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2025년 1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마이클 델 델 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안토니오 네리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회장 겸 CEO 등 기업 리더들과 라운드테이블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5.12.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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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엔비디아는 마침내 자사의 최고급 반도체 칩 가운데 하나를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조건이 있었다. 연방정부가 해당 판매 매출의 25%를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이 엔비디아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기업과 정부의 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분 참여, 매출 배분, 이른바 '황금주' 확보, 기업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 의약품을 연방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등 트럼프의 반복적인 '이사회 개입'은 국가가 기업을 직접 소유하지는 않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통해 기업의 행동을 조종하는 일종의 국가자본주의라 할 수 있다.
국가자본주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은 트럼프의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춤으로써 더 나은 대우를 얻어낸다. 중국에 대한 판매 허용 여부, 부담해야 할 관세 수준, 규제 방식, 허용되는 인수·합병의 범위 등이 그 대상이다. 다시 말해 국가자본주의는 국가의 이익뿐 아니라, 선택받은 자본가들의 이해관계에도 봉사한다.
엔비디아는 사실상 과거에는 무료였던 '허가증'에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지만,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수익성 높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처음으로 15% 배분안을 제시한 직후인 8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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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가와 일부 자본가들 사이의 밀착된 관계가 과연 국가 전체에 이로운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국가자본주의는 정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사회주의도 아니고, 완전한 자유방임 자본주의도 아니다. 두 체제가 결합된 일종의 혼합 모델로, 미국 밖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 한때 일본과 서유럽에서 유행했으며, 지금도 중국과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두드러진다.
미국에서 정부가 기업 지분을 취득하거나 생산을 직접 통제하는 일은 전쟁이나 금융위기, 코로나19 같은 비상 상황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표준적인 방식으로 만들었다.
트럼프는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업 지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미국적이지 않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매우 미국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적으로는 많은 기업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기업 경영 개입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공격은 물론, 자신에게 거슬리는 로펌과 언론사를 향한 그의 공세를 개탄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공개적으로는 대체로 침묵을 지키거나, 오히려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두려움이 한 가지 이유이고, 대통령의 더 큰 정책 기조에 대한 연대 의식도 또 다른 이유다.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의 강도 높은 규제와 집행 공세를 겪은 뒤, 많은 기업들은 트럼프의 친기업 성향 인사에 환호하고 있다. 그는 기업 규제와 감독을 되돌리고, 더 많은 인수·합병을 손쉽게 통과시키며, 기업 감세를 법으로 확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간섭이 적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정부를 선호한다. 그러나 트럼프 하에서는 그것이 사실상 선택지가 아니다.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은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과 긴밀히 협력하려 하고 있다.
예컨대 화이자는 미국 내 구매자를 대상으로 일부 의약품 가격을 인하하고, '트럼프Rx'('트럼프 약국'을 의미)로 불리는 연방 포털을 통해 일부 제품을 판매하며, 미국 내 생산에 투자하는 데 동의했다. 그 대가로 관세 완화를 얻어냈다. 백악관 행사에서 알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 "역사적" 합의가 의약품 가격을 낮추겠다는 트럼프의 요구를 충족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은 점은 화이자가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와 비만 치료제 스타트업 메트세라를 둘러싼 인수 경쟁에 나섰을 때도 불리하지 않게 작용했다. 트럼프 측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공화당계 법률 운동가 마이크 데이비스는 기고문에서 트럼프와 연방거래위원회(FTC)를 향해, "외국 기업인 [노보노디스크가] 우리 정부의 필수적인 반독점 감독을 우회하려는 시도를 하는데도 가만히 있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후 연방거래위원회는 노보노디스크가 제시한 인수 구조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고, 그 결과 메트세라는 화이자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에 대해 불라 화이자 CEO는 CNBC에서 "연방거래위원회는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한 일을 했을 뿐이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와 나의 관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와 자본가들 간의 이해관계 정렬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실리콘밸리와 트럼프는 AI 경쟁이 미국의 경제 성장과 중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이라는 확신을 공유하고 있다.
시작부터 실리콘밸리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주요 테크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그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튿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를 발표했다.
한편 트럼프는 업계의 핵심 관심사항들을 강력하게 지원해 왔다. 그는 국가안보와 공중보건을 다룬 바이든 행정부의 AI 가이드라인을 폐기했고, AI가 집어삼키듯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에너지 공급 확대를 추진해 왔다. 지난주에는 AI를 규제하는 주(州)에 불이익을 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엔비디아의 칩과 애플의 아이폰 등 해외에서 생산된 주요 테크 수입품은 지금까지 관세 부과에서 제외돼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히 산업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가 인텔에 10% 지분을 요구해 이를 관철한 직후, 엔비디아 역시 인텔에 투자했다. 인텔은 엔비디아의 공급업체이자 잠재적 경쟁자다.
이는 경쟁자와 고객,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는 연방정부 자체의 경계까지 흐릿하게 만든 수많은 '순환적' 거래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엔비디아는 자사 칩을 사용하는 오픈AI, 앤스로픽, xAI에도 투자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에 컴퓨팅 역량을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두 회사 모두에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 투자했고, 오픈AI는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워런트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한때 일본 경제를 특징지었던 서로 얽힌 지분 구조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주요 AI 기업들 간의 협력이 AI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미국이 이 부문에서 중국보다 계속 앞서 나가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 진입자에게 장벽을 세워 경쟁과 혁신을 저해할 위험도 안고 있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에서 법무부 반독점국에서 근무했던 도하 메키는 AI 분야의 순환적 거래에 대해 "단순한 인수가 아니라, 파트너십이나 공동 투자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도식화해 보면, 그 결합 구조가 과거의 트러스트(trust)와 비슷해 보이기 시작한다"며, 이는 최초의 반트러스트법 즉 반독점법이 겨냥했던 기업 결합체를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독점 당국은 이러한 관계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AI 분야의 경쟁은 비교적 건전해 보인다. 법무부 역시 반경쟁적 행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더 큰 틀에서 보면, 행정부가 국내 경쟁을 유지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가 챔피언'을 육성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법무부 반독점 담당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가 경쟁사인 주니퍼 네트웍스를 인수하도록 허용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표면적인 논리는 합병 기업이 중국의 화웨이에 맞설 더 강력한 경쟁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었다면 반대했을 가능성이 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320억 달러 규모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 인수 역시 승인 수순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만약 널리 우려되듯 AI가 거품이라면, 그 붕괴는 데이터센터와 미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온 자본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인식한 실리콘밸리의 일부에서는, 과거 정부가 은행들을 떠받쳤던 것처럼 AI 산업을 떠받쳐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오픈AI는 산업 기반의 역량과 회복력을 확대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보조금, 비용 분담 협약, 대출 또는 대출 보증"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촉구해 왔다.
이런 '국가 챔피언'의 전형에 가장 부합하는 기업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초기 모두 엔비디아가 최첨단 칩 다수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차단했다. AI 역량이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되면서, 이러한 제한은 딥시크(DeepSeek)와 같은 중국의 최상위 AI 모델 개발업체들의 성장을 늦추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트럼프와 다른 정부 인사들을 여러 차례 만났고, 의회를 오가는 로비 활동도 벌였다. 그는 판매를 허용해야 중국 개발자들이 미국의 '테크 스택'(tech stack)에 의존하게 만들어 미국의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젠슨 황은 이달 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미국 반도체 칩이 없다면 그들은 자체적으로 완전한 테크 스택을 구축하게 될 것이고, 일단 그것을 완성하면 상상할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 이를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테크 보좌관인 데이비드 색스가 같은 논리를 폈다. 그는 화웨이가 서방 기업들을 제치고 5G 통신 분야에서 선두로 도약한 사례를 언급하며 경고했다. 색스는 X에 "중국은 화웨이 칩과 딥시크 AI를 글로벌 사우스에 수출하고 있다"며 "미국의 AI 스택을 수출하는 일을 똑같이 쉽게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 테크 경쟁을 포기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이전에 이미 바이든은 정부가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적극 수용하고 있었다. 그는 초당적으로 통과된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서명해, 엔비디아와 같은 첨단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도록 인텔 등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민간 기업으로부터 미국 정부가 도움의 대가를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행정부는 핵심광물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계약과 대출을 도와준 기업들에 대해 지분을 취득해 왔으며,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지난 금요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러한 지분이 초기에는 미국의 국부펀드가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인텔에 대한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했다. 증자로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됐음에도 불구하고 인텔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연방정부가 중국 정부가 자국의 국가 챔피언을 지원하듯 인텔에 일감을 몰아줄 것이라며 베팅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에 대한 칩 판매를 둘러싼 젠슨 황과 데이비드 색스의 주장은 그 자체의 논리만으로도 대중국 판매 반대론자들을 설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의 25%를 정부에 배분하는 조건이 설득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재무부가 인텔 지분과 중국에 대한 칩 판매에서 얻는 수익이 국가안보에 대한 초점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인텔은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이 지분으로 전환된 이후, 과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특정 유형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구축하도록 강제했던 각종 조건들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난달 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바이든 행정부 시절 상무장관으로서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을 총괄했던 지나 러몬도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한다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이 정책의 목적은 국가안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입니다."
국가자본주의는 본래 국가 전체에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권력을 쥔 이들이 국가의 이익을 자신의 이해관계와 동일시하려는 유혹은 언제나 크며, 그 결과 국가자본주의는 '연고자본주의'로 변질되기 쉽다.
데이비드 엘리슨이 지배하는 영화사 스카이댄스 미디어는 지난해 파라마운트 글로벌과의 합병에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당국은, 파라마운트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와의 인터뷰 편집을 둘러싸고 트럼프가 CBS뉴스 부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한 뒤 이 합병을 승인했다.
현재 데이비드 엘리슨의 소유가 된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인수전에 나서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자사의 영화 스튜디오들과 HBO 맥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넷플릭스에 매각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너브라더스를 누가 인수하든, 워너브로더스 산하 CNN 뉴스 채널의 소유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엘리슨은 자신이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할 경우 트럼프의 단골 공격 대상인 CNN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하겠다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약속했다.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이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자금은 주로 엘리슨의 부친이자 오라클의 지배주주이며 트럼프 지지자인 래리 엘리슨이 대고 있다.
국가자본주의가 뿌리내린 다른 나라들에서는 그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다. 러시아, 헝가리, 터키, 인도에서는 비판적 언론들이 집권 세력과 우호적인 소유주들의 손에 넘어가 침묵을 강요받았다.
미국에서는 과연 시장과 국가 중 어느 쪽이 최종결정권자가 될지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다.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어쩌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미국에서 들려오는 뉴스들은 우리가 알던 자본주의의 상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보이는 손'이 기업과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엔비디아의 대중국 수출 허가 조건으로 매출의 25%를 국고로 환수하겠다고 했고, 인텔에 지급한 보조금을 주식 지분으로 돌려받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는 시장 개입을 넘어선, 국가가 기업의 주인이자 통제자가 되려는 움직임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월 15일 자 기사에서 이 낯선 흐름을 '국가자본주의'라 명명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본산으로 여겨졌던 미국이 국가와 기업을 한 몸으로 묶어, 독과점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외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관치(官治)'의 풍경이 우리에게는 기시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사유재산은 인정하되 정부가 강력한 행정지도로 시장을 이끌어가는 모델은, 과거 한국과 일본 그리고 현재의 중국이 걸어온 압축 성장의 방식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이 모델을 도입하려는 주체가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기사를 읽으실 때는 다음의 질문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국가와 시장이 한 몸이 되었을 때, 미국 경제의 핵심 엔진인 '혁신'은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요? 아시아의 국가 주도 모델이 겪었던 정경유착과 부패의 그림자가 미국에서도 재현되지는 않을까요? 무엇보다, 미국이 자랑해 온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이 이 거대한 '국가자본주의' 실험을 견뎌낼 수 있을지, 그 위태로운 줄타기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