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각국 정보기관이 SNS에 작전 활약상을 공개하는 이유

SNS 시대에 특수부대, 비밀 작전, 드론의 액션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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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8일 불가리아 튜레노보 마을 인근 흑해 연안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이 추락한 지점에서 폭발이 발생하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 본문 내용과 무관함) /사진=로이터/뉴스1/호텔 레스토랑 튜레노보 CCTV 화면

2025.08.08 16:36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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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첩보 활동에 '비밀'이라는 표현을 붙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비밀로 유지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6월 21일자 기사는 왜 각국이 정보기관들의 활동을 공개하려 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비밀'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오히려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역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작전이 성공할 때까지는 '비밀'에 붙이겠지만, 작전 실행 이후에는 과거처럼 비밀로 묻어두지 않고 세상에 공개해버린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비밀로 유지하는 것이 어려우니 공개해 상대국의 사기를 꺾어버리려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개해버리는 경우 동일한 작전을 반복 실행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있을 겁니다. 상대방이 대응책을 마련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보기관들은 여러모로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에 의해 '오픈소스'가 많아졌고, 비밀유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정보기관들도 새로운 상황에 맞춰 혁신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군사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며 세계 곳곳의 스크린을 장식했다. 그 이면에는 표적을 정확히 찾아내고 공격을 유도하며 이란 내부에서 타격을 가한,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스라엘의 비밀 작전이 있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이 6월 초 초기 공격 이전과 도중에 이란 내부에서 활동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보 공개 자체가 심리전의 일환이었다. 이란 국경 내에서 거침없이 활동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능력과 이를 막지 못한 이란 정부의 실패를 과시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란 내부에서 촬영된 요원들과 드론 공격 장면이라고 주장하는, 모사드 인장이 찍힌 저화질 영상을 공개하며 자신들의 전술적 성공을 과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비밀 작전은 기밀로 유지되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부터 미국에 이르는 교전 당사국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되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들의 승리를 점점 더 널리 알리고 있다.



TE 로렌스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제국 영토 깊숙이 감행했던 비밀 작전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을 때, 그는 책과 기사를 썼다. 반세기가 지나 블록버스터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그의 활약상을 재현하기 전까지는 그 특수작전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요즘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군사 목표물에 감행한 최신 드론 공격의 액션 영상이 불과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전 세계에 공개된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무장대원들의 호출기(삐삐)에 숨겨둔 폭발물을 터뜨린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전개되었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이슬람국가(IS) 지도부에 대한 특수부대 공습 작전의 세부 정보와 때로는 관련 이미지를 SNS에 여러 차례 공개했다.


그 결과 전쟁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났다. 바로 '타임라인 전쟁'이다. 전통적 의미의 첩보 활동과 비밀 작전이 지금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다. 생체 인식 데이터는 문서 위조를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었다. 휴대폰, 백미러, 초인종에 부착된 수십억 개의 카메라는 잠행을 시도하는 모든 요원의 움직임을 포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단 몇 초 만에 수백만 장의 사진을 뒤져 현장에서 활동하는 외국 스파이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다.


그 대신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각국 정보기관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정보 확산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된 새로운 첩보 활동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비밀리에 진행되도록 설계되었을 작전들이 이제는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공개적으로 수행된다. 이러한 작전은 전장에서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펼쳐져 국내의 사기는 진작시키고 화면 너머에서 이를 지켜보는 적의 사기는 떨어뜨린다.


"비밀 작전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치명적인 활동에 연루된 요소들을 우리가 식별하고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적 지도부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전직 미 정보 고위 관리인 노먼 룰은 말했다. "이러한 능력을 보여주는 게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심지어 적이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유도하기를 바라는 것이죠." 그는 이러한 작전은 위험하고 민감한 정보원과 수법이 노출될 위험이 있어 가볍게 수행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번 노출되면 미래에 다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값싼 정치적 승리를 위해 그렇게 중요한 역량을 낭비하지는 않죠." 룰은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작전상의 영향력 외에도 선전, 심리적 효과, 또는 외교적 이득을 위해 그러한 작전을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비밀 작전은 과거에는 작전이 종료된 후에도 오랫동안 비밀에 부쳐지거나 우연히 드러나곤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암호 해독 작전은 30년 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냉전 시대의 수많은 첩보 작전은 소련이 붕괴한 뒤에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중앙정보국(CIA)의 침몰한 소련 잠수함 인양 작전은 로스앤젤레스의 한 사무실 절도 사건으로 인해 우연히 대중에게 알려졌다.


작전이 어둠 속에 남겨진다는 의미에서 '블랙옵스black ops'로 불리는 이런 활동들은 전통적으로 조용하게 치러졌던 신호와 기만 게임의 일부였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84년에 말했듯이, 1971년 '펜타곤 페이퍼1'가 백악관을 경악시킨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 담긴 일부 정보가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당시 소련 서기장의 차에 미국이 설치한 도청 장치를 통해서만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러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대한 매우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어렵게 얻은 기밀을 선제적으로 공개했음에도 러시아의 침공을 막지는 못했지만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진 대량살상무기 경고로 실추되었던 미국과 미국 정보 활동에 대한 동맹국들의 인식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에는 기밀 유지가 작전의 핵심이 아닌 경우가 많다. 거의 매주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동일한 각본으로 전개된다. 평범한 행인이 휴대폰을 꺼내 밤하늘을 배경으로 깜박이는 우크라이나 드론을 촬영하고 몇 초 후 그 드론은 정유시설, 공군기지, 또는 철도기지와 같은 전략적 목표물을 거대한 불덩어리로 만들어 버린다.


곧이어 해당 영상은 SNS에 유포된다. 뒤이어 아마추어 전쟁 분석가들이 피해 상황을 담은 상업위성 사진을 게시하고, 우크라이나 특수기관들은 집에서 영상들을 보고 있는 평범한 러시아인들에게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성명을 발표한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작전을 매우 훌륭하게 계획하고 있죠. 요즘 시대에는 모든 공격이 촬영되리라는 걸 알고 있어요."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 연구기관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연구 고문 새뮤얼 벤뎃은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점점 더 많은 러시아인들이 전쟁을 인식하고 전쟁의 영향을 받도록 공격을 설계하고 있어요."


우크라이나 정부는 실제 전투에서 이기고 있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를 상대로 대중 선전전을 벌여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이스라엘은 이란과 그 대리 세력에 대한 첩보 및 비밀 작전 결과를 공개하여 이란 정부가 위험하면서도 동시에 취약하다는 점을 외국 정부와 대중에게 설득하려 한다.


정보가 자유롭게 넘쳐나는 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20세기 중반까지 정보 환경을 통제했던 정부와 엘리트들은 오늘날 그저 그 환경을 조심스레 탐사하려 애쓰고 있다고 전직 이스라엘 장교이자 런던 킹스칼리지의 전쟁학 연구자인 오페르 프리드먼은 말한다. "이제는 압도적인 소음 속에서 목표 대상과 소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죠." 그는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신규 메모와 오래된 기록 보관소 모두를 포함한 거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어떤 비밀도 해커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홍보 지향적인 정치인들로부터 지켜지리라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미 국가안보국(NSA) 계약직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과 주 방위군 공군 병사였던 잭 테세이라와 같은 데이터 유출자들의 영향은 정보 관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아직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최전선 지역에서 군사 공격에 대한 민감한 세부 정보를 촬영하거나 게시하는 행위를 벌금형에 처하는 범죄로 규정했다. 그러나 경찰과 특수기관조차도 우크라이나 공작원들이 공격할 때 거의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드는 민간인들을 막지 못했다. 최전선의 군인들은 자신들의 행동 강령을 위반하며 정기적으로 전투 작전을 촬영한다.


한편 러시아도 별다른 위장도 하지 않고 유럽에서 벌이는 비밀 작전에서 자신들의 흔적을 감추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서방 관리들에 따르면,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은 SNS를 통해 유럽 민간인들을 고용하여 폴란드 바르샤바의 쇼핑몰이나 리투아니아의 이케아 매장에 불을 지르게 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러시아 헬리콥터 조종사가 스페인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을 때, 러시아 정보기관 수장들은 연루 사실을 부인하기는커녕 거의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이 반역자이자 범죄자는 자신의 더럽고 끔찍한 범죄를 계획하는 바로 그 순간에 도덕적으로 시체가 됐습니다."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국영 언론에 말했다.

1889년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USA투데이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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