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월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례회의에서 '평화 위원회'(Board of Peace) 이니셔티브 서명식을 마친 뒤 계단을 오르며 몸짓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6.01.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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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 담당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우크라이나 문제로 방향을 틀 때가 됐다고 결정한 것은 지난 10월 중동에서 마이애미로 비행하던 중이었다.
대담한 배짱으로 두 사람은 전쟁 2주년을 막 넘긴 시점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뜻밖의 휴전 합의를 성사시켰을 때였다. 겉보기엔 풀기 어려워 보이는 또 다른 분쟁에도 같은 전술이 통할 수 있을까? 그 비행 직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교관들이 위트코프가 거주하는 플로리다로 오가며 셔틀 외교를 벌였다. 유출된 통화 녹취에서 위트코프는 러시아 측 보좌관에게 "대통령은 내가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상당한 재량과 여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몇 주 안에 그는 쿠슈너와 함께, 가자 휴전 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명하길 바라는 조건 목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위트코프가 제안한 합의안은 우크라이나를 분노하게 했고,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유럽인들의 반발을 샀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미국 협상팀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두 번째 임기 시작 24시간 안에, 그 다음엔 추수감사절까지 이룰 수 있다고 했던 평화 합의는 여전히 그의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통령의 측근들이 수년간 교착 상태에 빠진 전쟁에서 진전의 길을 더듬어 찾아낼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실제로 불과 몇 달 사이, 뉴욕의 부동산 임대업자로서 그의 외교 능력을 증명할 거라고는 수익성 높은 초호화 부동산 거래를 여럿 성사시켰다는 것과 트럼프의 골프 동반자라는 이력 정도였던 위트코프는,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노련한 특사들조차 이루지 못했던 외교적 성과들을 기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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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비판자들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에서의 합의가 졸속이며, 바이든 팀이 쌓아온 외교적 작업을 토대로 만들어졌을 뿐이고, 동맹과 장기적 국가안보 이익을 위태롭게 한다고 말한다. 이 모든 지적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 정책 주류가 트럼프식 접근을 아예 배제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트럼프의 비전통적 외교 정책—이를 '카우보이 외교'라 부르자—가 실제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적 국정 운영과 국가안보 시스템이 형성되면서 확립된 미국 외교의 전통적 방식은 신중하고 체계적이다. 여러 부처와 기관 사이의 상호 체크 절차가 얽힌 관료적, 범정부적 프로세스는 미국의 최고위급 핵심 외교관들이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 그들의 역할은 길고 긴 협상과 논의의 끝 무렵 협상장에 도착해 합의를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반면 트럼프의 카우보이 외교관들은 처음부터 전면에 나선다. 그들은 직설적으로 말한다. 기회를 포착하고, 세부 사항은 나중에 정리한다.
이 전략은 인상적인 성과를 낳았다. 중동에서 트럼프는 오랜 금기를 깨뜨렸다. 그는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하마스와 접촉하도록 특사들을 파견했고,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축출된 뒤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으며, 지난달에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반군 단체의 전 사령관이었던 시리아의 과도 정부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맞이했다. 트럼프의 특사들은 러시아와의 까다로운 수감자 교환을 성사시켰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 사이의 장기 분쟁에서도 진전을 이뤄냈다.
전형적인 트럼프식 과장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이 "8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물론 이 숫자는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의 현직 및 전직 임명직 인사와 직업 외교관 등 10여 명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많은 노련한 외교 정책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접근법에 일정한 효용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만난 실무자들은 외교적 선례의 엄격한 틀 밖에서 움직이는 데 실질적인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경험이 부족한 특사들이 정책을 좌우할 위험이라는 심각한 문제도 함께 따른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다. 그들이 지적한 진짜 문제는, 국무부가 사실상 해체된 지금 트럼프의 특사들이 전용기를 타고 돌아간 뒤 그들이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할 만큼의 숙련된 전문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카우보이 외교는 첫 삽을 뜰 때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세부 사항을 확정하기 위해 개입할 전문가들이 곁에 없다면 그 화려한 합의들은 곧 산산조각 날 수 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 진영을 잠깐만 살펴봐도, 그의 팀이 '바이든 월드'와 얼마나 다른지 분명해진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임명직 다수가 늘 보던 소수의 싱크탱크와 로스쿨 출신이거나, 오바마 대통령 시절의 전직 고위 행정부 관료들이었다. 반면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임명자들은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결혼이나 비즈니스를 통해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지가 주요 자격 요건인 듯 하다.
대통령의 딸 티파니의 시아버지인 마사드 불로스는 소규모 트럭 판매업자 출신으로, 상원의 인준을 받지 않은 채 사실상 국무부의 아프리카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대통령의 사위 쿠슈너는 이 행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책은 없지만, 위트코프와 함께 중동 정책을 조율해왔다. (그의 아버지 찰스 쿠슈너는 현재 프랑스와 모나코 주재 미국 대사다.) 트럼프와 가까운 레바논계 미국인 투자자 톰 배럭은 아랍에미리트(UAE)를 위해 일하는 불법 로비스트라는 혐의로 기소됐다가 이후 무죄로 풀려났는데, 현재는 튀르키예 주재 미국 대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이 직위를 발판 삼아, 아사드 축출 이후의 시리아를 포함한 더 큰 중동 담당 역할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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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번거로운 정부 부처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화를 들어 트럼프와 통화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권력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 그 자체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외교관들은 오래전부터 정치적으로 임명된 대사들이—수십 년의 훈련과 공직 경력을 거쳐 승진한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들과 달리—자신이 속한 대사관에 더 큰 영향력을 부여해 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트럼프가 경험이 적은 측근들에게 의존한 첫 번째 대통령인 것도 아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알렉산더 그레이는 "미국 대통령들이 시스템 내부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신뢰하는 '시스템 밖' 친구들을 두는 전통은 오래됐다"며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외부 인사는 교착 상태를 깨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특사들은 경험에 비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공식 직함은 국무부 선임 고문인 불로스(대통령의 사돈)는 내각 구성원도 아니고 직함에 '특사'라는 말도 없지만 여러 국가의 정상들로부터 접견을 받았다. 그는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 간의 평화 협상을 중재하는 데 기여했고, 이달 양국은 최근 명칭을 바꾼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협정에 서명했다. 이 조약이 현장의 현실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지만, 30년간 전쟁을 이어온 두 나라에겐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아프리카 정책을 담당했던 한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외교관은 "콩고에서 국가 원수나 정보기관 수장과 협상하려면, 그들은 당신이 대통령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며 "외교관으로 20년의 경력이 있는지 여부보다 그 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2월에는 위트코프가 마크 포겔이라는 미국인 교사의 러시아 수감 해제를 성사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특사들은 대통령의 권한을 활용해 러시아, 벨라루스, 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석방을 끌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외국 정부에 억류된 미국인 약 70명의 석방을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 1년 동안 그만큼을 석방시켰으며, 이는 이 행정부가 즐기는 '터프가이'식의, 텔레비전 화면에 잘 어울리는 외교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일부 '카우보이 외교관'들은 점잖기 그지없는 외교의 세계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서민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지난해 10월 위트코프는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친(親)정착민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를 상대로 가자 휴전에 동의하라고 설득했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아들을 잃은 그는 자신의 고통을 10월 7일의 국가적 트라우마에 빗대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피해자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는 이어 "어느 순간에는 내려놓아야 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9월 카타르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아들을 잃은 하마스 대표 칼릴 알하이야에게도 비슷한 방식의 '공감 전략'을 구사했다. 거의 쉼 없이 이어진 2년간의 전쟁 끝에, 위트코프의 개인관계 중시 외교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휴전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해충돌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위트코프 일가는 그의 아들들이 공동 설립했고 트럼프 일가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가상화폐 회사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는 한 기업으로부터 20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투자를 유치했다. 위트코프는 해당 회사에 막대한 재정적 이해관계를 지닌 상태에서, UAE에 첨단 반도체 접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티파니 트럼프는 시아버지의 외교 활동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석유 재벌과 사적으로 교류했다. 재러드 쿠슈너의 투자회사는 가자 재건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같은 산유국들로부터 주로 자금을 조달받고 있다. 쿠슈너는 최근 "사람들이 이해충돌이라고 부르는 것을 스티브(위트코프)와 나는 전 세계에 걸쳐 쌓아온 경험과 신뢰 관계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새 특사들의 경험 부족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들은 때로는 상대국을 모욕하거나(레바논 언론인들을 '동물적'이라고 표현했다가 사과한 톰 배럭의 사례), 노련한 세계 지도자들에게 농락당하거나(크렘린 통역관만 배석한 채 푸틴을 만난 위트코프의 사례), 혹은 단순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당황하기도 한다. 7월 한 회동에서 튀니지 대통령은 불로스에게 굶주린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를 질책했다. 불로스는 거의 반응 없이 서서 듣기만 했다.
트럼프에게 앞으로 남은 가장 까다로운 외교적 과제 가운데 하나는 이란과의 돌파구다. 4월에는 기회가 열리는 듯했다. 위트코프는 오만에서 이란의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와 악수했고, 일주일 뒤 로마에서 다시 만나 트럼프가 1기 때 파기했던 핵 합의를 재협상하려 했다. 위트코프는 이란이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일부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테헤란에 경제적 완화를 제공하는 합의를 제안했다. 이란의 한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위트코프는 오만을 떠날 때 만족해했다.
그러나 상황은 곧 험악해졌다. 5월 위트코프는 입장을 바꿔, 이란이 '제로 농축'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농축도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마가(MAGA) 진영 인사들과 우파 매체의 비판을 의식한 결과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고, 국가적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위트코프는 이란 측의 신뢰를 잃었다. 이어 위트코프와 아라그치가 다시 만나기로 예정돼 있던 며칠 전,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고 트럼프도 가세해 세 곳의 핵 시설에 폭탄을 투하했다. 현재 이란과의 외교는 중단된 상태다.
모든 합의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전쟁을 "끝냈다"고 말한 지 불과 몇 시간 뒤에도 콩고–르완다 국경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계속됐다. 트럼프가 중재한 태국과 캄보디아 간 휴전은 11월에 붕괴됐고, 지난주 태국은 캄보디아 국경을 공습했다. 금요일 트럼프는 양국이 원래의 휴전 조건으로 복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의 초기적이고 단기간의 합의를 지속 가능한 평화로 바꾸려면, 집중적이고 끈질긴 외교가 필요할 것이다. 가자 휴전 기간 동안 이스라엘은 최소 36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고, 우크라이나에서는 트럼프의 팀이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도 러시아가 전쟁 개시 이후 가장 치명적인 공격들 가운데 일부를 감행했다.
이처럼 극적인 합의들이 빠르게 성사되는 만큼, 미국과—그 운명이 저울 위에 놓인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이 합의들이 그만큼 빠르게 붕괴될 위험도 존재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동 정책을 총괄했던 고위 당국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셴커는 이런 외교 스타일이 행정부의 기조와 부합한다고 말한다. 그는 "전문성에 대한 존중이 그리 크지 않다"며 "가끔은 파괴적인 접근이 도움이 되지만, 그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거래일 것이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MAGA 연합은 그를 평화 중재자로 보고 있으며, 이 전쟁에 더 이상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현재 검토 중인 평화 구상에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등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가 러시아 영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들이 담겨 있다. 이는 그 어떤 대통령의 언급보다 현장의 현실—그리고 많은 미국인들의 인식—을 분명하게 반영한다. 공화당원의 거의 75%는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서의 협상 타결을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과연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그의 비정통성이 치르게 될 궁극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설령 합의가 성사된다 해도, 세부 조항을 다듬고 그것이 지속되도록 만드는 일은 진짜 전문가들의 몫이다. 후속 조치가 없다면, 아무리 거창한 시도라 해도 유혈 사태를 끝내기에는 부족하다. 양측을 '예스'로 끌어내는 것은 1단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누가 그 일을 끝마무리할 것인가. 전문 관료들이 수행해온 일상적 업무는 극적으로 위축됐다. 국무부의 연례 인권 보고서는 무용지물에 가까울 정도로 축소됐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인력 규모는 심각하게 줄어들어 노골적인 기능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 현재 국무장관이자 국가안보보좌관 직무대행을 겸하고 있는 마코 루비오는 국무부의 전문가들과 고위 외교 관료 수백 명을 해고했다.
전용기를 타고 다니며 요란한 합의 성사를 연출하는 트럼프의 '카우보이 외교관'들은, 그가 물려받은 가장 큰 전쟁들을 멈추는 데 결국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그의 팀이 가자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을, 비록 대부분 미해결 상태로 남긴다 하더라도 현 상태로 동결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전임자가 이루지 못한 성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평화가 속 빈 합의—백악관 모습이 찍혀 있고 그 아래 글머리표만 나열된 싱글 스페이스 간격으로 작성된 문서 몇 장—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조너던 가이어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로서 뉴욕매거진, 뉴욕타임스, 가디언, 워싱턴포스트 등에 기고한다. 주로 외교정책, 국가안보, 중동 문제를 다룬다. 그는 유라시아그룹 소속 글로벌어페어스 연구소(미국 뉴욕 소재)에서 외교정책 연구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트럼프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대개는 부정적인 시각이 앞서기 마련이니까요. 지난 12월 말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에세이는 이런 트럼프의 명과 암을 함께 조명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트럼프의 방식을 '카우보이 외교'라 칭하며, 거친 카우보이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글은 어쩌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가와 관료가 맺어야 할 관계에 대한 성찰일지도 모릅니다.
트럼프는 관료를 불신해 외교 무대에 자신의 최측근을 전진 배치합니다. 이들 역시 트럼프와 호흡을 맞추는 정치가들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주체인 인간과 객체인 세계의 관계를 보게 됩니다. 인간에게는 미래를 그리는 상상력과 이를 추진할 '의지'가 있습니다. 반면 차가운 세계는 무심하게 작동하는 '인과관계', 즉 원인과 결과의 촘촘한 사슬로 얽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정치가는 인간의 역할인 '의지'를 맡습니다. 그들은 꿈을 꾸고 상상하며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반면 전문 관료는 객관적 세계의 인과관계를 담당합니다. 그들은 세상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만만치 않은 현실임을 늘 의식합니다. 정치가가 "할 수 있다"고 외칠 때, 관료는 "그리 쉽지 않다"며 제동을 겁니다. 정치가는 관료를 소극적이라 여기고, 관료는 정치가를 무모한 '돈키호테'나 '카우보이'로 취급합니다.
하지만 양자는 각자의 역할이 있으며, 서로의 장점을 인정할 때 비로소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심화될수록 '카우보이' 정치가들이 정책을 주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들은 꿈 많은 소년처럼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이려 합니다. 물살 거센 강을 무작정 건너려다 급류에 휩쓸리기 십상이지요. 반면 관료는 물살의 위험을 너무 잘 알기에 강가에 서서 주저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결국 해법은 협력에 있습니다. 반드시 건너겠다는 정치가의 '의지'와, 물살의 위험을 아는 관료의 '신중함'이 통합되어야 합니다. 그 지혜는 강을 건널 때 90도로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물살을 타고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내려가며 건너는 것입니다. 건너야 한다는 의지와 물살의 법칙을 조화시킨 지혜인 셈입니다. 뉴욕타임스의 에세이가 말하는 바가 바로 이것입니다. 트럼프의 '카우보이 외교'가 큰 합의를 끌어내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그 투박한 합의를 꼼꼼한 '액션 플랜'으로 구체화하는 것은 결국 베테랑 관료들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트럼프가 관료에 대한 불신으로 현재 국무부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그와 그의 카우보이들이 이뤄놓은 성과들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할 수 있다'는 실천이성(정치가)과 '세상은 쉽지 않다'는 이론이성(관료)의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