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시진핑의 '군 숙청' 이번엔 자기 측근들 겨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이 중국 인민해방군을 다시 한번 뒤흔들고 있다. 과거에는 전임 지도부가 임명한 장성들을 겨냥했다면, 이제는 그의 측근들까지 잇따라 낙마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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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뉴시스 /그래픽=PADO

2025.05.23 15:55

The Wire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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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 등의 한국어 채널을 중심으로 '중국 인민해방군 고위장성들이 시진핑의 권력에 도전하고 있어서 시진핑이 위기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신문이나 TV에서는 이런 보도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화권 소식을 심층취재하는 더와이어차이나는 5월 11일자 기사를 통해 시진핑 주석이 집권 이후 진행해왔던 반부패 캠페인이 최근 몇 년간은 인민해방군의 자기 측근들을 겨냥해왔고,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 국방부장 등 여러 고위급 장성들이 실각하거나 처벌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중국군은 개혁개방 이후 자체적으로 기업을 운영해왔는데, 이것이 일종의 군산복합체로 발전했고, 장성들의 부패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중앙정부가 예산으로 군을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인데, 개혁개방 와중에 군을 경제발전의 한 축으로 동원하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무력을 독점하고 있는 군이 독자적인 경제력까지 보유하게 된다면 중앙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유사시엔 하나의 국가처럼 움직이는 과거의 '군벌'이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시진핑 집권후 진행되어온 인민해방군내 반부패 캠페인은 단지 부패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중국의 국가운영 즉 거버넌스와 관련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년 같으면 중국 군 수뇌부의 봄철 나무심기 행사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는 의례적 행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달 진행된 이 행사는 유독 전례 없는 관심을 끌었다. 모든 시선이 한 사람의 행방에 쏠렸기 때문이다. 바로 중국 군 서열 2위인 허웨이동(何衛東) 상장(上將)이다.


허웨이동 상장은 60일 넘게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의 마지막 공식 활동은 지난 3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참석이었으며, 이후 그는 정치국 회의는 물론 최근 생중계된 집단 학습 세션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국은 그의 불참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허웨이동 상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때마다, 그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6명 장성 중 한 명으로, 이번 의혹 사건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국 군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례적 숙청의 가장 고위급 인사가 된다. 이번 숙청은 중국 최고 권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국내외 관측통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숙청은 지난 2년간 최소 20명의 인민해방군 고위 장성들을 겨냥해 진행됐다. 이들 대부분은 시진핑 집권 14년 동안 그의 측근으로 발탁돼 요직에 오른 인물들이다. 이는 부패가 중국 군 조직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시진핑 주석이 정권의 핵심 기조로 삼아온 반부패 캠페인을 벌이고 있음에도, 인민해방군의 최고 지휘부를 '깨끗한 인사'로만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의 '닭을 죽여 원숭이를 겁준다'는 접근방식과 정반대... 지금은 시진핑이 직접 원숭이들을 죽이고 있다. —조너선 친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 펠로우 & 전 CIA 중국 분석관)

허웨이동 상장이 조사 대상에 오른 것이 확인될 경우, 그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시작된 2022년 이후 낙마한 세 번째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 된다. 앞서 공식 발표를 통해 낙마가 확인된 인물은 사상 통제를 총괄하는 인민해방군 정치공작부 주임 먀오화(苗華) 상장과 전 국방부장 리상푸(李尚福)였다.


2012년 집권 이후 시진핑 주석은 고위급 반부패 캠페인을 자신의 핵심 국정 과제로 삼아왔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두 명의 전직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공포 정치의 상징이던 전직 공안부장 저우융캉(周永康) 등을 정조준했다.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아 중앙군사위 위원 중 3분의 1, 어쩌면 절반 가까이가 낙마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물론 허웨이동 상장이 다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현 국방부장 둥쥔(董军) 역시 지난해 11월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다시 공무에 복귀한 바 있다. 다만 둥쥔은 중앙군사위 위원은 아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산하 중국분석센터 소속이자 전 미국 국방부 중국 담당이었던 라일 모리스는 "현대 중국 역사상 인민해방군에 대한 최대 규모의 숙청이라고 볼 수 있다"며 "별 두세 개(중장, 상장, 참고로 중국군은 3성인 상장이 최고위급) 이상의 고위 장성 20여 명 이상이 체포구금되거나 자취를 감췄다"고 분석했다.

대만 무력통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권좌에 오른 2012년, 인민해방군은 그의 첫 반부패 칼날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야심찬 새 국가주석은 전임자 후진타오와 장쩌민이 임명한 군 수뇌부를 대대적으로 정리했고, 막대한 투자를 동원해 비효율과 부패로 얼룩진 인민해방군을 최첨단 전투력으로 재편하는 드라마틱한 구조 개혁에 착수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 군의 공식 국방 예산은 2012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 2024년 기준 232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일부 추정에 따르면 실제 국방 지출은 이보다 훨씬 많아 471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면서 인민해방군은 해군력을 대폭 확장했다. 현재 중국은 자국 기술로 건조한 항공모함 2척과 스텔스 구축함 전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어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요격이 어려운 고속 무기체계로, 군사전략상 중요한 변화를 뜻한다. 또한 중국 육군은 과거의 비대하고 경직된 조직에서 벗어나, 소규모이면서도 기동력과 기술력이 뛰어난 현대식 전투부대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현대화는 중국군이 자국 영해를 넘어 해외까지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시진핑이 대만 무력통일을 결심할 경우를 대비할 수 있게 만든다. 시진핑 주석은 대만문제에 대해 "다음 세대로 넘겨줄 수는 없다"며 군사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고위 장성을 겨냥한 반부패 조사 확대는 중국의 군사 전략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수의 중국군 전문가들은 이러한 숙청이 중국군이 시 주석의 전략적 구상에 부응할 만큼 준비돼 있지 않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국 제임스타운재단의 중국 연구 펠로우 서니 청은 "부패가 실제로 인민해방군의 전투 준비 태세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인지, 아니면 단지 정치적 잡음에 불과한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뉜다"고 지적한다.


미국 국방대학교 소속 중국 전문가 조엘 우트나우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 국방부 기준으로 '페이싱 챌린지(pacing challenge, 빠르게 따라오고 있는 위협요소)'로 정의된다"며 "이 나라는 군 현대화 속도는 빠르지만 전략적 의도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는 곧 인민해방군의 실제 역량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과연 복잡한 군사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미국의 민간 군사 분석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즈(Defense Priorities)의 군사 분석 책임자 제니퍼 카버너는 "중국이 보유한 군사 역량이 실제 전투력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며 "부패의 영향이 단지 표면적인 것인지, 아니면 실제 전장에서 문제를 일으킬 만큼 깊숙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중국군의 전력에 주목해왔다. 의회는 국방부에 매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 능력에 대한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인민해방군이 한때 상업활동과 내부 부패로 인해 공산당의 통제력마저 위협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군의 역량과 약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인민해방군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전문가들조차도 부패가 실제 군사 대비 태세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 전 미국 국가정보국 고위관리는 "부패는 중국군 전력 평가에서 '미지수'이다"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했을 때 첫 번째로 한 일이 슈퍼마켓 약탈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탱크 안에 실려 있던 식량이 썩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는 실제 전장에 나서기 전까지는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부는 물론 시진핑 주석 자신조차도 인민해방군 내부의 부패 실태를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고위급 장성이 짧은 기간 내에 무더기로 낙마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군 내부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2024년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당시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였던 일라이 래트너는 "이번 숙청은 심각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며, 실제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전처럼 단순히 누군가가 뇌물을 받아 호화 연회를 열고 고급 위스키를 마신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며, "일부 현대화 사업이 구체적인 난관에 부딪혔다는 보고도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같은 대규모 숙청은 군 사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브루킹스연구소 산하 중국센터 소속이자 전 CIA 중국 분석관이었던 조너선 친(Jonathan Czin)은 "이는 과거의 '닭을 죽여 원숭이를 겁준다'는 접근방식과 정반대"라며, "지금은 시진핑이 직접 원숭이들을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대적 반부패 캠페인은 시진핑 주석 자신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군 내부에 퍼진 불안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CIA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정보요원 모집 영상을 SNS에 두 편 공개하며 노골적으로 심리전을 펼쳤다.


영상 중 한 장면에서는 내레이션이 중국 인민해방군 내부의 혼란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대목도 나온다. "나는 당의 사다리를 오르며 나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던 이들이 헌 신발짝처럼 버려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제 내 운명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사진=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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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인민해방군

중국군의 부패 문제가 폭발적으로 확산된 기점은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1984년 10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덩샤오핑이 1978년 중국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4대 현대화'를 공식 천명한 지 6년 후, 중국 지도부는 400만 명에 달하던 인민해방군의 규모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1984년 10월, 덩샤오핑이 주도한 중앙군사위원회는 군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100만 명의 병력을 감축하는 대대적인 감군 결정을 내렸다. 동시에 그는 군부가 스스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도록 민간 경제 부문 진출을 독려했다. 그는 같은 해 연설에서 "모든 군사력의 발전은 국가 발전과 맞물려 있으므로 군도 이에 적극 참여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주식회사 인민해방군'으로 알려진 군 주도 기업 시스템이 급속히 성장했다. 1993년 정점을 찍었을 당시, 인민해방군 산하에는 약 2만 개의 기업이 존재했다. 군부대는 돼지농장부터 호텔, 나이트클럽까지 온갖 종류의 사업체를 운영했으며, 군의 특권을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 가운데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체들은 고위층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장성들이 운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폴리 테크놀로지스(Poly Technologies)'다. 이 회사는 무기 수출을 주력으로 삼았으며,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장비부 산하에서 운영됐다. 사장은 덩샤오핑의 사위 허핑(何平)이었고, 다른 주요 임원들도 마오쩌둥과 함께 혁명을 했던 장군들의 아들들이었다.


CIA 전직 중국 분석관 데니스 와일더는 "폴리는 신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인민해방군 창고에 있던 재고 무기를 팔았다. 말 그대로 '순이익'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폴리는 1987년 사우디아라비아에 30억 달러 규모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판매한 배후로 의심받았다. 당시 사우디는 자체 핵무기 프로그램을 검토하던 중이었다. 반면, 1980년대에는 폴리가 CIA에 무기를 판매했고, 이는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에 전달됐다는 회고록과 복수의 관계자 증언도 있다.


하지만 인민해방군의 상업활동은 곧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았다. 1996년, 미 연방 요원들은 폴리와 또 다른 국영 방산업체 노린코(Norinco) 소속 대표들을 미국 내로 AK-47 수천 정을 밀수한 혐의로 체포했다. 이는 국제적 외교 분쟁으로 번질 뻔한 사건이었다.


CIA의 전 인민해방군 분석가 존 컬버는 "1990년대 말이 되자, 무기 구매나 훈련, 일부 시설을 제외한 모든 비용은 인민해방군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있었다"며 "당의 통제를 벗어난 재정 독립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결국 공산당은 '재정 통제권'을 상실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UC샌디에이고의 태밍 청(Tai-Ming Cheung) 교수는 이 시기 인민해방군의 상업활동에 관한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결국 군의 상업 활동은 전투력과 조직 결속에 심각한 해를 끼쳤으며, 사업 수익보다 손실이 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당시 국가주석이자 당 총서기, 군사위 주석이던 장쩌민은 1998년 7월 연설을 통해 "군은 모든 상업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예산을 대폭 증액받는 방안"을 제안했고, 실제로 이후 10년간 인민해방군 예산은 매년 평균 13.4%씩 증가해 2009년까지 세 배 넘게 확대됐다. 장병의 급여와 생활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군이 상업 활동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와일더는 "일부 인민해방군 기업은 지하로 숨어들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폴리 그룹은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아래로 재편됐고, 현재는 부동산에서 극장, 영화에 이르는 방대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산하 자회사인 폴리옥션은 소더비, 크리스티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경매 회사다.


태밍 청 교수는 "지금의 폴리 그룹 경영진은 더 이상 고위급 자제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폴리 테크놀로지는 여전히 방산 수출입의 핵심 축"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리는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에 화약, 내비게이션 장비, 헬기 부품 등을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2013년, 이란, 시리아, 북한에 무기를 보낸 혐의로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올랐으며, 지난해에도 다시 제재를 받았다.


/사진=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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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위기

2012년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에 취임했을 당시, 인민해방군의 예산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된 상태였지만 부패 문제는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부터 '호랑이(고위직)'와 '파리(말단)'를 가리지 않고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후진타오가 시작한 반부패 캠페인을 이어받으며 시진핑은 단호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해 초,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인민해방군 내부의 자체 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중장 구쥔산(谷俊山)을 해임시켰다. 당시 구쥔산은 군 전체의 조달과 보급을 총괄하는 총후근부(總後勤部) 부주임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이는 그의 후견인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쉬차이허우(徐才厚)의 덕분이었다.


2013년 1월, 조사관들이 구쥔산의 자택을 급습하자,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다른 중국어 매체들이 다루기 꺼리는 기사를 용감하게 다뤄온 홍콩의 봉황매거진은 그가 '황금 불상'과 수백 킬로그램의 금괴를 수집했으며, 이를 트렁크째 자신의 후원자들에게 선물로 상납하곤 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등 자산을 포함한 그의 재산 규모는 무려 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구쥔산의 처단은 시작에 불과했다. 2014년, 수사당국은 구쥔산을 미끼 삼아 쉬차이허우를 정조준했다. 당시 쉬차이허우는 이미 은퇴했고 병상에 누워 있었지만, 시진핑의 조사팀은 단호했다. 무장경찰이 병상에 있던 그를 강제로 연행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같은 해 또 다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자 후진타오 정권의 핵심 군 인사였던 궈보슝(郭伯雄)도 체포됐다. 궈보슝은 2016년 뇌물 수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쉬차이허우는 재판을 받기 전에 사망했다.


이러한 숙청의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분석센터의 닐 토머스는 "어느 정도 직위에 오른 사람이라면 부패 전력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누구를 잡고 누구를 놔두느냐는 정치적 선택일 수밖에 없다"며, 쉬차이허우와 궈보슝에 대한 수사는 "장쩌민 계열의 군부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한 분명한 파벌 청산 조치였다"고 분석했다.


쉬차이허우와 궈보슝의 숙청은 인민해방군 내 두 개의 오랜 부패 온상에 큰 타격을 줬다. 첫째는 식량, 숙소, 군복, 연료 등 무기 외 모든 군수 조달을 담당하던 총후근부이고, 둘째는 장성 승진을 좌지우지하던 정치위원부였다. 특히 정치위원부 계통은 '현금으로 승진을 사고파는' 관행이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관들은 해당 부서를 이끌었던 퇴역 장성 두 명을 체포했고, 시진핑 주석은 총후근부의 권한을 중앙으로 통합하는 개혁을 강행했다. 지역별로 얽힌 정치위원 인사 네트워크를 무력화하기 위해 이들을 전국적으로 순환 배치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첫 반부패 드라이브에도 한계는 존재했다.


UC샌디에이고의 태밍 청 교수는 "2012~2013년 반부패 연설에서는 특히 세 분야—정치위원 체계, 군수 조달 체계, 무기 획득 체계—가 부패의 핵심으로 지목됐다"며, "시진핑은 전자의 두 분야는 곧바로 숙청했지만, 무기 획득 부문은 유보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유보 조치는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장유샤(張又俠) 상장을 무기 획득 책임자로 앉힌 것과 관련이 있다. 장유샤는 혁명 원로의 아들이자 시진핑의 오랜 친구로, 2012~2017년 총장비부 및 후속 조직인 장비발전부를 이끌다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친은 "장유샤와 시진핑은 매우 깊은 유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가 당의 관례를 벗어나 정년을 넘긴 2022년에도 중앙군사위 부주석직 연임에 성공한 것은 "시진핑이 신뢰하는 인물이 얼마나 적은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장유샤 체제 하에서 인민해방군은 핵무기 현대화, 첨단 기술 투자, 민군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그만큼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무기 획득 부문은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결국 2023년, 장비발전부에 대한 반부패 조사가 시작되자 장유샤의 측근 다수가 낙마했다. 연말에는 장유샤 후임으로 장비발전부를 맡았다가 국방부장에 임명된 리상푸(李尚福)도 직위에서 해임됐다.


또한 중국 핵무기를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로켓군 고위층도 설명 없이 전격 해임되었다. 중국 당국이나 군부는 이에 대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후 블룸버그가 인용한 미 정보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로켓군 내부에는 조직적인 부패와 관리 부실이 만연했다고 한다. 일부 미사일은 연료 대신 물이 채워졌고, 미사일 격납고의 덮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속은 군 내부를 넘어, 중국의 군사 현대화를 이끄는 국영 방산기업의 최고 경영진으로까지 확산됐다. 로켓군 숙청과 같은 시기, 국영기업 세 곳의 고위 인사들이 갑작스럽게 해임되었다. 해임된 인물은 다음과 같다.


  • 류스취안(劉石泉): 중국 최대 방산기업 중 하나인 노린코의 당서기 겸 회장
  • 왕창칭(王長青): 중국 항공우주과학공업집단 부총경리
  • 우옌성(吴燕生): 중국 항공우주과학기술집단 회장

2024년 1월에는, 노린코 산하 하얼빈제1기계그룹에서 중국의 위성 항법 프로그램에 관여해온 전직 간부 쉐젠궈(薛建國)도 조사를 받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집권 15년 차에 접어든 지금도 인민해방군 관련 산업 전반에 퍼진 부패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국방 분석가 크리스천 커리든은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에도 '철의 삼각'이라 불리는 군·산·관의 밀착 문제가 있지만, 중국에서는 국영기업이 그 세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많은 경우 군에서 기업을 감독해야 하지만, 감독자와 피감독자 간에 전통적으로 유착 관계가 깊었다."


2023년 이후, 중국의 국영 방산기업 다수는 내부 감찰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정부도 무기 연구개발 분야의 품질관리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시진핑에게 닥친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줄지는 미지수다.


유럽의 중국 전문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수석연구원 헬레나 라가르다(Helena Lagarda)는 "시진핑 주석이 10년 넘게 권좌에 앉아 있는데, 그가 영원히 집권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수년 동안 계급과 승진이 돈으로 거래됐고, 그 덕에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이 아직 퇴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대학교의 중국 전문가 조엘 우트나우는 이 문제를 군 지휘관들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개인적 신뢰 문제로 본다. "이건 단지 군 주변부의 하급 인사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전장에서 군을 지휘할 핵심 인물들이 (시진핑으로선)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예컨대 허웨이동 상장은 '대만 유사시'를 담당하는 핵심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에 대한 신뢰마저 상실했다면, 도대체 누구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뉴욕타임스 중국 특파원 출신인 데이빗 바르보자가 2020년 만든 중국 전문 온라인 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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