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네이멍구 접경 도시 만저우리에 있는 테마파크 '마트료시카 광장'.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2025.08.22 16:09
시베리아산 목재를 가득 실은 열차가 가구 부품과 젓가락으로 가공되기 위해 중국 국경을 넘는다. 러시아산 유채씨를 실은 트럭들은 카놀라유를 만들기 위해 국경을 넘어온다. 그리고 궁궐 같은 중고차 전시장에서는 러시아인들이 고국으로 보낼 최신 모델의 중고차를 구매한다.
중국의 주요 러시아 접경 지역인 만저우리满洲里에서 볼 수 있듯이 양국 경제는 점점 더 얽히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산 석유, 목재, 석탄의 최대 구매국이며 곧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최대 구매국이 될 것이다. 양국 간 무역액은 지난해 2400억 달러(333조 원)를 넘어섰으며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분의2가 증가한 수치다. 중국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사용하는 드론과 드론 부품의 상당수를 공급해왔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지원은 러시아 정부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 수십 개의 국가가 러시아를 국제 금융 시스템의 상당 부분에서 차단하여 국가 경제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중국 만저우리시는 1900년 러시아가 이 도시를 통과하는 철도를 건설하면서 러시아와 중국 간의 주요 국경 검문소 역할을 해왔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러시아 경제에서 대(對)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6%에 달하며, 이는 서방 제재를 받아 원유 대부분을 중국에 수출하는 이란과 맞먹는 수준이다. 사진은 만저우리 시내 전경.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2025년 7월 10일, 중국 네이멍구 접경 도시 만저우리에 위치한 테마파크 '마트료시카 광장'을 방문한 사람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정반대의 반응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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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성숙하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강대국 관계를 대표합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말했다.
러시아를 이토록 열성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중국 지도부는 유럽연합(EU)과의 관계에 새로운 부담을 주었다. 만약 중국 정부가 러시아와 거리를 두었다면, 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산 제품에 대한 관세로 위협했을 때 유럽은 중국으로 눈을 돌렸을지도 모른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국 관리들과 만났다. 그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산업적 지원을 줄여달라고 재차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EU와 중국 정부의 관계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지지는 이곳 유럽에서 고조된 불안정과 불안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말했다. "중국이 사실상 러시아의 전쟁 경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우린 이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중국 네이멍구 접경 도시 만저우리의 초원에서 말을 기르고 있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 간 교역액은 24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분의2나 증가한 수치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가 분쟁에 사용하는 다수의 드론과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의 상당 부분은 오랫동안 만저우리를 통해 이루어졌다. 러시아는 1900년에 이 도시를 거쳐 중국 북동부로 이어지는 철도를 건설했다. 오늘날 러시아에서 온 열차와 트럭이 중국으로 넘어가는데 그중 다수는 목재나 갓 자른 판자를 운반한다. 여기에는 건축 및 가구용 소나무, 젓가락용 자작나무, 콘크리트 거푸집용 사시나무, 탄광 지지대용 튼튼한 느릅나무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흐름은 러시아의 약화된 경제적 위상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이제 기능적으로 중국의 경제 위성국이 되어 공산품은 중국 정부에 의존하면서, 중국이 원한다면 다른 곳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원자재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산 트럭이 만저우리 국경에 주차되어 있다. 글로벌데이터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늦여름 기준 중국산 자동차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60%를 차지했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중국 네이멍구 만저우리시는 중국과 러시아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러시아산 석유, 목재, 석탄의 최대 구매국이며, 곧 천연가스도 주요 구매 품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현재 러시아 전체 GDP의 거의 6%가 대중국 수출에서 나온다. 이는 국제제재를 받는 또 다른 나라인 이란과 맞먹는 비율이다.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하도록 압박하는 조치의 일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들에 높은 관세나 기타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만저우리의 공식 경제 전략인 '러시아 공급, 중국 가공'은 러시아가 자국을 압도하는 중국의 거대한 제조업 부문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국가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의류, 전자제품, 심지어 자동차까지 중국에 의존한다. 중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71% 증가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32%를 차지하며, 이는 미국, 일본, 독일, 한국, 영국의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러시아의 제조업 생산량(무기 포함)은 전 세계의 1.3%에 불과하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과거 1950년대 소련 자문단이 중국의 제철소, 철도, 무기 공장 건설을 지원했으나, 이제는 러시아가 원자재를 공급하고 중국은 완제품을 수출하는 관계로 바뀌었다. 사진은 만저우리의 철도 조차장.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무역 동맹은 다른 맥락에서도 나타난다. 중국 국영매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노골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어왔다. 중국 호텔에서는 러시아 텔레비전 채널이 점차 미국 채널을 밀어내고 있다. 중국의 우호 만저우리의 상점 진열대에도 나타난다. 스탈린 상표의 와인, 보드카, 원두커피가 판매되고 있으며, 과거 소련 지도자들의 흉상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닮은 마트료시카 인형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도 있다.
이 새로운 밀착은 양국 관계의 전환을 시사한다.
1950년대에 소련 고문단은 대부분 농촌이고 미개발 상태였던 중국이 초창기 제철소, 철도, 무기 공장을 다수 건설하는 것을 도왔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전 세계 공산품의 32%를 생산하며 이는 미국, 일본, 독일, 한국, 영국을 합친 것보다 많다.
전 세계 제조업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어떠한가?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 따르면 러시아의 무기 생산을 포함해도 1.33%에 불과하다.

지난 3월, 중국은 캐나다산 카놀라유와 카놀라박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산 유채씨에 대한 무역 조사를 개시하는 등 캐나다의 주요 수출품을 겨냥하였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우호적인 태도는 만저우리의 상점 진열대에 스탈린 브랜드 와인과...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을 본뜬 마트료시카 인형에서도 드러난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중국 또한 수입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만저우리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목재 및 기타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미국과 그 동맹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피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은 과거 캐나다로부터 유채씨와 같은 원자재를 구매했으나, 캐나다가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 편에 서고 이후 트럼프와 함께 중국산 제품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데 동조하자 러시아로부터 이러한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중국은 캐나다산 카놀라유와 카놀라박 수입품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며 캐나다에 보복했다. 중국은 또한 캐나다의 대중국 최대 수출품 일부를 겨냥해 캐나다산 유채씨에 대한 무역 소송을 시작했다.
만저우리 신펑 곡물유지공업 유한회사에서는 선명한 붉은색 지게차가 자루에 담긴 물품을 옮긴다. 국경에서 2킬로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이 고도로 자동화된 공장은 러시아산 유채씨의 껍질을 벗겨 압착해 카놀라유를 만든다.

풍력 터빈 옆에 있는 화력 발전소. 이 발전소는 과거 석탄과 목재 폐기물을 태워 연중 전기를 생산했지만, 현재는 만저우리에 겨울철 난방을 공급하기 위해 일 년 중 절반만 가동한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만저우리 시내 '소련 붉은군대 순교자 공원'에서 노인들이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인근 제재소의 황바오창 상무이사는 자신의 회사가 이웃한 시베리아에서 대량의 목재를 사들여 침대 갈빗살과 다른 가구 부품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와의 거래에 달러 사용을 막으려 했지만 황 이사는 VTB 은행을 통해 중국 위안화나 러시아 루블화로 결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최대 금융 기관 중 하나인 이 은행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교역이 증가하는 가운데 몇 가지 긴장의 징후도 있다.
러시아는 갓 자른 소나무의 대중국 수송을 금지했다. 그래서 시베리아의 제재소에서 소나무 껍질을 벗기고 통나무를 판자로 자르게 되어 황 이사와 같은 사업가들을 성가시게 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작년 초 국영 탄광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러시아와의 경쟁에 대해 불평하자 러시아산 석탄 수입에 관세를 부과했다.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원목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제재된 소나무 판재가 만저우리로 들어오고 있어 만저우리 상인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만저우리 중고차 수출 기지에서 인부들이 러시아로 수출될 중고차를 트럭에 싣고 있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중러 무역 관계에서 가장 큰 긴장 요소는 자동차와 관련이 있다. 2021년만 해도 중국 자동차는 러시아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자동차 제조사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했고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조사 기관인 글로벌데이터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는 작년 늦여름까지 러시아 시장의 60%를 점유했다.
러시아 자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당초 서방 경쟁사들의 철수로 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했으나 중국가 대거 수입되면서 좌절했다. 그들은 러시아 정부를 설득하여 수입차에 7500달러(1040만 원)의 수수료를 징수하기 시작하도록 했다. 작년 10월 1일부터 부과되기 시작한 이 수수료에는 예외 조항이 있다. 러시아 국민이 개인적인 용도로 구매하는 중고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러시아산 유채씨를 으깨 카놀라유를 만드는 만저우리의 한 공장.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만저우리에 위치한 한 대형 중고차 매장에서 러시아인들은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차량들을 구매하여 고국으로 보낸다. /사진=Andrea Verdelli/The New York Times
올해 첫 5개월간 중국의 대러시아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급감했다. "앞으로 수년간 러시아가 최고의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큰 찬물을 끼얹은 격이죠."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의 아시아 자동차 부문 대표인 스티븐 다이어는 말했다.
만저우리의 중국 기업가들은 이미 러시아 규정의 중고차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 국경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어진 지 1년 된 궁궐 같은 만저우리의 중고차 전시장은 24미터 높이의 홀로 열리는 거대한 청동 문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모두 7500달러의 수수료를 피하려는 러시아 쇼핑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곳에서는 거의 타지 않은 BMW, 랜드로버, 폭스바겐 등 더 이상 러시아에서 판매되지 않는 인기 브랜드와 지커, 홍치 같은 중국 브랜드 자동차가 판매되고 있다.
판매원들은 신차는 안 되지만 출고된 지 한 달밖에 안 된 중고차는 구매해 배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잘 만든 여행 유튜브를 보면 단순히 아름다운 풍광과 맛있는 음식 이상으로 그 지역에 대해 많은 걸 배우게 되곤 합니다. 특히 접경 지대를 가면 그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이 선명하게 드러나곤 하죠. 지난 7월 뉴욕타임스가 찾은 시베리아의 만저우리(한국식으로 읽으면 '만주리'입니다)는 오늘날 중·러 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접경 도시입니다. 훌륭한 사진 화보와 지역의 핵심을 짚고 있는 기사가 일품입니다.
사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시베리아의 일부분은 19세기 국력이 쇠약해진 청나라가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거의 강탈당하다시피 했던 곳이라 오래 전부터 러시아가 중국의 접근을 경계하고 있던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저우리가 러시아 경제를 뒷받침하는 도시가 된 까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러 관계의 본질적인 딜레마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아래 뉴욕타임스 기사가 잘 묘사하고 있듯, 중국은 사실상 러시아를 '원자재나 공급하는 위성 국가'로 전락시키고 있고 러시아는 최대한 이를 피하려고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여러모로 러시아에게 불리합니다. 러시아의 국력이 계속 쇠약해지면 중국이 19세기의 설욕을 기도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조지아(남오세티야, 압하지야), 우크라이나(크름반도, 돈바스)에 했던 것처럼 자국민을 지속적으로 이주시킨 후, 분리독립 운동을 일으켜 군대를 파견하는 방식을 중국이 원용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자유주의에 기반했던 기존 국제정치 질서가 와해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일도 자주 벌어집니다. 5년 전 국경에서 무력 충돌을 겪고 급격히 사이가 나빠졌던 인도와 중국도 최근 트럼프의 관세 협박 앞에서 언제 그랬냐는듯이 '우리는 동반자'를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한 듯 여겼던 국제질서는 빠르게 바뀌고 있고 이를 면밀히 추적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