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중국·러시아의 강력한 신무기: 언론 매체

서방은 '내러티브의 전쟁'에서 퇴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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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뉴스 채널 RT의 로고. /사진=로이터/뉴스1

2025.05.23 15:55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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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5월 15일자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 중단, BBC의 월드서비스 축소 등을 비판하면서 이러한 서방의 해외 미디어 축소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의 미디어 확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TV, 신문 같은 통상적인 매체뿐만 아니라 유튜브 같은 새로운 매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과 서방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전달하는 내용도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식 민주주의의 혼란상과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는 중국의 안정적 거버넌스를 비교하는 것도 자주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민주주의라는 서방의 이념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이 이에 맞서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꺼내드는 날이 곧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과거 소련은 공산주의와 마르크스주의라는 내러티브로 서방에 맞서는 이념의 제국을 구축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인간은 내러티브, 이념, 사상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기타 서방이 어떤 사상의 전쟁을 벌여나갈지, 그리고 한국은 어떤 이념, 사상, 내러티브를 선택하게 될지가 역사의 방향을 결정할 것입니다.


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 위치한 새로운 언론사 '아프리칸 이니셔티브'에서 지난해 60명의 행운의 학생들이 기자 교육을 받는 기회를 얻었다. 이들은 온라인과 대면 방식으로 기사작성 훈련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세 명은 정식 직원으로 채용될 것이라는 약속도 있었다. 그러나 탐사보도 전문 언론 네트워크 '포비든 스토리즈'에 따르면, 해당 언론사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서방 국가들은 자국의 국제 방송 활동을 점차 축소하는 추세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대외방송망인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와 그 계열 방송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전 세계 수천 명의 기자들을 지원하던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했다. 호주, 캐나다,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도 공영방송 예산이 삭감되고 있다.

이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목소리를 줄이는 사이, 다른 나라들은 적극적으로 발언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허위정보 확산에 수억 달러, 어쩌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BBC의 팀 데이비 사장이 5월 14일 연설에서 밝혔다. 그는 "내 생애 처음으로, 우리의 통합된 민주사회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BBC 월드서비스의 도달 범위를 두 배로 늘리기 위한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러시아 국영 뉴스 채널 RT는 18개월 전 멕시코, 인도, 세르비아, 튀니지 등지에서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인도 유력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 1면에 실린 RT 광고는 "왜 영국은 코이누르 다이아몬드1를 반환하지 않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RT는 지난해 'RT 아카데미'를 설립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국 지역에서 기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러시아 국영 언론사 스푸트니크는 최근 아프리카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 수호 재단'(FDD)의 에마누엘레 오톨렝기에 따르면 RT와 스푸트니크는 라틴아메리카에서도 활동을 확대하며, 베네수엘라 국영방송 텔레수르 및 이란의 히스판TV와 제작진, 촬영팀, 사무실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좀 더 작은 국가들 또한 세계 곳곳에 자국 뉴스 콘텐츠를 확산시키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방송 TRT는 2023년 아프리카 서비스를 개시하며, 올해 3월에는 소말리어 뉴스 지부도 설립했다. 전직 BBC 기자에 따르면 TRT는 BBC 출신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인프라 투자 및 무기 수출 등 터키의 선행을 홍보하는 동시에 과거 식민지 종주국들을 조롱하는 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언론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 '아프리카 전략연구센터'(ACSS)에 따르면, 중국 국영통신사 신화통신은 20여 년 전만 해도 '한 줌'에 불과하던 아프리카 지국 수를 지난해 기준 37곳으로 늘렸다. 러시아처럼, 중국도 기자들에게 연수 및 장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아프리카 언론센터'는 아프리카 기자들을 중국 주요 언론사에 초청해 10개월간 현지 언론 문화에 적응하도록 한다. 중국 기업 스타타임즈StarTimes는 현재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디지털 TV 서비스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중국 관영 언론은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의회가 틱톡TikTok을 경계하는 사이, 중국은 오히려 미국 기업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을 활용해 국제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뉴스 매체는 CNN이나 뉴욕타임스가 아닌 중국 국영방송 CGTN으로, 팔로워 수는 1억 2500만 명에 달하며 팝스타 샤키라보다도 많다. 역설적으로, 중국 본토 내에서는 페이스북 접속이 금지되어 있지만, 페이스북 상위 5개 뉴스 계정은 모두 중국 매체들이며, 이들은 주로 영어로 뉴스를 송출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대부분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도달 범위를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이처럼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유튜브에서는 상위 4개 뉴스 채널이 모두 인도 매체이며, 틱톡에서는 영국 데일리메일이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뒤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아라비야가 잇는다.

페이스북 광고 데이터베이스Ad Library에 따르면, 중국 매체들은 여러 개의 광고 시안을 실험한 후 효과가 높은 콘텐츠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정교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부 광고는 중국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단순한 클릭 유도형 콘텐츠인 반면, 정치적 의도를 담은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지난해 신화통신은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활동하던 필리핀 어민들을 첩자처럼 묘사한 기사에 #fishyfishermen(수상한 어부들)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페이스북 광고로 유포한 바 있다.

이러한 방식의 홍보가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하버드 미스인포메이션 리뷰Harvard Misinformation Review에 게재된 한 연구는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중국 국영 언론이 구매한 페이스북 광고 약 1000건을 분석했다. 이 광고들은 전 세계에서 약 6억 5500만 회 노출됐으며, 대부분 선진국 외 지역에서 소비됐다. 연구 저자인 아준 탐베와 토니 프리드먼은 한 국가에서 이런 광고 노출이 많을수록, 해당국 언론이 중국에 우호적인 보도를 더 많이 내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폭동'으로 지칭하는 식이다. 또한 코로나19, 중국 경제 관련 이슈에서도 친중 성향 보도가 늘어났다.


중국과 러시아 등 국가는 자국 브랜드로 뉴스 콘텐츠를 배포하는 것 외에도, 현지 언론 매체에 자국 뉴스를 끼워 넣는 방식의 계약도 체결하고 있다. 현지 매체 입장에서는 저렴한 콘텐츠 확보 수단으로 환영받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아프리카 전략연구센터(ACSS)에 따르면, 신화통신은 케냐의 네이션미디어그룹Nation Media Group과 계약을 맺어 해당 그룹이 운영하는 8개 라디오 및 TV 채널, 2800만 명의 SNS 팔로워, 그리고 4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하루 9만 부가 발행되는 신문 독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 RT는 아프리카 내 30개 이상 TV 방송사와 콘텐츠 송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루마니아 언론사이트 스눕Snoop의 빅토르 일리에의 표현을 빌리자면, 러시아는 특히 이런 "서사 세탁narrative laundering" 방식에 적극적이다.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매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러시아는 인플루언서를 통한 우회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루마니아 대선 결과는 루마니아 보안당국이 러시아 주도의 틱톡 영향력 작전을 밝혀냈다고 발표하면서 무효화됐으며, 이번 재선거에서는 또다른 친러 성향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2

서방 국가들 역시 여전히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BBC의 힌디어 채널이 영어 채널보다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에서는 BBC의 버마어 페이지가 폭스뉴스보다 팔로워 수가 많다. 자금은 줄어들었지만, 분쟁 지역의 독립 언론인들은 여전히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지원이 끊기면서 급여 예산의 40%를 잃은 몰도바 언론 '지아룰 데 가르타Ziarul de Garda'의 편집장 알리나 라두는 말했다. "우리에겐 하나의 원칙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몰도바를 결코 느긋하게 두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결코 느긋하게 있을 수 없습니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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