어붙였을 뿐이다.
어쨌든 미국에는 더 많은 주택이 필요하다. 경제학자들은 현재 부족한 주택 수를 400~700만 채 사이로 추정하며 현재의 건설 속도로는 이를 짓는 데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그 수를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토지와 건설 비용이 저렴한 도시 외곽에 더 많은 주택을 짓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포에버나 에스메랄다 같은 프로젝트들의 공통된 명제는 도심 밖 미개발지에 건설하는 스프롤 방식의 도시 성장 로직을 사용하여 자동차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 어떤 도시가 지어지고 있는가를 보면 제가 살만한 곳을 찾기가 힘들어요." 에스메랄다의 CEO인 주겔이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처럼 어린 나이에 혼자 돌아다닐 수 없는 도시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건 매력적이지 않아요. 그렇다고 상점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없는 자동차 중심의 교외 지역에서 살고 싶지도 않고요."
공터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미래를 의미한다. 결국 모든 장소는 한때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물질적 부의 추구, 속박으로부터의 탈출, 또는 자유롭게 종교활동을 할 장소를 찾는 것 모두가 새로운 정착지와 새로운 생활 방식의 동기가 됐다. 물론 건물을 짓는데에도 그렇지만,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기회도 과거보다 미래가 더 크게 다가오는 곳 즉 빈 땅이 유리하다.
"저희는 언젠가 실제 도시들이 가진 모든 단정하지 못한 점과 복잡성을 갖춘 곳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캘리포니아 포에버의 계획 책임자인 가브리엘 멧칼프가 말했다. "'도시'라는 단어는 바로 그 야심의 표현이에요."
하지만 모든 아이디어에는 모델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국에서 어바인보다 더 성공적인 모델을 찾기는 어렵다.
성공적인 모델: 빈 땅에 세워진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오렌지카운티로 가는 평일 도로는 교통체증으로 꽉 막혀 있고 대형 쇼핑몰들로 둘러싸여 있다. 최근 어느 날 아침, 나는 어바인 컴퍼니의 전 직원이자 신도시 어바인의 2차 세계대전 이후 변신에 대한 결정적인 역사서인 '어바인 목장의 변신Transforming the Irvine Ranch'을 파이크 올리버H Pike Olive와 함께 쓴 마이클 스톡스틸Michael Stockstill을 만나기 위해 힘겹게 길을 나섰다.
스톡스틸은 몇 시간 동안 도시의 역사를 설명하며 나를 차에 태워 구경시켜 주었다. 도시에 광고판과 전신주가 없고(지하에 매설됨) 빽빽한 나무 숲이 있는 것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그는 본질적으로 기업 계획의 이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1960년, 현재의 어바인이 대부분 농지였을 때, 로스앤젤레스의 스프롤 현상이 남쪽으로 오렌지카운티까지 스며들고 있었다고 스톡스틸은 말했다. 이 지역의 대부분 지주들은 땅을 여기 몇 백 에이커, 저기 몇 백 에이커씩 조각내어 팔았다. 건설업자들은 최소한의 조경만 갖춘 단층집들을 빽빽하게 지어 올렸고 거리와 집 사이에는 형식적인 보도블록만 있을 뿐이었다.
어바인은 결국 주택으로 가득 찰 운명이었다. 성장의 압력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어바인 목장의 약 405제곱킬로미터 땅이 100년 동안 같은 가문에 의해 소유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것이 어떻게 일어날지 결정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바인 신도시의 초기 신문 광고들은 "모든 것이 서로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는 "혁신적인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스톡스틸은 어바인의 수석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직원들에게 로스앤젤레스의 샌퍼낸도밸리San Fernando Valley 사진을 보여주며, 요란한 광고판이나 콘크리트 방음벽 같은 특징들을 가리키며 "이곳(어바인)은 이렇게 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어바인은 60~70년대의 '뉴타운' 운동의 일부였는데 워싱턴 외곽의 버지니아주 레스턴과 메릴랜드주 컬럼비아 그리고 휴스턴 근처의 텍사스주 우드랜즈도 여기에 포함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주택 구매 연령에 접어들면서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판에 박은 듯한 주택 단지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너무 획일적이고 볼품없어서 계획가들과 디벨로퍼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뉴타운 은 구불구불한 거리와 나무, 그리고 공원과 수영장 같은 편의시설로 정성스럽게 조경되었다. 또한 상업 및 주거 개발을 혼합하여 어느 정도의 자족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바인은 4제곱킬로미터의 땅을 기부해 새로운 캘리포니아대학교(UC) 캠퍼스을 유치했다. 그런 다음 대학과 다른 고용주들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여 더 많은 기업, 더 많은 노동자, 더 많은 주택 등을 유치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노동력의 모든 계층을 위한 주택을 보유하는 것은 대기업에게 매력적이죠." 하버드대 도시계획 교수이자 하버드의 뉴타운 이니셔티브New Towns Initiative의 공동 책임자인 앤 포사이스Ann Forsyth가 말했다.
신도시를 짓고 떠나버리는 일반적인 디벨로퍼와 달리, 신도시 프로젝트에 계속 관여하는 디벨로퍼는 부동산 가치를 높이고 더 많은 주민을 유치하는 학교와 공공안전을 유지하는 데 더 큰 이해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한 번에 돈을 버는 대신 수십 년에 걸쳐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은 개별 부동산 구매자의 관심에 굴복하기보다는 동네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해 더 전체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
어바인은 종종 부유한 교외 지역으로 묘사되며 1인당 소득은 카운티 내 다른 어떤 도시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흔한 교외 모습과는 달리 어바인은 단독주택과 다세대 건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처음부터 주택과 아파트를 서로 가깝게 지음으로써 어바인 컴퍼니는 기존 주민들에게 더 큰 건물을 받아들이도록 요청할 때마다 발생하는 님비(NIMBY) 현상을 피하거나 적어도 억누를 수 있었다고 스톡스틸은 말했다.
물론 집중된 권력에는 문제가 있다. 어바인 컴퍼니는 도시 아파트 재고의 너무 많은 부분을 소유 관리하고 있어 세입자들은 이 회사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는 독점 기업이라고 비난해왔다. 스톡스틸의 책에 따르면 1972년 어바인의 첫 시의회 회의에서 한 서기가 실수로 이를 "어바인 컴퍼니의 도시" 회의라고 지칭했다.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이 회사가 지역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막대하다.
도시계획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어바인은 도시의 창조자들이 벗어나고 싶어 했던 스프롤 현상만큼이나 여전히 자동차 중심적이다. 나의 도시 투어에는 중심가를 한가롭게 거니는 일은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주차장을 가로질러 인앤아웃 버거로 걸어갔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자동차가 이겼어요. 그것이 남부 캘리포니아의 이야기입니다." 스톡스틸이 말했다.
많은 위험을 동반한 위대한 아이디어
어바인은 번성했지만 그것이 속했던 뉴타운 운동은 그렇지 못했다. 1960년 이래로 뉴타운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수십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수천 명 이상의 주민을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1970년 연방의회가 '도시 성장 및 신지역사회 개발법'을 통과시켰을 때, 여기에는 경제적으로 다양하고 주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자리를 포함하는 "뉴타운"을 건설하는 개발업자들에게 대출 보증을 제공하는 사업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13개의 새로운 타운에 자금을 지원한 후 1983년에 중단되었는데 지원 받은 타운 대부분은 재정적으로 실패했다. 예외는 우드랜즈였다.
"현 도시의 모든 병폐를 해결하는 도시를 구상할 수 있다는 생각은 철학적으로 멋진 목표예요." 하버드대 부동산 개발 교수이자 포사이스와 함께 신도시 이니셔티브를 공동 지휘하는 리처드 파이저Richard Peiser가 말했다. "저는 평생 대부분의 뉴타운이 왜 그리 별로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왔어요."
모든 개발은 위험하다. 도시 전체를 개발하는 일은 특히나 그렇다.
미개발지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디벨로퍼는 먼저 전력선, 하수관 및 기타 인프라는 말할 것도 없고 물 공급을 확보하고 건설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첫 주택이 지어지기 전에 수년이 걸리고 잠재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소모하는 프로젝트이다. 더 어려운 장애물은 경제적 기반을 창출할 만큼 충분한 일자리를 유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직장에서 합리적인 거리 내에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프라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새로운 도시로 옵니다." 뉴욕대학교의 선임 연구원이자 세계은행에서 주로 신도시 조성을 자문했던 알랭 베르토Alain Bertaud가 말했다.
베르토는 그것이 바로 전후 시대 미국의 가장 성공적인 신도시들이 밖으로의 성장이 이미 진행 중이던 번화한 지역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이유라고 말했다. 워싱턴 없이는 레스턴이 없고, 휴스턴 없이는 우드랜즈가 없으며, 로스앤젤레스 없이는 어바인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 각각은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부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지더라도 성공적인 신도시는 과학이라기보다는 연금술에 가깝다. 오래된 도시들의 지속력은 그것들이 완벽하거나 살기 편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복제 불가능한 지적이고 문화적인 무게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나와야 하고, 백지는 그걸 보여주는 극명한 방법이다. 그것들의 진정한 힘은 완벽한 표현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복제되는지에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어바인은 로스앤젤레스의 궤도에 있는 하나의 중소 도시 그 이상이다. 어바인의 지중해 스타일 건축은 미국 전역에 복제되었다. 그리고 첫 아파트를 구하는 대학 졸업자부터 집을 줄이는 빈 둥지 세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같은 많은 도시 계획 아이디어들은 그 교외 풍경에 너무나 깊이 배어들어 새로운 세대의 디벨로퍼들은 어바인의 사례를 표준으로 여긴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에서 마스터플랜 커뮤니티 개발사인 루이스 그룹 오브 컴퍼니의 대표인 랜들 루이스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최소 1년에 세 번 어바인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단연코 최고의 영감의 원천이죠." 루이스가 말했다.
디벨로퍼들은 보수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돌(그리고 나무, 벽돌, 아스팔트)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일단 새로운 개념이 입증되면 업계는 전국적으로 그것을 복제하려고 한다. 판에 박은 듯이 말이다. 이는 재정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새로운 개념을 위한 최소한의 여지도 남기지 않으며 교외 교외는 이렇게 생겨야 교외답게 보인다. 교외라는 것은 원래 그렇게 탄생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궁극적으로 이익과 손실에 관한 것인 미국에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무언가가 수익성이 있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그것을 건설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미국의 신흥 명문대 UC어바인으로 잘 알려진 캘리포니아의 도시 어바인은 사실 미국에서 드문 '성공한 신도시'의 대표 사례입니다. 한국과 매우 대비되는 어바인 사례의 특징은 바로 민간 주도로 건설된 신도시라는 것이고 바로 그것이 그 성공 비결이었습니다.
최근 도쿄를 여행해보신 분들이라면 많은 호평을 받은 아자부다이 힐즈를 방문해 보셨을 겁니다. 한국의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와는 달리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건물들과 다채로운 인프라가 돋보이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재개발을 추진한 기업이 장기적인 시각으로 구역 전반의 사업을 계획했기 때문입니다. 어바인 신도시의 성공 또한 이를 주도한 어바인 컴퍼니(도시의 이름이 바로 이 기업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가 단기적 이익이 아닌 도시의 번영에서 나오는 장기적 수익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뉴욕타임스의 2월 12일자 기사는 평가합니다.
한국의 디벨로퍼들은 다들 단기적 수익에만 눈이 멀어서 이런 걸 하지 못한 걸까요? 그보다는 정부가 민간에게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주려 한 적이 거의 없고 장기적인 계획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신도시 조성을 정부가 주도한 한국에서 현재까지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분당-판교입니다. 거의 유일하게 자족(특히 좋은 일자리) 요건을 구비한 곳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판교 이래로 모든 신도시 계획이 자족 기능을 외칩니다만 누구도 그 가능성을 높게 치지는 않습니다. 어바인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