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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최후통첩 "AI 안 쓰면 해고"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AI에 대체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런데 새로운 위협이 등장했다.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자신의 일자리를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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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5.12.12 15:59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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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자리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PADO에서도 관련 기사를 여럿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측면에서 한 가지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AI를 쓸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이미 AI 사용 능력에 따라 해고 대상자를 추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소개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11월 7일 기사에서 AI에 대한 미국 재계의 각양각색 대응을 엿볼 수 있습니다.


컨설팅 대기업 액센츄어의 최고경영자(CEO) 줄리 스위트는 최근 냉혹한 소식을 전했다. 액센츄어가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데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직원 77만9000명 중 70%에게 생성형 AI 기초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저희 경험상 재교육이 가능하지 않은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스위트 CEO는 말했다.


지난 몇 년간 미국 기업의 일반 직원들은 AI가 자신들을 대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키워왔다. 지금은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상사가 보기에 AI 기술을 충분히 빨리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일자리를 잃는 것이다.


전문 서비스 기업부터 테크 기업에 이르기까지 고용주들은 직원들에게 생성형 AI를 배우고 챗GPT, 제미나이Gemini 또는 회사 맞춤형 도구 같은 프로그램을 업무에 통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때때로 당근보다는 채찍을 사용한다.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거나 늑장을 부리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채용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인사 고과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해고될 수 있다.



기업들은 사무직 감원의 물결 속에서 직원들에게 AI 기술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주 일자리 1만4000개를 줄이는 해고를 발표했고, 타겟Target은 최근 본사 직무 1800개를 없앴다. IBM 또한 수천 명의 감원을 공개했다. 아마존과 IBM의 임원들은 올해 성명에서 인력 감축을 AI 기술과 연관 지었다.


일부 기업은 AI 도구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지만 이를 어디에 사용할지는 직원들이 알아서 판단하게 하고 있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수히 많다. 일부 기업은 필수 교육과정을 마련하거나 헬프데스크를 설치하여 직원들에게 AI를 업무에 접목하는 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AI 기술로 돈을 벌거나 시간을 절약할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할 책임을 지우고 있다.


이는 흥미로운 혁신을 촉발할 수도 있지만 업무 진척을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 혹은 둘 다일 수도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이그나이트테크IgniteTech의 경영진은 작년에 직원들에게 주당 업무시간의 20%를 AI 실험에 할애하도록 요구했다. 그런 시간인 'AI 월요일'에는 직원들이 고객서비스 응답 자동화와 같이 프로세스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브레인스토밍했다. 또한 직원들은 AI에 대해 배운 내용을 슬랙과 엑스(구 트위터)에 공유해야 했다.


CEO 에릭 본은 직원들이 자신의 AI 사용을 자가 진단했고 그 후 회사가 챗GPT를 사용해 사용 결과의 순위를 매겼다고 말했다. 사람의 검토를 거친 후, 이그나이트테크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직원들을 해고했다.


"그들 스스로 인정했듯이 그들은 최하위권에 있어요." 그가 말했다. "그러니 이제 떠나야죠."



쉬운 일은 아니었다. 본 CEO는 그 시기 아내에게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끔찍한" 기분을 느꼈던 것을 회상한다. 하지만 그는 AI가 존립의 위협이라고 느꼈으며 이그나이트테크가 변하지 않으면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회사에 몸담았던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내보내는 것도 힘든 결정 중 하나였다. 그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과거에는 모범적이고 생산적인 직원이었지만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지시에 저항하고 있었다고 GFI 소프트웨어와 코로스Khoros도 이끌고 있는 본 CEO는 말했다.


해고된 CPO였던 그렉 코일은 이그나이트테크의 제품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AI의 잠재력을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광범위한 감원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특히 AI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였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인력을 급격하게 추려내는 것은 매우 위험해요." 그가 말했다. "만약 AI 계획이 예상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사업에 엄청난 위험이 될 테니까요."


한 차례의 감원이 있은 후, 코일은 2023년 말 임원 회의에서 AI 활용 지시에 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직원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몇 달 뒤 그는 해고되었다고 한다.


"AI는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오고 있어요. 올라타거나 뒤처지거나 둘 중 하나죠." 코일은 말했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AI에 대해 이렇게 무식하고 획일적인 접근방식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본 CEO는 이후 회사가 해고된 직원들을 대신할 AI 전문가들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액센츄어는 이번 회계연도에 인력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크고 작은 기업의 많은 노동자들이 AI 도입을 주저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AI 도입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AI 기술이 자신들만큼 일을 잘해낼 수 있을지 의심한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AI를 사용하지 않는 미국 노동자의 40% 이상이 그 주된 이유로 AI가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더 적은 비율인 11%는 업무방식을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라고 답했다. 지난 1년 동안 AI 도입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노동자들은 "매우 준비되어 있다"고 답한 경우보다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답할 가능성이 약 3배 더 높았다고 갤럽은 밝혔다.


많은 직원이 회사가 큰 비용을 들여 도입한 AI 도구를 보더라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이 300개 이상의 AI 도입 사업을 검토한 결과, 정량화할 수 있는 가치를 달성한 것은 5%에 불과했다. 직원들은 사용 편의성 때문에 챗GPT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 같은 도구로 몰리지만 다른 소프트웨어는 잘 채택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큰 장애물 중 하나로 이러한 도구 중 상당수가 사용자의 과거 상호작용을 학습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따라서 복잡한 업무의 경우 인간 동료에게 부탁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투자 수익률(ROI)이 가장 높은 분야는 주로 지원부서back-office 기능이었다.

'얼리어답터' 우대

기업들은 직원들이 업무에 AI를 통합하도록 독려할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맥킨지에서 분석을 통한 문제해결은 컨설턴트 업무의 핵심이다. 향후 인사평가에서 해당 역량을 측정할 때, 컨설턴트들은 AI를 활용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제 맥킨지는 일부 고객 프로젝트에 직원을 배정할 때 AI 교육을 받은 직원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한다고 맥킨지의 선임 파트너이자 기술 및 AI 부문 글로벌 리더인 케이트 스마지는 말했다.


KPMG 인사 부서의 직원들은 광범위한 평가에서 AI와 얼마나 잘 협업하는지에 대해 평가받는다고 회사의 인사책임자는 말했다.


PwC는 신입사원에게 AI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대졸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목적이 있는 프롬프트 작성', AI가 포함된 워크플로 설계, 도구의 책임감 있는 사용법 교육 등이 포함된 9개 과정의 시범 커리큘럼을 시작했다.


또한 수천 명이 참석한 가을 PwC 전체 파트너 회의에서도 AI 기술과의 협업이 의제에 포함되었다. AI 교육에 대한 수백만 달러의 투자는 "분명히 성과를 거둘 것입니다." PwC의 채용 및 학습·개발 책임자인 마거릿 버크는 말했다.


40만 명 이상의 직원을 둔 고객서비스 아웃소싱 기업 콘센트릭스Concentrix의 경영진은 최근 저성과 개발자들이 AI를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사람들이 적응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콘센트릭스의 최고제품책임자(CPO) 라이언 피터슨은 말했다.


콘센트릭스는 2024년 아마존 출신인 피터슨을 영입해 전사적으로 AI를 도입할 방법을 찾으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현재 이 회사의 변호사들은 AI를 사용하여 새 계약서 초안을 검토 및 수정한다. AI 기술은 무제한 책임 수용과 같이 협상에서 회사가 절대 동의하지 않을 조항을 표시해 준다고 피터슨은 말했다. 이러한 효율성 덕분에 콘센트릭스는 변호사 10명을 더 가치 있는 협상 업무와 소송 관리에 재배치할 수 있었다.


구매팀은 제안요청서를 비교하는 데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마케팅팀은 이메일 서식과 템플릿 작성에 사용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콘센트릭스의 CEO는 6월 실적 발표에서 고용의 "대규모 감소"는 예상하지 않지만 인력 감소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AI에 대한 의지가 중요'

런던의 교육 기술 기업 멀티버스Multiverse는 AI 도입을 촉진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분기마다 AI 활용 방안을 가장 잘 제시한 직원에게 1만 파운드(1900만 원)를 상금으로 수여한다. 이번 분기 결선 진출자 중에는 30분 걸리던 작업을 5분으로 단축한 서류작업 자동화 시스템 개발자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브리핑을 작성하는 영업 보조 도구를 만든 직원이 포함되어 있다.


멀티버스의 입사 지원자들은 면접에서 실생활에서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질문을 받으며 과제 중 하나로 특정 작업을 완료하기 위한 프롬프트를 작성한다고 인사 및 AI 부문을 총괄하는 리비 댕고어는 말했다. 지원자가 AI에 회의적이라면 지원 과정에서 파악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기술뿐만 아니라 AI에 대한 의지를 가진 사람을 채용해야 합니다."


링크드인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지난 12개월 동안 AI 활용 능력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가 70% 증가했다.


네바다주 인클라인 빌리지에 사는 애니 햄버겐(28)은 지난 3월 남미 여행을 위해 마케팅 직장을 그만뒀다. 여행을 마치고 올여름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을 때 면접관들은 계속해서 AI에 대해 물었다. "저는 맹목적으로 입력하고 결과를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배움에 대한 열린 자세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말했다.


햄버겐은 최근 통합 마케팅을 이끄는 역할로 채용되어 곧 출근하게 된다. 미래의 상사와의 대화에서 그가 정보 종합을 위해 AI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했다.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그록Grok에 쳐 봐!"


1889년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USA투데이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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