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기침체가 드물어지면서 경제에 '군살'이 쌓인다

침체없는 지속적 성장은 경제를 비대하고 둔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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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6 14:15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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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PADO가 소개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가 미국의 '국가자본주의'가 시장의 플레이어로 직접 뛰어든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 이코노미스트 11월 11일자 기사는 심판을 넘어 경기의 흐름 자체를 통제하려는 국가의 시도를 조명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과거 널뛰듯 요동치던 경기 변동은 현대에 들어 정책적 테크닉의 발달로 그 빈도와 진폭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이른바 '침체의 부재'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하지만 기사는 이 평온함이 과연 축복이기만 한지 묻습니다. 인위적으로 경기 하강을 막는 과정에서 슘페터가 말한 자본주의의 핵심 엔진, 즉 '창조적 파괴'까지 제거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물론 경기 침체는 고통스럽습니다. 기업은 도산하고 공장은 멈추며,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경쟁력을 상실한 낡은 기업을 퇴출하고 혁신적인 기업에 자리를 내어주는 '경제의 신진대사'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화두를 마주하게 됩니다. 정책의 목표가 '침체 그 자체'를 없애는 것이어야 할까요, 아니면 침체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줄이는 것이어야 할까요?


1300년부터 1800년까지를 놓고 보면, 경제사학자들은 영국, 그리고 이후의 대영제국이 전체 기간의 거의 절반을 경기침체 상태에서 보냈다고 추정한다. 경제는 변동성이 컸고, 급락하는 침체 뒤에는 격렬한 회복이 뒤따르곤 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성숙하고 정책 결정이 개선되면서 경기침체의 빈도는 줄어들었다. 19세기에는 경기침체에 해당하는 기간이 전체 기간의 4분의1로 줄어들었고, 20세기에는 영국 등 부자나라들에서 해당 기간이 더 줄었다. 오늘날은 상황이 한층 더 평온해졌다. 경기침체는 이제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지난 4년 동안 세계는 금리 상승과 은행 위기, 무역전쟁과 실제 전쟁에 이르기까지 이례적으로 광범위한 도전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세계 실질 GDP 성장률은 연평균 3%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경제는 또 한 차례 3% 성장을 어떻게든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 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국가들의 모임인 OECD에서 실업률은 여전히 역사적 저점 부근에 머물러 있다. 2025년 3분기에는 전 세계 기업 이익이 전년 대비 11% 증가해,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위축을 제외하면, 세계 경제는 15년이 넘도록 전반적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다. 미국 노동력의 약 3분의1은 장기적인 경기후퇴를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는 분명 좋은 소식이다. 경기침체는 막대한 인간적 비용을 치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세계가 '침체의 부재'를 오래 겪을수록 그 대가는 쌓이기 시작한다.


일부는 경제가 건강을 유지하려면 가끔씩의 경기후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경기침체가 "창조적 파괴"를 촉발한다고 보았다. 실패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자본은 더 유망한 기술로 이동하며, 노동자는 더 생산적인 일자리로 옮겨간다. 그 결과 단기적인 고통과 장기적인 이익이 발생한다. 슘페터는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경기후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억지로 막으려 애써야 한다고 보지도 않았다. 그는 "불황은 우리가 억눌러야 하는 악(惡)이 아니다"라고 썼다. 그것은 "반드시 수행돼야 할 어떤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생각은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인간의 몸이 때때로 해독 과정을 거치면 도움이 되듯, 경제도 그렇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많은 관찰자들의 눈에 현대 자본주의는 군살이 잔뜩 붙은 상태로 보인다. 지속적인 가치를 거의, 혹은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는 컨설턴트 집단,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의 대군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만약 경기침체가 이런 일자리를 걸러낸다면, 인재와 자본을 더 유용한 분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대한 기업은 불황 속에서 태어난다"는 격언도 있다. 1970년대 중반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2009년의 우버를 보라는 얘기다. 기업가들은 잃을 것이 없을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도전한다.


이와 관련해 1994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리카르도 카바예로와 당시 컬럼비아대에 있던 모하마드 함무르가 발표한 기념비적인 논문은, 경기침체가 실제로 낡거나 수익성이 없는 기술과 제품을 도태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같은 시기의 다른 연구들은 대공황이 비효율적인 소규모 자동차 공장들을 밀어내고 대량생산 체제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또 2022년 밴더빌트대의 다니엘 비아스와 스톡홀름경제대의 알렉산더 융크비스트는 불황기에 탄생한 스타트업들이 경기 여건이 온화할 때 등장한 기업들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컨대 이들은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2020년의 사건들 역시 경기침체가 창조적 파괴를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팬데믹 기간 동안 유럽의 정치인들은 수백만 명을 휴직 제도에 편입시키는 등 일자리를 보호하며 경기침체를 막으려 했다. 그 결과 실업률은 노동력의 8.6%에서 정점을 찍었다. 반면 미국은 일자리가 사라지도록 두는 대신(실업률은 15%까지 치솟았다) 사람들에게 막대한 현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미국의 정치인들은 수요가 늘어나는 곳, 이를테면 교외 지역으로 노동자들이 이동하고, 수요가 줄어드는 도심에서는 빠져나오도록 유도하며 창조적 파괴를 촉진했다. 산업별 고용 구성에 주목하는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방법론을 차용해 추정해 보면, 2020~2022년 동안 노동시장의 재배치는 미국에서 유럽보다 두 배 더 크게 증가했다. 2019년 이후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10% 성장한 반면, EU는 2% 성장에 그친 것이 놀랄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창조적 방해

그렇다면 슘페터의 주장이 적어도 어떤 경우에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다른 경우에는 경기침체가 창조적 파괴를 촉발하지 못한다. 1990년대 초 일본의 거품 붕괴 이후, 취약한 은행들은 부실 차주에 대한 대출을 연장하며 비생산적인 기업들을 연명시켰다. 그런 식의 경기침체가 없었다면 오늘날 일본 경제는 오히려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2016년 미국 인구조사국의 루시아 포스터와 동료들은 미국의 경기침체를 분석했다. 일반적인 침체는 자원 재배치를 가속했지만, 2007~2009년은 예외였다. 이 시기는 이례적으로 낮은 재배치가 장기간 지속되는 국면의 시작을 알렸다.


경기침체는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다음 침체가 2020년처럼 청소하는 효과를 낳는 유형일지, 아니면 2007~2009년처럼 생산성을 파괴하는 유형일지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애초에 경기침체 자체를 피하려 든다. 이를 위해 신흥국 정부들은 정책을 개선해 왔다.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나라가 늘었고, 2000년부터 2022년 사이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운영하는 신흥국 중앙은행의 수는 5곳에서 34곳으로 증가했다. 역내 채권시장도 한층 성숙해지면서, 가난한 나라들도 자국 통화로 비교적 합리적인 금리로 차입할 수 있게 됐고, 그만큼 글로벌 변동성에 덜 노출되고 있다.


부유국 정부들은 여기서 더 나아갔다. 작은 이상 신호만 포착돼도 지갑을 열면서, 우리가 "모두를 위한 구제금융"이라 부른 정치적 타협이 굳어졌다. 2022년 에너지 충격 당시 유럽 정부들은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기 위해 GDP의 3%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붕괴하자, 미국 정부는 예금 보증에 나섰다. 정치인들은 곤경에 처한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일단 개입하고 나면 철수에는 인색하다. 오늘날처럼 경제가 견조한 상황에서도 재정적자는 여전히 막대하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5%를 넘는다.


재정정책이 수요 붕괴를 막아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개입의 규모가 너무 컸던 탓에, 정치인들은 경제의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있다. '침체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금융적 리스크, 재정적 리스크, 배분상의 리스크라는 세 가지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첫째는 금융적 리스크이다. 오랜 기간 경기침체가 없으면 "재난 근시안" 즉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경향이 커진다. 그 결과 위기 시에 특히 취약한 고위험 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게 된다. 오늘날의 투자자들은 근본적인 전망이 불확실한 AI 기업들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광풍에 휩싸여 있다. 부자나라들 전반의 가계 역시 그래프가 항상 우상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망각한 듯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들은 저축 자금 3조 달러를 글로벌 주식시장에 투입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 유입이다. 미국 가계 자산의 30%가 주식시장에 노출돼 있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다. 제대로 된 조정이 온다면 심각한 고통을 초래할 것이다.

값비싼 보험

두 번째 위험은 재정이다. 경기침체에 대비하려는 정부의 보험은 비용이 많이 든다. 지난 10년간 부유국 전체의 공공부채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많은 정부들은 기존의 예산 계산 방식에는 포착되지 않는 향후 지출 약속도 떠안고 있다. 예컨대 미국 정부는 가계의 은행 예금 상당 부분을 보증하고, 차주가 채무불이행에 빠질 경우 주택담보대출 기관의 손실을 보호하며, 메디케어 수급자들에게 재원조달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약속을 해왔다. 연방정부의 '우발채무'는 이제 130조 달러를 넘어 미국 GDP의 거의 다섯 배에 이른다. 구제금융이 커질수록, 점점 더 많은 이해집단이 위기 시 정부의 도움을 기대하게 된다. 이는 위험하다. 만약 여러 산업이 동시에 손을 벌리며 정부를 찾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배분상의 리스크이 있다. 서구 자본주의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주장은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 것 같다. 그리고 그건 맞는 말이다. 자본과 노동이 점점 더 낮은 생산성의 용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브루노 알부케르크와 아메리칸대의 로샨 아이어는 "좀비 기업"을 분석했는데, 여기에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포함된다. 전 세계 상장기업 가운데 좀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에서 2021년 9%로 늘어났다.


과거에는 저금리가 좀비 기업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금리가 낮다 보니 부실 기업들도 빚을 감당하며 연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가 오른 이후에도 '죽지 않는' 기업의 숫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중개업체인 BofA 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정의는 다소 다르지만), 이 범주에 속하는 유럽 기업의 비중은 2023년에서 2025년 사이에 증가했다. 좀비 기업들은 온화한 경기 환경 덕분에 부분적으로 생존한다. 경영진은 비용 절감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은행들은 대출을 "연장하며 버티는" 데 더 관대하다. 노동자들 역시 낮은 임금을 보전해 주는 다른 소득원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좀비 기업이 늘어날수록 그 부작용은 더욱 악화된다. 2022년까지의 10년 동안 영국에서 생산성이 가장 낮은 기업들은 생산성 증가 속도 역시 가장 더뎠고, 이는 전체 평균을 끌어내렸다. 이들은 경제 전반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알부케르크와 아이어의 연구에 따르면, 좀비 기업이 많은 산업일수록 "건실한 기업은 시장에서 더 빠르게 퇴출되고, 신규 진입률은 낮아져 건강한 창조적 파괴가 저해된다." 좀비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숙련과 맞지 않는 일자리에 붙잡아 두며, 더 나은 기업들이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 결과 해당 기업들 역시 원래보다 생산성이 낮은 상태에 머물게 된다. 좀비 기업의 증가와 궤를 같이해, 부자나라들 전반에서 직장에서 직장으로 이동하는 고용 이동성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놀라울 만큼 오랜 기간 장기 침체를 피해 왔다. 그러나 안정화 정책의 이러한 성공 자체가 취약성을 만들어낸다. 정부가 경기침체를 막는 데 그토록 집착한다면, 성장하는 경제에 필요한 기업과 일자리의 지속적인 순환 역시 그만큼 확실히 허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갈수록 성과는 줄어드는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큰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는 체제가 될 것이다. 최선의 경우 이는 정체(停滯) 상태로 미끄러져 가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 막대한 재정 및 금융 리스크의 축적이 될 것이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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