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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약왕 '엘 차포'의 아들들이 건설한 마약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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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사진제공=U.S. State Department

2023.07.14 11:59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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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반부터 청 제국은 영국이 밀반입한 아편에 중독되기 시작했고, 아편전쟁으로 몰락이 시작되었습니다. 21세기 세계 최강국 미국도 마약에 중독되고 있습니다. 과거엔 콜롬비아산 코카인이 멕시코를 경유해 들어왔다면 지금은 멕시코산 펜타닐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 펜타닐 중독으로 매일 200명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펜타닐 중독 문제는 여러 차원의 문제가 뒤섞여 있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첫째, 미국 사회의 약점을 드러내는 문제입니다. 둘째, 미국과 멕시코의 양국간 문제입니다. 인구 1억3000만명을 가진 멕시코가 미국의 남쪽 이웃입니다. 멕시코 출신들이 합법적, 불법적으로 부유한 미국으로 이주해 와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는 멕시코계 주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인종구성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주민들이 바로 멕시코계를 위시한 라티노입니다. '문명충돌론'으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이 '미국,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책을 쓴 것도 라티노 주민들의 급증 때문입니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라티노의 급증에 따라 미국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초강대국 미국을 이웃으로 둔 멕시코 역시 편하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제국의 변방' 같은 위치에 있는 멕시코는 국가의 '거버넌스'가 온전치 않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가가 100여명 살해되고 2022년에는 상반기 동안 1만5000여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가가 국가로서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조차 마약 카르텔과의 유착을 의심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세계 최고 부자나라 미국에 마약을 팔고 있는 카르텔은 자체 무장까지 하면서 지방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고 마약판매로 벌어들인 천문학적 돈으로 멕시코 정관계를 매수하고 있고, 주민들의 마음을 사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 복잡한 세번째 문제가 있는데, 바로 중국 문제입니다. 펜타닐은 원료 대부분이 중국산입니다. 중국 당국도 이 문제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미국 역시 예의주시할 것입니다. 미국 사회의 펜타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 미중간의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중국 일각에서 멕시코 카르텔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 못합니다. PADO가 전문번역으로 소개하는 이 로이터통신 5월 9일자 '스페셜 리포트'는 멕시코의 악명 높은 시날로아 카르텔 이야기인데 펜타닐을 미국에 유통시킨 대표적인 카르텔입니다. 펜타닐을 둘러싸고 미국, 멕시코, 중국이 어떻게 엉켜있는지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PADO는 미국의 마약문제를 계속해서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국 역시 마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서 이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2017년 1월 멕시코가 악명 높은 마약밀매자 호아킨 아르치발도 구스만 일명 '엘 차포'를 미국에 넘긴 며칠 뒤, 그의 출신지인 시날로아 주의 지역 경찰관들이 공격을 받았다.


경찰관의 일부는 대낮에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다른 일부는 실종되었고 아직까지 생사를 모른다. 몇 달 동안 총 13명의 경찰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


이 총격 난사는 구스만의 시날로아 카르텔에서 전술을 바꾸기 시작한 첫걸음이라고, 네 사람의 정보 및 공안 관리들은 말한다. 그 변화는 이 멕시코 최대의 마약 카르텔 중 하나에서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음을 알려준다. 바로 '두목의 네 아드님들'이다.


합쳐서 '로스 차피토스'(Los Chapitos) 즉 '작은 차포들'로 불리는 이 네 형제는 한때 그 적들의 조롱거리였다. 미국에 몇 톤씩 코카인을 밀반입하는 지저분한 일에 종사하는 대신 인스타그램에 자기네 부를 자랑질하는 데만 열중하는 왕자님들이라고. 그러나 이들 형제는 그들의 아버지가 미국 감옥에 갇힌 뒤 동요하던 마약 제국을 재건했으며, 새로운 합성 마약을 제품라인에 받아들이면서 사업을 다각화했다.



그들이 일찌감치 베팅한 펜타닐은 오피오이드계 합성물로 헤로인보다 50배나 강력하다. 오피오이드 붐의 중심에 있던 이 마약은 미국 마약수사관들의 경계 1순위에 올라 있다.


지난달 미 당국은 여러 관할지역에서 중복 기소한 범법 혐의를 근거로 이 형제들을 대대적으로 기소했다. 그리고 형제 중 둘은 각각 1천만 달러로 현상금 액수를 올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힘세고 현상금도 가장 높은 마약왕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미국 관료들은 그들을 매일 2백 명 가까이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중독성 독극물의 간판인물로 만들었다.


"이 로스 차피토스가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마약의 생산과 밀반입에 길을 열었습니다." 4월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마약단속국(DEA) 국장인 앤 밀그램은 이렇게 밝혔다. "그들은 글로벌 마약 제국을 물려받았고, 더욱 잔인하고, 더욱 난폭하고, 더 치명적인 제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화요일 미 재무부는 이 형제 중 하나인 호아킨 2세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했다. 그가 로스 차피토스의 펜타닐 네트워크 안에서 "대형 공장들" 관리를 맡는 등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그의 다른 세 형제는 이미 밀반입 혐의로 제재를 받은 상태다.


로스 차피토스는 지난 주 처음으로 공개 서한을 통해 자신들이 펜타닐을 유통시키고 있다는 당국의 발표를 부인하고 워싱턴의 기자회견에서 미국 관료들이 그들에게 씌운 혐의를 반박했다.


"우리는 펜타닐이나 그 비슷한 무엇이든 만들어 낸 적도, 대량생산한 적도, 판매한 적도 없습니다. 우리는 무고하게 기소되었고 그들은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은 겁니다." 형제들이 편지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멕시코의 밀레니오 뉴스 채널은 5월 3일자 방송에서 구스만 가의 변호사인 호세 레푸히오스 로드리게스와의 인터뷰와 함께 이 편지 내용을 내보냈다. 로드리게스 변호사가 뉴스 진행자에게 이 편지를 제공했다.


자신들이 시날로아 카르텔의 우두머리임을 부인하며, 이 형제들은 마약 밀수업자들과 언론이 아버지의 명성을 이용해 무고한 그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주장했다.


엘 차포는 콜로라도의 '슈퍼맥스' 감옥1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다. 구스만의 입장을 알고자 그의 미국 내 변호인인 마리엘 콜론 미로에게 연락했지만, 미로 변호사는 자신의 고객("엘 차포")은 당국이 언론 접촉을 금지시켰기 때문에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둘은 엘 차포의 전처, 둘은 후처 소생인 4형제는 가장 위가 40세이고 맨 아래가 33세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이반을 필두로 하는 이 넷은 시날로아 카르텔의 핵심 인사로 떠올랐다고 미국과 멕시코의 마약수사관들은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이 카르텔은 공급과 보안에서만 서로 협력하는 느슨한 밀수업 조직들의 연합이지만 이 구스만 가문이 주축이다. 로스 차피토스가 빠르게 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세대인 이 '나르코 주니어'(멕시코에서는 주요 마약상의 자식들을 이렇게 부른다)의 부상(浮上) 과정을 되짚기 위해 로이터통신은 네 명의 시날로아 카르텔 인사들과 면담하고 이들의 또 다른 굵은 돈줄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알약을 모아 둔 집을 방문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이 밖에 수십 명의 소식통을 인터뷰했는데, 미국, 멕시코의 공안 관련 인사, 정보 요원 및 정부 관리 등과 함께 카르텔의 새 지도부 등장을 목격한 현지 주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로스 차피토스의 빠른 부상, 그 자세한 이야기들이 여기서 처음 공개되는 바, 그것은 당국자들이 그저 날라리 젊은이들로만 알았던 이들을 얼마나 과소평가했었는지를 보여준다.


2019년, 시날로아의 주도인 쿨리아칸에 멕시코군이 쫙 깔렸다. 이 때 이미 이 형제들은 마약계에서 자리를 꽉 잡고 있었다. 군인들은 넷 중 막내인 오비디오를 붙잡았지만, 멕시코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지시로 금방 다시 놔주었다. 이 과정에서 카르텔 졸개들이 군인들과 총격전을 벌여 몇몇 구경꾼들을 포함한 14명이 죽었다.


"이 신세대는 더 폭력적이예요. 전에는 심문을 하고는 총을 쐈지요. 하지만 이제는 총부터 쏘고 질문합니다." 한 멕시코 시놀리아주 퇴역 경찰의 말이다.


카르텔 내에서 이 형제들은 아버지의 자리를 놓고 그들과 대립한 원로들, 가령 엘 차포의 오른팔이던 다마소 로페스 등과 권력다툼을 벌였다고 미국과 멕시코의 여럿 공안소식통은 말한다.

(멕시코시티 AFP=뉴스1) 김성식 기자 = 5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현지 군 당국이 멕시코 마약왕 '엘차포'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32)을 구속한 가운데 갱단의 보복에 대비해 중무장한 군경이 멕시코 법무장관 집무실 앞에서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다. 2023.1.5.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멕시코시티 AFP=뉴스1) 김성식 기자 = 5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현지 군 당국이 멕시코 마약왕 '엘차포'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32)을 구속한 가운데 갱단의 보복에 대비해 중무장한 군경이 멕시코 법무장관 집무실 앞에서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다. 2023.1.5.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이 젊은이들은 예리한 감각의 사업가로도 명성을 쌓았다. 그들은 멕시코를 중국산 펜타닐의 경유지에서 주 생산지로 바꿔놓았다고 6명의 미국 관리와 마약단속국 소식통은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이를 위해 로스 차피토스는 시날로아주에 흩어져 있던 비밀 생산시설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어냈고, 중국산 펜타닐 전구체2 수입량을 증가시켰다.


그 결과 천문학적인 수준의 돈벌이를 맛보게 되었다. 카르텔은 800달러(100만원)어치의 펜타닐 전구체로 펜타닐 알약이나 분말을 생산해는데 그 800달러로 올린 수익이 64만달러(8억원)였다. 뉴욕 남부지검에서 지난 4월 기소할 때 기소장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기소장에서 미국 검사들은 로스 차피토스 형제가 그 자금을 이용해 정치인들과 경찰을 매수하는 한편 숫자를 늘려가고 있는 시카리오스 즉 킬러들의 급여를 줌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 한다고 말한다.


이 펜타닐 밀반입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파괴적이다. 미 법무차관 리사 모나코가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로는, 8분마다 한 명의 미국인이 펜타닐 과용으로 죽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 마약 오남용으로 죽는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펜타닐에 희생되고 있다. 2021년에는 마약 오남용 사망자가 거의 10만7천명에 이르렀다.


로스 차피토스의 부상(浮上)과 전임 멕시코 대통령들의 마약 박멸 정책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발을 뺀 일은 묘하게 겹친다고 말한다. 미국과 멕시코 관료들의 말이다.


2018년 12월 대통령에 취임한 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멕시코의 공안 전력을 손보았다. 그러면서 한때 카르텔 활동을 앞장서서 캐내던 팀들을 없애버렸다는 게 미국과 멕시코의 공안 소식통들의 말이다. 그들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미국과의 공안 관련 협력도 제한했으며, 전임 정부들이 엘 차포와 다른 거물 마약업자들을 체포하도록 만든 이른바 '킹핀 전략'도 대부분 무시해버렸다고 한다.


그 대신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풀뿌리 수준에서 범죄와 폭력의 온상을 없애기 위한 사회적 프로그램에 집중하겠다고 언명했다. 그는 이 정책을 "아브라소스, 노 발라소스(총알 대신 포옹)"라고 불렀다.


멕시코 대통령실은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범죄 억제 접근법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거듭된 시날로아 방문 자리에서 자신의 전략을 자랑했다. "힘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불로 불을 끌 수는 없습니다." 2019년 그곳 주민들에게 그가 한 말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의 집권 뒤에 전국적으로 살인 발생률이 낮아졌음을 강조한다.


한편 오브라도르의 비판자들은 살인 발생 건수가 아직도 매우 높으며(매년 3만 건 이상) 마약의 생산량과 미국으로의 밀수량이 늘어났음을 지적한다.


멕시코군은 올해 초에 수백 명의 병사를 보내 시날로아 농촌지역에 있던 오비디오 구스만의 집 중 하나를 습격함으로써 결국 그를 체포해냈다. 그는 지금 멕시코시티 인근의 최고 보안 감옥에 갇혀 있다. 그러나 그 체포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기보다 위신이 떨어진 군부가 명예회복을 위해 취한 행동으로 보아야 한다고 네 명의 미국 및 멕시코 관리들은 말한다.


오비디오의 변호인과 오브라도르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코멘트 요구에 불응했다. 멕시코 군부도 이 체포에 대한 자신들의 동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멕시코 공안 협력은 흐트러졌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최근 네 형제들을 미국이 기소한 일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과도하고 오만한 내정간섭"이라고 불렀다. 이 멕시코 지도자는 이 기소 건이 멕시코 안에서 활동하는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의 작품이라며, 자신은 이를 주권 침해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가 마약단속국(DEA) 조직을 멕시코 국경 밖으로 내쫓지는 않았지만, 그의 간섭 때문에 마약단속국의 활동은 많은 장애에 부딪쳤다. 2021년, 멕시코는 25년 동안 미국 마약단속국과 호흡을 맞춰 온 멕시코의 엘리트 경찰조직 하나를 해체했다. 또한 국가공안법을 개정해 멕시코 안에서의 외국 요원의 활동을 어렵게 만들었고, 마약단속국 요원들에 대한 비자 승인을 지연시켰다. 모두 CNN가 보도한 내용이다.


이런 일들은 크게 볼 때 2020년 전 멕시코 국방장관 살바도르 시엔푸에고스가 로스엔젤레스에서 마약밀수 관여 혐의로 체포된 일(이 기소에 대해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분노했다)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검사들은 이후 예민한 외교정책적 고려를 들어 기소를 취하했다.


미 법무부는 이에 대한 코멘트 요청에 불응했다. 미 마약단속국 역시 불응했다. 시엔푸에고스의 변호인이던 라파엘 헤레디아 루비오 역시 자신에게 답변의 권한이 없다고 했다. 앞서 시엔푸고스의 변호인단은 그의 마약 밀수 관여 혐의를 부인했다.


페라리와 애완 호랑이

멕시코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자 가문 하나에서 태어난 구즈만의 다섯 아들들, 에드가르, 이반, 헤수스 알프레도, 호아킨 2세, 오비디오는 사치스럽게 자랐다. 그런 사치란 그들의 아버지에게는 한때 꿈도 꿀 수 없던 것으로, 그는 마약 제국의 우두머리가 되기 전 시날로아 산악지대의 반문맹의 농장 일꾼이었다(지역 언론에 따르면 엘 차포는 12명 이상의 자식을 두었는데, 그들 모두가 마약 일에 종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마이너급 SNS 셀렙인 그들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자신들의 애완 호랑이, 페라리 스포츠카, 금빛 AK-47 소총 등을 자랑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측은 그 계정들의 진위(眞僞)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으나, 카르텔의 커뮤니케이션에 친숙한 SNS 분석가 한 명과 두 공안 소식통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그 계정들이 진짜라고 했다.


일찍이 마약단속국의 해외작전 본부장을 지낸 마이크 비질은 이렇게 말했다. "대체로 이 로스 차피토스는 버릇없이 자란 애들일 뿐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엘 차포가 2001년에 특급 보안 감옥에서 탈출한 뒤(세탁물 속에 숨어서 빠져나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들 형제는 자신들의 가족 사업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고 공안 소식통들은 말한다.


형제들 중 맏이인 에드가르는 마약업에 개인 연락망을 갖추고 직접 거래를 하면서 그 형제들의 길을 닦아 놓았다고 소식통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는 2008년 쿨리아칸에서 시날로아 카르텔 분파끼리의 싸움 와중에 총알세례를 받고 숨졌다.


살아남은 그의 네 형제들이 그의 자리를 메웠다고 미국과 멕시코 공안소식통들이 말한다.


2009년 헤수스 알프레도를 시작으로, 이 형제들은 모두 돈 세탁, 기관총 소지, 펜타닐, 헤로인, 코카인의 밀수 등의 혐의로 미국 당국에 의해 수없이 기소되었다. 2021년 미 국무부는 그들 각각에게 5백만 달러씩의 현상금을 걸었으며(이반과 헤수스 알프레도 현상금은 최근 2배 올랐다), 마약단속국은 'ChapitosTips@dea.gov'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그들을 잡아낼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마약단속국은 올해 4월에 이반을 그들의 '반드시 잡아야만 할 10대 수배자' 명단에 넣음으로써 이미 그 명단에 들어 있던 헤수스 알프레도와 '엘 마요' 잠바다(시날로아 카르텔의 전설적 존재로 엘 차포의 과거 사업 파트너로 알려진 인물)와 같은 반열에 세웠다.


미 정부는 로스 차피토스의 사업적 수완에 주목해왔다. 2021년 현상금 수배자 공고를 내며, 국무부는 오비디오와 호아킨 2세가 2008년 아르헨티나에서 밀수해온 화학물질들을 써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생산할 실험을 멕시코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들 스스로 조직을 구성하면서, 이 형제들은 '시날로아 두목들은 마약을 외국인에게만 판다'는 불문율을 버린 것처럼 보인다. 카르텔 관련자들과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로스 차피토스는 마약 호객꾼들을 쿨리아칸 시의 골목들에 배치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로, 2014년에 오비디오는 멕시코 안에서 펜타닐을 제조하는 방식을 새로 손보기 시작했다고 지난 달에 공개된 그의 기소장 중 하나에서 지적되었다.


같은 해에 이 형제들은 또 다른 중대한 시험에 직면했다. 그들의 아버지가 다시 붙잡힌 것이다. 이번에는 DEA와 공조 중이던 멕시코 해병대의 공로였다. 아들들은 아버지의 감방까지 1마일이나 되는 비밀 터널을 파 2015년 7월에 또 다시 탈옥하도록 했다. 훗날 그의 2019년도 마약밀수 관련 재판(뉴욕에서 열린) 때의 증언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이 터널 소동을 겪은 뒤, 멕시코 당국은 2016년 1월에 엘 차포를 또 잡았다. 로이터가 열람 가능했던 2017년도 멕시코 군사정보서류에 따르면,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아들에게 자신의 마약 제국을 맡겼고, 이에 따라 두목이 감옥에 있는 동안 조직 운영을 대신 맡았던 로페스와의 권력 싸움이 발발했다고 한다.

 [아파트싱간=AP/뉴시스] 2일(현지시각) 멕시코 아파트싱간에서 법의학 수사관들이 한 남성이 살해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목격자들은 무장 괴한들이 자신들의 차량을 강탈한 후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운전자를 총으로 쏴 살해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마약 조직원들의 소행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2023.07.03.

[아파트싱간=AP/뉴시스] 2일(현지시각) 멕시코 아파트싱간에서 법의학 수사관들이 한 남성이 살해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목격자들은 무장 괴한들이 자신들의 차량을 강탈한 후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운전자를 총으로 쏴 살해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마약 조직원들의 소행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2023.07.03.


로스 차피토스와 그들의 패거리는 로페스의 자금줄을 죔으로써 로페스 패를 궁지에 몰았다. 두 집단 모두 자기네 비밀 마약 생산시설에 물을 끌어대는 시날로아의 어느 댐 근처에서, 이 형제들은 로페스네가 물 공급을 받지 못하게 물길을 끊음으로써 자기네 생산력은 유지하는 한편 로페스네의 생산력을 급격히 저하시켰다고 로이터의 취재에 응한 세 명의 현역 멕시코 해병대원들이 말했다.


"로스 차피토스는 마약을 계속 생산할 수 있는 한 우위에 설 수 있었죠. 그들은 시카리오스(킬러들)에게 급료를 주고, 무기를 살 돈을 댈 수 있었으니까요." 2016년 당시 해군 특수부대 소속으로 엘 차포를 잡는 작전에 참여했던 한 해병의 말이다.


구스만이 2017년 미국으로 압송된 뒤, 두 패거리의 불화는 결국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엘 차포의 아들들은 13명의 시날로아 경찰관들을 노렸는데 그들이 로페스의 뒷돈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시날리오주 검사들과 전직 경찰관들이 말했고, 군 관계자들과 로이터가 열람할 수 있었던 정보문건들도 이를 확인해주었다.


시날로아 경찰은 그 표적이 된 경찰관들이 로페스의 한패였다는 주장에 대한 확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지난 달 공개된 미국의 기소장 하나에서는 로스 차피토스가 저지른 듯한 또 다른 으스스한 폭력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그들의 졸개들이 2017년 초에 멕시코 법무장관실 관리 두 명을 납치해서는 그 중 하나를 고문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의 근육에 와인따개 스크류를 들이박고는 근육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벌어진 상처와 코에 핫칠리소스를 들이부었다."


역시 그 기소장에 따르면 이반은 그 희생자들을 사살해 버렸고, 헤수스 알프레도도 그 중 한 명의 얼굴에 총을 쏘았다. 이 두 형제는 어떤 적들은 붙잡아서 그들이 농장에서 기르고 있는 애완 호랑이들의 먹이로 산 채로 던져주었다고도 한다.


그들 형제는 공개서한에서 공무원을 고문하고 죽이거나 호랑이에게 사람을 먹이로 던졌다는 말을 부인했다.


"호랑이가 사람을 죽일 수야 있겠죠. 하지만 먹는다고요? 우리는 호랑이 따위는 데리고 있지 않고, 데리고 있어 본 적도 없습니다." 그 공개서한의 언급이다.


로스 차피토스는 로페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로페스는 2017년 멕시코시티에서 멕시코군에게 붙잡힐 때까지, 그리고 이후 미국으로 넘겨졌다. 엘 차포의 2019년 재판에서 주목 받는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로페스는 자신의 마약 밀수 관련 종신형을 경감받았다. 2021년 그의 이름은 미 연방 교도소 관리국의 공식 재소자 명단에서 지워졌다. 이는 그에 대한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언론의 추측을 불러일으켰는데, 로페스의 변호인은 이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그 사이에 형제들은 쿨리아칸의 자기네 본거지에서 빠르게 지역 마약시장을 장악했다고 그 지역의 마약상 하나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카르텔의 도움 아래 독자적으로 쿨리아칸에서 미국으로 펜타닐과 헤로인을 밀반입하는 헤수스라는 밀수꾼에 따르면, 로스 차피토스를 위해 일하는 총잡이들이 거리의 마약상들에게 자기네 카르텔에서만 마약을 구입하고, 또 보호비도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말을 잘 안 들었던 자신의 몇몇 친구들과 친척들은 납치되어 구타당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로스 차피토스는 "이제 시장은 우리 거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헤수스는 말했다.

'누가 보스인지 보여주지'

2018년 12월 1일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된 멕시코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그리고 몇 달 안에 엘 차포와 다른 마약 밀수자들을 쫓던 해군의 엘리트 특수부대 UNOPES 대원들은 시날로아를 떠나고 임시 기지들을 폐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세 명의 해병대원과 세 명의 전직 마약단속국 요원들의 증언이다.

(쿨리아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5일(현지시간) 멕시코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의 도로에서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의 아들인 오비디오 구스만의 체포 작전 중 불에 탄 트럭이 보이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쿨리아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5일(현지시간) 멕시코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의 도로에서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의 아들인 오비디오 구스만의 체포 작전 중 불에 탄 트럭이 보이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멕시코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2019년 10월, 멕시코군이 처음으로 오비디오 구스만을 쿨리아칸에서 체포했다. 두 명의 시날로아 카르텔 소속원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그 몇 분 만에 동료 총잡이들이 들고 다니는 비화(?話) 무전기가 시끄럽게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보스가 잡혔다! 보스가 잡혔다!"


그리고 수백 명의 카르텔 총잡이들이 군대급 무장을 하고 현장으로 몰려들어 정부군에 총을 쏘고 도시의 주요 도로마다 바리케이드를 쌓아 정부군을 가두었다. 그들은 여덟 명의 군인을 납치하고 멕시코군 군인 가족들이 사는 관사들을 포위했다고 멕시코 관리들은 말했다.


콩볶는 듯한 소총 사격음을 배경으로, 포위된 멕시코군은 체포한 오비디오에게 전화기를 주며 이반에게 전화해서 총잡이들을 물러나게 해라고 시켰다. "물러나라고 해줘. ... 나는 혼란을 바라지 않아." 멕시코 정부가 공개한 기록 영상에서 오비디오가 말했다.


그러나 시날로아 지역 신문인 리오도체 보도에 따르면 이반은 이렇게 대답했다. "미친, 그렇게는 못해. 우리가 지금 구하러 갈게."


몇 시간 뒤 쿨리아칸이 전쟁터처럼 되고 그 참상이 전 세계에 방영되던 무렵,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오비디오를 풀어주라고 군에 명령했다.


이 날의 테러는 카르텔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던 시날로아 주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엘 차포는 그에게 대드는 자들에게 무자비한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그가 일자리와 자선을 베풀고, 가난한 동네 사람들을 갈취하던 불량배들을 혼내 줌으로써 안전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한다.


"시날로아 카르텔이 무기를 써서 그런 혼란과 공포를 일으키면서까지 목표를 이루려 한 일은 처음 봤어요." 시날로아 노로에스테 신문의 발행인인 아드리안 로페스의 말이다.


로스 차피토스 형제들에게 이 일은 하나의 분기점이 되었다. 멕시코 군과 대통령이 전 세계 앞에서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린 것이다. "누가 보스인지를 알려준 거죠." 한 카르텔 소속원의 말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의 대외적 이미지를 좋게 꾸미기 시작했다. 이런 식의 '이미지 제고 작전'이 2020년 12월 쿨리아칸 남쪽 60킬로미터쯤 떨어진 산디에고 마을에서 벌어졌는데, 그곳은 고위급 시카리오스(킬러들) 몇몇이 사는 곳이라고 그곳 주민 하나가 로이터에 말했다. 그곳에서 로스 차피토스는 뮤직 콘서트를 열고, 추첨을 통해 신형 차, 세탁기, 냉장고 등을 경품으로 주었다. 경품에는 모두 엘 차포의 이니셜(JGL, 아버지 구스만의 풀네임인 '호아킨 아르치발도 구스만 로에라'의 이니셜)이 새겨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그 주민과 다른 주민 두 사람이 말했다.


네 번째 주민은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나를 사라지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이 로스 차피토스 형제들은 지역주민들에게 식량 상자들을 나눠주었고 시날로아의 농촌 지역에 야외 학교를 지어 주었다. 또한 동네 불량배들을 혼내 주는 전통도 이어갔다. 시날로아 주민들과 카르텔 소속원들의 말이다.

통제권 잡기

그러나 그들의 아버지(엘 차포)처럼 로스 차피토스는 근본적으로 마약을 만들어 파는 일에 골몰하는 난폭한 사업가다. 공안 담당자들과 카르텔 소속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렇다.


허리춤에 은색 권총을 꽂고 다니며 자신을 귀에로라고 소개한 카르텔 총잡이는 작년에 로이터 기자들에게 쿨리아칸 변두리에 있는 카르텔의 안가(安家) 한 곳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흰색 수술용 장갑을 낀 두 젊은 남성이 갈색으로 래커칠 한 테이블 앞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흰색 가루를 투명 캡슐에 넣고 있었다. 미국으로 대량 반입하기를 바라는 새 고객을 위한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샘플이라고 귀에로는 말했다.


펜타닐과 메스암페타민 생산량이 치솟으면서 미국에서의 밀수 적발 건수도 빠르게 치솟았다. 2022년 9월 30일에 끝나는 회계연도에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발각된 펜타닐만 해도 14,104파운드(6,397킬로그램)에 이르며, 그것은 2019년 회계연도에 비해 400% 오른 수치라고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자료는 밝힌다.


한편 멕시코에서는 군부가 카르텔에 적의를 갖고 있다.


올해 1월, 군부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오비디오를 다시 붙잡을 1급 비밀 작전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직접 알게 되었다는 당시 정부 고위관리의 말이다. 대통령은 그 작전을 허락했으나 군으로부터 작전 일시에 대한 정보는 듣지 못했다는 게 이 전직 관리의 말이다.


멕시코군과 대통령은 이 전직 관료의 말에 대한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수백 명의 군인들이 동 트기 전에 시날로안 농촌 지역에 있는 오비디오의 집을 포위하고 있는 동안, 헬리콥터 한 대가 나타나 목표에 기관총 사격을 개시하는 장면이 당시 사건의 기록 영상에 나온다.


카르텔의 총잡이들이 다시 일제 사격에 나섰고, 자동차들을 불태웠으며, 길을 막고, 여객기에 총격을 가해 쿨리아칸 공항을 폐쇄시켰다. 이 폭력 사태로 29명이 죽었고, 그 가운데 군인은 10명이었다. 그러나 시카리오스(킬러들)는 한발 늦었다. 군 헬기가 이미 오비디오를 태워 시날로아 밖으로 날아가버렸다.


이 작전이 시날로아 카르텔에 준 타격에도 불구하고, 펜타닐은 계속 북쪽으로 흘러들고 있다. 금년 2월과 3월, 미국 국경 통제 당국은 월별 적발 규모로는 최대였던 두 차례의 적발에서 모두 5,130파운드(2,326킬로그램)의 펜타닐을 압수했다.



드라젠 요르기치는 로이터의 멕시코·중미 지역 특파원이다.


역자 함규진은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로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고 저서로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세계사 평행이론> 등, 역서로 <공정하다는 착각>, <피에 젖은 땅>, <대통령의 결단> 등이 있다.



1851년 설립된 영국의 뉴스(통신사) 및 정보제공기업입니다. 2007년 캐나다의 정보서비스 대기업 톰슨 코퍼레이션이 인수하면서 '톰슨로이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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