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서평

멕시코 '마약 전쟁'은 정치인들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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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4.02.02 12:57

Har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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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말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는 현재로선 바이든-트럼프의 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미국 경제 살리기, 멕시코와 중남미 라티노들과 관련된 국경통제, 중국과의 패권경쟁 등이 될 것입니다. 특히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층의 배외주의를 부추기며 멕시코 국경문제와 펜타닐 등 마약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 텃밭인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가 리버럴한 마약 정책 탓에 마약중독자들이 넘쳐나는 좀비같은 도시가 되었다는 식으로 비판할 것이며, 이를 위해 멕시코 마약카르텔에 대해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국경을 더욱 철저히 통제해야 할 것을 주장할 것입니다. 미국 공화당 강경파 일부는 멕시코 국경 안으로 들어가 마약 카르텔을 파괴하는 군사작전을 펼칠 것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3년 7월자 하퍼스매거진(1850년 창간, 진보적 성향)의 이 서평 기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멕시코 카르텔의 모습과 다른 그림을 보여줍니다. 이 기사는 많은 언론보도와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 등의 '카르텔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식의 그림이 진짜 그림을 가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멕시코 마약산업의 진짜 주인은 마약밀매업자들을 '보호'해주면서 거액의 '보호비'를 챙기는 정치인들과 경찰 등 국가기관이라는 것입니다. 멕시코 문제는 미국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멕시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하퍼스매거진의 기사가 펼치는 그림과 기존의 '카르텔이 핵심'이라는 그림을 함께 살펴보면서 멕시코의 현실에 대해 입체적인 이해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2008년, 수도 멕시코시티 도심의 국립인류학박물관 근처에서 비행기가 추락했다. 이 추락으로 내무부장관 후안 카밀로 모리뇨와 마약 카르텔 소탕으로 유명한 전직 검사였던 호세 루이스 산티아고 바스콘셀로스가 모두 사망했다. 정부는 사고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심증만으로―마약 카르텔이 항공기를 격추시켰다고 믿었다. 또는 고위층의 연루까지 건들 수 있는 수사관들의 마약 밀매조직 수사를 막으려는 정부의 음모였다고 믿었다. 멕시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 중 하나인 로스 티그레스 델 노르테는 "라 그란하(농장)"라는 정치우화같은 긴 곡을 통해 이 추락 사고를 노래했다.


"매 한 마리가 쓰러졌어요 / 병아리들이 묻고 있어요 / 매가 저절로 떨어졌나요? / 아니면 바람이 매를 떨어뜨린 걸까요?"


내가 1년 후 멕시코시티로 이사했을 때에도 이 추락 사고는 여전히 정교한 음모론의 주제였다. 멕시코 대통령이 정말로 카르텔을 소탕하고 싶었는지, 아니면 카르텔 중 하나와 한패가 되어 납세자와 미국의 돈을 이용해 라이벌 카르텔을 선택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있는지 여부가 인기 있는 대화의 주제였다. 사고 발생 일주일 전, 멕시코 언론은 정부가 카르텔의 유급 정보원 역할을 한 혐의로 고위 관리들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작전 정보를 유출한 미국 대사관 내 카르텔 첩자 한 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미국과 멕시코는 카르텔이 침투한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 정권에 미국이 약 33억 달러의 정부 원조를 제공하는 파트너십인 '메리다 이니셔티브'를 수립했다.


2010년, 멕시코의 이 유명 밴드 로스 티그레스 델 노르테는 2년 전 비행기가 추락한 바로 그 길인 파세오 델라 레포르마에 세워진 거대한 무대에서 멕시코 독립 20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해 공연을 펼쳤다. 내가 자정이 넘어서 그곳에 도착하니 정장과 검은색 카우보이 모자를 쓴 다섯 명의 밴드 멤버가 종이에 적혀 무대로 올려지는 신청곡을 받는 등 공연에 한창이었다. 관객들은 70년대에 이 그룹을 유명하게 만든 노래인 '밀수품과 배신'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이 노래는 연인 에밀리오 바렐라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마리화나를 밀수하는 가상의 마약 밀매자 카멜리아 라 텍사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렐라가 그녀를 떠날 계획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그를 총으로 쏴 죽이고 돈을 훔쳐 달아난다. 이 노래는 '나르코코리도'(마약 밀매업자를 미화하는 노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하는 데 일조했다. '밀수품과 배신' 원곡은 총 쏘는 소리와 함께 끝난다. 하지만 멕시코 마약 전쟁이 피비린내 나는 격전으로 치닫던 4년 후, 이 밴드는 아코디언 연주로 총 소리를 대신했다.




이 글에서 다룬 서적

  • 오스왈도 자발라, '마약 카르텔은 없다: 미국과 멕시코 문화에 있어서 마약유통'(Drug Cartels Do Not Exist: Narcotrafficking in U.S. and Mexican Culture), 반더빌트 대학 출판사. 206쪽. $34.95.
  • 벤저민 T. 스미스, '도프: 멕시코 마약유통의 진짜 역사'(The Dope: The Real History of the Mexican Drug Trade), W. W. Norton. 480쪽. $20.


그 후, 그들은 자신들의 오랜 주제에 등을 돌리며 '라 그란하'를 새롭게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제 멕시코의 이 유명 밴드는 마약 밀매업자와 그들과 결탁한 부패한 관리들을 비판했다. 훌리오라는 한 남자가 저에게 "그들의 히트곡들은 총 소리가 나오는 오래된 곡들이에요"라고 말했다. "'라 그란하'를 들어보세요. 나르코(마약 밀매업자)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에요."


"마약에 관한 노래인가요?" 그의 아내 다니엘라가 물었다. "저는 가사를 듣지 않아요. 저에겐 그저 춤추기에 좋은 음악일 뿐이죠."





마약전쟁 때문에 나는 기자가 되지 못할 뻔했다. 부분적으로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작년에 멕시코는 전쟁 지역을 제외하고 기자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였다. 물론 외국 기자들보다 현지 기자들에게 훨씬 더 위험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의 가장 큰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차를 몰고 다니고, 이야기하고, 관찰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어떤 것도 명확하게 이해하거나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지역 신문에서는 이 카르텔, 저 카르텔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신문들은 마치 축구 경기처럼 보도했다. "티후아나 대 과달라하라, 후아레스 대 시날로아." 축구공에 꿰맨 얼굴, 피로 남긴 경고문, 시신에 새긴 경고문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멕시코 북부의 일부 지역은 경치 좋은 여행지에서 외부인 출입 금지 구역으로 바뀌고 있었다. 폭력이 멕시코시티까지는 내려오지 않았고, 정부 관계자들이 마약 밀매업자들과의 거래를 통해 멕시코시티를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한 수도로 유지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은 마약 밀매업자들이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을지 궁금해했다. 그러나 2010년 8월, 19세기 멕시코 제국(1864-1867: 프랑스의 괴뢰국) 막시밀리안 황제의 유흥 궁전이 있던 멕시코시티 남쪽의 꽃이 만발한 마을 쿠에르나바카의 다리 위에서 시신들이 목이 매단 채로 발견되었다.


2012년에 윌리엄 피네건은 당시 내가 느꼈던 혼란을 반영하는 몇 안 되는 외신 기고문을 썼다. 그는 "멕시코 사람들이 뉴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종종 '판탈라'(사실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진 스크린, 환상, 그 뒤에 더 많은 스크린이 있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솔직히 나는 마약전쟁에 대한 글을 쓸 만큼 사실과 소문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나는 그곳을 떠났다가 5년 전에 돌아왔다가 또 그곳을 떠났다. 소문과 추측만 더 난무했다. 그러던 중 마약 전쟁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혹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시하는 최근 발간된 한 책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자 출신인 멕시코 교수 오스왈도 자발라가 쓴 '마약 카르텔은 없다'는 얼핏 터무니없는 명제처럼 보일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만약 카르텔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만약 모든 것이 거짓이고 은폐라면?' 자발라는 눈에 보이는 화면 배후에 젤을 번지르르 발라 넘긴 머리에 비싼 데킬라를 좋아하는 카르텔 킬러가 아니라 경찰, 군대 그리고 다양한 국가 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2007년 펠리페 칼데론은 권력도 별로 없고 강단도 없는 신임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날 갑자기 펑퍼짐한 군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마약과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2년 후 칼데론 대통령은 군대에 전투를 명령했고 멕시코 혁명 이후 볼 수 없었던 규모의 살상이 벌어졌다. 정부 자체 집계에 따르면 2006년 이후 10만5000명이 살해되거나 실종'당했'다. 어머니들은 시골을 돌아다니며 자식들의 시신을 찾았다.


멕시코 정부와 미국 정부, 그리고 언론인들이 공식적인 출처라고 부르는 것을 기반으로 작성한 뉴스 기사들이 제공하는 표준적인 설명은 이것이 "마약전쟁의 폭력"이라는 것인데, 이는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별 의미 없는 문구다. 누가 누구를 죽이는가? 일반적인 축약본 역사는 다음과 같다. '옛날 옛적에 마약 거래에는 평화가 있었다. 특정 거물급 마약상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누구의 영역이 누구의 영역인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콜롬비아의 공식적인 기록에서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은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이끄는 메데인 카르텔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였다. 그러다가 미국과 콜롬비아 정부가 압력을 강화한 후 멕시코로, 그리고 결국에는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이 이끄는 시날로아 카르텔로 마약 거점이 옮겨졌다. 카르텔의 이름은 주로 해당 카르텔이 통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 이름을 따서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지었다. 두목이 체포되었을 당시에는 영토와 보급로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시 말해, 마약밀매범이 마약밀매범을 죽이는 거다. 그렇다면 별 특별한 의미도 없는 이야기다.


윌리엄 사비나가 스페인어에서 번역한 자발라의 책('마약 카르텔은 없다')은 다른 설명을 제시한다. 자발라는 마약전쟁을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하고 돈을 벌려는 카르텔과 마약왕 이야기가 진짜 이야기를 가린다고 보는 관찰자들 중 한 명이다. 가장 논쟁적인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즉 카르텔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미국과 멕시코 정부가 편리하게 써먹기 위해 지어낸 '도깨비'같은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책 제목은 두 개의 인터뷰에서 따온 것이다. 하나는 1994년 타임지가 그 자신은 콜롬비아에 칼리 카르텔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칼리 카르텔을 이끌었던 것으로 되어버린 어느 마약밀매범과의 인터뷰다. "하나의 카르텔이라는 것은 없고 여러 그룹들이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경찰과 미국 마약단속국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하나의 적을 지어내기를 좋아합니다." 두 번째는 콜롬비아에서 마약밀매업자를 변호하는 변호사와 언론인 이오안 그리요의 인터뷰 내용이다.


"카르텔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약 밀매업자들이 여럿 있을 뿐입니다. 때때로 그들은 함께 일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미국 검찰은 기소하기 쉽도록 그들을 카르텔이라고 부르는 것뿐입니다. 이 모든 것이 게임의 일부입니다."


물론 범죄 조직표는 검사의 지나친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콜롬비아, 멕시코,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진흙더미 자체는 어느 정도 그대로 둔 채 이 소용돌이 치는 진흙더미 속에서 중요한 사람들을 몇 뽑아낸다고 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거대 집단을 이끄는 두목을 쫓는다고 말하는 것이 대중들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1년에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마약은 그 후로도 전쟁에서 계속 승리하고 있다.


자발라는 수십 년 전에 기자로 일했으며, 시우다드 후아레즈에서 기자 및 사진작가 그룹과 함께 훈련을 받았으며, 이들에게 전폭적인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이 책은 언론기사류도 아니고 그렇다고 역사서적도 아니다. 이 책은 이상하지만 주장과 분석이 매력적으로 섞여 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문제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규명이 거의 불가능한지를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용가능한 대부분의 정보가 정부와 경찰이라는 '공식적인 출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자발라는 공식적인 이야기가 문화적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어떻게 권위를 얻게 되는지 강조한다. '마약과의 전쟁' 이미지는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출처에 기반한, 확실치도 않은 소위 '현실'에서 시작해 밖으로 퍼져나간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신문기자들은 정부가 내놓는 이야기를 무비판적으로 반복하고, 소설가들은 그것을 꾸미고, 넷플릭스는 거기에서 확실한 돈벌이를 포착한다. 이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며 돈이 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마약 전쟁에 대한 특정 이미지, 즉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총잡이가 시체 위에 서 있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자발라는 시체는 진짜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부츠는 사실 경찰관이나 정치인의 것이다.


영어로 된 많은 학술적 글과 달리, 자발라는 다른 사람의 말을 동의하기 위해서만 인용하지는 않는다. 그는 비판의 칼을 빼들고 인용한다. 그는 인기 텔레비전 드라마 '나르코스'가 정부의 입장을 홍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비난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나벨 에르난데스, 디에고 엔리케 오소르노, 유리 에레라와 같은 저명한 언론인과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동일한 비판을 퍼붓고 있다는 점이다. 자발라는 마약전쟁에 대한 정확한 보도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입장은 멕시코에서 특히 언론인들 사이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친구와 가족들이 누가 그들을 죽였는지 말할 때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르코(마약밀매범)가 나르코를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남성을 죽이고 젊은 여성을 실종시키는 것은 정부, 즉 경찰과 군대다. 군인들은 일상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후 여성을 살해한다. 그들은 젊은 남성들을 고문하여 자백을 받아내고 살해한 후 '실종' 처리한다. 자신의 땅에서 광산개발에 저항하거나 식수원 탈취에 항의하는 원주민들은 보통 나르코의 소행으로 추정되지만 사실은 부패한 지역 정치인의 명령에 따라 살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자는 저서 '슬픔'에서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잘못된 이름의 전쟁"을 "멕시코 국민에 대한 전쟁"이라고 고쳐 부른다.




마약밀매범과 카르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많은 언어가 혼란스럽고,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려는 것일 수도 있다. 스페인어로 '라 플라자'라고 불리는 중앙 광장을 둘러싼 '영역 다툼'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영역 다툼'은 멕시코 마약밀매의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당시 싸움을 벌였던 주인공은 마약 밀매업자가 아닌 경찰과 정치인들이었다. 그들은 '보호비'를 챙길 자신들의 영역이 필요했다.


멕시코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은 적어도 처음에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품은 아니었다. 한 세기 전, 권위주의적인 멕시코 정부는 가난한 원주민들이 주로 사용하던 "마약" 하나를 단속하기로 결정했다. 16세기에 스페인사람들이 밧줄을 만들기 위해 대마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대마초는 점차 멕시코식 이름인 마리화나로 불리며 가정상비약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마초는 멕시코 혁명 기간 동안 널리 사용된 마약이 되었다. 벤자민 T. 스미스는 신화를 깨는 유쾌한 역사서 '도프'에서 대마초의 기원에 대한 한 가지 가설을 전한다. "후안은 평범한 멕시코 군인의 이름이었고, 그의 현지처는 종종 마리아라고 불렸다. 이렇게 마리아-후안은 마리화나가 되었다." 멕시코는 미국보다 앞서 1920년에 마리화나 재배와 판매를 금지했다. 멕시코는 또한 아편 수입을 금지했는데, 이로 인해 돈벌이에 능한 농부들은 멕시코 북부 지역인 골든 트라이앵글에 양귀비를 심기 시작했다. 멕시코 북부는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코카인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1937년 미국이 마리화나를 금지한 이후, 국경을 넘어 마리화나를 밀수하는 것은 좋은 사업이 되었다. 멕시코 가족들은 술을 밀수하다가 마리화나를 밀수했고, 그다음에는 코카인을 밀수했다. 스미스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도 대마 거래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멕시코 북부에서 최초의 '보호' 조직이 생겨나면서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모델, 즉 경찰과 정치인들이 정기적으로 돈을 받고 특정 사람들이 마약을 운반할 때 눈감아주고 라이벌들을 단속해주는 모델이 생겨났다. 계속해서 단속하고 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고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한다.


스미스는 특히 시우다드 후아레즈와 바하 칼리포르니아에서 초창기 '보호' 조직이 학교와 사회인프라 건설에 금전적 기여를 했다고 말한다. 나중에는 지역 정치인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경향이 강해졌다. 하지만 마약밀매범들은 웬만한 설득 없이는 보호비를 잘 안 냈다. 그래서 설득 대신 폭력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면 그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정치인들의) '보호'가 단속의 모습을 띠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마약 전쟁'이라는 폭력이 시작된다. 마약은 멕시코 국내에서도 불법화되어야 했고, 밀매업자들은 이제 단속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스미스는 바하 칼리포르니아의 초창기 주지사 에스테반 칸투가 이러한 변화를 강요해야 하는 것에 대해 "불쾌한 귀찮은 일"로 판단했다고 말한다. 칸투는 자신이 얼마나 마약에 반대하는지를 증명하고 앞으로 밀매업자들이 보호비를 제대로 지불하도록 만들기 위해 일군의 기존 밀매업자들을 죽였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약 밀매업자들은 큰 돈을 벌었고, 지역에 머물던 (정치인들의) '보호' 조직은 이제 전국적인 조직으로 성장했다. 마약왕들은 주 경찰 배지를 달고 다녔다. 멕시코의 호세 로페즈 포르티요 대통령은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불량배들을 때려준 친구를 멕시코시티 경찰청장으로 임명했다. 이 친구 아르투로 두라조 모레노는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반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주요 '보호' 조직의 두목이기도 했다. 두라조는 그의 측근들을 경찰로 임용했는데, 이들은 마약 유통을 막는 데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라이벌 밀매업자들에게만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자발라와 달리 스미스는 마약 문화보다는 거래 자체의 역사에 더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훗날 부패와 범죄가 심해진 탓에 폐지된 연방사법경찰청이 어느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이 "멕시코 연방 양복"이라고 부르는 복장 스타일을 채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맞춤 레저 정장, 타조 가죽 카우보이 부츠, 다이아몬드로 이름을 새긴 금 팔찌"를 착용하는 스타일이다.


스미스의 책('도프')은 기록물 연구, 전직 미국 마약단속국 관리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마약산업의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시계열적으로 삼각측량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지만, 스미스는 "마약 통계는 기본적으로 흡입하기 전 코카인과 같다"는 피터 안드레아스와 켈리 그린힐의 관찰을 인용하고 있다. "마약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면 알수록 마약은 덜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스미스는 멕시코와 외국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부분적으로 인용하지만, 그는 전국적 '보호' 조직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가지고 있다. 그는 폭력의 극단적 확대가 "마약 거래의 DNA가 아니라 마약 거래 단속의 DNA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은 멕시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스미스는 미국 경찰도 멕시코의 경찰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정치인들에게 종속되어 있었으며, 마약과의 전쟁을 인종차별과 계급적 탄압의 편리한 구실로 삼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그는 미국이 마리화나를 금지한 것은 "마리화나를 광기와 폭력과 연결짓는 멕시코의 오래된 편견을 반복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마약으로 미쳐버린 가난한 살인자들에 대한 타블로이드판 헤드라인이 미‑멕시코 국경 양쪽에서 자주 등장했고, 이후 금지가 이뤄졌다. 마리화나는 히피족과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과도 연결지어졌다. 닉슨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교도소 수감자는 20만 명에서 220만 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감옥에 수감된 사람의 절반이 마약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다. 대부분은 유색인종이다.


같은 기간 멕시코는 마약을 핑계로 자국의 저항문화를 탄압하기에 바빴다. 1968년에는 사복을 입은 군인들이 학생시위를 기습해 최소 300명이 사망하는 악명 높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60년대와 70년대에 양귀비와 마리화나 재배가 성행했던 게레로를 중심으로 전쟁으로 인한 납치‑실종, 학생 살해, 공산주의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살인 사건은 덜 알려져있다. (멕시코에서 자행된) 라틴 아메리카 최초의 '죽음의 비행'에서는 좌파 활동가와 게릴라들의 시신이 아카풀코 군사 기지에서 비행기에 실려 태평양에 몰래 버려졌다.


이 무렵 미국 마약단속국이 '카르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약단속국은 한 밀매업자가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아 한 사람과 거래하고 가격을 정하자"고 말했으며 "마치 석유수출국기구(OPEC) 카르텔 같았다"고 주장했다. 스미스는 이러한 변화가 "마약사업의 대대적인 구조 조정보다는 명백한 공공의 적을 만들고자 하는 마약단속국의 열망과 더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언뜻 봐도 카르텔이라는 단어는 예나 지금이나 멕시코의 마약사업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자발라의 말처럼 마약 밀매업자들이 광범위한 지역과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카르텔이라고 부르면 안된다. 진정한 카르텔이 있다면 운영이 중앙집중화되고 폭력도 줄어들 것이다. 정치학자 과달루페 코레아-카브레라는 자신의 책 '로스 제타스 주식회사'에서 카르텔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카르텔이 형성되려면 특정 산업에서 가격과 생산을 통제하거나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쟁하는 기업 또는 기업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그는 썼다. "카르텔 형성에는 기업들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대 멕시코에서 '카르텔'이라는 용어를 마약밀매 조직을 지칭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다시 말해, 카르텔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1975년 골든 트라이앵글 등에서 대마와 양귀비를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의 대규모 제초제 캠페인과 함께 군대의 투입과 광범위한 고문이 동반된 마약전쟁의 극심한 폭력이 시작되었다.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들은 이 작전을 "잔학한 행위"로 생각했다. 미국은 작전에 사용된 화학물질 대부분과 항공기 모두를 제공했다. 하지만 완전히 실패한 작전이었다. 마리화나 밀매는 코카인 밀매로 순조롭게 전환되었고, '보호' 조직은 계속 이어졌다.


멕시코는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2000년까지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다. 멕시코혁명 이후 제도혁명당이라는 단일 정당이 멕시코를 통치했다. 2000년 평화적 권력 이양은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의미했지만, 마약밀매 조직을 소탕함으로써 누가 이득을 볼 수 있을지의 이익구조 자체를 흔들어놓았다. 가장 큰 변화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칼데론에 의해 시작되었다. 칼데론은 군대를 거리로 불러내 경찰을 지원하게 했고, 이후 아예 경찰 업무를 대신하게 했다. 군인들은 지금도 마약단속 관련 경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발라는 사회학자 페르난도 에스칼란테 곤잘보의 "공식 수치를 바탕으로 한 단순한 분석"을 인용하며 칼데론의 군대 투입 이후 멕시코의 폭력이 오히려 급증했다고 설명한다.


이 폭력은 언론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멕시코 언론인 살해 사건의 배후에 항상 나르코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존 기블러는 멕시코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북미 기자로, 치와와주 언론인 미로슬라바 브리치 살해 사건을 조사하는 언론인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최근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카르텔에 대해 보도하면 살해당할 수 있다는 통념이 있다"고 말했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멕시코에서 살해된 100명이 넘는 언론인 중 대다수는 정치적인 국가기구와 범죄조직의 협력에 관한 기사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브리치 기자는 마약밀매범과 부패한 정치인의 이름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표적이 되었다.


자발라는 최근 스페인어로 출간된 책 '언어의 전쟁'에서 2019년 엘 차포(구스만)의 재판으로 서문을 열었다. 세계 언론은 이 재판을 '세기의 재판'이라고 칭했지만, 자발라는 진짜 권력은 엘 차포가 뇌물을 준 정치인들과 나르코를 위해 일하거나 스스로 나르코가 된 정치인 등 다른 곳에 있다고 썼다.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명분은 멕시코 정부가 자국민을 죽이고, 고문하고, 사라지게 하는 데 면죄부를 주기 위한 위장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18년 멕시코의 새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당선되었을 때, 그는 "총탄이 아닌 포옹"을 공약했다. 하지만 실종과 사망은 계속되고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군대를 통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취임 이후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멕시코 군부는 엘 차포의 아들을 체포하기 위해 3500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10명의 군인과 19명의 카르텔 조직원이 사망했다.




2008년의 추락 사고가 사고였는지 아니면 음모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마약밀매가 멕시코 정부 고위층과 미국 마약단속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칼데론 정부에서 치안을 담당했던 전 각료 제나로 가르시아 루나는 2019년 미국 댈러스에서 체포되어 시날로아 카르텔로부터 140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는 현재 최대 2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수백만 달러의 정부 자금을 횡령하고 자신이 수사해야 할 마약밀매업자들을 위해 돈을 세탁해준 전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 호세 이리자리는 2021년 11월 징역 12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감옥에 가기 전 "마약 전쟁은 게임"이라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가르시아 루나, 이리자리, 엘 차포는 당분간 게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면 바로 뒤에는 새로운 선수들이 줄을 잇고 있다.



레이첼 놀란은 보스턴대학교(BU)의 조교수이자 하퍼스 매거진의 기고자다. 그의 저서 '내가 당신을 찾을 때까지: 과테말라에서 사라진 아이들과 강제입양'(Until I Find You: Disappeared Children and Coercive Adoptions in Guatemala)는 1월에 하버드대학 출판부에서 출간되었습니다.



1850년 창간된 미국의 월간지. 문학, 정치, 문화, 금융, 예술을 폭넓게 다루는 종합지로 허먼 멜빌, 우드로우 윌슨, 윈스턴 처칠 등의 인사가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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