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대한 승전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 동안 러시아의 야르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스템 부대가 주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5.10.17 16:02
- 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예상을 뒤엎는 전개와 극심한 전력 변화의 연속이었다. 전쟁 초기, 대부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를 순식간에 제압할 막강한 거인으로 여겼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진격은 저지당하고 후퇴했다. 그러자 외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부패했으며 한 번의 반격만으로도 붕괴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 또한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의 공세는 실패했고, 러시아는 더딘 진격을 재개했다. 이제 많은 이들은 전장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러시아 너머를 보며,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을 불충분한 외부 지원 탓으로 돌리고 있다.
많은 정책 입안자들과 전략가들이 놓친 것은 러시아가 어느 정도로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우크라이나 및 그 너머에서의 전쟁 전략과 접근법을 조정했는지다. 2022년부터 러시아는 자국의 전투 경험을 분석하고 교훈을 도출하며, 이를 군 전체에 공유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2023년 초까지 러시아는 방위산업 기반, 대학, 그리고 지휘체계 내 장병들을 모두 포함하는 복잡한 학습 생태계를 조용히 구축했다. 오늘날 러시아군은 지식을 제도화하고, 전시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방산업체와 연구 기관을 재편하며, 기술 스타트업과 국가 자원을 연결하고 있다.
그 결과 훈련 프로그램과 전투 교범에 구체적으로 기록된 새로운 전술과 개선된 무기들이 등장했다. 러시아는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병사를 찾아 사살하고 전투자산을 파괴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여, 한때 약점이었던 분야를 강점으로 전환했다. 더 나은 미사일을 제작하고, 더 견고하고 성능 좋은 장갑 차량을 만들었다. 초급지휘관들에게 더 많은 작전 계획의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현재의 전쟁 속에서 진화하는 동시에 미래의 첨단 분쟁에 대비할 수 있는 군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몇 달간 훨씬 더 큰 파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더 빠르고 많은 수의 러시아 드론 공격에 맞서야 하며 이는 도시, 민간인, 핵심 기반시설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더 많은 수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뚫을 것이다. 이미 매우 위험한 최전방 16km 구간은 훨씬 더 위험하고 넘기 어려워질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방어와 광범위한 드론 및 포격 덕분에 이러한 변화가 러시아에게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주지는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가 NATO로 하여금 분쟁에 지치기를 바라면서 돈바스 지역에서 더딘 진전을 위해 병사들의 생명을 계속 희생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실제로 일부 미국과 유럽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러시아의 이러한 적응은 다른 나라의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러시아군은 이번 침공을 통해 광범위한 경험과 미래 전투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갖게 될 것이며 중국, 이란, 북한과 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이 끝나면 더 강도 높은 학습과 재건 기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허술한 군기와 최첨단 장비 생산의 어려움이라는 제약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자원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국가 못지않게 새로운 전쟁 방식에 대한 준비를 갖추게 될 것이다. 뒤처지고 싶지 않다면 미국과 유럽 정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외면하지 말고 여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러시아의 학습 방식을 연구하고 그들 스스로의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학습-산업 복합체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부터 상황에 적응해야만 했다.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반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러시아 부대들은 차량에 보호 장갑을 덧대고, 새로운 위장술을 익혔으며, 소부대 돌격 전술을 채택하는 등 여러 적응책을 마련했다. 러시아 병사들은 또한 SNS, 비공개 소셜미디어 채널, 자체 발행한 매뉴얼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조언을 공유했다. 이러한 비공식적인 개인 간 또는 부대 간 학습은 전시 적응의 중요한 첫 단계다. 그러나 더 큰 군 조직이 이러한 교훈을 포착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거나,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군 전체에 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습의 두 번째 단계는 훈련 프로그램, 조달 계획, 작전 개념 등을 수정함으로써 그러한 변화를 제도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 후, 군은 미래전에 대한 예측 학습에 참여하고 개혁이나 혁신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가장 잘 배우는 군대는 다섯 단계를 따른다. 전투 경험 획득, 분석, 권고안 제안, 권고안과 그 교훈의 전군 전파,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행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 뚜렷해지자 러시아는 이러한 기준 대부분을 충족시키기 시작했다. 임시방편적인 전장 적응으로 시작된 것이, 전장 경험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군 전체에 공유하여 성과를 개선하려는 체계적인 노력으로 발전했다. 예를 들어 2022년에 러시아군은 전담 참모장교와 연구원들을 최전선 지휘소로 보내 전쟁을 최대한 가까이서 관찰하고 부대 성과를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연구원들은 전투 결과를 검토하고, 지휘관 일지를 샅샅이 살피며, 병사들을 인터뷰하여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추가 평가 후, 군사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 '교훈 보고서'는 로스토프의 전시 사령부, 모스크바의 총참모부, 각 군 본부, 사관학교, 방산업체, 군사 연구계에 공유되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은 조정을 단행했다. 2022년 9월 러시아의 동원령과 급증하는 국방 예산에 힘입어 러시아군은 지휘구조를 재편하고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술과 병력 태세를 수정했다. 러시아는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군수체계를 변경했다. 정밀타격 및 전자전 능력을 모두 향상시키기 위해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기존 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임시적인 적응 조치들은 러시아가 전선을 안정시키고 2023년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맞서는 데 도움이 됐다.
그 이후로 러시아의 학습 생태계는 더욱 광범위해졌다. 러시아군은 모스크바에 최전선과 러시아 연구원들로부터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실행하는 데 전념하는 위원회가 20개 넘게 있다. 군은 회보에 교훈을 요약하고, 주제별 워크숍을 개최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지식을 공유하기 위한 회의를 주최하는 등 교훈을 전파하는 데 분주했다. 러시아 남부군관구는 우크라이나의 초기 군사적 성공에 필수적이었던 무인항공기(UAV) 탐지, 제압, 파괴 방법을 교육하기 위해 공군, 지상군, 전자전 부대, 방산업계의 병사들과 지휘관들을 반복적으로 소집하고 있다. 2023년 러시아 포병학교가 주최한 회의에서는 장병과 전문가들이 모여 포병 전술을 수정하고 포격에 드론을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불과 3년 만에 러시아는 전투 교범을 450회 이상 임시 수정했다. 군 지도자들은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이 교범들이 전면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PADO '광화문클럽' 첫 클럽데이가 10월 23일(목) 열립니다!]
장비의 개선
침공 첫해, 우크라이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을 받았다. 바로 러시아 자체의 군사 장비였다. 몇 달 동안이나 러시아의 군 장비는 부실한 유지 보수, 제조 결함, 설계상의 문제로 인해 반복적으로 오작동을 일으켰다. 러시아의 전자전 장비를 예로 들면, 수백 개의 러시아 전자전 시스템에 대한 불시 점검에서 장비 30%에서 결함이 발견되었다. 가장 흔한 결함은 전자부품, 특히 회로의 낮은 품질이었다. 러시아군의 대표 간행물인 '군사 사상Military Thought'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러시아 전자전 실패의 무려 60~70%가 다양한 유형의 장비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했다. 실패 원인 중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인한 것은 30~40%에 불과했다.
때때로 러시아는 장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쟁 첫해에는 방위산업의 느린 대응, 병사들과의 단절, 낡은 규제 등이 혁신 노력을 저해했다. 그러나 결국 러시아 방산업체들은 생산 개선, 수리율 증가, 전반적인 혁신 가속화를 지시받았다. 그리고 정부 지원 덕분에 이를 해냈다. 국방부는 연구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다. 국방부는 방위산업 기반과 회의를 열어 최전선 부대의 피드백을 받고 소화하여 변화를 꾀하도록 했다. 한편 방산업체들은 러시아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방어하던 시리아에서처럼,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업계 전문가들을 파견하여 장비를 수리하고 성능을 연구하며 보고하도록 했다. 그리고 2023년 초부터 러시아 정부는 민간 대학과 연구센터를 국방 업무에 통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한 시험장과 훈련장에서 군 및 민간 기술자 간의 협력을 개선하여 시제품을 실전에 투입하기 전에 시험했다.
러시아 정부는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자국의 국방 스타트업을 돕는 사업도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해당 분야를 장악하고 신규 업체의 진입을 꺼리는 국영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은 효과가 있었다. 이제 스타트업들은 무기 전시회에서 러시아 최대 방산업체들과 나란히 자리하며 군에 제품을 판매한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 우크라이나가 누렸던 기술적 우위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러시아 제조업체들은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더 적합한 신규 및 개량 무기체계들을 생산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군은 이 장비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혔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사례는 국방부가 설립한 러시아의 정예 드론 연구 및 작전 부대인 '루비콘Rubikon'일 것이다. 이 부대는 다양한 전술을 실험하며, 그 결과는 현재 다른 무인항공기 부대의 훈련 지침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덜 화려하지만 마찬가지로 필수적인 개선도 이루었다. 방산업체들은 여러 종류의 차량에 장갑과 기타 방어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다른 차량에는 더 강력한 엔진, 더 나은 조준경, 개선된 전파방해 시스템을 장착했다. 또한 활공 폭탄의 살상력을 높이고 개량된 샤헤드 드론을 비롯, 다양한 종류의 무인항공기 생산을 늘렸다. 그리고 방산 업계는 제조 결함을 해소하고 러시아 전자전 시스템의 유지보수 절차를 개선하고 있다.
이러한 개선사항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22년과 2023년에 우크라이나는 비교적 쉽게 러시아의 지휘본부, 비축물자, 보급선을 공격할 수 있었다. 오늘날 러시아의 전자전 대응책과 조정된 미사일 방어 체계는 이를 보다 어렵게 만든다. 러시아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 또한 규모가 커지고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파트너들이 적어도 더 많은 방공체계를 공급하고 우크라이나의 전자전 시스템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무기를 원점에서 파괴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피로 쓰인 교훈
러시아의 학습은 또 다른 중요한 영역인 훈련으로까지 확장된다. 러시아의 군 교관들은 전투 경험을 철저히 검토하고 그들이 얻은 교훈을 훈련 프로그램에 통합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전장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도록 러시아는 방산업체들을 전선에 보냈던 것처럼 병력들을 전장과 훈련장 사이에서 순환배치한다. 직접 방문이 불가능할 경우, 군은 최전선 부대, 사관학교, 훈련소 간에 보안망 화상회의를 마련한다. 몇몇 상이군인들은 전임 교관이 되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훈련에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시뮬레이터를 더 현실적으로 만들고 전술 응급처치 교육을 수정했다. 최전선이 우크라이나에 의해 지속적으로 감시되는 전쟁에서 중요한 과제인 군용 차량을 복잡한 드론 전장을 통과해 운전하는 방법과, 더 큰 규모의 드론 및 기갑 공격 내에서 소규모 돌격을 수행하는 방법을 병사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전장 활동 대부분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의 방어 진지를 압도하기 위해서는 소규모로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돌격대가 필요하다.) 처음으로 러시아 교관들은 병사들의 훈련을 드론으로 감시하여 부대의 성공과 실패를 사후에 더 잘 평가하고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는 또한 초급 장교들이 작전 임무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훈련을 여러 차례 변경했다. 이러한 변화가 전면적인 개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주요 전시 조정은 초급장교들이 사격술 및 포술, 정찰, 지형학, 항법, 드론 사용, 전술 의무 분야의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2개월간의 보충 훈련 과정을 추가한 것이다. 교관들은 또한 전장에서 소규모 보병 돌격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초급장교들에게 소부대 지휘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일부 초급장교들은 NATO 국가에서 '임무형 지휘'라고 부르는 것, 즉 중앙집권적 명령을 따르는 대신 목표를 부여받고 참모들과 함께 달성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는 훈련까지 받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상명하달식인 러시아군에게는 큰 변화이며 일부 러시아 부대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거둔 성공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고위 지도자들이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훈련 프로그램은 여전히 고르지 못하다.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지원병들을 위한 교육은 이제 당연하게도 드론이 즐비한 전장에서 소규모 돌격대로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훈련 기간이 너무 짧아 병력들은 여전히 전투 임무에 부적합한 상태로 전장에 다다르고 있다. 신병 징집병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2022년 이후 전투 경험을 반영하여 수정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개편되지는 않았다. 러시아 관리들의 보고에 따르면 일부 지역 훈련소들은 여전히 구식 정보를 가르치거나 급변하는 전장 적응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군은 새로운 훈련 지침이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불시 점검에 의존하고 있다.
학습의 한계
러시아의 훈련은 아직 많은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 격렬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계속해서 러시아가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변화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의심할 여지 없이 실망스러운 일이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는 주로 혁신 우위 덕분에 러시아에 맞서 버텨왔으나 이제 그 우위가 약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오랫동안 수적 우위만으로는 러시아군을 이길 수 없음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질적 우위에 맞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러시아군의 학습 과정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때문에 본국의 사령부 참모, 연구원, 일부 방산업체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학습과 최전선 병사들의 암담한 경험 사이에 큰 격차가 발생한다. 러시아군은 전투 경험을 획득, 분석, 전파하는 데는 강점을 보이지만 권고안을 실행하고 관련 지침이 준수되도록 보장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관리들은 잦은 고장과 오류에 대응하여 국가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것을 권고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전투 의학 및 전투 외상학 연구는 2022년 이후 상당히 발전했다. 그러나 최전선 병사들의 HIV(에이즈) 감염자 수는 급증하고 있는데 야전병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하고 대규모 사상자 발생 시 위생 관리가 부실한 게 그 원인 중 하나다.
그리고 러시아가 여전히 전혀 배우지 못하고 있는 영역들이 있다. 바로 군기와 전문성과 같이 오랫동안 등한시된 전투력의 영역이다. 그 결과 러시아 최전선 병력의 질은 여전히 천차만별이다. 어떤 부대는 유능한 지휘관을 두고 있지만 다른 부대는 폭력적이거나 무관심한 지휘관을 두고 있다. 인접 부대 간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교대나 기동 중에 과도한 사상자가 발생한다. 부대들이 재편성되면(러시아군이 계속해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기 때문에 자주 있는 일이다) 단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부 병사들은 소속 부대 내에서 폭력과 방치를 경험한다. 다른 병사들은 규칙 위반으로 나무에 묶이거나 구덩이에 방치되는 등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전투부대가 임무 대부분을 수행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러시아가 물질적, 인적 우위에 비해 계속해서 저조한 성과를 내는 이유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 군 심리학자들은 병사들의 심리 상태를 평가하고 소위 일탈 행동(탈영, 항복, 폭력 또는 전투효율성 상실)의 유발 요인을 식별하려는 자국의 현재 노력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주장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군 기구 자체는 이런 경고를 받아들이는 대신, 인내력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명령 수행에 집중하기로 택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의 성격과 관련된 문제들은 식별된 후에도 해결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예를 들어 러시아 지휘부는 우크라이나 전장이 드론에 의해 광범위하게 감시되고 있어 기갑 돌격을 위해 대규모 병력을 안전하게 집결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다. 군사 저널에서 전략가들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부대 편제가 더 이상 "성공 달성을 위한 주요 조건으로 기능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군은 대규모 기갑 부대 사용에서 벗어나 현재 군사 훈련의 핵심이 된 소규모 돌격대를 점점 더 많이 채택하는 방식으로 적응했다. 러시아 관리들은 또한 준비된 우크라이나 방어망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드론 부대, 돌격 분견대, 정찰 분견대를 추가했다. 이러한 변화가 우크라이나의 대응을 복잡하게 만들고 때때로 러시아의 전술적 돌파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극도로 높은 사상자를 수반하며 이 소규모 부대와 분견대들은 대규모 집결 부대처럼 영토를 점령하고 유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는 전쟁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되기를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전후 학습의 성과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한 전쟁 이후, 전쟁에서 습득한 지식이 전투에 참여했던 소규모 그룹을 넘어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군은 전투 경험을 배우지 못하거나 잊어버렸다. 러시아군은 또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전후 개혁에 대한 재정 및 지도부 지원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중요한 교훈을 실행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러시아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현재 진행 중인 많은 학습 과정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겪었던 과정과 유사하다. 현재의 구조, 재정, 지도력을 고려할 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 포괄적이고 강도 높은 학습 기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리들은 이미 지금부터 2030년대 중반까지 러시아의 작전 개념, 군사 이론 및 전략, 전투 규정, 장기 조달 선택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를 논의하고 있다. 러시아 관리들은 대규모 기갑 돌격에 대한 위협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연구 과제이며, 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병력 설계와 작전 개념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러시아군은 더 많은 무인항공기와 기타 무인시스템을 만들어 NATO 대비 러시아의 군사력을 보강할 것이다.
러시아 지도자들은 무인항공기, 로봇, 기타 자율시스템을 군 전체에 추가로 통합할 것이다. 군의 관점에서 이러한 기술들은 미래전의 핵심이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무인시스템이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기술했다. 그들이 그리는 미래전장은 곧 적의 방어를 압도할 수 있는 자율 드론 떼, 식별하거나 막기 어려운 초소형 드론, 그리고 새, 벌레 또는 다른 야생동물을 모방하는 드론을 갖게 될 것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전투 로봇 사용을 관찰해 왔다. 보초 임무, 군수, 지뢰 매설 및 제거, 해저 감시와 같은 임무를 돕기 위해 로봇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 군사 이론가들과 지도자들 또한 인공지능(AI)을 현대전의 필수 요소로 보고 있다. 기술이 증가하는 디지털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는 지휘관들이 더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러시아 전략가들은 러시아 지휘관들이 최고 수준의 AI 도구를 갖추지 못하면 이를 보유한 적에게 압도당할 것을 우려한다. 그리하여 러시아 전문가들은 2030년대 초까지 AI 의사결정 시스템과 AI 지원 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성능 향상을 위해 극초음속 미사일, 방공시스템, 드론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또한 AI가 분석 작업의 실행 속도를 높이고 명령을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이 분야가 국가적 우선순위이기는 하지만 AI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미미하여 단기적으로 러시아의 역량을 제한하고 있다.
적응이냐 도태냐
2022년 침공 초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역량과 전투 의지를 오판했다. 러시아의 장비는 항상 임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하지 않았고 일부 시스템은 완전히 고장 났다. 병사들은 할당된 임무에 대한 훈련을 받지 못했고 심지어 전쟁에 나간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지휘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군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시기에만 견해를 고정해서는 안 된다. 그 이후 몇 년 동안 러시아군은 학습하는 조직이 되었으며 최전선에서 진행 중인 적응은 그 교육 활동의 일부일 뿐이다. 러시아는 전투 경험을 획득하고 분석하며 얻은 교훈을 군과 국방 생태계 전반에 전파하고 있다. 전시 경험을 포착하고 제도화하며 전후 개혁 기간을 준비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미래전의 성격이 변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으므로 군대도 변해야 함을 알고 있다.
러시아 지도자들은 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들의 야망에 대한 장애물과 맞닥뜨릴 것이다. 예를 들어 국제제재는 (제재가 지속된다면) 러시아의 진전에 주된 장애물이 될 것이다. 결국 러시아군의 개선 능력은 지속적인 자금 조달, 핵심광물에 대한 접근, 그리고 최고 수준의 장비 생산 능력에 달려 있는데 제재는 이 모든 것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계획된 개혁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러시아군은 지도부의 지원과 충분한 경험을 갖춘 참전용사들의 의견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나든 러시아는 예를 들어 부실한 군기와 같은 전통적인 인력 상 약점과 자원을 고갈시킬 값비싼 조달 프로그램에 의해 제약을 받을 것이다.
러시아는 또한 미국과 유럽이 자국의 전쟁을 연구하고 러시아의 최신 역량과 전술에 대한 대응책을 개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NATO는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러시아의 역량에 맞서고 드론전과 같은 핵심 분야에서 러시아를 따라잡기 위해,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분석을 가속화하고 더 많은 무인항공기 조달과 기타 혁신 채택을 통해 적응해야 한다. NATO 국가들의 여러 기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훈을 수집하는 데 전념하고 있지만 진전은 고르지 않고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기관들의 노력은 아직 각국의 조달 계획, 훈련 체계, 또는 작전 개념을 포괄적으로 바꾸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이 더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러시아가 그 지식을 독재 파트너들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이 러시아군을 있는 그대로, 다시 말해 결함이 있지만 나름의 회복탄력성을 가진 존재로 보아야 함을 의미한다. 그 구조적 문제들은 매우 현실적이며 NATO와의 분쟁 시 특히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학습 과정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러시아군은 10년간의 재건 노력을 시작하면서 전술을 더욱 수정하고,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며, 확장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군대가 전쟁을 만든다고 말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전쟁 또한 군대를 만든다.
다라 매시컷은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의 선임 연구원으로 랜드 연구소의 선임 정책 연구원과 미 국방부의 선임 분석가를 역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세계는 연이은 러시아군의 졸전에 놀랐습니다. 막강할 줄 알았던 군사력은 부패와 비효율로 얼룩져 있었고, '종이호랑이'라는 조롱 섞인 평가까지 받았죠. 많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한 번에 러시아군이 그대로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전장의 상황은 우리의 예상과 전혀 다릅니다. 러시아군은 쓰라린 실패를 거울삼아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학습하고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피로 얻은 전쟁 교훈과 기술이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을 비롯한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로 흘러 들어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도시와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러시아의 신형 드론 전술, 미사일 기술, 전자전 기법이 머지않아 한반도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먼 유럽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안보 지형을 바꾸고 있는 거대한 실험장인 셈입니다.
우리가 러시아를 얕보는 사이, 그들은 조용히 군사 교리부터 무기 체계, 훈련 방식까지 모든 것을 뜯어고치는 복잡한 '학습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약점이었던 드론 분야를 오히려 강점으로 바꾸고, 초급 지휘관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과거의 러시아군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과연 러시아는 지난 2년간 무엇을, 어떻게 배웠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진화한 러시아군이 미래 전쟁에, 특히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포린어페어스의 10월 8일자 기사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러시아의 놀라운 변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실체를 파헤쳐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