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맥킨지는 어떻게 경쟁력을 잃었나

창립 100주년을 앞둔 세계 최고 컨설팅 기업의 전성기는 이미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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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2 16:08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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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는 한국의 대기업들도 여럿 클라이언트로 거느렸던 컨설팅의 명가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맥킨지의 위세가 예전같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맥킨지의 부진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의 8월 3일자 기사는 이것이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합니다. 인공지능(AI)이 비즈니스 생태계 자체를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사례이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최고 전문가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전략을 비싼 값에 사야 했지만, 이제는 AI 기술이 그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팔란티어가 맥킨지의 '경쟁사'로 인식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이는 한국의 모든 기업, 심지어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들이 앞으로 어떤 기술에 투자하고, 어떤 경쟁사와 싸우게 될지를 예측하는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는 놀라운 속도로 가속화되는 변화에 적응해야만 했습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1940년에 발간한 홍보 책자에 썼다. "역사상 그 어느 시기보다도 더 어려운 문제들을 경영자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지금 또한 격변의 시대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기업들은 어디서 어떻게 사업을 운영할지 재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인공지능(AI)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인력을 봇bot으로 대체할 기회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파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경영자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가장 저명한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현재 침체에 빠져있다.


맥킨지는 오랫동안 독보적인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여겨왔다. 1976년부터 1988년까지 맥킨지를 이끌었던 론 대니얼은 맥킨지를 "우수한 사람들"로 가득 찬 "진정으로 위대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맥킨지의 현 리더인 밥 스턴펠스는 회사를 "독보적"이라고 묘사하기를 선호한다. 이러한 우월감은 불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맥킨지는 전략 자문사 중 가장 크고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알트라타에 따르면 맥킨지 출신들은 미국 500대 기업 중 24개 사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경쟁사인 베인Bain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우, 그 수치는 각각 7개와 5개다.


스스로를 '더 펌the Firm'이라 칭하는 맥킨지는 최근까지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60억 달러(22조 원)를 약간 웃돌아 2012년 수치의 두 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급속한 확장기 이후, 산업 분석 기관인 케네디인텔리전스의 추정에 따르면 2024년 매출 성장률은 2%에 불과했다. 2023년 말 이후 직원 수를 4만5000명에서 4만 명으로 줄였다. 경제적 불확실성은 부분적인 원인일 뿐이다. 맥킨지는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 이 전설적인 컨설팅 기업은 어떻게 경쟁력을 잃었을까?



1950년부터 1967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던 마빈 바우어의 말처럼, 맥킨지는 자사 서비스가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알아서 찾아 오는 것"인 척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최근의 광적인 확장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2013년 베를린에서 열린 파트너 회의에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맥킨지를 이끈 도미닉 바튼은 이제 성장이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일단 저질러 놓고 용서를 구하는 게 낫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전직 고위 임원에 따르면 그는 이렇게 지시했다.


회사가 신중함과 양심의 가책을 내팽개치며 확장했기 때문에 많은 용서가 필요하게 될 것이었다. 2010년대 내내 맥킨지는 오피오이드 제조사들이 미국의 중독자들에게 약물을 판매하는 것을 도왔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국영기업과의 부당 계약으로 이익을 챙겼다(맥킨지는 두 사건 모두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검찰과 합의했다). 바튼의 뒤를 이은 케빈 스니더는 비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새로운 통제 장치를 도입했지만 2021년에 축출되고 "맥킨지를 파트너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스턴펠스로 교체되었다. "권한 위임"과 "책임"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맥킨지의 현 대표 스턴펠스는 파트너들이 정도를 걷도록 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지난 10년간의 스캔들은 맥킨지의 대외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과 그 직후, 경영자들이 공급망 다변화, 친환경 경영,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 등에 대한 도움을 구하면서 컨설턴트 수요가 급증하여 스캔들이 사업에 미친 더 깊은 영향은 가려졌다.


맥킨지는 그 이전 몇 년간 성장의 또 다른 원천이었던 디지털 부문의 확장 덕분에 이러한 시류에 잘 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2010년대에 많은 최고경영자들이 자신의 회사가 디지털 파괴의 다음 희생양이 될 것을 점점 더 우려하게 되자, 맥킨지는 서비스 분야를 넓히기 위해 투자했다. 2013년과 2023년 사이에 맥킨지는 최소 16개의 전문 기술 컨설팅 회사를 인수하여 고객의 디지털 전략뿐만 아니라 신제품 시제품 개발에서부터 첨단 데이터 분석 도구 구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이는 가장 최근의 확장 방식으로 이어진다. 조언을 직접 실행하는 일로 더욱 폭넓게 진출한 것이다. 고객에게 기술 개선, 운영 효율화, 공급업체 압박 등을 조언하던 맥킨지는 이제는 종종 그 과정 전반에 직접 개입한다. 케네디인텔리전스의 톰 로덴하우저는 이것이 전통적으로 액센츄어나 '빅4' 회계법인과 같은 전문 서비스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컨설팅 시장 부문에 맥킨지가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이들 기업은 훨씬 낮은 요금을 부과한다. 경쟁하기 위해 맥킨지는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수수료가 종종 프로젝트 결과와 연동됨)과 채용 대상(제너럴리스트보다 기술 전문가나 노련한 경영진에 더 집중)을 재고해야 했다.


문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거의 같은 일을 해왔지만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이다. 한 맥킨지 전직 고위 임원은 최대 경쟁사인 BCG가 전문가를 배치하고 유지하는 데 더 능숙했다고 설명한다. "우수한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아마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12년 맥킨지의 매출은 BCG의 두 배 이상이었지만, 2024년에는 불과 5분의1 더 많았을 뿐이다. 2024년 BCG의 매출은 10% 성장하여 맥킨지보다 5배나 빨랐다(톱3사 중 가장 작은 베인은 BCG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성장했다).



BCG는 최근 이스라엘계 미국인 구호 단체인 '가자 인도주의 재단Gaza Humanitarian Foundation'과의 작업으로 비판에 직면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작업에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주시키는 비용을 모델링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BCG는 책임이 있는 파트너 두 명을 해고했으며 해당 업무가 승인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밝히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앞으로 통제 강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회사의 성장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는다면 BCG는 2027년에 매출 기준으로 전략 컨설팅 3사 중 선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위협적인 경쟁사는 BCG뿐만이 아니다. 경영자들이 AI를 통해 비즈니스를 혁신하고자 하면서 맥킨지를 비롯한 다른 컨설팅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덜 전통적인 파트너에게도 눈을 돌리고 있다. 데이터 분석 기업인 팔란티어는 기업 데이터를 AI 모델에 입력하는 도구를 제공하며 이른바 '전진 배치 엔지니어'를 고객사에 상주시켜 시스템을 가동하고 운영하도록 돕는다. 팰런티어의 매출은 아직 작지만(2024년 기준 30억 달러(4조 원) 미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2025년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48%). 처음에는 정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매출의 5분의2 이상을 기업에서 벌어들인다. 시가총액은 지난 1년 동안 7배 증가하여 4000억 달러(556조 원)를 넘어섰다.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팔란티어를 "맥킨지와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의 만남"이라고 묘사하는데 데이터브릭스는 기업이 데이터를 AI 모델과 연결하도록 돕는 도구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이는 맥킨지의 자체 AI 부서이자 디지털 사업 부문의 핵심 부서인 '퀀텀블랙'과 매우 유사하게 들린다. 다른 AI 기업들도 팔란티어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기업이 자사 모델을 도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컨설팅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에게 컨설팅은 항상 부차적인 사업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소프트웨어 회사로 평가받기를 훨씬 더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AI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술 개발자들은 고객과 함께 현장에서 뛰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특히 이는 소프트웨어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는 맥킨지와 전통적인 경쟁사들이 전략 자문이라는 본래의 역할로 회귀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맥킨지의 핵심 사업이 계속해서 건전하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AI 혁명은 그 핵심 사업에도 닥칠 수 있다. 또 다른 산업 분석 기관인 소스글로벌리서치의 피오나 체르니아프스카는 전략 프로젝트가 깊은 숙고와 상당한 양의 단순 반복 작업이 결합돼 있다고 지적한다. 컨설턴트들은 자신들의 제안이 최대한 탄탄해 보이도록 스프레드시트를 샅샅이 검토하고 방대한 양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준비해야 한다.


머지않아 봇이 그 작업의 상당 부분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컨설턴트들이 봇처럼 말하고 있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것이 맥킨지에 유리할 수 있다. 맥킨지의 기술 책임자 케이트 스메지는 AI가 자사의 팀들을 더 빠르고 더 뛰어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객들은 머지않아 자신들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업무의 상당 부분이 처리되는데 왜 그렇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할 수 있다. 맥킨지가 이미 자체 봇인 '릴리'에 입력한 방대한 지적 재산은 당분간 회사를 보호해 줄 수 있다. 그러나 AI 모델은 놀라운 속도로 더욱 영리해지고 있다. 맥킨지가 다가올 100년 동안 번영은 고사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독보적인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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