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에세이

중국 테크 정전(正典): 중국 테크 엘리트는 무엇을 읽는가

중국 테크 엘리트의 '파이데이아'는 실리콘밸리와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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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5.12.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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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특히 테크 업계의 경영자들과 인문학, 사상과의 관계는 PADO가 이전부터 꾸준히 소개해 오던 토픽입니다. 기술이 그 어떤 국제정치 현상 못지 않게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에, 그 최전선에 있는 기업가들의 사상의 저변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효율적 이타주의피터 틸, 타일러 코웬 등 주로 실리콘밸리에 영향을 미친 사상과 인물을 소개했는데 최근 중국 테크 업계의 사상적 영향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을 발견해 독자 여러분들께도 반갑게 소개합니다. '베이징의 바이브 코딩 1인 기업가' 기사로 잘 알려진 아프라 왕이 지난 10월 애스터리스크 매거진에 기고한 이 글은 중국 테크 엘리트들이 실리콘밸리의 인물과 사상은 물론이고 중국의 마오주의부터 김용의 무협지, 류츠신의 SF 소설까지 다양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중국 테크 업계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반영하고 있기도 한 이러한 사상적 영향들을 훑어 내려가다보면 한국의 테크 업계는 과연 무엇을 읽고 있을까, 한국 재계의 '파이데이아'는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그것은 1980년대 책이었어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인쇄도 조잡하고 번역도 거칠었지만 저는 완전히 전율을 느꼈죠. 저는 대학 시절 며칠 밤낮을 새워가며 그 책을 읽었고 그때부터 세계적인 회사를 세우는 꿈을 꾸었답니다."


1987년, 레이쥔雷军은 우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21세 학생이었다. 그의 상상력에 불을 지핀 책은 1970년대 인디 해커 문화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같은 글로벌 거인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기록한 '실리콘밸리의 불Fire in the Valley'이었다. 물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티브 잡스 같은 비전을 가진 이들이었다. 레이쥔의 인생 궤적은—그는 조요닷컴Joyo.com(이후 아마존에 인수됨)을 창업했고, 샤오미를 스마트폰 거대 기업으로 키워냈으며, 그 후 전기차에 수십억 달러를 걸었다—바로 그 초기 독서 행위로부터 직접적으로 펼쳐졌다. 그의 별명은 '레이쥔'과 '잡스'를 합친 혼성어인 '롭스L-obs'가 되었다.


지난 8월, 작가 태너 그리어Tanner Greer는 '실리콘밸리 정전'에 관한 글을 썼는데 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패트릭 콜리슨닐스 길먼 같은 테크 업계의 저명인사들이 각자의 기고문으로 그 뒤를 이었다. 레이쥔의 이야기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중국의 테크 정전은 무엇일까? 중국 기업가들의 야망에 불을 지피고 그들의 인지적 배경에서 끊임없이 작동하는 저작물은 무엇일까?


그리고 통합된 '중국 테크 정전' 같은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중국의 테크 엘리트들은 실리콘밸리 엘리트보다 더 넓은 세대적, 이념적 범위를 포괄한다. 마오주의 전성기인 197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창업가는 스탠퍼드를 졸업하고 상하이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2020년대의 AI 기업가와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특정 지적 기준을 공유하는 실리콘밸리의 비교적 응집력 있는 귀족적 계급정체성과 달리, 중국 테크 창업가들은 세대와 국가권력과의 관계에 따라 분열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부 중국 테크 창업가들은 스스로를 실리콘밸리의 후예로 여긴다. 그리어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은 코딩하고, 만들고, 파괴하고, 발명하고, 정복한다. 그러나 그들은 필연적으로 중국의 독특한 역사적 궤적, 제도적 틀, 그리고 시장의 역학 속에 깊이 박혀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의 멈출 줄 모르는 기술적 부상은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의 엘리트들로 하여금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그들의 가정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실리콘밸리는 중국에 대한 호기심에 사로잡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부러움까지 느끼고 있다. 그러나 소통은 비대칭적으로 흐른다. 서구의 지식 기구와 함께 실리콘밸리는 오랫동안 체계적인 지적 생산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며 압도적인 힘으로 아이디어를 일방적으로 수출해 왔다. 대조적으로 중국의 기술 방법론, 프레임워크, 심지어 밈meme조차도 그에 상응하는 규모나 깊이로 서구에 전달되지 않았다.

"우리는 실리콘밸리의 후예"

"중국의 모든 창업자와 벤처투자자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서구를 연구해요." 인기 테크 팟캐스트 Bg2의 진행자는 말했다. "그들은 모든 팟캐스트를 듣고, 모든 것을 읽고, 모든 강연을 연구하고, 재무제표를 샅샅이 뒤지죠. 서구는 중국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아요."


때때로 이러한 관심은 실리콘밸리 텍스트에 대한 의례적인 헌신처럼 보일 수 있다. 레이쥔은 '실리콘밸리의 불'에서 잡스의 이야기를 접한 후, 짐 콜린스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The Lean Startup' 등 번역되어 유통되던 경영 고전들을 탐독했다. 레이쥔은 빠른 프로토타이핑, 집착에 가까운 사용자 중심 사고, 시장 장악을 위한 블리츠스케일링1blitzscaling 등 그들의 교훈을 샤오미의 혁신 DNA에 직접 심었다.


중국의 슈퍼앱 중 하나인 메이퇀의 창업자 왕싱王兴은 중국의 철학자 겸 창업가로 유명해졌다. 판포우(중국판 트위터) 시절 강박적인 블로거였던 왕싱은 지금의 일론 머스크보다 더 많은 게시물을 올렸다. 열성적인 팬들에 의해 복구된 15만 개가 넘는 그의 생각들은 청나라 역사에서 몽테스키외에 이르기까지 방대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사고는 피터 틸의 영향을 보여준다. 왕싱은 대중 연설과 내부 토론 모두에서 틸의 개념을 자주 인용하며 2014년 베스트셀러인 틸의 '제로 투 원'을 정기적으로 추천한다. "당신과 동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중요한 진실은 무엇입니까?" 그는 심지어 틸의 상징적인 질문을 자주 던지기도 한다. 틸은 성공적인 기업이 끝없는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혁신과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하기 위해 '독점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이퇀은 직접적인 대결보다는 인내심 있는 시장 구축을 통해 지배력을 확보함으로써 중국 인터넷 시장에 적용된 이 이론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러한 패턴은 세대를 넘어 확장된다. 텐센트 CEO 마화텅马化腾은 인터넷이 개인으로 하여금 여가 시간을 단순한 소비 대신 창작에 사용하도록 돕는다고 주장하는 클레이 셔키의 책 '많아지면 달라진다Cognitive Surplus'의 2011년 중국어판 서문을 쓰면서, 일반 사용자의 인지 잉여2cognitive surplus를 "인터넷 시대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베푼 가장 큰 배당금 중 하나"라고 묘사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콘텐츠, 비디오, 통신을 지배하는 슈퍼앱과 게임 제국을 아우르는 텐센트의 제품들은 사용자 생성 콘텐츠와 공유를 장려하는 점점 더 개방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바이두의 창업자 리옌훙李彦宏의 정기적인 독서 목록에는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레이 달리오의 '원칙Principles', 그리고 말콤 글래드웰의 여러 저작이 포함되어 있다. 호로위츠의 회고록을 회상하며 리옌훙은 이렇게 말했다. "그 책을 읽으면 제 인생을 다시 경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실리콘밸리 서사와의 이러한 긴밀한 동일시는 미국의 기업가 신화가 중국 테크 업계의 의식 속에 얼마나 깊이 침투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의 신세대 AI 창업자들 또한 실리콘밸리 정전에 대한 헌신을 표명했다. 문샷AI의 양즈린杨植麟은 데이비드 도이치의 '진리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The Beginning of Infinity'가 대형언어모델에 대한 자신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언급한다. 호라이즌로보틱스의 위카이余凯는 피터 틸을 그대로 인용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비밀은 무엇인가요? 이 세상의 버그는 어디있나요?" 리오토Li Auto의 리샹李想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과 함께 '스티브 잡스 3부작'을 배포한다.3


중국의 출판 산업은 놀라울 정도로 공격적으로 번역을 추진해 왔다. 애슐리 밴스의 일론 머스크 전기가 '실리콘밸리의 아이언맨'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2016년 여름, 나는 방학을 맞아 캘리포니아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있었다. 베이징 지하철 4호선은 미래지향적인 강자의 이미지를 풍기는 팔짱 낀 머스크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얼마나 많은 젊은 중국 엔지니어들이 그 이야기를 읽고 전기차 분야에 뛰어들어 오늘날의 지배력을 만들어냈을까? 중국 전기차 업계의 삼두마차인 '니오-샤오펑-리오토'의 세 창업자 모두 머스크 전기를 중요한 영향으로 꼽는다. 중국의 일론 머스크 숭배가 얼마나 깊은지 머스크의 어머니 메이는 회고록이 중국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후 샤오홍슈의 인플루언서가 되기도 했다.


와이어드 창업자 케빈 켈리는 훨씬 더 기이한 헌신을 불러일으킨다. 실리콘밸리의 예언가로 통하는 켈리는 도교와 유사한 자신의 우주론이 거대한 프레임워크에 대한 중국의 갈증과 공명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술을 자율적인 힘으로 보는 그의 비전은 '자주적 혁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수사rhetoric와 매끄럽게 융합되었다. 위챗의 창시자 장샤오룽张小龙은 켈리의 책을 텐센트의 필독서로 지정하고 그의 저서 '통제 불능Out of Control'과 '기술의 충격What Technology Wants'을 공개적으로 추천했다. 위챗 팀 내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들은 '통제 불능'을 경전처럼 들고 다녔는데 장샤오룽이 이 책을 읽지 않은 매니저는 불완전한 지식 구조를 가진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미미한 영향력과 달리, 켈리는 중국에서 끊임없이 여행하고 대학과 기업에서 강연하며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되었다. 그의 최신작 '2049: 향후 1만 일의 가능성2049: The Possibilities of the Next 10,000 Days'은 중국인 협력자 우첸과 공동 집필했으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을 제목으로 사용했다. 중국을 위해 쓰여지고 중국 내에서 출판된 이 책은 아직 영문판 발표 소식이 없다. 나는 그 책을 읽었고 진심으로 애정이 넘친다고 느꼈다. 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희귀한 인물이다. 중국의 기술적 부상에 대한 대부분의 서구 담론을 망치는 편견과 방어적 소외감에서 신선할 정도로 자유로우며, 진정한 지적호기심을 낙관적인 분석으로 승화시키는 영향력 있는 목소리이다.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출판 현상은 2011년에 출판된 정보 시대의 역사인 제임스 글릭의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 중국어판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중국어판이 나왔을 때, 이 책에는 레이쥔, 장샤오룽, 우쥔('실리콘밸리의 불'을 번역한 유명 테크 작가), 심지어 중국사회과학원의 철학자까지 포함된 다수의 서문이 실려 있었다. 때로는 한 권의 책에 4~5개의 서문이 빽빽하게 들어차기도 하는데 이는 각 기업가가 실리콘밸리의 지적 흐름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증명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이러한 추천의 증식은 독특하게 중국적이다. 각 서문은 책을 심포지엄으로 변화시키며, 서문 속의 창업가들은 자신들이 잡스나 머스크와 같은 부류에 속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경쟁한다. 그 속뜻은 "나 또한 글로벌 혁신의 계보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통성에 대한 그들의 갈망은 지속적인 불안을 드러낸다. 중국 기업가들은 실리콘밸리 지혜의 수동적인 수혜자로 남기를 거부하며, 동일한 지적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인물로서 인정받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붉은 정전과 회색 정전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에 관한 책들을 파고들었을 때, 나는 그가 마오주의 어휘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에 사로잡혔다. 80세인 런정페이는 시진핑과 같은 세대에 속하며 마오 시대의 심리적 구조의 영향을 받았다. 이 세대는 젊은 세대보다 더 강인하고 애국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오를 읽고, 마오를 활용하는 것"은 런정페이의 세대를 훨씬 넘어선다. 나는 중국의 검투장 같은 시장에서 운영되는 많은 기업—깊은 침투, 대중 동원, 영토 확장, 그리고 영업 사원들의 '철의 군대华为铁军' 유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마오쩌둥 선집'에 의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창업하고 몇 년이 지나니 1949년 이전의 공산당원들이 점점 더 존경스러워집니다." 메이퇀 CEO 왕싱은 이 현상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정치적인 면을 떠나서, 그들이 그렇게 가혹한 조건 하에서 살아남고 더 강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아요."


창업자와 중간 관리자 사이의 운영적 맥락에서 '마오쩌둥 선집'은 정치적 교리라기보다는 전술 매뉴얼처럼 유통된다. '지구전론'의 "농촌에서 도시를 포위한다"는 전략은 1선 도시로 진출하기 전에 3, 4선 시장을 먼저 장악하는 것으로 직접 번역되는데 이는 핀둬둬(테무의 모회사)의 부상 이면에 있는 핵심 전략이다.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소비자 애플리케이션에서 "고객 우선"이 되고, "자력갱생"은 "기술적 병목 현상 회피"와 매끄럽게 결합되는데 이는 모두 마오쩌둥의 사상에서 직접 가져온 어휘들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마오의 중국 개조는 문화적 골수까지 침투했다. 많은 창업자에게 마오주의 텍스트는 실용적인 목적을 수행한다. 이 '붉은 정전'은 정보의 불투명성, 잔혹한 경쟁, 변화하는 규제 경계로 특징지어지는 환경에서 배달원, 상인, 고객 서비스 담당자 등 수천 명의 일선 노동자들을 신속하게 모집, 훈련, 동기 부여 및 유지하는 방법인 풀뿌리 조직 동원을 위한 청사진을 제공한다. 그것은 사기와 방향의 명확성을 유지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압축하는 공유된 공용어를 제공한다.


붉은 정전과 실리콘밸리 정전은 결코 모순되지 않으며 동일한 기업 내에서 매끄럽게 공존한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글로벌화된 기업 중 하나인 화웨이는 지적 프레임워크 간의 이러한 수월한 코드 전환 덕분에 매우 애국적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화웨이는 IBM의 통합제품개발 프로세스를 거의 통째로 복제하여 철저히 서구적인 관리 관행을 채택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이 회사가 실리콘밸리의 정통성을 심도 있게 흡수했다는 사실을 전혀 감지할 수 없을 것이다. 맥킨지 수준의 운영 탁월성을 구현하는 한편, 내부 동원을 위해서는 혁명 투쟁의 언어를 구사하는 이 이중 유창성은 독특하게 중국적인 형태의 기업 이중언어 구사bilingualism를 보여준다. 회사의 공적인 애국심은 사적인 코스모폴리타니즘을 가리고 있다.


동시에 내가 '회색 정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는 불투명하고 오래되었지만 기초가 되는 텍스트 모음이다. 중국 고전 텍스트 자료는 화려한 스타트업 추천 도서 목록에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기업가들이 권력, 시간, 그리고 세상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조용히 지탱한다.


공자의 '논어'와 노자의 '도덕경'은 수백 년 동안 덧붙여진 주석과 함께 여전히 중국 조직과 권위의 문법으로 남아 있다. 그것을 읽는다는 것은 위계가 어떻게 구성되고, 권위가 어떻게 정당성을 얻으며, 개인이 의무와 혁신 사이에서 어떻게 협상하는지를 여전히 지배하는 운영체제에 접속하는 것이다. 한비자의 법가 교리는 창업자들이 영업 직원의 "철의 군대"를 이야기하거나, 배달 업계 기업들이 보상과 처벌 사이에서 법가적 정밀함으로 조정된 무자비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계할 때 이사회 회의실에서 다시 떠오른다. 유가와 법가의 통합은 전력망이나 고속철도 네트워크 못지않게 중국의 "심층 인프라"를 구성한다. 무심코 보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복잡한 시스템을 응집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인 것이다.


중국 철학을 공자에 대한 각주라고 묘사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도발적인 표현이지만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서구의 정치 제도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여전히 받고 있는 것처럼 중국의 관료 및 기업 생활은 여전히 도가적 유연성과 법가적 엄격함으로 매개된 유교적 궤도 안에서 움직인다.


학교에서 수년간 유교적 정통성에 저항했던 내가 성인이 되어 이 텍스트들에 접근한 것은 계시와도 같았다. 그것들은 어떤 경영 매뉴얼이나 정책보고서보다 중국과 서구 사이의 지속적인 가치 격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설명해 주었다. 아서 크로버Arthur Kroeber가 중국을 현대적 표면 아래에 고대의 해류가 지속되는 "깊고 격동하는 바다"라고 묘사할 때 그는 이 이면에 숨어 있는 정전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것 없이 중국 테크 업계는 자본의 광란과 정책 혼란의 불규칙한 산물처럼 보인다. 그것이 있으면 외견상의 무질서는 2000년에 걸친 국정 운영과 생존을 아우르는 패턴화된 연속성으로 귀결된다.


정책 텍스트 또한 경전에 버금가는 정밀조사를 받는다. 몇 가지만 꼽자면 '국가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 계획'(2006~2020), '중국 제조 2025' 계획, 신화통신과 인민일보의 '논설위원 기사' 등은 때때로 한 줄 한 줄 분석되며, '신질생산력'과 같은 슬로건은 하룻밤 사이에 기업 슬로건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개혁개방 시대와 현대의 정전이 존재한다. 에즈라 보걸의 '덩샤오핑'과 '덩샤오핑 선집'은 "발전이 굳건한 진리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 같은 만트라를 제공한다. 시진핑의 '치국이정'은 당의 서사 및 정치적 충성심과 일치하려는 기업 대변인들에 의해 선택적으로 인용된다.

김용과 류츠신: 중국의 톨킨과 아시모프

"모든 남자는 반드시 김용金庸을 읽어야 한다." 마윈은 말했다. 김용의 방대한 무협 서사시는 독특하게 중국적인 낭만의 우주, 즉 강호(제도권 밖 무술가들의 세계)를 제공했는데, 이는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이며 의무, 배신, 초월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인간적 감정의 질곡으로 가득 차 있다. 15편의 소설, 1000명이 넘는 등장인물, 거의 1000만 단어에 걸쳐 그는 수백만 중국 독자들에게 영웅의 여정, 이상주의, 그리고 충성심과 야망 사이의 달콤씁쓸한 타협과의 첫 만남을 선사했다. 정치학자 헨리 패럴이 그리어의 에세이에 대한 답변에서 주장했듯이, 실리콘밸리의 독서 예찬이 권력숭배와 불편하게 섞여 있다면 중국의 테크 정전은 더 복잡한 얽힘을 드러낸다. 즉 국가권력에 대한 두려움 및 경외심,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 '출세'(세상에서 물러남) 대 '입세'(세상사에 관여함)라는 고대 유교적 딜레마와 뒤얽힌 독서인 것이다. 김용의 작품은 현대 중국인의 정체성을 위한 도덕적 실험실로서, 독자들에게 고정된 규칙 없이 권력을 탐색하는 법, 불투명한 위계 속에서 평판을 쌓는 법, 개인의 숙련도가 집단적 소속감과 공존하는 법을 가르친다.


테크 창업자들이 "팔란티어"나 "안두릴" 같은 이름을 톨킨의 세계관 속에서 캐낸 것처럼 알리바바는 김용을 기업 DNA에 심었다. 직원들은 김용의 등장인물 이름에서 따온 별명을 사용했고, 회의실은 '광명정'이나 '도화도'가 되었으며, 마윈의 집무실 이름은 은둔 무림고수들의 무릉도원에서 따왔다. 심지어 회사의 가치 체계조차 '독고구검'이나 '육맥신검' 같은 무협의 은유로 표현되었다. 알리바바 내부에 있다는 것은 상징적으로 김용 소설 속에 거주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것은 초기 중국 인터넷에서 더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진실이다. 나의 아버지를 포함한 중국 인터넷 1세대 사용자들은 종종 김용 소설에서 온라인 아이디를 선택했다. 이것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강호를 디지털 생활로 확장하는 방식이었다. 어린 시절 기억에 아버지의 닉네임은 '설산비호'에서 따온 것이었고 그 시대의 전형적인 기술인 오필자형 입력 시스템을 마스터하여 타이핑했다.


최근 류츠신의 '삼체'는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 미국에 그랬던 것 같이 기술, 지정학, 문명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기 위한 문학적 발판이 되었다. 푸단대학교 교수 옌펑은 류츠신이 "혼자서 중국의 SF 소설을 세계 수준으로 올려놓았다"고 평했다. 그의 소설은 이후 중국의 일상적인 정치 및 비즈니스 어휘로 진입한 문구들을 만들어냈다. 차원 격하 타격(강유타격), 면벽자, 파벽인, "암흑의 숲 법칙", "의심의 사슬", 그리고 "기술 폭발" 등이 그것이다. 이 용어들은 이제 이사회와 정책계에서 흔한 약어가 되었으며, 경쟁 환경, 불확실성 하의 전략, 또는 시장과 외교 모두에서의 신뢰의 취약성을 설명하기 위해 인용된다. 테크 커뮤니티는 특히 열광적으로 이 용어들을 받아들였다. 수많은 에세이가 "삼체 우주의 인터넷 전략"이나 심지어 "삼체 경영학"을 도출해내며 류츠신의 우주적 은유를 중국 기업 현실에 대한 진단 도구로 다루었다.


실리콘밸리는 항상 상상력과 명명을 위한 일종의 문학적 인프라로서 SF와 판타지 문학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일론 머스크의 야망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행성 간 비전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제프 베이조스는 결핍 없는 우주 거주지에 대한 꿈에서 이언 M 뱅크스의 '컬처' 소설을 언급했다. 피터 틸은 자신의 회사들을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이름들로 채웠다. 팔란티어 자체뿐만 아니라 발라벤처스Valar Ventures와 미스릴캐피털Mithril Capital도 그렇다. 실리콘밸리의 자유지상주의적 진영조차도 SF소설에서 은유를 차용한다.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와 '크립토노미콘'은 특정 서클에서 필독서가 되었으며 초기 암호화폐 문화뿐만 아니라 코드가 평행한 주권 질서를 구성할 수 있다는 기술 자유지상주의적 확신을 형성했다.


톨킨, 아시모프, 하인라인, 스티븐슨은 실리콘밸리가 내면화한 모든 어휘와 존재론을 제공했다. 그들은 관료적 침체에 대한 반란, 지정학적으로 닫혀 있을지라도 기술적으로는 열려 있는 프런티어, 마법사로서의 엔지니어와 세계 건설자로서의 코더에 대한 공유된 신화를 제공했다. 팔로알토의 카페에서 창업자들이 자신의 스타트업을 설명할 때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인용하거나 야망을 "익스팬스4로 가는 다리 건설"로 꾸미는 것을 듣는 일은 드물지 않다.


중국 기업가들은 강호를 불투명한 권력 구조를 헤쳐 나가고, 동맹을 맺고, 고정된 규칙이 없는 세상에서 개인의 숙련도를 배양하는 모델로 보며 자랐다. 김용을 읽는다는 것은 생존이 하드 파워만큼이나 소프트 파워—'꽌시'(관계), '런칭'(인정)—에 달려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류츠신의 '삼체'에서 그들은 자신의 경쟁 구도와 공명하는 우주적 위태로움의 은유를 접했다. 김용과 류츠신은 함께 중국 기술자들에게 톨킨과 아시모프가 실리콘밸리에 주었던 것만큼 풍부한 상상력의 도구 상자를 제공했다. 하나는 강호의 윤리와 우주적 실존주의에, 다른 하나는 마법 시스템과 우주여행 제국에 뿌리를 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중간계, 화성,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스스로를 상상하는 반면, 중국 테크 업계는 동시에 강호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둘 다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문학적 인프라이다. 그것들은 정책이나 제품을 지시하지는 않지만 영웅의 모습, 실패의 의미, 사회가 붕괴하거나 지속하는 방식과 같은 상상력의 기준선을 형성한다.


실리콘밸리는 중국에 대해 생각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다. 모든 정책 변화를 추적하고, 모든 규제 단속을 분석하며, 모든 화려한 돌파구를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진정한 이해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는 중국 테크 창업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무지한 채로 중국을 지켜보는 전문가가 되었다. 중국 테크 업계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은 바로 찾을 수 있다. 중국 테크 엘리트들은 서구를 이해하기 위한 독서를 마쳤다. 어쩌면 이제 서구에서도 중국 테크 업계를 이해하기 위한 북클럽을 시작할 때일지도 모른다.



아프라 왕은 작가, 연구자이자 팟캐스트 호스트로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테크·문화계 조류를 주로 다루는 뉴스레터 '컨커런트'를 운영하고 있다.


애스터리스크Asterisk 매거진은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명확한 논리와 투명한 사고로 풀어내는 계간지입니다.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철학을 바탕으로, 불확실한 데이터 속에서도 근거 중심의 진실을 추구하며 독자를 존중하는 솔직한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특히 미래 기술이 가져올 거대한 기회와 인류 멸종의 위험성을 동시에 주시하며, 우리가 어떻게 2100년까지 생존하고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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