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DLD 뮌헨 컨퍼런스 2023'에서 연사로 등장한 스콧 갤러웨이. /사진제공=Picture Alliance for DLD / Hubert Burda Media
2025.07.04 16:01
스콧 갤러웨이는 런던에 거주 중인 미국인으로, 기업가에서 마케팅 교수, 행동주의 투자자, 작가이자 도발적인 팟캐스트 진행자로 변신한 인물이다. 시장과 비즈니스, 기술, 정치에 대한 신랄하고 때로는 거친 언변으로 그는 수백만 회 다운로드되는 인기 팟캐스터로 자리 잡았다. 그의 비판 대상은 도널드 트럼프의 노골적인 백악관 사익 추구("규모와 속도 면에서 역대급 사기극")부터 메타(Meta)의 도덕적 실패("마크 저커버그와 내 이웃 스티브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스티브는 그런 ××이 아니에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갤러웨이는 수차례 회사를 창업하고 매각한 바 있으며, 그중 가장 큰 성공은 브랜드 리서치 업체 L2를 1억5800만 달러(약 2155억원)에 매각한 것이다. 한동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몇 달 사이 그는 7억 달러(약 9500억원)를 조달해 잠시 뉴욕타임스 최대 주주가 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교수가 7억 달러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면, 그건 시장이 과대평가됐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가 런던으로 이주하게 된 계기는 팟캐스트 활동 때문이었다. 그는 2022년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사했고, 현재 리젠트파크 인근 자택 주방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그의 집 지하 스튜디오에서는 매주 여러 개의 프로그램이 녹음된다. 테크 중심의 '피벗'(Pivot)은 저널리스트 카라 스위셔와 공동 진행하고, 보다 폭넓은 비즈니스 및 커리어를 다루는 '더 프로프 G 팟'(The Prof G Pod)도 있다. 이 외에도 금융시장에 집중한 방송을 진행하고, 구독자 5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주간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다양한 팟캐스트에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재정 상황이나 사생활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최근 공급망 리서치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로 1700만 파운드(약 317억원)를 벌었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공개했으며, 미국 텍사스의 한 센터에서 치료 목적으로 케타민 복용을 시도한 경험도 글로 남겼다. 청중에게 금기시되는 주제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만 빼고는 다 괜찮아요"라고 태연하게 답한다.
그는 마치 음식 칼럼에 자유롭고 반항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던 고(故) 앤서니 보데인을 연상케 한다. 갤러웨이는 그 에너지를 비즈니스와 테크 평론에 적용했다. 그렇다면 그는 어디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낄까? 그는 새로운 환경을 위해 런던으로 이사했지만 미국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미국 사람들은 보통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로 대화를 시작하죠. 영국에서는 '한 번 더 회의할까요?'가 먼저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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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집사 경제(butler economy)입니다... 여기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창출된 부에 '서비스'해서 돈을 벌 뿐입니다." 스콧 갤러웨이는 이렇게 말한다. "유럽에서도 재능 있고 근면한 사람은 성공할 수 있지만, 아마 시간이 미국보다 50%는 더 걸릴 겁니다." 핵심은 '리스크 감수 성향'이다.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하나당 리스크 자본이 500만 달러입니다. 유럽에서는 100만 달러 수준이죠."
물론 좋은 면도 존재한다. "독일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자동차 정비 수업을 들으면 연봉 6만~7만 유로짜리 일자리가 기다립니다. 슈투트가르트에 살면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트램펄린이 있는 비어가든도 있습니다. 그러면 인생이 꽤 괜찮죠. 그렇다면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있을까요? 리스크라는 것은 상승이 가능하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락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더 강한 '리스크 공격성'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즉,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에 모든 걸 걸 수 있는 용기다. "사업이라는 건 애초에 시작할 땐 다 말이 안 되는 겁니다. 말이 되면 이미 누군가가 하고 있었겠죠." 그런데 왜 대서양 양쪽에서 이렇게 리스크에 대한 태도가 다를까? 그는 "유전적인 리스크 감수 DNA"가 실제로 있다고 말한 뒤, 이렇게 덧붙인다. "여러분은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으신 분들이잖아요." 그의 부모는 10대 시절 증기선을 타고 더 나은 삶을 찾아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그들로부터 리스크 감수 성향을 물려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 개척 초기의 정착민들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한다. "미국에서 리스크 감수 성향이 가장 강한 지역이 어디냐고요? 동부에서 출발해 계속 서쪽으로 간 사람들입니다. 로키산맥을 넘다 조카를 잡아먹어야 했을지도 모르는 그런 분들이죠."
그리고 현재 이야기로 돌아온다. 그는 "영국에도 기회는 충분히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케임브리지 졸업생들과의 대화를 회상한다. "그들은 케임브리지가 AI의 본산이자 핵심 지식을 개발한 곳이라고 주장하더군요. 하지만 그 누구도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았고, 수십억 달러를 조달해 AI를 소비자용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죠. 'AI를 발명해 놓고 돈은 못 벌었다니, 정말 답답하네요.'"
갤러웨이는 2017년 카라 스위셔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이 분야에 입문했다. 반응이 좋아 다시 초청받았고, 이후 둘은 공동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그녀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 지금은 오디오 포트폴리오가 주당 12개 프로그램으로 확장됐다. 팟캐스트는 "결국 굉장히 수익성 높은 매체가 되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더러운 비밀이 하나 있다면, 사람들이 구독만 해도 자동으로 휴대폰에 다운로드되고, 청취 여부와 상관없이 재생 수로 잡힌다는 점입니다."
그의 조직은 불과 18명의 소규모 팀이지만 수익률은 매우 높다. 연간 300만~400만 달러에 달하는 출연료가 이익률을 뒷받침한다. 최근 출간한 『부의 공식』 같은 저술 활동은 "가장 수익성은 낮지만 가장 즐거운 일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전체 포트폴리오 연매출은 약 2000만 달러(약 273억원)이며, 연 20~3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50%를 넘깁니다."
레거시 미디어 기업들이라면 이런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죽어날 것이다. "전통 미디어와 같은 비용으로 청취 수나 노출 수는 제가 네 배 더 많습니다. 직원 18명으로 연 매출 약 2000만 달러, 직원 1인당 약 110만 달러 정도를 벌어들일 수 있죠. 레거시 미디어는 1인당 20만~30만 달러를 올리면 다행일 겁니다."
갤러웨이는 자신의 순자산이 약 1억5000만 달러(약 2047억원)라고 밝힌다. 몇 년 전 이미 그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때 사모펀드를 만들어 억만장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두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1억5000만 달러와 10억 달러의 차이가 제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억만장자 계층과 "부를 그냥 쌓아두는 사람들"에 대해 경멸감을 드러낸다. "그건 미국에 정말 해롭습니다."
그는 자신의 재정적 성공과 실패뿐 아니라 여러 약점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저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니까, 즉흥적으로 말하고, 그래서 자주 틀립니다." 그는 대화 중 두 차례나 스스로를 나르시시스트라고 인정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사실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는 방송에서 종종 미국 젊은 남성들이 처한 위기를 다루지만, 조 로건 중심의 이른바 '매노스피어(manosphere, 남초)' 팟캐스트 문화와는 선을 긋는다. 실제로 그는 팬데믹 시기 조 로건이 백신 반대 음모론을 자꾸 알리려 해서 그가 출연한 자신의 팟캐스트를 스포티파이에서 내리기도 했다. "그가 젊은 남성들에게 퍼뜨리는 허위 정보는 매우 위험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조 로건을 적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저처럼 팟캐스트로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조에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겁니다. 그는 이 매체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니까요."
그는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심하게 추락한 집단은 젊은 남성들"이라고 단언한다. 이어 충격적인 통계를 나열한다. 젊은 남성은 여성보다 자살할 확률이 4배 높고, 마약 중독이나 수감 확률도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가 비판을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남성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여성혐오자로 낙인찍히기 쉬운 분위기입니다. 극우 세력이 이 문제를 먼저 제기했기 때문이죠. 그들은 젊은 남성들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그들의 해법이란 게, 남성을 돕는 것을 인종차별과 여성혐오의 시대로 되돌리는 일이었습니다. 그건 옳지 않아요."
하지만 그 역시 자주 논란에 휘말린다. "컨퍼런스에서 제가 '여성들이 더 나은 관리자입니다'라고 말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정중하게 박수를 칩니다. '그 말 맞네' 이런 분위기죠. 그런데 '남성들이 더 좋은 기업가가 되는 건, 본능적으로 더 리스크를 감수하려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면요? 분위기가 싸해집니다. '저 사람은 다시 초청하지 말자'가 되는 거죠."
갤러웨이는 이번 미국 대선의 향방이 "젊은 남성들과 그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어머니들"에 의해 결정됐다고 본다. "트럼프 캠프는 이걸 알아챘죠.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여러분의 실패한 22세 아들을 위해 가장 좋은 사람은 나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유죄 판결을 받은 전과자를 대통령으로 두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에 대한 그의 비판은 거침이 없다. "지금 이민자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하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미국 시민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국내에서 정식 재판조차 받을 수 없는 구금 시설로 보내지고 있죠. 그건 사실상 강제수용소입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어느 정도는 그 뻔뻔함에 감탄할 정도예요. '어차피 범죄자가 될 거라면, 왕창 크게 가자'는 식이죠."
정계 진출은 어떨까? 몇 달 전, 그는 한 로펌 관계자들로부터 대선 출마 의향을 타진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그가 출마를 위해 1천만 달러를 내면 자신들도 같은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제가 허영심도 있고, 중년의 위기 한가운데 있다 보니 하루 정도는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예순 살 남자에게 '대통령 하시죠'라고 말하면, 그 말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리는 법이거든요." 하지만 그가 실제로 출마할 가능성은 낮다. "제가 정치에 잘 맞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봤을 때, 비즈니스맨 출신 대통령들의 성적도 별로 좋지 않았잖아요." 그는 다시금 무표정하게 덧붙인다. "데이터가 좋지 않아요."
많은 미국인들이 불안한 현실을 피해 유럽으로의 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지금, 갤러웨이는 오히려 반대 방향을 생각본다. "우린 돌아갈 겁니다. 다시 싸우러 가는 거죠." 그는 언제나처럼 간결하고 강한 한 문장으로 의지를 표현한다.
"지금은 돌아가 미국을 위해 싸워야 할 때입니다. 미국을 다시 미국답게 만들기 위해서요."
파이낸셜타임스는 'FT와의 런치' 같은 편안한 분위기로 대담을 이끌고 그 대담을 정리해 싣는 코너들이 있습니다. 그런 코너 중 하나가 '월요 인터뷰'인데, 6월 16일자 '월요 인터뷰'는 유명 팟캐스터이자 전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행동주의 투자가인 스콧 갤러웨이와의 대담을 실었습니다. 갤러웨이는 미국인이지만 현재는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고, 투자와 팟캐스팅, 저작 등으로 현재까지 2000억원의 자산을 모았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는 미국, 특히 미국 서부 사람들의 기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모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출신이 갤러웨이는 미국 서부 출신입니다. 그가 보기에 영국, 유럽을 떠나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온 사람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좀 더 안정적인 동부의 땅을 버리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서부로 온 사람들에게는 리스크에 도전하는 정신 내지 DNA가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죠. 언젠가 케임브리지대학 졸업자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들은 AI라든지 인터넷이라든지 많은 기술들을 만든 것이 케임브리지라고 자랑하더랍니다. 사실 케임브리지는 컴퓨터 기술에도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그때 갤러웨이가 대답했다고 합니다. 당신들은 그런 기술을 만들어놓고 왜 돈을 못 벌었냐고요. 영국이나 유럽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DNA가 없다고 말합니다. 리스크라는 것은 기회도 되지만 실패가 되기도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그리고 안락함을 추구해서는 큰 기회도 없습니다. 갤러웨이가 보기에 영국과 유럽의 가장 큰 문제, 미국과의 가장 큰 차이가 '리스크'에 대한 태도에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한국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자유와 기회를 찾아 영국과 유럽을 떠나 미국에 도착하고, 미국에서도 새로운 자유와 기회를 찾아 서부로 향한 사람들. 이들의 이런 모험 정신이 결국 실리콘밸리에서 꽃을 피운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린 어떻게 우리의 실리콘밸리를 만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