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과학 에세이

2000만원이면 당신의 고양이를 살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수의학의 발달로 과거에는 영문도 모른채 떠나보내야 했던 반려동물을 좀 더 곁에 둘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독특한 윤리적 딜레마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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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5 12:36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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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스트로베리'를 처음 만났을 때, 16세의 스트로베리는 등을 바닥에 대고 대자로 누워 있었다. 복부의 털은 깨끗하게 깎여 있었고, 훤히 드러난 분홍빛 살갗에는 몇 인치 길이로 꿰맨 흔적이 보였다.


짙은 파란색 수술복을 입은 수의대 학생 2명이 스트로베리의 다리를 가볍게 잡고 있었고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방사선사가 스트로베리의 배에 초음파 검사용 액체를 발랐다. 마취제가 너무 강한 건지 아님 지친 건지. 어쩌면 전날 수술을 받은 터라 저항할 힘이 없는 듯 했다. 검사실의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스트로베리의 동공은 깊고 검은 웅덩이처럼 팽창했다. 스트로베리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다시 방향을 바꿔 자신을 둘러싼 의료진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해하는 듯.


스트로베리는 신장 이식을 받았다. 조지아대학 외과 의료진이 스트로베리의 긴 붉은빛 털을 깎고, 다리와 목에 카테터1를 삽입했다. 마취제와 진통제, 항생제, 혈액 희석제, 면역 억제제 등 입원 치료에 필요한 약물을 주입하기 위해서였다. 채드 슈미트라는 이름의 외과의는 스트로베리의 배 한가운데를, 더는 제구실을 못하는 쭈그러든 신장 두 개를 지나 가랑이까지 조심스레 절개했다. 그리고는 몇 시간 전 살아있는 기증자 고양이에게서 꺼낸 건강한 신장 하나를 연결했다.


슈미트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이식 수술을 하는 극소수의 외과의사 중 하나다. 그래서 고양이 신장을 연결하는 데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가 나를 처음 만나 활짝 웃으며 악수를 했을 때 나는 그의 손이 너무 커서 놀랐다. 굳은살이 배긴 그의 손은 내 손을 다 감싸쥐고도 남았다. 그러나 수술실에서는 겨우 몇 밀리미터 너비의 동맥과 정맥을 꿰매는 섬세한 손이었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마치 "젖은 월남쌈"을 꿰매는 것과 같단다. 이식한 신장은 자리를 잡자 분홍색으로 변했고 곧 슈미트는 스트로베리의 배를 봉합했다. (인간의 신장 이식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신장은 그대로 둬도 된다.) 그 다음은 고양이가 깨어나 소변을 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스트로베리는 무사히 깨어나 소변을 봤고, 초음파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스트로베리가 이 모든 걸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이 자신을 동물병원에 데려가 낯선 인물에게 자신을 이리저리 쿡쿡 찌르게 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고양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식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스트로베리는 신부전증으로 죽었을 것이다. 그 고통은 마치 체내에서 조금씩 중독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치료법을 쓰면 증상의 악화를 늦출 수는 있지만 멈출 수는 없다. 스트로베리의 주인이 자신의 고양이를 살리기, 혹은 적어도 생명 연장을 위해 1만5000달러(약 2000만 원)를 쓴 이유다.


그날 나는 병원에서 스트로베리의 주인을 만나지는 못했다. 스트로베리는 수술 후 최소 1주일 정도 입원해야 했다. 고양이 신장 이식을 원하는 사람들은 미국 전역에서, 심지어 다른 국가에서도 찾아온다. 슈미트를 찾아온 환자 중에는 모스크바에서 (조지아대가 있는) 조지아 주 애선스까지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주인들은 직장이나 가족 때문에 고양이가 입원하는 내내 함께 있을 수는 없다. 스트로베리의 주인도 수술 직전 고양이를 데려왔고, 회복 후에 다시 찾아갈 예정이다.


게다가 스트로베리의 주인은 1만 5000달러(이는 수술 비용만으로, 교통비와 후속 치료비까지 따지면 총비용은 그 2~3배가 될 수 있다)짜리 신장 이식에 대한 기사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실명 공개를 원치 않은 고양이 주인은 그뿐만이 아니다. 취재 과정에서 나는 십여 명의 고양이 주인들을 만났다. 몇몇은 고양이 장기 이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렸다. 실명으로 인터뷰를 허락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도 가족이나 지인들의 부정적 평가를 느꼈다고 했다. "저라면 다른 사람의 차를 두고 대놓고 '와, 비싼 차네'라고 말하진 않을 겁니다." 한 주인이 한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꽤나 쉽게 '이야, 고양이에게 돈을 많이 썼네'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많은 돈이긴 하다. 지난 수십 년간 수의학 치료와 관련된 미국인들의 지출은 증가해왔다. 2021년에는 340억 달러(약 45조 원)를 넘었다. 우리가 애완동물을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우리 조부모 세대는 침대는 고사하고 거실 소파에 애완동물을 앉히기만 해도 응석받이를 만든다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출산율 하락과 함께 애완동물은 인류에게 더 가까워졌다. (우리집의 경우, 우리 고양이 '피트'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침대의 3분의 1을 꿰차고 산다.) 요즘엔 고양이와 개를 위한 돌봄센터, 건강보험, 장례식, 심지어 갑작스런 주인의 사망에 대비한 신탁도 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의무가 생겼음을 시사하는 서비스들이다. 애완동물 키우기가 육아에 더 가까워졌다.


1만5000달러짜리 신장 이식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 아닐까? 금액에 대한 불편함은 애완동물의 지위에 대한 불편함이다. 언어부터가 적당한 게 없다. 애완동물 '주인'이란 말은 '소유물'을 암시하지만 오늘날의 애완동물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애완동물 '엄마, 아빠'가 암시하듯 '자녀'와 완전히 동등하지도 않다. 애완동물의 지위는 그 중간 어디 쯤에 있을 것이다. 나름의 욕구와 의지를 가졌지만 이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이 생명체를 키우며, 우리는 무엇을 해줘야 할까? 우리가 애완동물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우리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스트로베리의 신장 이식은 애선스 시내에서 몇 마일 떨어진 조지아대 수의대 병원에서 진행됐다. 처음 병원을 찾아갔을 때 이 병원은 인간 병원과 매우 비슷해 보였다. 물론 다른 점도 있었다. 보행로에 말똥이 보였고 유리 지붕 아래에서 골든 리트리버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처음 건축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현재 이 병원의 규모는 훨씬 더 커졌다. 1946년 조지아대에 수의학과가 설립되었을 당시엔 이곳도 다른 대학 수의학과처럼 학생들에게 가축의 치료를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아직도 대형 동물 수의학과에선 가축을 다룬다. 내가 그곳에 갔을 때도 돼지 한 마리가 수술 중이었고 새끼 당나귀 한 마리가 MRI 촬영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수의학의 초점은 '소형 동물', 즉 애완동물로 옮겨갔다. 오늘날 수의학과 졸업생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 치료 쪽으로 진출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조지아대 병원 환자 비율을 봐도 개가 가장 크고, 고양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가끔 이색적인 애완동물 환자도 있다. 몇 년 전엔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은 비단잉어 한 마리가 지방종 제거를 위해 내원해 의사들이 잉어의 아가미에 물을 뿌려가며 수술을 했다.)


병원 내 진료 부서 구성은 수의학 치료의 진화를 반영한다. 심장외과와 피부과, 정형외과, 종양과, 안과 등 다양한 전문 부서가 생겼다. 슈미트는 90년대 후반 조지아대 수의학과에 재학하며, 이 부서들을 두루 거쳤다. 이후 위스콘신대학에서 외과 인턴십을 하며 신장 이식을 수련했다. 인간 의학과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된 것이다. 조지아대의 다른 수의사들은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나 침습성 복강경 수술을 전공하기도 한다.


특히 고양이가 수의학의 진화로 가장 많은 혜택을 입었다. "제가 어릴 적에는 '왜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가? 고양이가 아프면 다른 고양이를 키우면 되지'라고들 했죠." 수의사이자 비영리단체 '에브리캣 헬스 파운데이션'의 대표를 지낸 드류 웨이그너다. 당시 고양이는 집 밖에서 살았고, 집과 야외를 드나드는 동물이었다. 그가 애틀랜타에 고양이 전문 병원을 연 1980년대 후반에도 "우습고 미친 생각"이라는 반응이 나왔었다. 하지만 그 무렵부터 고양이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물리적인 친밀감은 감정적인 친밀감을 만들었다. 웨이그너의 병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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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대 종양학과에는 애완동물이 화학치료를 다 마치면, 인간 암 병동에서 하듯 축하의 종을 울리는 전통이 있다. 웨이그너는 60년대였다면 고양이가 화학치료를 받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아마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병든 고양이는 혼자 앓다가 죽었으리라. 하지만 요즘 고양이는 조직 검사와 엑스레이 검사, 초음파 검사를 받고 암에 걸린 게 확인되면 화학치료, 방사선 치료, 면역치료를 받는다. 받을 수 있는 치료도 많아졌고, 들어가는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하지만 어디까지 치료를 하는 게 맞는지는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이런 각종 치료 중에서도 고양이 신장 이식은 독특한 윤리적 딜레마를 제시한다. 이식을 위한 신장은 어딘가에서(아니면 '누군가로부터'라고 해야 할까?) 가져와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다른 고양이이기 때문이다.




애묘인 사이에서도 신장 이식은 논란 거리다. 한 고양이 주인은 만성 신장 질환을 앓는 고양이 주인들의 페이스북 그룹에서 다른 고양이 주인들이 자신을 "신장 도둑"이라 불렀다고 했다. 영국 왕립수의학회(RCVS)는 살아있는 고양이를 이식 수술에 사용하는 데 대해 분명한 반대를 표했다. 해당 고양이는 아무런 이득도 없이 고통과 불편을 겪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양이는 자신의 신장 제공 동의서를 쓰지도 못한다.


신장을 제공한 고양이가 죽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하나의 신장으로 살 수 있다. 고양이 신장 이식은 80년대 말 UC데이비스의 클레어 그레고리가 이끄는 연구진이 개척했다. 당시 연구진은 신장 이식을 받는 고양이의 주인이 신장을 제공한 고양이를 입양하도록 했는데 현재 미국에서 고양이 신장 이식 수술을 하는 병원 3곳 모두가 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고양이의 다른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은 실시된 바 없다. 장기를 제공한 고양이가 죽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수의사와 윤리학자들은 모두 그런 행위를 비난했다. (그레고리는 개를 대상으로 신장 이식을 먼저 시도했지만 개의 면역 체계는 매우 민감해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스트로베리에게 신장을 준 고양이는 턱이 하얀 한 살배기 수컷이다. 그는 수술 바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턱을 쓰다듬어 달라고 보챘다. 젊고 건강한 장기 기증자 고양이는 나이가 많고 아픈 수증자 고양이보다 회복도 빠르다. 이 수컷은 며칠 후 스트로베리와 함께 집으로 갈 것이다.

원래 이 수컷 고양이는 실험용으로 쓰일 뻔했다. 그런데 의학 및 수의학 연구용으로 고양이를 판매하는 사육업자에게서 조지아대가 이 고양이를 산 것이다. 그의 귀에는 지난 운명을 보여주는 흔적이 숫자 문신으로 남아 있다. 위스콘신대도 실험용 고양이를 신장 기증용으로 구입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양이 장기 이식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펜실베니아대는 보호소에서 데려온 고양이들로 작은 기증 집단을 운영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장기 기증자 고양이가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한다는 주장에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수술의 윤리성에 대해 논평을 해 온 비영리단체 세계동물연맹의 CEO 제임스 예이츠의 말이다. 만약 이 고양이들이 장기 기증자로 선택되지 않았더라면 여생을 보호소나 실험실에서 보냈을 것이다. 신장을 잃는 데는 커다란 고통과 불편 뿐 아니라, 위험도 따른다. 하지만 신장을 제공한 고양이 대부분은 건강하게 오래 산다. 많은 경우 자신을 매우 아껴주는 주인을 만나 편안하게 살아간다. 슈미트는 키우던 고양이가 이식을 받기 직전 심장마비로 죽었지만 어쨌든 장기 기증 예정이었던 고양이를 입양한 주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장기 기증자 고양이가 자신의 집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병원에 있는 고양이 우리의 정확한 치수를 물어본 주인도 있다.


예이츠는 신장 이식 사례에서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매우 극단적인 단면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고양이는 목초지에서 기른 닭고기를 먹여 키울 정도로 애지중지되는 애완동물이거나, 의도적으로 병원균에 감염되는 실험 대상이거나, 아무도 살리기 위해 돈을 낼 의사가 없어 안락사당하는 동물이다. 순전한 우연이 애완동물, 실험체, 안락사의 운명을 가른다. 하지만 신장의 가격을 따지면, 고양이는 사랑하는 반려자의 영역으로까지 상승할 수 있다.




지난 여름에 나는 스스로를 '캣맘'2이라고 부르는 캐시 피빌로를 찾았다. 그는 2019년 조지아대에서 자신의 고양이 '뱅쿼'에게 신장 이식을 시켰다. 오스틴 외곽에 있는 그녀의 집은 텍사스 지역의 여느 베이지색 집들과 비슷했지만 "검은 고양이 환영"이란 표지판을 보고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뱅쿼는 검은 고양이다.) 캐시는 남편 테일러와 함께 몇 달 전 이곳으로 이사했다. 그들은 집의 일부를 애완동물들을 위해 설계했다. 뱅쿼는 면역 억제제를 복용 중이라 다른 동물들과 떨어져 있어야 해서 커다란 안방에서 지낸다. 이 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고양이 '비아'는 침실과 전용 화장실이 있는 위층에서 지낸다. 강아지 '조지'와 신장을 제공한 고양이 '셜록'은 친한 친구가 되어 집의 나머지 부분을 자유롭게 뛰놀고 있다.


캐시가 문을 열었을 때, 하얀 발에 모래색깔 얼룩무늬가 있는 셜록은 부엌 테이블에서 장난감 놀이 중이었다. 한때 그의 배를 가로지르던 수술 자국은 다 사라졌다. 내가 머리(그의 귀에도 숫자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를 긁어주자 셜록은 가르랑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캐시를 따라 주방 테이블로 가자 조지(보호소에서 데려왔다 한다)가 우리를 따라왔고 그 뒤를 셜록이 따랐다. 캐시는 자신이 인디애나 시골에서 고양이와 함께 자랐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아픈 아기 고양이 비아를 입양해 젖병을 물려가며 키웠다. 이후 수의사로부터 입양이 필요한 검은 고양이 뱅쿼에 대해 듣고 식구를 늘렸다. 비아와 뱅쿼는 그녀의 20대 시절을 함께 했다.그녀가 거지 같은 직장 생활, 마음 쓰린 헤어짐을 겪을 때도 곁을 지켰다. 그녀에겐 남편보다 이 고양이들이 더 오래된 친구다.


뱅쿼가 8살쯤 되던 2019년 봄이었다. 수의사가 정기 검진 중에 뱅쿼의 신장이 부풀어 오른 것을 발견했다.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신장은 낭종 투성이었다. 치료법이 없는 유전병, 다낭성 신장 질환이었다. 캐시는 뱅쿼의 임종 간호를 할 수는 있었지만 어떤 것도 낭종이 신장을 잠식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뱅쿼는 시한부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최후의 선택지가 있었다. 신장 이식이었다. 캐시는 병원에서 다른 수의사 멜레나 맥클루어를 소개 받았다. 맥클루어도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에게 신장 이식을 했다. 맥클루어는 이식 수술 이후의 경과를 솔직하게 들려줬다. 그의 고양이는 합병증 때문에 수술을 2차례 했고, 수도 없이 혈액 검사를 받았다. 거부 반응을 막는 면역 억제제 복용량을 미세 조종하기 위한 추적 검사도 여러 차례 받아야 했다. 면역 역제제에도 불쾌한 부작용이 있엇다. "거짓말 안하고 진짜 넉 달 내내 설사를 했어요." 맥클루어가 내게 말했다. 맥클루어의 고양이는 이후 장난기 많은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남은 생애 매일 2차례씩 면역 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매 12시간 마다 살펴주지 않으면 죽는 거예요."


피빌로 부부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뱅쿼에게 병이 생겼을 무렵, 캐시의 삶은 특히 고달팠다. 캐시는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당시의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이미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태였다. 하지만 뱅쿼를 잃는 것보다는 이식 수술을 받은 고양이와 살기 위해 생활 방식을 확 파꾸는 게 덜 두려웠다. 그리고 부부는 이를 감당할 여유가 있었다. 테일러가 IT쪽에 취직하면서 사이닝 보너스를 받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결정은 쉽지 않았다. "(이식 수술이) 뱅쿼에게 더 나은 삶을 줄지, 아니면 상황을 나쁘게 만들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캐시는 뱅쿼가 사람들과 사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해 봤다. 고도의 긴장 상태로 진정제가 필요했던 비아와 달리 뱅쿼는 애교가 많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캐시는 뱅쿼가 삶을 즐기고, 더 살기를 원한다고 결론지었다. 수술은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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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뱅쿼를 직접 만난 뒤 이들 부부가 왜 그렇게 뱅쿼를 끔찍이 여기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됐다. 희뿌연 검은 털과 황금색 눈을 가진 위풍당당한 고양이 뱅쿼는 마치 야생동물처럼 넘치는 자신감을 내뿜었다. 그런 고양이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면 행운일 것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나는 이런 점이 특정 종류의 고양이가 갖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개는 사람을 충실히 따르도록 키워졌지만 고양이는 야생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고양이의 애정을 얻는 것은 간택을 받는 것과 같다. "보세요." 캐시는 안방 침대에 누웠다. 그녀가 팔을 뻗자, 뱅쿼는 품 안으로 들어와 가르랑거렸다.


테일러는 캐시에게 위안을 주는 뱅쿼의 초자연적인 능력 때문에 신장 이식에 동의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캐시가 누우면, 뱅쿼가 그 옆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뱅쿼는 또 느긋한 성격이다. 사실 이런 점도 수술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작용한다. 수의사나 약을 싫어하거나 차 타는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들(고양이에 대해 좀 안다면, 많은 고양이들이 이런 특징을 가졌다는 것을 알 것이다)은 하루에 두 번씩 약을 먹고 오랜 기간 입원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저녁 약 먹을 시간이 되자, 테일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알약을 뱅쿼의 입에 넣었다. 약을 먹은 뱅쿼는 어슬렁어슬렁 밥그릇으로 향했다. (내 고양이에게 강제로 약을 먹이며 애를 먹었던 나는 이 모습에 조금 시샘이 났다.)


하지만 캐시는 지난 가을 뱅쿼의 상태가 다시 악화됐다고 했다. 처음에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패혈증인지 암인지 분명하지 않았던 것. 응급실 수의사는 안락사를 권했다. 만약 암이었다면, 뱅쿼가 항암 치료를 이겨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후 뱅쿼의 간에 있는 낭종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맥클루어는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하지만 수술 이후 뱅쿼의 건강은 기복을 겪고 있다. 캐시는 이제는 자신도 편안하게 뱅쿼를 떠나보낼 수 있을 거라 했다. 뱅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없다면 그의 목숨을 연장하는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애완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과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죠."




신장 이식을 받은 고양이는 평균적으로 약 2년을 더 산다. (이식 후 12년을 더 살았다는 고양이 주인도 만나긴 했다.) 이는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엄청난 결심을 했던 사람들이 또다시 위기를 맞아 언제 고양이를 보내줘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뱅쿼를 담당했던 수의사 멀리나 맥클루어는 2017년 5월 키우던 고양이 '비커'에게 신장 이식 수술을 했다. 그런데 약 3년 후 당뇨병 증상이 나타났다. 갑자기 체중이 2파운드 빠졌고, 소변을 많이 보기 시작했다. 맥클루어는 인슐린 투여를 시작하고, 지속적인 혈당 확인을 위해 어깨 부위의 털을 깎았다. 당뇨병을 일으키는 스테로이드 투여도 중단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대가가 있었다.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지 않으면, 비커에게서 장기 거부 반응이 나타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다시 투여하면, 당뇨병에 걸릴 수 있었다. 이후 비커는 장에서도 림프종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약물치료가 필요했고, 약물치료는 메스꺼움을 유발했다. 결국 메스꺼움을 덜어주는 약과 식욕 자극제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비커는 12~13가지의 약을 먹고 있었다.


나는 오스틴으로 가서 야간 근무를 마친 맥클루어를 그녀의 남편인 존 트위첼과 함께 만났다. 그녀는 고양이의 악화된 건강 상태를 굳이 포장하지 않는 매우 솔직한 성격의 수의사 같았다. 비커의 질병은 그녀가 가진 전문 지식을 활용해야 할 문제였다. "좋아, 여기 문제가 있지만 난 해결할 수 있어. 해보자."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다. 만성 신부전 진단으로 비커에게 신장 이식이 필요했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문제를 맞닥뜨리니 마치 거대한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변하더라고요."


그 무렵 비커는 불안해하면서 음식을 먹지 않았다. 더 이상 옛날의 비커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럴 때 자신이 고양이 주인들에게 하던 조언대로 행동했다. 우선 애완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행동 2~3개를 고른다. 애완동물이 이런 행동을 하면, 달력에 '기쁜 날' 표시를 한다. 그렇지 않은 날은 '슬픈 날'이다. 슬픈 날이 기쁜 날보다 많아지면, 때가 온 것이다. "색연필로 달력에 표시를 했어요." 남편 트위첼이 말했다. "슬픈 날엔 달력에 빨간색 사각형을 그렸죠." 빨간색, 빨간색, 그리고 또 빨간색이 이어졌다. 신장 이식을 받고 약 5년이 지난 1월, 그들은 비를의 안락사하기로 했다. 비커가 17살이 조금 안 됐을 무렵이었다.


페기 코크레인의 고양이 피티는 수술을 받은지 1년 6개월만에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처음 만성 신장 질환 진단을 받았을 때는 그는 이미 다른 고양이 3마리를 같은 고통 속에서 떠나보낸 후였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어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죠." 2년 반 동안, 그녀는 기능이 약해진 신장을 대신해 투석 치료를 해가며 피티를 보살폈다. 하지만 상황은 계속 악화됐고 결국 이식을 하기로 했다. 수술을 받기에는 이미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던 듯 하다. 이식 후 피티는 조금 나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됐고,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피티는 며칠을 동물 중환자실에서 보내게 됐다. 산소텐트 치료를 받기도 했다. "꽤 극단적인 치료법까지 썼죠." 결국 때가 찾아왔고, 그는 피티를 보내줘야 했다. "작은 고양이가 그렇게 죽어가는 걸 보니 너무나 괴로웠어요." 그는 여전히 이식 수술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피티를 힘들게 했던 것들을 잊지 못한다. "피티가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죠. 이식 수술 효과가 없는 것을 보는 것도, 그렇게 죽어가는 것을 보는 것도 괴로웠어요."


대화 중 그가 역으로 내게 질문을 했다. "당신이 만난 다른 주인들은 뭐라 하던가요?" 또다시 이식 수술을 하겠느냐고 물으면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더냐는 것이었다. 이식 수술에 대해 여전히 부담감을 갖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만난 고양이 신장 이식을 결심했던 주인들 대부분은 자신의 고양이가 특별하다고, 유독 애정이 많고 매우 충성스럽다고 여긴다는 인상을 줬다. 이전에도 고양이를 여럿 키운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식을 받은 고양이는 특별했다. 자신의 "인생 고양이"이자 "소울 메이트"였던 것이다.


내가 만난 고양이 주인 대부분은 신장 이식 수술을 바로 추진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대부분 보수가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2021년 핫했던 주식 시장에서 돈을 모은 이도 있었다. 거의 대부분은 자녀가 없었다.


수술비 마련에 애를 먹은 주인들도 있었다. 내가 만난 이들 중에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고양이 신장 이식 비용을 마련하려 했던 이도 있다. 그는 충분한 수술비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고 고양이는 결국 신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수술비를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2015년, 뉴욕 버팔로에 거주하는 고고학자 안드레 곤시아르는 아내와 함께 모았던 집 계약금을 수술비로 썼다. 곤시아르는 고양이 '오키'의 목숨을 집이나 자동차, 또는 은행에 있는 돈과 바꾸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수술에 큰 돈을 쓰는 게 희생으로 생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키와의 유대감은 사람에게 느끼는 유대감만큼이나 컸다고 했다. "고양이나 개의 영혼에는 내재된 사악함이 없어요. 절대 비열하지 않고, 배신하지 않죠. 그들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요." 심리학자 존 아처는, 애완동물은 "우리(사실 우리 대부분이 그렇다)가 다른 사람에게선 얻지 못하는 조건 없는 애정을 준다"고 썼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행복을 가져다주는 조건 없는 애정의 종식을 늦출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돈이 있다면) 차를 사거나 여행을 가죠." 또 다른 고양이 주인 제이슨 매튜스다. "저는 제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구할 거예요. 내가 만난 고양이 주인 중에는 고양이 한 마리에 수만 달러를 쓰는 게 불필요한 사치품에 수만 달러를 쓰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되묻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물질을 통해 위안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로 간주된다. 하지만 동물과의 깊은 감정적 유대를 갈망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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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서펠은 1986년에 쓴 유명한 저서 <동물, 인간의 동반자>에서 "동물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이상하거나 비뚤어진, 혹은 낭비적인 데가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대해 썼다. 사회에서 변화가 생겨날 때 종종 그러는 것처럼 애완동물의 지위가 상승하면서 뭔가 사회의 도덕이 추락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겨난 것이다.


서펠은 영어권에서 애완동물을 기른 역사를 추적한다. 중세 시대 영국의 귀족 여성들 사이에서는 작은 애완용 강아지(랩독)가 인기였다. 다른 동물은 실용적 목적으로 키우는 가축이었다. 소는 쟁기질을 위해서, 돼지는 고기를 위해서, 고양이는 쥐를 잡기 위해서 키웠다. 반면 랩독은 너무 작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귀족 여성들은 이 강아지를 애지중지 키웠다. 16세기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도 작은 강아지에게 파란 벨벳 옷을 입혀 키웠다. 그 무렵 영국 역사책에서는 랩독을 "훨씬 더 나은 활동에서 관심을 떼어내 귀중한 시간을 하찮게 보내고 노는 데 쓰는 도구"라고 비꼬았다.


애완동물 소유는 마침내 성장한 중간 계급에도 확산됐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20세기 신문에는 자신이 키우던 개를 위해 8000파운드를 써서 비행기 비즈니스석 전체를 사들인 '백만장자 여성' 같은 선정적인 이야기가 실렸다. 부유한 사람들이 애완동물에 탐닉하는 이야기는 동물에 대해 과도한 관심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동료 인간들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 말이다. 그 돈으로 얼마나 많은 굶주린 고아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 물론 보석에 8000파운드를 쓰는 것에도 같은 비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애완동물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키우는 인간과 비슷한 특징(용기, 충성심, 애정 등)을 갖고 있다.


서펠이 연구를 영어권 너머로 확장하자, 더 복잡한 동물과의 동반 역사가 등장했다. 세계 곳곳의 원주민 사회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강렬한 감정적 유대가 흔하게 발견된 것이다. 호주 원주민들은 자신의 집 안에서 딩고(호주산 들개) 새끼들을 키웠다. 한 19세기 연대기 작가는 딩고에 대해 "사람들은 그것을 어린아이처럼 어루만지고, 벼룩을 잡아주고, 입에 키스한다"고 썼다. 브라질 칼라팔로 족은 새들을 길들였고, 새들이 죽으면 집 근처에 묻어줬다. 많은 문화권에선 여성들이 강아지와 원숭이, 돼지, 사슴, 심지어 아기 곰에게 젖을 먹이기도 했다. 콜롬비아 아마존 여성들은 자신의 아기에게 하듯 강아지에게 젖을 먹이고 바나나를 씹어서 앵무새에게 먹였다.


즉 동물에 대한 감정적 애착은 퇴폐적인 현대 서구 문명의 발명품이 아니다. 대신 서펠은 현대 서구 사회에서 새로 생겨난 것은 도리어 애완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걸 "이상하고 비뚤어지거나 낭비적인" 것으로 보려는 바로 그 충동이며, 소와 돼지, 닭 같은 다른 동물들에 대한 착취와 도살을 정당화하려는 욕구의 발로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어떤 동물은 애완동물로서 애정을 베풀면서 또 어떤 동물은 가축처럼 잔인하게 대할 수 있을까? 서펠에 따르면 이 역설에 대한 "가장 덜 괴로운 해결책"은 애완동물과의 감정적인 관계를 폄하하는 것이다.


서펠은 인류 역사를 길고 넓게 따져보면 동물 인격화나 인간적 본능을 그들에게 확장하는 것은 그다지 특이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어떤 면에선 완전히 자연스러운 일", 즉 아주 인간적인 일이라고 했다.


수세기에 걸쳐, 심지어 서펠이 논문을 쓴 1980년대 이후로도 애완동물을 위한 물질적 애정 표현 방법은 계속 늘어왔다. 요즘 애완동물 가게에 가면 장난감과 침대, 분수, 유모차, 사람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간식, 코담요, 재킷, 깨물고 노는 장난감, 놀이용 펜, 비타민, 애완동물 모니터, 진정시켜주는 목걸이, 칫솔, 기저귀, 애완동물 생일 선물 세트 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돈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동물의 생사가 달린 수의학적 치료에서 가장 난감한 문제가 된다.




수의사들 또한 아픈 애완동물을 위해 어디가지 치료하는 게 맞는지 고민한다. 최근에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약 500여 명의 미국 수의사 중 98.5%가 애완동물 주인들로부터 죽어가는 동물에게 별 소용도 없는 치료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답했다. "제가 중증 질환 동물을 담당하던 시절에 매일 같이 겪었던 일이죠." 이 연구의 공동 저자로 참여한 하버드대 수의사이자 생명윤리학자인 리사 모제스다. 그는 말기 전이성 암에 걸린 개의 주인이 또 다른 항암치료를 원하거나 심부전을 앓고 있는 고양이를 계속 병원에 입원시켜 폐에서 농양을 제거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의료진은 난감하죠. 겨우 하루이틀의 시간을 벌고자 그런 치료를 계속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수의사이자 이 연구의 제1저자인 네이선 피터슨은 자신이 무의미한 치료를 했던 것은 애완동물이 아닌 그 주인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의학의 발전은 애완동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무엇이 그들을 위해서 최선인지 사이에 간극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고정적이고 보편적인 입장은 없다. 위스콘신대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하는 로버트 하디는 90년대 후반 영국에서 실습하던 당시 영국인들의 다양한 입장을 경험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정말 아끼고, 대부분의 애완동물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더군요." 따라서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는 간단해서 회복 가능성이 높은 수술도 거부했다. "'이 골절은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고 말하면 보통 '나는 내 애완동물이 그런 과정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답하더라고요. 그냥 문화적 사고방식이 다른 거죠."


'환자에게 얼마나 고통을 겪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인간 의학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모제스는 근본적 차이를 지적했다. 수의사는 안락사를 고통을 덜어주는 인도적 방법으로 여기도록 훈련받는다. 반면 의사는 그렇지 않다. 수의사에게 안락사를 미루는 것은 고통을 연장하는 것이다. "수의사들이 수의사가 된 까닭은 동물이 고통받는 게 싫어서거든요. 동물의 고통을 줄여주는 걸 우리의 의무라고 여기죠." 그는 그로 인한 도덕적 고통이 수의사를 몹시 힘들게 한다고 했다. 이 분야의 이직률은 인간 의학계보다 훨씬 높다. 자살률도 높다.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여성 수의사의 자살률은 3.5배, 남성 수의사는 약 2배 높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를 떠나다 보니, 일부 동물 응급실은 운영 시간을 줄이고 아픈 동물 환자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는 주인들을 상대하는 것도 수의사들에겐 흔한 일이다. 피터슨은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동물병원이 통합됐고, 대형 기업 동물병원은 MRI, 복강경 수술, 레이저 치료 등과 같은 수술용 고가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애완동물 주인들은 소형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애완동물을 위한 각종 검사와 수술을 권유받는다. 그만큼 청구서도 더 쌓인다. 이는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의미하지만, 오직 그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우에만 그렇다. 수의사들은 치료비를 듣고 화를 내는 애완동물 주인들을 자주 봤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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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메인 주의 한 동물병원이 화제가 됐다. 자신이 키우던 저먼셰퍼드 강아지의 응급 수술비로 1만 달러를 청구받은 주인이 언론사에 제보를 한 것이다. 주인은 수술비의 50%에 달하는 보증금을 낼 수 없었고 긴급 대출도 받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수술비를 위해 자신이 키우던 개를 다른 주인에게 넘겨야 했다. 이 이야기가 방송되자, 분노한 시청자들이 병원 홈페이지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수의사들이 개를 빼앗고 동물의 생명보다 돈을 중시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병원에 따르면 분노한 시민들의 전화로 응급 전화가 먹통이 될 정도였다. 병원을 불태우고 직원들을 죽이겠다는 협박도 시시각각 들어왔다. 지난 여름 만난 전국의 여러 동물병원 관계자들도 이 일화를 전했다. 그들 모두 분노한 애완동물 주인들을 만나봤기에 불안하다고 했다. "주인들은 때로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죠." 로드아일랜드에서 일하는 수의사다. "돈을 안 들이고 치료해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심지어 미국에서도 인간 응급실은 죽어가는 환자를 수술하기 전 보증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인간 생명의 존엄함이 계산에 앞서는 것이다. 하지만 수의학 치료는 그렇지 않다. 치료받을 '권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돈을 내야 누리는 순전한 '소비재'가 되야 할까? 그 답은 당신이 애완동물 생명의 존엄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슈미트는 학창 시절 의사가 되는 것도 생각했었지만 감정적인 고통이 두려웠다고 했다. "딸이 죽어가고 있다고 엄마에게 말해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래서 그는 수의사가 됐다. 하지만 주인들에게 개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됐다. 5000달러를 내지 않으면 그들의 개가 죽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특히 더했다.


미국에서는 애완동물 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다. 몇몇 고양이 주인들은 보험으로 고양이 신장 이식 비용 대부분을 커버했다고 했다. 현재 대학원생인 홀리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원에서 의료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사생활을 이유로 성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고양이는 2021년 여름 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처음 이식 수술에 대해 들었을 때 그의 반응은 "우라질, 난 그만한 돈이 굴러다니지 않으니 안 되겠네"였다. 아버지는 블루칼라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은퇴를 했기에 도와줄 형편이 안 됐다. 하지만 그 때 자신의 고양이가 치료비 90%를 보상해주는 애완동물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걸 떠올렸다.


홀리는 보험사의 관료제를 상대로 영웅적인 투쟁을 벌여야 했다. 보험사를 상대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수의사를 찾아가 의료 기록을 모두 챙기고 보험사와 보장 범위에 대해 협상해야 했다. 보험사는 수천 달러에 달하는 장기 기증자 동물의 수술 및 치료비에 대해선 보상을 하지 않으려 했다. 홀리는 이를 부담할 형편이 아니었지만 장기를 기증하는 동물에 대한 수술비와 치료비를 제공하지 않으면 자신의 고양이도 이식을 받을 수 없었다. 홀리는 밀어붙였고 보험사는 결국 물러섰다. "제가 의료 분야에 빠삭한 대학원생이 아니었다면 제 고양이를 구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는 자기 고양이의 경험을 인간 의료에서 나타나는 불평등과 함께 볼 수 밖에 없었다. 흑인인 홀리는 신장 질환만 봐도, 자신의 가족을 포함한 흑인들이 더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제 고양이에게는 신장 이식을 해줄 수 있었는데 저희 가족 중 하나는 신장 이식을 못 받아 세상을 떠나야 했다는 건 정말 부르주아적으로 개 같은 상황이죠."


홀리가 고양이를 조지아대로 데려갔을 때 그는 자신이 신장 이식을 위해 고양이를 데려온 다른 주인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자신의 고양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고양이가 상당수의 사람들이 받는 것보다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저는 이 고양이 하나를 위해 이 모든 걸 해주고 있는데 저 바깥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죠."




약 5년 전, 남편과 나는 피트와 함께 지낼 고양이를 하나 더 입양하기로 했다. 눈이 오던 어느날 아침, 우리는 교외에 있는 보호소로 갔다. 그곳에는 입양될 고양이보다 입양하려는 주인이 훨씬 많았다. 우리가 다른 입양 신청자들을 살펴보고 있을 때, 한 자원봉사자가 우리에게 신청서 양식을 건넸다. 양식은 우리가 애완동물의 치료에 쓸 수 있는 금액의 최대치를 물었다. 자원봉사자는 그 질문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다고 장담했지만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0을 너무 적게 적자니, 불안하기도 하고 내가 무정하고 잔인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적자니 남을 배려하지 않고 사치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는 0을 세 개쯤 적었던 것 같다. 어쨌든 틀린 답은 아니었던 듯 하다. '와일리'라는 이름의 한 살배기 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었으니까. 이후 몇 년 동안, 나는 와일리나 피트가 우리와 계속 함께 하는 것에 어떻게 금전적 가치를 매길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 필수 가족 구성원이 됐다. 피트는 냉정하고 침착하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은밀한 애정을 보여준다. 와일리는 활기차면서 다소 서투르다. 거리도 계산하지 않고 무릎 위로 뛰어들다 미끄러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와일리는 새로운 장난감을 보면 일단 달려드는데 피트는 뒤로 물러선다. 피트는 관심을 숨기고 싶어하면서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을 약간 못마땅해 하는 편이다.


고양이들의 다양한 성격을 관찰하는 것은 나와 남편의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됐다. 우리는 고양이를 보며 우리 자신의 결점을 본다. 피트의 유보적인 태도가 어떻게 그를 방해하는지나 와일리의 기백이 어떻게 그를 곤경에 빠뜨리는지. 피트와 우리를 동일시할 때도 있고 와일리와 동일시할 때도 있다. 우린 그저 고양이에게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마 그게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애완동물과 인간의 친밀한 관계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애완동물을 통해 우리에게 거울처럼 보여준다.


우리 고양이들은 우리에게 인간이 된다는 건 무엇인지를 가르쳐줬다. 나는 그 값어치를 감히 헤아리지 못한다.



*이 기사가 발행된 후 뱅쿼의 건강은 계속 악화돼 캐시 피빌로는 뱅쿼를 안락사시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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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7년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문예 매거진. 진보적 성향으로 롱리드 피처, 인터뷰 기사로 유명합니다. 본래 월간지였으나 현재는 1년에 10회 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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