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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방식의 혁명: 16세기 '테르시오'에서 21세기 1인칭 시점 드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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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州) 미공개 장소에서 '헬'이라는 호출명을 쓰는 우크라이나군 제113 국토방위여단 소속 군인(34)이 1인칭 시점(FPV) 드론 조종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5.07.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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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등장이 주목되었고, 드론은 미래전의 핵심 요소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역장교이면서 전쟁사가이기도 한 필자 두 사람은 좀 더 근본적인 변화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들은 16세기 스페인군이 도입한 테르시오(tercio) 전투대형을 모델로 삼습니다. 테르시오란 영어로 'the third' 즉 '3분의 1'이라는 의미로 창(槍), 검(劍), 총(銃) 이 세 가지를 다루는 병종을 '3분의 1'씩 하나의 전투대형으로 묶어낸 것입니다. 당시 총, 정확히는 화승총의 등장이 큰 기술적 변화였는데, 화승총은 탄환을 장전해 쏘기 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이에 따라 총탄을 한 발 쏘고 나서 재장전할 때까지 적의 공격에 취약해진다는 약점을 가졌습니다. 화승총의 장점을 살리되 취약점을 가리는 방식을 찾아낸 것이 스페인군이었는데, 바로 창병, 검병으로 총병을 둘러싸는 것입니다. 테르시오 부대는 규모도 커야했지만 무엇보다 이 3개 병종이 일사불란하게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규율이 있어야 했습니다. 부대의 규모, 그리고 규율을 위해서는 부대가 중세적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모이고 흩어지는 대신 상비군이어야 했고, 이 상비군의 필요성은 강력한 중앙정부를 요구했습니다. 테르시오의 등장과 스페인 절대왕정의 등장은 연계되었습니다. 필자들은 드론, 특히 1인칭 시점(FPV) 드론의 등장은 군대 조직의 변화, 그 변화를 뒷받침하는 국가 차원의 변화와 연계될 때 '전쟁방식의 혁명'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이 글에서는 국가 차원의 변화까지는 다루지 않지만, 현재까지 미국에서 이뤄져 왔던 소수의 고가 무기 생산 중심에서 다수의 저가 무기 중심의 방위산업으로 바꾸는 것, 또 설계에서 시작해서 생산으로 가는 긴 절차를 설계와 현장이 빠르게 연동하는 몸이 가벼운 방위산업 체계로 변화하는 것도 이야기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들은 이 글에서 드론 분대를 신설할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의 소대가 3개의 소총 분대와 1개의 화력지원 분대로 이뤄져 있는데, 이것을 고쳐 1개의 드론 분대와 2개의 소총 분대, 그리고 1개의 화력지원 분대로 소대를 재구성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 국방부에서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필자들의 주장대로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조직과 만나야 혁명적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이 결합을 성공한 군대만이 장차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발생하는 사상자의 60~70%가 드론에 의해 생긴다. 값싸고 일회용인 1인칭 시점(FPV) 드론은 수 킬로미터 밖에서 조종되며 참호로 뛰어들고, 창문 사이를 통과하며, 장갑차량의 뚜껑 속으로 파고든다. 전장에서 가장 오래된 생존 원칙—엄폐, 은폐, 또는 용기가 당신을 지켜줄 수 있다—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술 변화가 아니라 전쟁의 오래된 규칙을 뿌리째 뒤흔드는 전쟁방식 혁명의 시작이다. 그것은 미리 작성된 교리가 없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 전선의 드론으로 뒤덮인 하늘에서 살육의 불길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전술의 변화가 아니라 현대전 수행 방식의 엄청난 단절이다. 1인칭 시점 드론은 16세기 스페인 테르시오(1tercio)의 등장이래 육상 전투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화력이 테르시오 같은 새로운 전투 대형의 등장을 유도하며 유럽 전쟁의 양식을 바꿨듯, 1인칭 시점 드론은 군대가 싸우고 생존하는 방식을 다시 조직하고, 다시 사고하며, 다시 학습하게 만들고 있다. 현대의 군대는 이제 모든 보병 부대의 최하위 전투 단위까지 드론을 통합함으로써 21세기형 테르시오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전쟁방식 혁명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들은 단순히 전투에서 패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장에서 산산이 조각나 전쟁 전체에서 완패하게 될 것이다.

원조 혁명: 스페인 테르시오의 탄생

16세기와 17세기 동안, 스페인 테르시오의 등장은 전쟁방식 혁명의 시작을 알렸다. 테르시오는 단순한 전술 대형이 아니었다. 그것은 폭력의 운용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신이었다. 전통적인 창과 검을 들고 싸우던 보병 대형에 초기 화약 무기인 아르퀘부스(화승총)를 통합함으로써, 테르시오는 약 1세기 동안 유럽 전장을 지배한 압도적 전력을 창출했다. 아르퀘부스는 단독으로는 느리고 신뢰도 낮은 무기였지만, 조밀한 대형과 병종 간 협동 전술에 의해 지원될 때 전쟁의 양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무기가 됐다. 이는 단순한 전술 변화가 아니라, 상비군과 중앙집권, 교리와 병참, 조세 체계까지 요구한 대규모 군사혁신이었다.


테르시오는 창병의 방진(方陣)과 총병의 화력을 결합해 충격과 화력을 융합한 체계를 만들었다. 이는 중세의 근육 중심 전쟁 방식에서 벗어나 화약이라는 화학 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전쟁 시대로의 전환이었다. 전투에서 승패는 이제 용기나 기병 돌격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이 결합해 만든 체계적 살상력에 의해 결정되었다. 화기를 갖추지 않은 보병은 단순히 패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살당했다.



오늘날 우리는 총이 아닌 기계로 촉발된 또 다른 전쟁방식 혁명을 목도하고 있다. 1인칭 시점 드론은 전투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감시와 정밀타격 능력을 이제 보병 분대의 손안에 쥐어주고 있다. 아르퀘부스처럼 이 드론은 전술적으로는 취약하지만 전략적으로는 혁명적이다. 현대 전투 대형 속에 통합될 때, 전쟁의 판을 새롭게 짠다. 테르시오의 진정한 천재성은 무기 자체가 아닌, 그것을 기존 보병 체계와 통합한 데 있었다. 스페인 테르시오는 우리에게 '무기를 가장 잘 활용하는 자가 아니라 체계를 가장 잘 완성한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오늘날 드론도 마찬가지다. 이를 가장 먼저 대규모로 체계화하는 세력이 전장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일부는 1인칭 시점 드론을 더 저렴하고 빠른 타격 수단, 즉 일종의 전술 포병으로 비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비유는 변화의 규모를 축소하는 오류를 범한다. 포병은 좌표를 미리 설정하고 선형적(線形的) 방식으로 타격하지만, 드론은 말 그대로 적을 사냥한다. 창문을 통해 열 신호를 추적하고, 참호로 뛰어들어 박격포로는 불가능한 각도로 타격한다. 이는 단순한 투발 수단이 아니라, 전장 위의 새로운 포식자이며, 유동적이고 네트워크화된 살상력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다. 1인칭 시점 드론은 단지 그 효과를 넘어서, 전투원들이 보고, 움직이고, 생존하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


2025년 이후, 드론 없이 작전하는 지상군은 극도로 취약해질 것이다. 하늘에서 사냥당하고, 센서에 의해 식별되며, 두려움 없는 기계에 의해 박살날 것이다. 철과 살, 화약으로 구성된 과거의 테르시오와 달리, 새로운 테르시오는 인간과 드론의 결합, 즉 직관과 기계적 정밀성의 융합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적응하지 못하는 자는 가장 먼저 패할 것이다.

전쟁 방식의 혁명이란?

역사학자들은 전쟁 방식의 혁명을 단순한 신무기 개발로 보지 않는다. 전술, 조직, 교리, 전략 전반에 파급 효과를 일으킬 때 비로소 전쟁방식 혁명이 된다. 이런 혁명은 전쟁 수행의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도록 사회 전체에 요구한다.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전쟁 수행과 군 편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재사고가 이뤄진다고 주장했고, 제프리 파커(Geoffrey Parker)는 화약 무기와 요새 기술이 포위전, 병참, 국가 역량 전반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주었다. 클리퍼드 로저스(Clifford Rogers)는 여기에 더해, 진정한 군사 혁명은 선형적 기술 발전이 아닌, 체계를 뿌리째 재구성하는 '파열적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변화는 점진적 진화나 단순 혁신이 아니라, 전쟁 수행 방식, 군대 구조, 국가의 전쟁 준비 방식 자체를 다시 짜는 체계적 붕괴와 전환이다. 진정한 전쟁방식 혁명은 무기가 새로워졌을 때가 아니라, 그 무기가 전쟁의 논리를 바꿨을 때 일어난다. 혁신은 도구를 바꾸고, 혁명은 체계를 바꾼다.


1인칭 시점 드론과 이를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는 단순한 전술적 혁신이 아니라, 군사 체계 전체의 전환을 예고한다. 크리스천 브로즈(Christian Brose)가 '킬 체인'(The Kill Chain)에서 지적했듯, 미군의 기존 우위는 고가의 정밀 플랫폼—전차, 스텔스 전투기, 항공모함 등—에 기반해 왔다. 반면, 1인칭 시점 드론은 이 모델을 뒤집는다. 극히 적은 비용으로, 작고 똑똑하며 네트워크화된 기계들이 기존의 방대한 군산복합체 구조를 정면으로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지 무기 획득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이 요구하는 국가 체계 자체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스페인의 테르시오가 새로운 재정 및 관료 시스템을 요구했듯, 드론 전쟁 역시 국가의 방위 산업과 병참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고가의 정예 플랫폼 몇 기를 생산하던 국방경제는 수천 개의 저렴하고 일회용인 시스템을 대량 생산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보병과 기갑 대형 역시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대규모 연대, 사단 중심의 돌격전술을 무력화했듯, 드론 전쟁은 대규모 여단 단위의 병력 운영을 시대착오적인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여단은 너무 잘 보이고, 너무 정적이며,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한때 현대 기동전의 기본 단위였던 여단이, 조만간 나폴레옹식 전열보병처럼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요컨대, 1인칭 시점 드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전장을 보는 방식, 생존하는 방식, 타격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혁명이다.

테르시오

16세기 초 등장한 스페인 테르시오는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느리고 불안정한 화기였던 아르퀘부스를 창과 함께 통합해, 전장을 장악하는 '파이크 앤 숏'(pike and shot) 체계를 창조했다. 핵심은 무기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무기를 중심으로 구축된 체계였다. 테르시오는 단순한 전투 대형이 아닌, 교리, 훈련, 국가의 물적 지원이 결합된 종합적인 전쟁 체계였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그와 유사하다. 테르시오는 기존 체계에 새 무기를 단순히 덧붙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을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바로 이 점에서, 테르시오는 오늘날 1인칭 시점 드론 전쟁의 가장 적절한 역사적 비유가 된다. 1인칭 시점 드론은 전술적으로 취약하지만, 보병, 센서, 간접화력과 함께 네트워크화될 때 전투의 문법을 완전히 바꾼다. 도전 과제는 단순히 드론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드론을 중심으로 체계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테르시오가 했던 일이며, 1인칭 시점 드론 시대에 우리가 다시 해야 할 일이다.


마이클 호로위츠(Michael Horowitz)와 스티븐 피터 로젠(Stephen Peter Rosen) 같은 학자들이 지적하듯, 신기술은 그 자체만으로 전쟁을 바꾸지 않는다. 관건은 군대가 그것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느냐이다. 아르퀘부스는 테르시오라는 교리와 대형이 있었기에 효과적이었다. 마찬가지로, 1인칭 시점 드론은 새로운 작전 개념과 부대 구조, 그리고 기존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도부의 결단을 필요로 한다. 호로위츠는 "혁신을 채택하되, 그에 맞춰 조직을 바꾸지 못한 국가는 많은 비용을 쓰고도 큰 성과를 얻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는 기술의 시험인 동시에, 제도적 상상력의 시험이기도 하다.


이것은 단순한 역사적 비교가 아니다. 테르시오의 등장은 우리에게 한 가지 분명한 교훈을 준다. 새로운 기술이 혁명적으로 되는 순간은, 그것이 전쟁 수행 방식 전체를 재구성하는 체계 속에 통합될 때라는 것이다. 아르퀘부스가 그랬듯, 1인칭 시점 드론 역시 지금 이 순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한 미공개 장소에서, 포크로우스크 방어선을 담당하는 우크라이나군 제59 별도 돌격여단 제1 무인 시스템 대대 소속 드론 조종사가 1인칭 시점(FPV) 드론을 수리 및 시험 조종하고 있다. 2025.04.07 /사진=로이터/뉴스1

러시아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한 미공개 장소에서, 포크로우스크 방어선을 담당하는 우크라이나군 제59 별도 돌격여단 제1 무인 시스템 대대 소속 드론 조종사가 1인칭 시점(FPV) 드론을 수리 및 시험 조종하고 있다. 2025.04.07 /사진=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 눈은 이제 죽음의 사신이 되었다

1인칭 시점 드론의 변혁적 위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우크라이나다. 처음에는 취미용 드론을 개조해 사용하는 즉흥적 방식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분대 단위의 보병이 실시간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전투 교리로 진화했다. 한때는 안전한 기지에서 고도로 훈련된 공군 조종사만이 다루던 도구였던 드론이, 이제는 보병 분대의 손에 쥐어졌다. 오늘날 1인칭 시점 드론은 최전선 보병의 무기가 되었다. 그것들은 값싸고, 빠르고, 치명적이다. 어쩌면 우크라이나에서 우리는 테르시오의 재등장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창과 아르퀘부스 대신, 보병 분대는 1인칭 시점 드론을 갖췄을 뿐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전술적 적응을 넘어선다. 16세기 테르시오의 등장과 유사한, 전쟁 방식의 근본적인 재편을 시사한다. 당시 아르퀘부스는 적의 공격엔 취약하지만 충격력이 있는 무기였고, 창병과 함께 엄정한 대형으로 편성되고 국가적 시스템에 의해 뒷받침되었을 때 전투 방식을 재정의했다. 이제는 창과 아르퀘부스 대신, 1인칭 시점 드론, 무전기, 태블릿으로 연결된 보병 분대가 새로운 대형과 킬체인, 기동의 리듬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도구의 집합이 아니라, 새로운 교리의 초기 골격이다. 어쩌면 우리는 테르시오의 재등장을 목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후계자의 탄생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병사들은 모두 하늘을 끊임없는, 그리고 아주 가까운 위협이 떠도는 공간이라 말한다. 한 전투원은 이렇게 표현했다. "하늘에 저격수가 1000명 있는 기분입니다." 이 드론들은 단순한 눈이 아니라, 처형자다. 조종사들은 드론을 장갑차량의 해치로, 막사의 창문으로, 참호선 끝으로 날려 보내 폭발물을 적의 취약한 지점에 직접 배달한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파괴된 러시아 무기체계의 60~70%가 드론에 의해 발생했다. 엄폐, 참호, 숲처럼 "안전한 진지"라는 전통적 개념은 사라졌다. 전장은 노출되어 있고, 볼 수 있고, 위험하다. 1인칭 시점 드론의 모습이나 소리만으로도 보병과 차량은 몸을 숨기려 허둥지둥 움직인다. 그 존재 자체가 21세기의 새로운 제압 사격일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드론에게 발각되는 것이 곧 사형 선고가 되곤 한다. 드론은 표적을 추적하고, 좌표를 박격포, 포병, 미사일 부대에 전송한다. 머리 위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적 병력을 포착하는 순간, 보이지 않는 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간접화력이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은 다를 수 있지만, 일단 드론이 표적을 발견하면 그 좌표는 킬체인을 타고 전송되며 곧 금속의 비가 전장에 쏟아진다.


이 치명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대는 그물망을 치고, 더 깊은 참호를 파며, 대(對)드론 무기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이 지적하듯, 이제는 '적응'이 아니라 '변형'이 필요하다. 전장은 이미 바뀌었고, 우리의 전략과 전술도 마찬가지로 바뀌어야 한다. 이 드론들은 단순히 기존 전력에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바꾸는 존재다. 전장의 형상이 달라졌다. 한때 양쪽 참호 사이의 '무인지대'였던 곳은 이제 드론 살상 구역이 되었고, 정찰하고, 머물며, 놀라운 정확도로 타격하는 '비행하는 포탄'이 순찰한다. 적이 당신을 보면, 당신을 목표로 삼고. 그러면 당신은 죽는다.

'정밀 죽음'의 대량 생산

1인칭 시점 드론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그것은 항공력의 민주화다. 값싸고, 빠르며, 무자비할 정도로 효과적인 이 드론은 21세기에 있어 20세기의 AK-47 자동소총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폭력의 도구로, 전쟁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 그러나 AK 자동소총과 달리, 이 드론은 시야 확보도, 체력도, 용기도 필요 없다. 1인칭 시점 드론은 떠다니는 탄약, 소형 무인기 시스템, 그리고 샤헤드 같은 전통적 드론과 함께 정밀성과 대량화된 능력을 겸비한 새로운 체계의 일부다. 이들은 전장 감시와 타격의 범위와 지속성을 급속히 확장시키고 있다.


지난 세기 동안 전투원은 지형(地形)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 엄폐, 어둠, 거리가 생존을 보장해줬다. 참호, 숲, 도시의 건물은 방패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1인칭 시점 드론은 그 믿음을 산산이 깨뜨렸다. 이것이 혁명이다. 화력이 바이러스처럼 널리 보급되었다. 단 몇백 달러만 있으면 누구나 먼 거리에서 보고, 추적하고, 죽일 수 있게 됐다. 한때는 국가만이 보유하던 능력이 이제는 배낭 속에 담긴다. 한때 활주로가 필요했던 무기가 이제는 도랑 속에서 발진한다. 스티븐 비들(Stephen Biddle)의 "현대 체계"는 전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산, 엄폐, 은폐, 병종 통합을 강조했지만, 드론은 그 규칙조차 다시 쓰고 있다. 값싸고 일회용인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은폐된 병력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 체계조차 광범위하고 네트워크화된 살상력 앞에서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1인칭 시점에서 '자율살상'까지: 다가오는 드론 전격전

스페인 테르시오는 약 1세기 동안 유럽 전장을 지배했다. 단일 무기 때문이 아니라, 아르퀘부스라는 신기술을 혁신적 운용술과 결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사사에서 모든 우위는 일시적일 뿐이다. 기술적, 운용적 우위는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 적들은 항상 다음엔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7세기 초, 유럽의 지휘관들은 테르시오의 지배력을 무너뜨릴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화력, 속도, 기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대형들이 등장했고, 밀집된 창병(槍兵) 대형은 축소되었으며, 화력의 살상력이 확대되었다. 미래의 군사 우위는 새로운 무기를 '먼저' 사용하는 자가 아니라, 그것을 '가장 잘 통합하는' 자에게 돌아갔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드론 피크닉' 행사에서 고글을 쓴 한 십대가 1인칭 시점(FPV)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2025.06.14 /사진=신화/뉴시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드론 피크닉' 행사에서 고글을 쓴 한 십대가 1인칭 시점(FPV)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2025.06.14 /사진=신화/뉴시스


오늘날도 같은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1인칭 시점 드론은 상공에서의 지속적인 위협으로 소부대 전투를 바꿔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드론 기반 전투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다음 단계는 전술적 또는 그 이상 규모로 운용될 '자율 살상 무기'의 등장과 함께 빠르게 도래할 것이다. 자율 무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하피(IAI Harpy)나 함정의 근접방어 시스템(CIWS) 같은 체계는 오래전부터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위협을 탐지하고 파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타나는 것은 다르다. 소형이며, 기동성 높고, 서로 연계된 자율 살상 드론들이 전술 수준에서 군집을 이루어 작전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들은 인간의 사거리를 확장시키며, 자율적으로 협조된 방식으로 작동하여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빠른 돌파구를 만들어낸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드론 간 전투의 '전초전'일 뿐이다. 다음에는 드론 전격전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빠르고, 자율적이며, 대규모 살상을 위해 최적화된 형태로.

두려움 없는 기계, 자율 살상의 미래

스페인 테르시오는 병종 통합뿐 아니라, 철저한 훈련 덕분에 강력했다. 밀집된 대형 속에서 병사들은 포화 속에서도 훈련된 규율을 유지해야 했다. 용기는 전장의 필수 요소였다. 그러나 자율 살상 드론이 등장하는 미래 전쟁에서는 인간의 공포라는 한계조차 시스템에서 제거되고 있다.


1인칭 시점 드론과 자율 드론은 단지 전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심리적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투원이 싸우기 위해 공포, 피로,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나 드론은 그 어떤 것도 느끼지 않는다. 최고의 조종사는 지칠 수 있지만, 기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당황하지도 않으며, 표적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


자율 드론은 용기를 키우기 위해 실탄 훈련이 필요 없다. 냉정하고 비인간적인 정밀 살상의 능력은 프로그래밍된다. 한때 지원 전력으로 상상되던 자율 무기는 이제 공격과 방어의 전면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 드론 대형은 상대방의 제압 공격에도, 피해에도, 망설임에도 한치의 동요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기계는 공포, 피로, 마찰을 느끼지 않는다. 포화를 맞으며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망설이지도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한 전투원은 이렇게 말했다. "포격은 피할 수 있어요. 하지만 드론은 전혀 다른 차원의 악몽이에요."


이것이 더욱 근본적인 혁명이다. 우리는 두려움이라는 요소가 배제된 전쟁에 접근하고 있다. 이 개념은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1인칭 시점 드론은 그 최신 버전이자 가장 섬뜩한 형태다. 한때 병사의 심장이 전투의 박자를 결정했다. 용기, 탈진, 공황이 전투의 박자를 결정했다. 이제 드론이 그 리듬을 지운다. 숨쉬지 않고, 물도 필요 없으며, 연료나 배터리가 다할 때까지 작동한다. 이런 두려움 없는 무기를 전장에 투입하는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파괴적일 수 있다. 어쩌면 인류는 전쟁의 공포, 피로, 스트레스가 전장의 공포를 억제하고 완화하던 기능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욱 가차 없이, 더욱 지속적인 전쟁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공격 측은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드론 군집을 운용할 것이고, 방어 측은 공격자에게 인적, 물적으로 대량 피해를 입힐 것이다.

새로운 보병 분대를 상상하며

15~16세기 지휘관들도 오늘날과 비슷한 도전에 직면했다. 새로운 화력 기술을 전장에 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테르시오는 곤살로 데 코르도바 같은 지휘관이 중세 기병의 전장지배를 무너뜨리기 위해 새로운 대형을 실험한 결과였다. 이후 스웨덴의 구스타프 아돌프(Gustavus Adolphus)와 네델란드의 오라녜 공작 마우리츠(Maurice of Nassau)가 이 아이디어를 더욱 정제해 보병의 화력, 기동성, 유연성을 극대화했다.


우리는 지금 유사한 전환점에 서 있다. 현재 우리의 기본 전투 단위인 보병 분대는 소총, 기관총, 박격포 시대에 맞춰 설계됐다. 그러나 드론이 접촉의 성격을 바꾼다면, 분대 수준에서의 조직과 전투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에 맞춰 분대 수준에서 전투 방식을 정립하면, 작전 및 전략 수준에서도 차세대 전쟁의 DNA를 만들어갈 수 있다.

드론 분대

미래의 소총 분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전투할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3개 소총 분대와 1개 화기 분대 구조 대신, 미래의 분대는 2개의 기동 소총 분대, 1개의 화기 분대, 그리고 공중 통제를 전담하는 9인 구성의 드론 분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드론 분대는 2인 1조로 구성된 4개 팀으로 나뉠 수 있다. 1개 팀은 적 드론을 무력화하는 방어 임무를 수행하고, 2개 팀은 헌터-킬러 드론으로 공격을 수행하며, 표적을 추적하고 적 드론 조종사를 사냥한다. 1개 감시 팀은 전장을 스캔해 라이브 영상을 분대장에게 제공하고 화력을 조정한다. 드론은 이제 기관총이나 박격포처럼 분대 전투의 필수 전력이 될 것이다. 내일의 보병은 지형을 점유하는 것뿐 아니라, 공중이라는 공간을 소유할 것이다.

결론: 다음 혁명

전장은 강철이나 용기가 아닌, 값싼 드론과 지치지 않는 감시능력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 지속적인 시야, 일회용 타격 플랫폼, 실시간 킬체인이라는 전쟁의 새로운 기하학은 20세기 군사 체계의 모든 전제를 뒤흔든다. 기동을 위해 만들어진 보병과 기갑 대형은 이제 하늘의 죽음을 직면한다. 하늘은 더 이상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적대적인 '지형'이다.


드론 시대는 진화나 혁신 이상의 것이다. 이것은 혁명이다. 전격전, 항공모함 전쟁, 철도, 소총은 강력한 혁신이었지만, 기존 군사 체계 안에서 작동했다. 그것들은 속도, 병참, 사거리를 향상시켰지만, 전장의 근본 논리를 완전히 다시 쓰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드론 전쟁은 우리가 싸우는 방식뿐 아니라, 조직하고 훈련하고 지휘하고 장비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새로운 대형, 교리, 전쟁을 보고 생존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과거의 군사사학자들이 말했듯, 진정한 전쟁방식 혁명은 사회가 전쟁 수행 방식 자체를 재고하게 만든다. 드론은 기존 체계에 삽입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체한다. 한때는 연대급 병력과 활주로가 필요했던 것이 이제는 배낭에 담긴다. 한때는 용기를 요구하던 것이 이제는 와이파이만 요구한다.


이것은 혁명이다.


스페인 테르시오는 전술과 기술이 함께 진화해야 함을 유럽에 가르쳤다. 1인칭 시점 드론은 같은 교훈을 더 빠르고 더 치명적인 방식으로 되새기게 한다. 참호 속이든, 우크라이나 전장이든, 옛 대형은 무너지고, 새로운 무언가—훨씬 더 무서운 무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미래전쟁의 SF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의 전쟁 현실이다.


테르시오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새로운 무기가 새로운 대형과 전술, 전략을 요구할 때, 적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자는 죽는다. 우리는 또 하나의 그런 순간을 살고 있다. 1인칭 시점 드론은 현대 전쟁의 부속물이 아니라, 그 중심이 될 것이다. 국가의 정규군이든 배낭을 멘 게릴라 반군이든, 이 무기는 싸우고, 이기고, 죽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수세기 동안 화력은 인간의 어깨 위에 얹혀 있었다. 이제는 무게 없이 떠오르고, 두려움 없이 날며, 육체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공격해온다.


다음 전쟁이 교리를 작성하기를 기다릴 수 없다. 교리는 이미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피로 쓰이고 있다. 기계들은 이미 학습하고 있다. 이제 문제는, 우리가 학습하고 있느냐다.



안토니오 살리나스는 현역 미 육군 장교이자 조지타운대학교 역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박사과정 이수 후에는 국가정보대학교에서 강의할 예정이다. 그는 해병대와 육군에서 총 26년간 복무했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병력을 지휘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사이렌의 노래: 전쟁의 유혹'(Siren's Song: The Allure of War)와 '신병훈련소: 미 해병 만들기'(Boot Camp: The Making of a United States Marine)이 있다.


제이슨 P 르베이는 포트 리븐워스(Fort Leavenworth)에 위치한 미 육군 지휘참모대학교에서 합동교리를 가르치며, 캔자스 주립대학교 안보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는 워싱턴대학교에서 학사학위, 예일대학교와 국가정보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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