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크 엘리트들이 기업형 자치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그들은 규제와 '실패하고 있는' 민주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런데 이들은 자유지상주의자인가 기회주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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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6.01.09 15:27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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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O는 앞서 실리콘밸리의 테크 엘리트들이 그들만의 '자치 도시' 혹은 '자치 국가' 건설을 꿈꾸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12월 7일자 기사를 통해 해당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루었습니다. FT는 이러한 움직임의 이면에 국가의 통제를 뛰어넘으려는 급진적인 '신자유주의적' 동력과, 세금 및 규제로부터 벗어나려는 지극히 상업적인 동기가 혼재돼 있다고 분석합니다.


영국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앵글로색슨족에게는 자유를 찾아 기존 체제(거버넌스)를 이탈해 온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종교적 박해를 피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미 대륙의 서부를 개척했습니다. 이제 그들의 개척 본능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을 넘어, 암호화폐를 이용해 '국가라는 울타리'를 탈출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개척 정신'은 미국의 근원적인 힘이기도 합니다. 물론 다른 시각에서는 이를 제국주의적 팽창이나 무정부주의적 욕망의 발현으로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외부로 향하려는 '탈출과 자유의 충동'이 영미권을 세계의 패권국으로 만든 핵심 동력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국토의 70%가 산악으로 둘러싸여 '이탈'보다는 '정착'과 '안주'에 익숙한 우리에게, 그들의 거침없는 행보는 부러움과 낯설음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하지만 호오(好惡)를 떠나 그들의 세계관을 냉철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FT 기사는 그 복잡한 세계관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텍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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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발라지 스리니바산은 싱가포르의 어두운 실내 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백 명의 테크 종사자들과 투자자들을 향해 몸을 돌린다. 이들은 모두 제국들을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를 배우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그는 무대 위에서 두 손바닥을 벌린 채 이렇게 선언한다. "2025년에 우리는 하나의 운동을 갖게 됐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때는 10월 초. 스리니바산은 자신이 '네트워크 국가 콘퍼런스'라고 이름 붙인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이 행사는 "이러한 새 공동체를 세우거나, 자금을 대거나, 찾아 나서는 데 관심 있는 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수년 동안 이 기업가는 폐쇄적인 테크 업계 모임을 돌며, 온라인 동지들을 모아 함께 토지를 매입함으로써 물리적 고향, 즉 도시든 국가든 '네트워크 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설파해 왔다. 그는 이를 "실패한" 미국의 제도와 민주주의로부터 실리콘밸리가 택할 수 있는 "궁극의 출구"라고 치켜세워 왔다.



그러나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변두리에 머물던 이 개념은 이제, 기존의 규칙과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 테크 친화적 안식처의 유혹을 두고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 최고경영자들과 불만을 품은 억만장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는 설립자들이 얻기 쉽지 않은 경제특구 지위를 확보해야 하는, 다소 이상적인 구상에 기대고 있지만, 스리니바산이 공유한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현재 약 120개의 '스타트업 사회'가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몇몇은 피터 틸과 마크 앤드리슨 같은 투자자들,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그리고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암스트롱 등이 후원하는 펀드로부터 수억 달러의 벤처 자금을 유치했다.


스리니바산 자신도 싱가포르 인근의 인공 섬에 '네트워크 스쿨'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테크 낙관론자들은 호텔에서 함께 생활하며 원격으로 본업을 이어 가는 한편, 새로운 사회를 "신발끈 묶는 것부터 시작하는" 즉 스스로 구축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가 "서비스이자 사교모임"이라고 부르는 이 프로그램의 회원권과 숙박비는 월 1500달러부터 시작한다.


지지자들에게 이러한 시도는 통화정책에서 조세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역동성이 쇠퇴했다고 그들이 믿는 모든 원인을 바로잡을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수년간 심각한 노숙과 범죄 문제에 시달려 왔고, 이는 코로나 기간 동안 테크 인력의 탈출을 부추겼다.


네트워크 국가 운동의 부상을 지켜본 인공지능 코딩 기업 레플릿의 최고경영자 암자드 마사드는 "젊은 세대가 정체와 부패, 고립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인근 습지 위에 1960년대 조성된 계획도시 포스터 시티로 레플릿을 이전했다. 그는 덧붙인다. "젊은 사람들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과 건설의 방식을 발견하고자 하는 갈망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운동의 가장 거센 비판자들—그 수가 적지 않은데—은 이를 신의 역할을 하려는 시도이거나, 이상주의라기보다는 기회주의에 가까운 규제 회피 전략으로 본다. 또 다른 이들은 이를 전문관료에 의한 권위주의 통치, 혹은 더 광범위한 '테크노 파시즘'의 부상으로 해석한다. 어느 쪽이든, 그들은 이 운동이 엘리트들의 피해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순자산 270억 달러로 이 분야의 최대 후원자 가운데 한 명인 피터 틸은 최근 몇 주간 '적그리스도'에 관한 선악善惡 이분법적 강연을 연이어 진행했다. 그는 인공지능(AI) 회의론자들과 그레타 툰베리가 사탄이라고 주장하는 와중에, 부富는 "권력과 자율성의 환상을 주지만,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는 감각도 함께 준다"고 불평했다.



뉴질랜드 오타고대의 교수이자 '사이버 자유지상주의' 전문 연구자인 올리비에 쥐텔은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들이 보기에 그렇게 부유하면서도 그렇게 비참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할 것 같나요? 그들은 자신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위대한 해결사라고 생각하지만, 사고가 너무나 갇혀 있습니다. 하지만, 어리석다고 해서 이들이 승리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자유시장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손자인 패트리 프리드먼은 빨간 쿠션에 머리를 기댄 채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 전자담배를 잠깐 들이마신다. "이 운동 전체는 스타트업과 인터넷에서 영감을 받아 21세기형 거버넌스를 재창조하는 데 관한 것입니다." 실험적 도시들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프로노모스Pronomos 캐피털의 설립자인 그는 이렇게 말한다.


줌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확고한 자유지상주의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반영하는 국가를 만들고자 이 영역에 발을 들였다고 설명한다. 민주주의에서는 "권력이 너무 희석돼" 사람들이 "특수이익을 돕고 대중을 해치는" 법안들이 통과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그는 "내 종족을 위한 집"을 원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아니라, 영리 기업처럼 운영되는 도시를 만들려 하고 있다. 그가 제안하는 모델에 따르면 "민간 벤처 자본이 뒷받침하는 회사가 도시 운영자가 되고, 그 이사진이 법을 설계하며, 임대료·세금·서비스 요금의 조합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표적으로 삼은 국가들이 그의 프로젝트에 "일부 규제 제정 권리"를 넘기는 법률을 통과시켜야 한다. 최근 그는 아프리카의 8개국에서 기회를 모색해 왔으며, 농업이든 값싼 재생에너지든 각국이 이미 보유한 경제 엔진을 중심으로 경제발전하는 구상을 제안하고 있다.


프리드먼과 그의 동료들이 내세우는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는, 적절한 프로젝트라면 외국인 직접투자와 인재, 일자리를 끌어들여 지역사회에도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내년에 관련 입법이 일부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제품-시장 적합성'은 글로벌사우스가 선진국이 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나는 강하게 믿습니다."


프리드먼은 유쾌한 반골 기질의 소유자로, 이른바 '급진적 거버넌스 선택권'을 열어젖히고자 한다. 그의 정치적 신념을 공유하지 않는 이들조차 실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일종의 과점 시장과 같죠. 전 세계에 193개의 기업이 있고, 새로운 하나를 시작하기는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그 사이를 옮기는 것도 마찬가지로 매우 어렵죠." 여기서 그가 말한 193개 기업이란 전 세계에 존재하는 유엔 승인 국가들을 뜻한다.


그는 이어 말한다. "지난 25년 동안 제 작업은 이 질문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사람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시작할 수 있게 해서 혁신이 가능해질까?' 누군가 공산주의 도시국가를 만들어 엄청나게 잘 작동한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저는 그저 사람들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프리드먼의 발상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자유지상주의의 성서로 불리는 아인 랜드Ayn Rand의 1957년 소설 '아틀라스Atlas Shrugged'에서, 작가는 '갤트의 골짜기Galt's Gulch'라는 자유시장 공동체를 상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극우 성향의 블로거 커티스 야빈Curtis Yarvin이, "거주민들의 의견 상관없이 각각이 주식회사 형태로 통치되는 수천 개의 주권적이고 독립적인 미니 국가들"로 세계 질서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다 덜 중대한 거버넌스 실험으로는, 매년 여름 수백 명의 샌프란시스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네바다로 순례를 떠나 '블랙록 시티Black Rock City'를 세우는 일이 있다. 버닝맨Burning Man 페스티벌로도 알려진 이곳에서 그들은 원칙에 따라 2주 동안 '급진적 자기표현'과 방탕을 즐긴 뒤, 천막을 철거하고 다시 컴퓨터 모니터 앞으로 돌아간다.


테크 친화적 국가 건설에 대한 가장 이른 투자 가운데 일부는 피터 틸에게서 나왔다. 그는 2008년 프리드먼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 '시스테딩Seasteading 연구소'에 5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 단체는 국제 해역에 떠있는 플랫폼 위에 자율적인 '수상사회水上社會'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후 실질적인 이유로 시스테딩에 대한 열기는 사그라들었지만("바다는 너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프리드먼은 말한다), 암호화폐 붐은 이보다 더 넓은 영역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정부의 감독 밖에서 탈중앙화 화폐를 만들 수 있다면, 그러한 화폐 위에 새로운 형태의 사회도 구축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스리니바산은 2022년 '네트워크 국가The Network State'를 출간하며, 국가가 암호화폐 경제를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대담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2023년 한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타트업을 세우듯이 하나의 종족을 세울 수 있습니다. 몰몬교의 조지프 스미스가 그랬고, 아브라함이 그랬으며, 예수도 그랬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테크 시오니즘'입니다."


자신만의 법질서를 갖는 사회를 세우려는 스리니바산의 시도는, 야망은 더 소박하지만 해당 지역 정부로부터 일정 부분—특히 민사와 상업 영역에서—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실험적 도시 프로젝트들을 다수 자극했다. 곧 벤처캐피털과 암호화폐 자금이 이들 도시 구상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단기간의 수익은 물론, 어쩌면 어떤 수익도 기대하기 어려운 고위험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들은 이념적입니다. 크립토 세계에 산다면 자유지상주의자죠." 레플릿의 마사드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소프트웨어 투자 수익이 정체되면서, 투자자들이 '다음 큰 것'을 찾아 나선 결과 이러한 프로젝트에 대한 벤처 투자가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쥐텔은 보다 회의적인 설명을 내놓는다. 일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미래의 경제가 자신들의 암호화 토큰 위에서 돌아가지 않는 한 가치가 없는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깊숙이 투자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암호화 요소가 큰 네트워크 국가를 밀어붙여 꿈을 계속 살려 둘 유인을 갖고 있으며, 단순한 자금 제공자를 넘어 "이 운동의 핵심 간판 인물 역할을 떠맡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영화 '석세션'의 제작자 제시 암스트롱이 만든 2025년 풍자 영화 '마운틴헤드'에서, 유타주의 한 산장에 고립된 네 명의 테크 재벌들은 새로운 세계 질서를 어떻게 세울 수 있을지를 모의한다. 시험 삼아 엘살바도르를 접수해 볼까? 아니면 곧바로 미국으로 갈까?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제안한다.


현실도 그에 못지않게 기상천외할 수 있다. 대안적 거버넌스 실험 가운데 가장 진전된 사례는 아마도 온두라스의 한 섬에 자리 잡은 폐쇄형 민간 커뮤니티 '프로스페라Próspera'일 것이다.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기업이 운영하는 이곳에는 약 1000명의 거주자가 코워킹 공간과 해변 리조트, 골프장을 누린다. 영리 목적의 반(半)자치 구역인 프로스페라는 낮은 세율과 자체 노동 규칙을 갖추고 있으며, 은퇴한 애리조나주 판사들이 온라인으로 사건을 심리하는 중재 시스템도 운영한다. 비트코인은 주요 통화 가운데 하나다.


베네수엘라 태생의 자산운용가인 설립자 에릭 브리멘은 자신의 사업을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한 "사회·경제적 발전을 이끄는 진화된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 구상이 온두라스 현지인들을 포함해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증거로, 프로스페라가 4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억5000만 달러가 넘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지역으로 유치했다고 강조한다. "절망 속에서 생계를 찾기 위해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배경과 대비하면, 이곳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정말로 긍정적입니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미 프리드먼의 프리노모스와 올트먼, 앤드리슨 등이 후원하는 벤처캐피털 펀드 등으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조달했다. 지난 1월에는 브라이언 암스트롱이 코인베이스Coinbase의 벤처 부문이 "경제적 자유를 창출한다는 사명"과 부합한다며 프로스페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쥐텔은 프로스페라가 아직 "최고의 인재와 창업가, 자금 제공자를 끌어들이지는 못했다"고 지적한다. "모든 거래가 이루어지고 필요한 일꾼들이 모이는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 여전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프로스페라의 느슨한 의료 규제는, 실리콘밸리에서 '장수', 즉 영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실험적 치료를 찾는 이들의 성지가 되게 했다. 전직 테크 창업자에서 바이오해커 인플루언서로 변신한 브라이언 존슨은 승인되지 않은 폴리스타틴 유전자 치료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프로스페라는 '네트워크 국가'라는 명칭을 피하며 온두라스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프로스페라 설립을 가능하게 한 특별경제구역 법제가 부패한 전 정부에 의해 추진됐다고 주장한다. 그 지도자였던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알바라도는 마약 밀매와 무기 범죄로 복역하다 트럼프의 사면으로 최근 석방됐다. 이 기사 작성 시점에서(11월 30일 선거가 치러졌다) 현 온두라스 정부는, 자치적 특별경제구역이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프로스페라의 차터를 폐지하려 했다. 이에 프로스페라는 국제 중재 절차를 통해, 미래 수익 상실을 이유로 온두라스 국내총생산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1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온두라스 정부에 청구하고 있다.


에콰도르 전 외교장관이자 경제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인 기욤 롱은 이를 "취약한 국가에서 벌어지는 약탈적 프로젝트"라고 표현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약한 국가가 넓은 토지를 민간 국가에 넘겨주는 것은 매우 디스토피아적이고, 매우 미래적이며, 매우 봉건적인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모험 자본주의: 탈식민화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까지의 자유지상주의적 탈출의 역사'의 저자이자 코넬대 역사학자인 레이먼드 크레이브Raymond Craib는, 이는 반(半)자치 구역을 조성하는 위험성에 대해 선출직 정치인들에게 경고를 던진다고 말한다. "프로스페라가 온두라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로 그 행위가, 왜 이런 제도를 허용하도록 헌법을 고쳐서는 안 되는지 정부들이 내세울 정확한 논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스페라의 설립자 브리멘은 온두라스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결정을 옹호하며 많은 비판을 "게으른 것"으로 일축한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법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는 말한다. "그게 마땅한 방식이고, 나는 그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온두라스는 그로 인해 더 나아질 것입니다."




모든 모델이 그렇게 대담한 것은 아니다. 일부는 자치(自治)의 가능성을 탐색하되, 스리니바산이 주장하는 완전한 네트워크 국가로의 '탈출' 구상에는 선뜻 나서지 않는다. 최근 주목받는 한 영역은 확장형 '팝업 도시'다. 테크 종사자와 창작자들이 한 장소에 모여, 본질적으로 수주 동안 이어지는 '컨퍼런스 겸 코워킹' 세션을 여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더리움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이 말한 '마이크로 탈출'을 만들고자 합니다. 잠시 빠져나와 실험한 뒤, 다시 돌아가 그 배움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것이죠." '사회 인큐베이터'를 자처하는 비영리단체 엣지시티Edge City의 공동설립자 티무어 코스터스는 이렇게 말한다. 엣지시티는 10월 중순부터 파타고니아에서 500명이 참여하는 한 달짜리 팝업을 열었고, 인공지능과 장수 등 주제를 다룬 행사를 진행했다. 그는 "뭔가 건설하려는 에너지가 넘친다"고 말한다.


다른 이들은 배타적 주권을 추구하기보다는, 기존 도시의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이른바 '차터시티charter city'—법적 자율성이 큰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같은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캠페인 기간, 미중 테크 경쟁 속에서 미국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자유도시freedom city"라 불리는 차터시티 10곳을 미국에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발언은 이 분야에 흥분의 파문을 일으켰고, 일부 프로젝트들은 이제 자신들의 구상이 채택되도록 로비에 나서고 있다.


비영리단체 '차터 시티즈 인스티튜트'의 설립자 마크 루터는, 샌프란시스코의 전원적 분위기의 프레시디오Presidio 지역이 그런 지위를 얻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 "벌집을 건드렸다"고 인정한다. 이는 진보 성향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그의 다른 제안 가운데 하나로, 마크 루터는 올해 초 관타나모 만을 '자유도시'로 전환하자는 백서를 공개했는데, 슬로건은 "구금에서 개발로"였다.


한편 앤드리슨, 리드 호프먼, 마이클 모리츠 등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추가 자치권 없이도 저렴한 주택, 해운(海運) 단지를 낀 보행친화적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솔라노 카운티에서 10억 달러어치의 토지를 조용히 매입해 온 '캘리포니아 포에버'에 자금을 댔다.


새 도시를 세우려는 시도 가운데 보다 기발하고 반항적인 사례로는,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에 심취한 29세의 홈스쿨링 출신 프로 서퍼 드라이든 브라운이 이끌어온 움직임이 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자유지상주의 친구들과 인플루언서들, 실리콘밸리의 '에지로드edgelord'들을—처음에는 단체 채팅으로, 이후에는 뉴욕 등지의 호화 만찬에서—모아 테크 유토피아적 도시국가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를 구상해 왔고, 이 운동에 '프락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기에서 핵심 단어는 'based'일 겁니다." 인공지능 헤지펀드 그룹 누메라이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이며, 이 구상의 시드 투자자이기도 한 리처드 크레이브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based'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음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태도를 뜻하는 인터넷 은어라는 점을 설명한다. (리처드 크레이브와 레이먼드 크레이브는 친척이 아니다) 그에 따르면, 지지자들 사이의 분위기는 이랬다. "너는 얼마나 'based'하냐? 네 관점은 얼마나 'based'하냐?"


익명을 조건으로 발언한 또 다른 프락시스 만찬 참석자는 훨씬 평가가 박하다. 그는 "모두가 주립대 세미나 수준의 지적 역량으로 훈수를 두는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크레이브는 이 프로젝트가 "기존과 다른 무언가에 대한 문샷1 투자"이자, 뚜렷한 "신(新)프로메테우스적" 미학을 지녔다는 점에 끌렸다고 설명한다.


그만이 아니다. 브라운은 자신이 15만 명의 잠재적 '국민'을 모았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일론 머스크가 주도한 논란 많은 이른바 '정부효율성부'(DOGE) 구상의 핵심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그는 프리드먼의 프리노모스 캐피털, 샘 올트먼의 아폴로 프로젝트, 윙클보스 쌍둥이 등으로부터 초기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한 암호화폐 투자회사로부터 5억 달러를 추가로 유치했다.


프락시스는 최근 캘리포니아의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 '방산 중심 우주 항구 도시'인 '아틀라스'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곳에는 이미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같은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미국 벤처 자금이 이 분야로 쉽게 흘러드는 현 시점에서 방산 테크 기업과 인력의 허브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브라운은 내년에 미국 밖에서도 "서구의 전통적 진보를 가속화할" 수 있는 도시를 세우려 한다. 장차 미국을 떠나야 할지도 모를 테크 인력들의 탈출구가 필요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백악관의 테크크 엘리트들 사이에는 깊은 통합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2028년에 포퓰리스트 민주당 인사—조란 맘다니나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같은 인물—가 등장한다면, 테크에 대한 우호적 태도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앞길은 멀고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실리콘밸리 제국주의'의 저자인 에린 맥엘로이는 "많은 구상은 투기적이며, 결국 실현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설계자와 자금 제공자들이 종종 법을 우회할 수 있다고 믿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코넬대의 크레이브는 다수의 시도가 "반(反)국가적이라기보다는, 국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를 둘러싼 노력"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프로스페라가 일부 미국 정치인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지적하며, 11월에 플로리다주 공화당 관계자 소수 그룹이 현장을 방문했다고 덧붙인다. 프로스페라는 블로그 게시물에서 이를 두고, "투자, 혁신, 경제성장의 플랫폼으로서 프로스페라 온두라스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것은 단순히 또 하나의 버닝맨이 아닙니다. 이미 정부 권력 가까이에 들어서기 시작한 새로운 사람들의 흐름 속에 끼어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수렴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크레이브는 이렇게 말한다.


또 하나의 미해결 문제는,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건설되는 지역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비판자들은 이들이 주민들을 내몰거나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프로스페라는 인근 아프리카계 카리브해 어촌 마을 크로피시 록 주민 일부로부터 지역사회를 교란한다는 이유로 공개적인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브리멘은 해당 비판자들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긴장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도록 정치 정당과 야권 단체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패트리 프리드먼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신(新)식민주의로 보는 시각에 처음에는 강하게 반박하며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그린필드"라고 말한다. 잠시 멈춘 뒤 그는 덧붙인다. "다만 아프리카에서는, 충분히 큰 토지 구획을 검토하고 있어 그 안에 거주민이 있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 우리는 구역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전 보너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테크노 파시즘'의 부상을 의미한다는 우려는 어떻게 봐야 할까?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우리는 비민주적으로 운영될 도시를 만드는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이 싫다면, 거기로 이주하지 않으면 됩니다."


1888년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 경제지. 특유의 분홍빛 종이가 트레이드마크로 웹사이트도 같은 색상을 배경으로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갖고 있는 화이트 칼라 계층이 주 독자층입니다. 2015년 일본의 닛케이(일본경제신문)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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