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니콜 파시냔(오른쪽) 아르메니아 총리,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3자 공동 선언문에 서명 후 함께 악수하고 있다. 오랜 앙숙이었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속에 평화 선언에 서명했다. 2025.08.09.
2025.08.15 14:39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해 양국간 평화협정에 서명하도록 중재했습니다. 양국은 과거 소련에 속해 있다가 소련 붕괴후 독립한 뒤 영토 문제로 지금껏 분쟁중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르메니아 안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소수민족 자치지역과 아제르바이잔 본국을 연결하는 회랑의 설치 문제였는데, 이번에 이 회랑(corridor)을 미국이 99년간 맡아 개발 및 관리하는 방식으로 양국이 합의했습니다. 일종의 미국 '조차지', '조계지'가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트럼프와 가까운 부동산 개발기업들이 개발 및 관리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와 비슷한 투르크계 민족으로 이뤄졌으며 이슬람 국가입니다. 터키가 후원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아르메니아와의 전쟁에서도 터키가 드론 등 무기를 제공해 아제르바이잔을 도왔습니다. 반면, 코커서스 인종이며 기독교도가 대부분인 아르메니아는 러시아가 주로 지원했습니다만, 아르메니아에 민주주의 바람이 불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집중하고 있기때문에 러시아-아르메니아 관계가 최근 소원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메니아는 미국에 접근했고, 아제르바이잔은 원래 터키와 함께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에 맡긴 회랑은 '트럼프 루트'로 명명되었는데, 이 회랑은 연장되어 산유국이기도 한 아제르바이잔을 후원국 터키로 연결시킬 것입니다. '트럼프 루트'에 철도, 도로뿐만 아니라 송유관까지 설치된다면 카스피해의 석유, 가스를 터키를 거쳐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은 과거에는 세계적인 산유국이었습니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도 아제르바이잔에서 석유 채굴로 거부가 되었습니다. 훗날 아제르바이잔의 육상 유전이 고갈되면서 석유산업이 쇠퇴했는데, 최근 카스피해의 석유를 육상에서 비스듬히 퍼올리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다시 산유국으로 부상했습니다. '트럼프 루트'로 수출길이 활짝 열리면 석유 채굴량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이번 아르메이나-아제르바이잔 합의에 대해 러시아와 이란은 불쾌할 것입니다. 전통적인 러시아의 텃밭인 남코커서스 지역에 미국이 진출하는 것이고, 또 '트럼프 루트'라는 회랑은 이란 접경지역에 설치됩니다.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은 "트럼프 루트는 지역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면서 "트럼프 용병들이 묻힐 무덤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합의'에서 묘책으로 보이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미국이 상업적 이해로 일종의 비무장 평화지역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약소국들은 미국의 이익을 해칠 수 없기 때문에 이 지역의 평화가 보장되는 것입니다. '상업적 이익의 외교적 이용'이라고도 할 이 해법을 트럼프는 여러 군데에 적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자 지구를 '리조트'로 만들어 미국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말도 이러한 해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자 지구를 이스라엘이 재점령하는 것은 가자 주민들이 반대할 것이며, 그렇다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반대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기업들이 가자를 리조트 휴양지역으로 개발한 후 미국 정부의 엄호를 받아 '사실상'의 중립지역으로 만드는 것은 가자 주민들에게도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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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전 과정에서도 이러한 해법이 적용될지 모릅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은 트럼프가 반대하고 있어서 불가능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사이에 비무장지대(DMZ)를 설치한 후 미국 기업들이 이 지역에 투자해 장기간 관리한다면 사실상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어쩌면 미국과 북한이 이러한 방식으로 해법을 찾으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북한 모두 비무장지대라는 세계에서 가장 무장된 지대로 상대방을 억제하고 있는데, 미국의 상업적 이익을 사실상의 평화유지군(PKO)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원산 등을 보여주고 싶어했고, 트럼프는 북한이 부동산으로서 투자 가치가 높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사이의 '트럼프 루트' '트럼프 회랑' 설치에서 트럼프식 외교의 비밀을 엿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즉, 미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UN의 평화유지군을 대체하는 방식입니다.
또 럼 베트남 권력서열 1위 공산당 서기장이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번 방한과 관련해 베트남이 K9 자주포 25여문을 구매하는 계약이 최종성사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양국 정부는 공식 확인해주고 있지 않지만 업계와 정부 소식통에서 최종 계약 소식을 비공식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베트남의 K9 자주포 구매는 큰 외교적 의미가 있습니다. 베트남은 소련 및 러시아산 무기를 주로 구매했는데, 소련/러시아의 주력 포는 구경이 152밀리이고, 한국, 미국 등은 NATO 표준인 155밀리 구경입니다. 즉, 앞으로 베트남은 포의 표준을 한국, 미국 등 서방에 맞추겠다는 것이며,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되는 중국과의 대결에서 서방의 군수지원을 받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입니다. 물론, 155밀리 포를 선택했다고 해서 서방에 꼭 밀착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투기는 정비나 체계통합 등에서 전투기 제조국과 밀착할 수밖에 없어서 어느 나라 전투기를 사용하느냐가 어느 나라와 외교적으로 가까운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포는 그 정도까지 체계통합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K9 자주포를 25여문 구매하고 155밀리 포탄을 몇 만발 정도 비축해두면 됩니다.
그럼에도 베트남이 더 이상 러시아제 152밀리 구경 포를 구매하지 않고 한국산 155밀리 구경 포를 가진 자주포를 구매했다는 것은 베트남이 한국과 서방을 어떻게 보는지 조금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향후 베트남이 한국산 무기를 계속 구매하고 특히 FA-50이나 KF-21 같은 전투기까지 구매한다면 그것은 외교적으로 서방쪽을 선택하겠다는 의사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명되던 류젠차오(劉建超) 당 중앙 대외연락부장이 낙마한 뒤 구금됐다는 설이 퍼지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류젠차오 부장이 지난달 23~30일간의 싱가포르, 남아공, 알제리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당국에 연행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면 중국에서는 2023년 취임 7개월만에 낙마한 친강(秦剛) 외교부장에 이어 차기 외교부장 유력 후보가 낙마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 지도부는 외교부가 미국 등 서방 '스파이' 활동의 표적이 된다고 보고 극도로 주의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