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가 원하는 '제조업 일자리'의 시대는 갔다. 미래의 직업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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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뉴스1

2025.06.20 14:46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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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제조업의 부활을 외칩니다. 사라진 공장들을 다시 채워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중산층의 삶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한때 국가 경제의 심장이었던 제조업의 향수는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이러한 주장은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하게 들립니다. 이코노미스트는 6월 14일자 기사에서 모두가 믿고 싶어 하는 이 '아메리칸 드림'이 왜 허상에 불과한지를 냉철한 데이터로 파헤칩니다.


이 글의 핵심 주장은 충격적일 만큼 명료합니다. 설령 기적처럼 공장들이 돌아온다 해도, 과거와 같은 수많은 일자리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제조업은 과거의 농업이 그랬던 것처럼, 고도의 자동화와 기술 혁신을 통해 훨씬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것을 생산하는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따라서 '공장의 귀환'이 '좋은 일자리의 귀환'과 동의어가 될 수 없으며, 막대한 관세를 통해 생산 시설을 이전시키는 정책은 실익 없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만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이 분석은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독자들에게 깊은 시사점을 던집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고용 감소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독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도 나타나는 '성공적인 경제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임을 명확히 지적합니다. 정치적 구호를 넘어, 오늘날 고졸 노동자에게 과거의 제조업 일자리와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 진짜 '좋은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노동 시장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를 추적하는 이 글은 우리가 마주한 경제 구조의 변화와 미래를 한발 앞서 통찰할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트럼프주의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미국에 공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들이 "외국 지도자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훔치고, 외국의 사기꾼들이 우리 공장을 약탈하고, 외국의 약탈자들이 한때 아름다웠던 우리의 아메리칸 드림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을 고통 속에서 지켜봐야 했다"고 말한다. 그의 무역 보좌관인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는 관세가 "절반쯤 비어있는 공장들을 모두 가득 채울 것"이라고 말한다.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은 가장 만화 같은 발언을 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작은 나사를 조이는 그런 종류의 일이 미국으로 올 겁니다."


수년간 정치인들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제조업의 오랜 쇠퇴를 임금 정체, 공동화된 도시, 심지어 마약 위기와 연관 지어왔다. 2000년대에만 미국에서는 거의 600만 개의 공장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러한 일자리는 종종 고졸 학력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이고 조용히 번영하는 삶으로 가는 길을 제공했다. 제조업은 도시 전체를 지탱하며 피츠버그에 '철강의 도시'라는 별명을, 애크런에 '세계 고무의 수도'라는 별명을 안겨주었다. 그러니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그 일자리를 되찾고 싶어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후임자와 같은 꿈을 갖고 있었다. 비록 그 꿈을 이루려는 방법은 달랐을지라도. "우리가 다시 세계의 제조업 수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어디 쓰여있기라도 한답니까?"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산업이 돌아온다 해도 과거의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제조업은 과거보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것을 생산하는데 이는 농업이 겪었던 변화와 매우 유사하다. 미국의 포드주의 전성기에 수많은 노동자가 공장 정문으로 모이게 만들었던 종류의 접근하기 쉬운 중산층 일자리는 거의 사라졌다.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1970년대 제조업 일자리와 가장 유사한 일은 이제 자동화되고 자본 집약적인 공장이 아니라, 전기 기술자, 정비사 또는 경찰관과 같은 직업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직업은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들에게 괜찮은 임금을 제공한다.


1970년대에는 미국 노동자의 거의 4분의1이 제조업에 종사했지만 오늘날에는 10분의1도 채 되지 않는다. 더욱이 '제조업' 일자리의 절반은 인사 및 마케팅과 같은 지원 역할이거나 설계 및 엔지니어링과 같은 전문직이다. 실제로 공장 현장에서 일하는 미국 노동자는 4% 미만이다. 이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제조품에서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독일, 일본, 한국조차도 현장 노동자의 고용 비중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중국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2000만 개 이상의 공장 일자리를 감축했는데 이는 미국 전체 제조업 인력보다 많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는 이러한 경향을 '성공적인 경제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칭한다.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자동화는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을 높이고, 소비는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며, 노동집약적 생산은 해외로 이전한다. 그러나 이것이 공장 생산량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질 기준으로 미국의 생산량은 1980년대 초반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일본, 독일, 한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한다.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가 지적하듯이, 미국의 공장들만 모아놓아도 경제 규모로 세계 8위에 해당할 것이다.


1조2000억 달러(1680조 원)에 달하는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는 영웅적인 리쇼어링reshoring 노력조차 일자리 창출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 규모의 상품을 국내에서 생산한다고 할 때, 약 6300억 달러(882조 원)의 부가가치가 제조업에서 나올 것이다(나머지는 원자재, 운송 등에서 발생). 하버드대학교의 로버트 로렌스Robert Lawrence는 제조업 근로자 한 명이 약 23만 달러(3억2200만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가정할 때,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을 다시 미국 내로 가져오면 약 3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그중 절반만 공장 현장직일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제조업 생산 인력의 비중을 겨우 1%p 높이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3조 달러(4200조 원) 수입품에 평균 20%의 실효관세율을 부과하여 이루어진다고 가정하면, 추가로 6000억 달러(840조 원), 즉 '지켜낸' 제조업 일자리 하나당 20만 달러(2억8000만 원)의 비용이 들 수 있다.


이는 과거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일자리에 대한 높은 대가이다. 70년 전, 공장은 좋은 임금, 고용 안정, 노조 보호, 풍부한 일자리, 그리고 학위 불필요라는 보기 드문 혜택 꾸러미를 제공했다. 1980년대까지도 제조업 노동자들은 경제의 다른 부문에 있는 비슷한 동료들보다 10% 더 많은 임금을 받았다. 그들의 생산성 또한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오늘날 공장 현장직은 서비스업 비관리자 직원보다 시급이 적다. 연령, 성별, 인종 등을 감안하더라도 제조업의 임금 프리미엄은 붕괴되었다. 상무부 및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와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여 추정한 결과, 제조업 임금 프리미엄은 2024년이 되면 1980년대 대비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졌는데, 비록 이 노동자들이 건설 및 운송업에서는 여전히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생산성 상승도 둔화되었다. 현재 산업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은 서비스 부문 노동자보다 더 느리게 증가하고 있어 임금 성장 또한 부진할 것임을 시사한다. '제조업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라는 주장의 핵심 요소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를 얻는 것 또한 이제 더 어려워졌다. 오늘날의 공장은 첨단 기술을 갖추고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이 운영한다. 1980년대 초반에는 블루칼라 조립공, 기계 조작원, 수리공이 제조업 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오늘날 이들의 비중은 3분의1 미만이다. 화이트칼라 전문직의 숫자가 블루칼라 공장 현장직을 큰 차이로 앞지른다. 일단 제조업 일자리를 얻더라도 노조에 가입될 가능성은 수십 년 전보다 훨씬 낮아졌으며, 노조원 비율은 1980년대 노동자 4명 중 1명에서 오늘날 10명 중 1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오늘날, 과거의 제조업 일자리 같은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우리는 동일한 특성을 가진 고용을 찾아보았다. 괜찮은 임금과 노조 조직률을 제공하고, (대학) 학위가 필요 없으며, 남성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인가? 결과는 정비사, 수리 기술자, 보안 요원, 그리고 숙련 기술직이다.



미국인 700만 명 이상이 목수, 전기 기술자, 태양광 패널 설치 기사 및 기타 유사한 기술직으로 일한다. 거의 모두가 남성이며 학위가 없다. 시간당 임금의 중위값은 25달러(3만5000원)로 견고하며, 노조 조직률은 평균 이상이고, 미국이 인프라를 개선함에 따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500만 명은 수리 및 유지보수 노동자(냉난방 환기장치(HVAC) 기술자 및 통신 설치 기사 등)와 정비사로 일하며 공장 현장 평균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번다. 응급 및 보안 요원도 유사점을 보이며 3분의1 이상이 노조원이다.

세계의 에어컨 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직업은 한 가지 중요한 면에서 제조업과 다르다. 바로 '냉난방 환기장치(HVAC) 기업 도시' 같은 것은 없다는 점이다. 과거에 공장은 도시 전체에 활기를 공급하며 공급업체, 물류, 동네 술집에 대한 수요를 창출했다. 새로운 좋은 일자리들은 더 분산되어 있어 지역경제를 지탱할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혜택이 더 분산되어 있을지라도 그 규모는 거의 비슷하다. 이러한 범주에 고용된 사람들의 수는 1990년대 제조업 일자리를 가졌던 사람들의 수와 거의 같다. 더 나은 임금, 덜한 학력주의, 더 강력한 노조 덕분에 이들 직업은 미국 노동 계급에게 오늘날 공장 일자리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미래는 공장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공식 전망에 따르면, 숙련 기술직과 수리 노동자는 향후 10년간 5%의 성장을 보일 것이다. 제조업 일자리 수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위 없는 노동자를 위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의료 지원 및 개인 돌봄 서비스로, 각각 15%와 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간호조무사나 보육사와 같은 역할이 포함되는데 낮은 임금 때문에 과거의 제조업 일자리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하버드의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이 말했듯이, 실제로 늘고 있는 일자리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아마도 약물 관리나 진단을 위해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게 한 가지 방안일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 후반, 토머스 제퍼슨은 농업을 자립할 수 있는 공화국의 기초로 보았다. 농업을 국부國富의 가장 고귀한 원천으로 본 프랑스 중농주의자들의 영향을 받은 그는 땅을 경작하는 것이 자유와 풍요로 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20세기가 되자 공장 노동이 그 상징적 역할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과거의 농업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고용은 번영과 생산성이 증가함에 따라 사라져 간다. 미국 노동계급의 심장은 이제 다른 부문에서 뛰고 있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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