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르쿤 메타 부사장 겸 최고 AI 과학자가 2023년 6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 센터에서 열린 혁신 및 스타트업 전문 컨퍼런스 비바 테크놀로지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5.11.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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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르쿤은 자신이 대학원생이던 1980년대에 머신러닝에 관한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에는 그 주제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훗날 회상했다.
최근 그는 메타에서 이단아가 되었다. 인공지능의 대부 중 한 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미래에 대한 그의 견해와 회사의 접근 방식이 달라지면서 그는 점점 더 소외되었다. 11월 11일, 그가 소위 '월드 모델'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을 추구하기 위해 곧 메타를 떠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르쿤은 이 기술이 메타의 현재 언어 모델보다 AI의 상태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초지능'이라 부르는 것을 추구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자사의 대규모 언어 모델인 '라마Llama'를 챗GPT와 구글의 제미나이를 능가하는 것으로 개발하는 임무를 맡은 최고 연구자 군단을 고용했다.
르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다른 방향을 택했다. 그는 자신에게 질문하는 누구에게나 대형언어모델(LLM)이 진정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사고를 하는 컴퓨터를 추구하는 데 있어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해왔다. 그는 현재 최첨단 LLM 모델들을 고양이의 마음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고양이가 LLM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그는 메타의 AI 부서인 FAIR의 관리직에서 물러나 장기 연구를 수행하는 개인 연구자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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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메타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어요. 3년에서 5년 안에 이것(LLM이 아닌 월드 모델)이 AI 아키텍처의 지배적인 모델이 될 것이고,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오늘날 우리가 가진 유형의 LLM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기 때문이에요." 65세의 르쿤은 지난달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심포지엄에서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전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르쿤은 동료들에게 월드 모델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 창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동료를 모집하며, 투자자들과 대화해왔다. 월드 모델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예측 모델인 LLM과 달리, 마치 아기 동물이나 어린 아이처럼 시각 정보를 받아들여 주변 세계에 대해 학습한다.
르쿤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고 메타는 논평을 거부했다.
초기의 혁신
르쿤은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 교외에서 자랐으며 1980년대에 오늘날 소르본대학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대학에 다녔다.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그는 아내 이자벨과 결혼했고 세 아들 중 첫째를 가졌다. 목관 악기 연주자였던 그는 때때로 르네상스 무용단을 지원하는 앙상블과 함께 연주했다.
항상 시대를 앞서갔던 르쿤은 머신러닝이 유행하기 전에 이를 연구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 제프리 힌튼이 AI의 전설이 되기 전, 토론토에 있는 힌튼의 AI 연구실에서 일했으며 초기 경력의 대부분을 수많은 발명품으로 유명한 기관인 뉴저지의 벨 연구소에서 보냈다.
"저를 가장 흥분시키는 것은 저보다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에요. 그게 제 능력을 증폭시켜주기 때문이죠." 르쿤은 2023년 와이어드 매거진에 말했다.
벨 연구소에서 르쿤은 필기 인식 기술 개발을 도왔는데 이 기술은 은행이 수표를 자동으로 판독하는 데 널리 쓰이게 됐다. 그는 또한 종이 문서를 디지털화하여 인터넷을 통해 배포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항상 물리학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해 온 르쿤은 벨 연구소에서 주로 물리학자들과 함께 일했으며 다수의 물리학 교과서를 읽었다.
"저는 AI나 컴퓨터과학과 명백하게 관련이 없는 것들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제 학부 전공은 전기공학이고, 정식 컴퓨터과학(CS) 교육은 거의 받지 않았거든요.)" 그는 12년 전 레딧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세션에서 말했다.
2003년, 르쿤은 뉴욕대학교(NYU)에서 컴퓨터 과학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NYU 데이터과학센터의 창립 이사가 되었다. 그는 뉴욕에 있으면 재즈 클럽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저커버그는 당시 페이스북이라 불리던 회사에 새로운 AI 부서를 이끌도록 그를 개인적으로 영입했다. 르쿤은 4년 동안 연구소를 감독했으며 2018년에 물러나 개인 연구자이자 페이스북의 수석 AI 과학자가 되었다.
그는 힌튼과 요슈아 벤지오와 함께 컴퓨터 과학 분야 최고의 상인 2018년 AM 튜링상을 수상했다. 오픈AI의 챗봇부터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많은 강력한 AI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다층 시스템인 신경망의 기반이 된 그들의 연구를 기리며 주어진 상이었다.
그 이후로 약간의 프랑스 억양이 섞인 영어로 말하고 검은색 레이밴 안경과 칼라 셔츠를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진 르쿤은 대체로 회사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는 라마라고 불리는 메타의 첫 오픈소스 LLM 제작을 도운 팀의 일원이 아니었고 그 이후로 개발의 일상적인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르쿤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컨퍼런스를 다니며 메타의 AI 안경과 AI 발전 경로에 대한 자신의 견해 등을 이야기한다.
르쿤의 오랜 친구인 레온 보투는 이전에 월스트리트저널에 그가 "좋은 의미에서 고집이 세다"고 말했는데 이는 다른 사람의 견해를 기꺼이 듣지만 자신만의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다른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도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저는 종교적 우파가 경멸하는 모든 것이에요."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렇게 썼다. "과학자, 무신론자, (적어도 미국 기준으로) 좌파, 대학교수, 그리고 프랑스인이죠."
이탈
그의 최근 발언 대부분은 저커버그의 야망의 중심이자 거의 모든 다른 테크 대기업의 중심에 있는 LLM에 대한 비판이었다.
"단순히 LLM을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인간 수준의 AI에 도달할 수 없을 거예요." 그는 올봄 알렉스 칸트로위츠의 '빅 테크놀로지' 팟캐스트에서 말했다. "방법이 없어요, 절대로 없고, 제 더 모험적인 동료들로부터 무엇을 듣든 간에, 앞으로 2년 안에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거친 표현을 쓰자면 그럴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어요."
이번 여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저커버그는 28세의 알렉산드르 왕Alexandr Wang을 메타의 새로운 최고 AI 책임자(르쿤의 새 상사)로, 그리고 챗GPT 공동 개발자인 성자 자오Shengjia Zhao를 메타의 새로운 수석 과학자로 임명했다.
메타의 천 명이 넘는 AI 부서 내부 직원들은 서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얀 르쿤은 어떻게 될까?'
일부는 이 발표를 르쿤이 저커버그의 AI 비전에 동참하지 않아 밀려난 것으로 보았다.
"얀의 역할에는 변화가 없어요. 그는 계속해서 FAIR의 수석 과학자로 일할 겁니다!" 저커버그 CEO는 7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앱 스레드에 이렇게 게시하며, 10여 년 전 르쿤을 영입해 이끌게 한 AI 부서를 언급했다. FAIR는 기초 AI 연구(Fundamental AI Research) 그룹의 약자다.
"성자와 함께 일하는 것이 기대돼요." 르쿤은 댓글로 답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한때 급성장하던 르쿤의 AI 부서는 인원 감축과 자원 감소에 직면했고 내부적으로 위상이 낮아졌다고 전현직 직원들은 전했다.
오랫동안 르쿤이 이끌던 이 부서는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고상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성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실험을 수행하며, 연구 성과가 언젠가 실제 제품으로 전환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곳으로 여겨졌다.
이제 수백만 달러를 버는 신입 사원들로 가득 찬 메타의 새로운 AI 연구 조직은 왕이 이끌고 있으며, 그는 팀에게 빠른 돌파구를 만들고 그 발전을 신속하게 제품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한편 르쿤은 아시아와 유럽을 순회하며 컨퍼런스에서 연설해왔다. 올해 초 한 강연에서 그는 연구 지망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만약 당신이 AI 박사 과정 학생이라면, 절대로 LLM에 대해 연구해서는 안 됩니다."







챗GPT로 촉발된 대형언어모델(LLM)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단숨에 AI를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대들보로 만들었습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인간과 비슷하거나 인간을 초월하는 수준의 일반인공지능(AGI)으로 이어지는 '고지'가 머지 않았다는 관측도 무성합니다. 벌써부터 AI로 인해 해고와 고용 감소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AI 분야에 대한 과도한 자본지출을 지적하면서 '버블'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정답을 알 수 없을 때는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얀 르쿤 같은 '이단아'의 존재는 고맙습니다. 모두가 LLM의 가능성에 열광할 때 일찌기 LLM의 한계를 지적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가 공저했고 PADO에서 2년 전 번역·소개한 'AI와 언어의 한계'는 얀 르쿤이 왜 LLM이 진정한 인공지능에 못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지를 잘 알 수 있는, AI와 LLM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은 필독해야 하는 글입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에서 AI의 마스코트와도 같았던 르쿤이 메타를 떠나는 것(지난 20일 공식적으로 메타를 떠나 스타트업을 차린다고 발표했습니다)은 빅테크가 마침내 막대한 AI 투자 대비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AI 버블이 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인지, 아니면 아직까지 더 성장의 여지가 있는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산업 내 버블과는 무관하게 AI의 미래는 르쿤 같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연구자들이 만들 것입니다. 최근 SAIT(구 삼성종합기술원)의 캐나다 연구자가 기존 LLM보다 훨씬 효율적인 초소형추론모델(TRM)을 발표한 일도 있었는데 앞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도 이런 AI 기초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