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전이 발효된 지난달 24일 새벽(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벽화 옆을 지나가고 있다. 2025.06.24 /사진=로이터/뉴스1
2025.07.04 16:05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무 완수Mission Accomplished'가 적힌 거대한 현수막 앞에 서서 전쟁 종식을 강조했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또 다른 '임무 완수'의 순간에 와 있는 듯하다. 이번에는 여러 형용사가 동원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제거됐다obliterated"고 묘사한다. "산산조각 났다blown to kingdom come'는 그가 사용한 또 다른 표현이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싹쓸이됐다wiped out"는 표현을 선호한다.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심각하게 손상됐다severely damaged"는 더 차분한 표현을 택했다. 물론 우리는 이란이 비축한 농축 우라늄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이란 지도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빨리 핵개발 사업을 재구성할 수 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미국 지도자들이 이 상황에서 서둘러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은 전쟁을 했고, 싸웠습니다. 이제 그들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은 속으로만 했다다.
이번 '라디오 애틀랜틱'에서는 이란 출신 작가이자 애틀랜틱 기고가인 아라시 아지지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는 듯한 '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 본다. 아지지가 보기에,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시대는 폭격 이전부터 이미 시한부였다. 이제 9일간의 전쟁은 그를 약화시켰고, 벙커에서 '생쥐처럼 숨어' 지내게 만들었다. 이것이 이란의 새로운 미래를 의미한다면, 과연 어떤 미래일까? 우리는 아지지와 함께 이란 국민과 지도자 사이의 거대한 간극, 하메네이의 실패, 그리고 더 나아지고 자유로워질 수도, 혹은 훨씬 더 나빠질 수도 있는 이란의 여러 가능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나 로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에 대해 아주 기억에 남는 두 가지 발언을 했어요. 첫째는 이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기본적으로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그리고 너무 격렬하게 싸워서 자신들이 도대체 뭘 하는지도 모르는 두 나라를 보고 있습니다. 이해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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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진: 두 번째 발언은 더 미묘했어요.
(트럼프: 우리는 다음 주에 이란과 대화할 겁니다. 합의에 서명할 수도 있겠죠. 잘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그게 그렇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말은, 그들은 전쟁을 했고, 싸웠습니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저는 제가 뭘 갖든 상관하지…)
로진: '라디오 애틀랜틱'에서 전해드립니다. 저는 한나 로진입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지금 이란과 대화할 것인지 묻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이었습니다. 그의 말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그들은 자신들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마치 '우리는 이제 원래의 정규 방송으로 돌아간다'는 것처럼 들리더군요.
그렇다면 그들의 세상은 어떨까요? 오늘 우리는 한 이란인과 함께 9일간의 전쟁이 그 세상의 모든 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혹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수도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라시 아지지는 현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집권한 지 1년 후인 1988년에 태어났습니다.
(아라시 아지지: 저는 이란-이라크 전쟁 마지막 해에 태어났어요. 그게 이란인들이 마지막으로 본 전쟁이었고, 전쟁이 어떤 모습인지 경험한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아마 이란 사람들은 하늘에서 폭탄이 자신에게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그 끔찍한 느낌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로진: 아지지는 '애틀랜틱'의 기고가이자 책 '이란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What Iranians Want'의 저자입니다. 책에서 그는 이란 활동가들이 지금 직면한 불안정한 미래가 아닌, 스스로 만들고 싶어 하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지지: 많은 이란인들이 무력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들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들이 여러 다른 곳에서 내려지지, 자신들에 의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로진: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했을 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한 말이 제 기억에 깊이 남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죠. "이란 국민은 지금이 바로 그들의 순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불빛이 켜졌습니다. 그것을 자유로 가져가십시오." 아지지 씨도 그렇게 느끼셨나요? 갑작스러운 기회처럼요? 아니면 처음 든 생각이 '이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거야'였나요? 딱 처음 들었을 때요.
아지지: 단연코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건 가상적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왔어요. 이란 반체제 세력 내에서도 공개적으로나 반공개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고, 비단 반체제 세력뿐만이 아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란 내부에도, 제가 알던 사람들 중에서도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나서서 이 정권을 처리해주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는 항상 회의적인 수준을 넘어서, 솔직히 그런 생각은 어리석다고 봤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에요.
“이번 전쟁이 있기 불과 몇 주 전, 테헤란 대학의 좌파 성향 학생들이 반이스라엘 시위를 조직하려고 했어요. 친정부적인 행사가 되지 않도록 신경 썼는데 20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로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반드시 정권을 전복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미인가요?
아지지: 바로 그렇습니다. 정권을 전복시키지 못할 것이고, 설령 그렇다 해도 좋은 방식으로는 절대 아닐 거라는 거죠. 그러니까 민주주의로 이어지진 못할 거란 말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람들이 토론하는 것을 보면 아주 흥미로워요. 저는 항상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해요. "한번 과정을 설명해 보세요.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세요?"
자, 이스라엘이 정권 수뇌부를 타격하기 시작해서 군 지휘관들을 사살했어요. 실제로 그랬죠. 그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만약—가정입니다만—우리에게 정권을 잡을 준비가 된 거대하고 조직적인 반대 세력이 있었다면, '좋아, 이 기회를 이용해 정권을 잡을 수 있겠다'고 상상할 수는 있겠죠.
그리고 심지어 그 경우에도 그들은 전쟁에 반대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건 좋은 것을 얻기 위한 사악한 방법이지만, 가능은 하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란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어요. 사실—제게는 항상 분명했고 지금은 더 분명해졌는데—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외부의 공격은 내부적 상황을 군사화하고, 안보 기관들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저를 비롯한 민주주의 활동가들은 항상 이 나쁜 상황에서 벗어날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 때문에 상황은 여러 면에서 더 악화되었어요. 절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여전히 이란에는 변화의 순간이 진행 중이며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것이 사회적 봉기로 이어질 것이라거나, 사람들이 정권을 전복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늘 근거가 없었습니다. 만약 그가 정말로 그렇게 믿었다면, 그것은 이스라엘이 이란 사회, 특히 이란 안보 기관 등에 대해 엄청난 정보 침투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란 사회와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죠. 하지만 제 생각에 그는 실제로 자신이 하는 말을 믿지는 않았을 겁니다.
로진: 그렇다면 청취자들이 이란과 실제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죠.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36년 동안 집권해왔죠. 맞나요?
아지지: 1989년부터 집권했어요. 저는 88년생이니까, 제 평생이나 마찬가지죠.

아라시 아지지. /사진제공=Arashi Azizi
로진: 네, 바로 그걸 여쭤보려고 했어요. 아지지 씨가 아는 유일한 지도자인가요?
아지지: (웃음) 호메이니가 사망했을 때 전 한 살이었어요. 제가 한 살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고 그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기억이 나진 않아요.
로진: 그렇다면 자라면서 그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했나요? 그 36년 동안요.
아지지: 제 생각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총체적 실패작입니다. 이란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수백, 수천 년 단위로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실패작이라고 말할 때, 20세기 이래 최악의 지도자라는 뜻은 아니에요. 역사상 최악의 지도자 중 한 명이라는 거죠. 더 나쁜 사람을 찾으려면 아마 18세기 사파비 제국의 마지막 왕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하메네이의 행적에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게는 아주 명확해요. 그는 60년대와 70년대의 젊은 혁명가였고,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처럼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 사회를 파괴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죠. 때로는 좋은 의도였을 수도, 때로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60년대와 70년대의 몇 안 되는 성공한 실험, 즉 이란 혁명에 가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1979년 혁명의 일원으로 권력을 잡고, 1989년에 지도자가 되어 자신의 이슬람주의 대의를 위해 우리나라를 빌려 썼습니다.
로진: "우리나라를 빌려 썼다"고 하셨나요?
아지지: 네. 제가 사용하는 표현이에요. 1979년 혁명은 진정한 대중적 지지를 받았지만 수년이 흐르면서,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로 국민들은 더 이상 혁명적이지 않아요. 국민들은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목표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 목표가 뭐냐고요? 실질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란을 모범적인 이슬람 사회로 만드는 것이죠. 하메네이가 생각하는 모범 사회는 여성들이 기꺼이 베일을 쓰고, 남녀가 서로에게 끌릴 만한 방식으로 쳐다보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그가 생각하는 선한 이슬람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회입니다. 그리고 그 점에 있어서는 완전한 실패였죠.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 시민이 이마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붙이고 '이란의 승리'를 외치며 기뻐하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휴전을 발표했다. 2025.06.25 /사진=로이터/뉴스1
로진: 어떻게 아시나요? 완전한 실패라는 걸, 국민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아시죠?
아지지: 음, 첫째로 정권의 이론가들 스스로가 그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이란은 모범적인 이슬람 사회가 아닐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반종교적인 사회 중 하나가 되었어요. 사람들이 이란에 가서 직접 보면 충격을 받을 것이고, 실제로도 충격을 받습니다. 물론 독실한 무슬림들도 있죠. 제 할머니를 포함해서요. 하지만 저희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때로는 약간 허무주의적이기까지 합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원했던 이슬람 모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멉니다.
이란은 인구 9000만 명의 나라입니다. 차이가 있죠. 당연히 독실한 사람들도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이 사회는 알리 하메네이가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하메네이는 자신의 이상론에 따라 대부분의 음악 형식을 어떻게든 금지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란에서도 케이팝 그룹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죠. 이건 완전한 문화적 패배입니다. 그리고 그들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어요. 정권 기관의 자료를 읽어보면 '이건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졌다'고 말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자신들의 아들딸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고 있기 때문이죠.
로진: 재미있네요. 멀리서 보면, 이란에 대한 가장 단편적인 이미지는—많은 미국인들이 그 이상 알지는 못하겠지만—나이 든 성직자들이 통치하고 '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 외치는 나라잖아요. 그게 이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일종의 요약본이죠.
아지지: 네, 그게 지배 체제의 모습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지배 체제 전체를 제대로 보여주는 그림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점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할 수 있는데, 하메네이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믿는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하지만 이란 정권의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실제로 제가 취재를 위해 가끔 이야기하는 이란 정권의 인물들은 항상 자녀들을 유럽과 미국으로 보냅니다. 이게 사실 아까 질문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하겠네요. 제가 어떻게 이것이 총체적인 문화적 실패라고 아느냐고요? 이 정권 지도자들의 아들딸들이 어디로 가는지 보세요. 여기(미국)로 옵니다. 유럽으로도 가고요. 그들의 인스타그램을 한번 보세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저스틴 비버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다니까요.
로진: (웃음)
아지지: 그런 예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반서방주의는 완전한 문화적 실패예요.
로진: 지금 말씀하시는 건 상류층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가요? 부유한 이란인들에 대해서만 묘사하고 계신 건가요?
아지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란인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사실, 때로는 그 반대이기도 합니다. 저처럼 대학 교육을 받았다면 서방에 대해 좀 더 회의적일 수 있거든요. 그것 자체가 사실 매우 서구적인 태도죠. 대학 교육을 받은 서구인들이 여러 면에서 그렇듯이요.
급진적인 반서방주의가 이란 사회에 기반이 있다고는 생각해요. 만약 정치적으로 조직화된다면, 아마 이란 사회의 10%나 15% 정도 될 수 있겠지만, 그건 아주 소수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몇 년간 반이스라엘 문제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진정한 대규모 조직적 반이스라엘 시위가 미국 수십 개 도시에서 일어났고, 유럽 수십 개 도시에서도 일어났으며, 중동 전역에서도 당연히 일어났는데, 테헤란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나요?
이번 전쟁이 있기 불과 몇 주 전, 테헤란 대학의 좌파 성향 학생들이 반이스라엘 시위를 조직하려고 했어요. 아주 아름답고 좋은 의도에서였죠. 그들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반이스라엘 시위는 세계적으로 많이 벌어지니까요. 그들은 히잡을 쓰지 않은 사람들도 참여하도록 했고 친정부적인 행사가 되지 않도록 신경 썼는데 20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로진: 정말 많은 것을 시사하네요. 역사적으로 반이스라엘 시위를 조직하기 가장 쉬운 바로 그 순간에,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의 발원지인 나라에서 반이스라엘 집회에 고작 20명밖에 모이지 못했다니요.
아지지: 네, 사람들이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이유는 아주 기본적인 데 있습니다. 우선, 사람들은 이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당사자라고 보지 않아요. 우리가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니까요. 이란의 사회주의 지식인인 다리우시 아슈리는 1967년 전쟁 이후 한 토론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우리에게 에티오피아-수단 분쟁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어요.
로진: 무슨 뜻인가요? 저 멀리서 일어나는 일과 같다는 건가요?
아지지: 바로 그렇습니다. 우리와 이해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거죠.
로진: 이란 국민들이요?
아지지: 네, 이란인들이요. 아슈리는 이란 국민의 관점에서 말한 겁니다.
로진: 와. 이건 기사 헤드라인만 보면서 갖게 되는 이미지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네요.
아지지: 네, 제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실 필요는 없어요. 다시 말하지만, 평범한 이란인과 이야기해보면 됩니다. 그들은 마치 유럽 사람처럼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요.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매우 반이스라엘적이 되거나, 비판하거나, 친팔레스타인이 되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유럽의 다른 곳처럼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제 요점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와 관련해서 중요한 또 다른 점은, 국민들은 정권이 자신들의 국부를 이 분쟁에 쏟아붓고, 지난 2주간 그랬던 것처럼 직접적인 분쟁에 휘말리게 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메네이는 대부분의 음악 형식을 어떻게든 금지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이란에서도 케이팝 그룹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죠. 이건 완전한 문화적 패배입니다. 그리고 그들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어요.”
가자 지구의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자신들이 이용당하는 방식이 싫은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지도 않고요. 실제로도 그렇지 않으니까요.
로진: 자, 그럼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도부의 우선순위로부터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말씀이시죠. 지금 시각적으로만 봐도, 지도부, 특히 하메네이 자신은 꽤 고립된 것처럼 보입니다. 말 그대로 어딘가 벙커에 숨어 있고, 최고위 장성 다수가 사망했죠.
그렇다면 이란에서는 그의 심리 상태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들려오나요? 한편으로는 활동가들이 조직화되어 있지 않아서, 그를 전복시킬 준비가 된 내부 반대 세력이 없다고 하셨잖아요. 다른 한편으로 그는 자신의 문화와 장성들로부터 상당히 고립되어 있고요. 그렇다면 그는 어떤 상태에 있는 건가요?
아지지: 지금 저희가 이야기 나누고 있는 시점이 6월 25일 수요일 아침인데요, 미국이 마침내 이란을 공격하고 며칠이 지난 시점입니다.
휴전이 있고 며칠 후인데, 총사령관이자 국가원수, 위대한 아야톨라 하메네이, 혁명의 지도자는 지금 어딘가에 생쥐처럼 숨어 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6월 13일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래 두 번 연설을 했습니다. 헤드라인만 보면 '결연한 연설'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실제로 페르시아어로 연설을 들어보면 전혀 결연해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억지로 녹화하도록 강요당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억지로 찍은 영상처럼요. 지치고 패배한 모습이에요.
로진: 그러니까 어조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말투가 내용과 맞지 않았다는 건가요?
아지지: 어조가 내용과 맞지 않았어요. 특히, 우리가 이 사람을 기억하잖아요. 제가 그와 함께 자랐는지 물어보셨죠. 어떤 면에서는 그가 인상적인 인물이었던 때를 기억합니다. 훌륭한 웅변가였어요. 이제 86세니까, 어차피 곧 죽을 운명이죠. 솔직히 우리 모두 그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란은 몇 년 동안 이 사람이 죽기만을 완전히 기다려왔어요.
로진: 누가 '좀비 정권'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 들었어요.
아지지: 네, 분명히요. 맞아요, 좀비 정권. 제가 샤워하러 가서 30분 뒤에 나와서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았을 때, 열어보면 하메네이가 죽었다는 소식이 있을 거라는 환상을 항상 품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정말로 이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실질적인 면에서 끝났어요. 테헤란에서는 미래를 둘러싼 격렬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그를 대체하려는 음모에 대해서는 저희가 '애틀랜틱'에서 일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그는 끝난 거죠.
하지만 정말 좋은 질문을 주셨어요. 반대 세력은 조직화되어 있지 않고, 하메네이라는 인물은 끝났으며, 그의 정책은 총체적 실패작입니다.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의 정책은 이란에 경제 파탄, 국제적 고립, 국내 탄압을 가져왔고, 이제는 직접적인 전쟁까지 초래해 수백 명의 이란 민간인이 그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니 그는 끝났죠. 하지만 반대 세력은 정권을 잡을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그럼 누가? 지금 누가 실권을 쥐고 있을까요?
로진: 그럼 옵션들을 알려주세요. 그에게 승계 계획이 있나요?
아지지: 이란 헌법 조문에 따르면, 최고지도자는 아주 이상한 직위인데, 간단히 설명해 드릴게요.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는 영어식 조어에 가깝습니다. 실제 용어는 '수호 법학자guardian jurist'입니다. 기본적으로 가장 가까운 예는 이슬람 경전이 아니라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철인왕'입니다.
현실은, 세 번째 최고지도자가 될 만한 그런 자질을 갖춘 사람이 사실상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하메네이가 사실상 마지막 최고지도자가 되고, 이 직위가 어떻게든 폐지되어 헌법적 전환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만약 폐지되지 않는다면, 거론되는 주요 후보 중 한 명은 놀랍게도 그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입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모즈타바 하메네이 지지자들은 그가 아버지의 계승자라는 점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것이 패배하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죠. 오히려 정반대의 전략을 쓰고 있어요. 그를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과 비교하며, 이란을 성직자와 반서방주의에서 벗어나게 하고, 더 민족주의적인 길로 이끌며 개방할 쇄신적인 인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그를 변화의 후보로 내세우는 거죠.
로진: 스스로를 민주주의 활동가라고 부르시는 아지지 씨는 그에 동의할 수 있나요? 그를 변화의 후보로 보시나요?
아지지: 모즈타바에 동의할 수 없어요. 우리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완전히 베일에 싸인 인물이에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로 그의 연설을 어디서도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가 쿰1Qom에서 가르치기 때문에 연설이 있긴 합니다. 성직자로서 하는 일이죠. 테헤란 근처의 성스러운 도시 쿰의 신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종교적인 것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작년에 의문스럽게도 가르치는 것을 그만뒀어요. 그래서 모든 것이 그저 분위기나 추측일 뿐입니다. 사실 재미있는 것은, 2009년에 사람들이 모즈타바를 언급했을 때는 이상한 삼촌이나 택시 기사가 할 법한 이야기처럼 들렸는데, 지금은 심각한 이야기가 되었다는 겁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오른쪽)가 지난해 10월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있는 헤즈볼라 사무실을 방문한 모습. 2024.10.01 /사진=로이터/뉴스1
로진: 그에 대한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군요. 그를 포장하거나 팔려고 하는 거고요. 그건 그렇다 치고, 미스터리네요. 다른 옵션은 무엇이 있나요?
아지지: 하메네이의 노선을 계승하는, 즉 반서방주의, 반이스라엘주의, 가혹한 국내 정책과 탄압을 이어갈 진짜 강경파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실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실용적이라는 게 무슨 뜻이냐면,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국내 탄압을 완화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로진: 그건 어떤 모습일까요?
아지지: 이 지역의 대부분 권위주의 국가들과 비슷할 겁니다. 정치적으로 조직을 결성할 수는 없지만, 나가서 술 한잔하고 싶다면 괜찮고, 머리카락을 가리지 않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은 거죠. 이란에 존재하는 종류의 국내 탄압은 솔직히 세계 다른 나라에서는 그런 수준으로 존재하지 않아요.
로진: 그럼 어느 정도 해소되는 부분이 있겠군요. 사람들이 말하길, 이란은 문화적, 사회적 해소, 춤, 술 같은 것조차 할 수 없는 나라라고 하잖아요. 그게 완화된다는 거죠.
아지지: 그 점을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란은 우리 모두가 그런 기억을 가진 나라예요. 여성과 함께 걷다가는 무슨 관계냐는 질문을 받으며 체포될 수 있죠.
실제로 저도 한번은 어머니와 함께 일하다가 제지를 당하고 "무슨 관계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저희 어머니는 아주 기뻐하셨죠.
로진: (웃음) 네, 어머니께는 칭찬 같은 거였겠네요.
아지지: 네, 그랬어요. 하지만 끔찍한 생각이기도 했죠. 또 한번은 부모님이 제지를 당했는데, 두 분이 다투기 시작하자 그 단속원이 '이렇게 싸우는 걸 보니 진짜 부부가 맞군'이라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확실히 진짜 부부라고요.
로진: (웃음)
아지지: 그래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란의 일상적인 굴욕과 억압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그것이 해제되리란 거죠. 그리고 이란의 외교 정책도, 궁극적으로 이들은 하메네이의 혁명적 열망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서구 경제와의 통합을 원합니다. 그것이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거예요.
하지만 왜 이 문제가 미묘한지 말씀드릴게요. 실용주의자들은 서구 경제와의 통합을 원하지만, 그로 인해 들어올 수 있는 또다른 요소에 대해서는 하메네이가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었습니다. 하메네이는 반서방주의의 거대 이데올로그였지만, 온갖 말을 하면서도 이란을 이들 국가와 분쟁에 빠뜨리지 않은 매우 신중하고, 사실은 비겁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실용주의자들은 하메네이보다 덜 신중하고, 때로는 더 호전적일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군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죠. 그리고 그들은 이슬람주의자가 아니라 이란 민족주의자들입니다. 하지만 이는 또한 그들이 이란이 지역 내에서 역할을 하고 어떤 가치를 대변하기를 원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로진: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해 볼게요.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족벌주의 정권, 즉 아들이 있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강경파가 있는데, 가능성은 가장 낮다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묘사하신 부류는 온갖 종류의 실용주의자들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군인일 수도 있고, 사업가일 수도 있죠. 경제 통합을 의미하지만, 약간의 지역적 오만함도 의미할 수 있는 실용적인 미래를 옹호하는 부류의 사람들이고요.
아지지: '개발주의자'라고 부르는 게 좋겠네요.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이란이 발전하는 것이니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연설했을 때, 이란 정계 전체가 리야드를 보며 침을 흘렸어요. 저게 바로 우리가 되고 싶은 모습이다, 미국 대통령이 와서 '우리에게 투자하라, 그러면 우리도 당신들에게 투자하겠다. AI도 하고, 나노기술도 하겠다'고 말해주길 바란다고요. 이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모즈타바의 족벌주의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명확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건 우리가 아직 모르는 약간 어두운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 중 일부는 바로 이 개발주의자들이에요. 개발주의자들 중 일부는 그를 지지하고, 일부는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크게 보면 두 가지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강경파가 있고, 개발주의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주의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고 다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모순도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개발주의자들 중 다수는 전통적으로 핵 협상, 2015년에 맺었던 것과 같은 핵 합의, 올해 초에 진행되었고 다시 재개되길 바라는 그런 대화를 지지해왔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실제로 핵무기 보유를 지지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이것만이 이란이 주권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제가 바라는 것은 그들이 그 입장의 모순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란인으로서 저는 핵무기 추구가 이란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로진: 제시하신 모든 시나리오에서 민주주의는 사실상 언급하지 않으셨어요. 문화적 억압의 해소와 더 나은 삶은 언급하셨지만요. 하지만 아지지 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민주주의인 것 같은데, 민주주의의 미래는 어떤가요?
아지지: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저는 항상 싸울 겁니다. 제 인생은 하나이고, 죽는 날까지 이란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것이며, 이란 정치 구도에서 제가 지지하는 인물들, 예를 들어 현재 에빈 교도소에 정치범으로 수감되어 있는 전 국방부 차관 모스타파 타자데Mostafa Tajzadeh 같은 사람들을 위해 싸울 겁니다. 전쟁에 대한 그의 반응은 휴전과 민주적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란 야당 세력에 있는 우리들이 조직화되어 진정한 대안을 제시하고 이 비전을 현실로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에서 '희망'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실 겁니다.
이란 민주화가 향후 몇 년 안에 일어날 수 있는 비전이라고 생각하냐고요? 제가 틀렸기를 온 마음으로 바라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란 권력의 실세들은 지금 정권의 파벌들이고, 그들은 민주화에 관심이 없다고 봅니다. 왜 권력을 내주는 데 관심이 있겠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한나 씨, 지금은 중동 지역 어디에서도, 사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민주주의가 번성하는 순간이 아니잖아요. 결국 '아랍의 봄'도 튀니지를 제외하고는 어느 곳에서도 민주주의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마저도 뒤집혔습니다.
이란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민주주의를 이루기 전에 우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체의 기본적인 안전과 안보가 필요하고, 둘째로 번영이 필요합니다. 먹고 살 길이 있어야 하잖아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예전에 학생들에게 "번영과 민주주의 중 어느 것을 선호하나요?"라고 물어보곤 했습니다. 물론 많은 학생들이 고상하게 "민주주의"라고 대답했죠. 그러면 저는 "세네갈과 아랍에미리트(UAE) 중 어디에서 살고 싶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 물론 모두가 UAE라고 대답하죠. 이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가 때로는 반드시 최우선 순위는 아니라는 거죠.
로진: 마지막 질문입니다. 저희가 이야기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NATO 회의에서 연설하며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미국 내 평가에서는 몇 달 후퇴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렇게 말해왔죠. 만약 몇 달 후퇴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란과 그 미래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아지지: 이란 핵 프로그램이 파괴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 점은 분명해요.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여전히 남아있고, 이란에게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것은 이란이 이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하지 않을 수 있는 경로를 갖게 되어, 사람들이 이란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담 후세인을 강하게 연상시키는데, 우리는 그 끝이 어땠는지 알고 있습니다. 90년대 이후의 사담 후세인 말입니다. 이란 내에 핵무장 지지자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놀랍게도 강경파가 아닌 기득권층 일부와 심지어 일반 대중 사이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핵 협상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이란의 핵 위협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유일하고 지속적인 방법은 이란이 핵무기로 나아가지 않도록 약속하게 하고, 그렇게 하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핵 합의입니다.
로진: 그렇죠? 그러니까 진정한 해결책은 군사-전략적 해결책이 아니라 정치적 해결책이라는 거군요.
아지지: 물론입니다. 그것이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란의 핵 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것도 포함될 겁니다. 그렇게 하지 말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어떤 합의든 몇 개의 핵 시설을 폐쇄해야 합니다. 그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엔의 핵 감시기구인 IAEA의 사찰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란을 통치하는 누구든 핵무기를 원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그들이 핵무기를 원한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로진: 아라시 씨, 이란 내부의 시각을 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지지: 정말 감사합니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theatlantic.com and has been translated from English and reprinted with permission from The Atlantic. The Atlantic has not endorsed or sponsored this translated version of the article.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돼, 갑작스러운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으로 급격히 긴장이 고조됐던 전쟁은 일단은 9일차에서 끝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움직임, 그리고 주변국의 반응을 열심히 살펴보고 있지만 정작 이란의 내부 사정은 '블랙박스'처럼 남아 있습니다. 과거 페르시아로 불렸던 이란은 수천년간 중동 지정학의 중심을 차지해왔습니다. 지금도 인구 9000만의 무시할 수 없는 중동의 대국입니다. 이러한 이란의 정치가 앞으로 어디를 향하게 될지는 초미의 관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특수부대 쿠드스군을 이끌었던 솔레이마니의 전기와 최근 이란 사회 내부의 분위기를 다룬 서적을 쓴 이란 출신의 작가이자 역사가 아라시 아지지가 지난 6월 26일 애틀랜틱의 팟캐스트에서 나눈 대담을 소개합니다. 이 대화가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가 흔히 갖는 이란에 대한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리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죽음을" 외치는 늙은 성직자들의 나라라는 이미지와 달리, 이란 사회의 수면 아래에서는 정권의 이념과는 정반대의 흐름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정권 지도자들의 자녀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저스틴 비버의 노래와 케이팝(Kpop)을 즐기고, 정작 테헤란에서는 반이스라엘 시위에 20명도 채 모이지 않습니다. 저자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문화적, 정치적 실패를 통렬하게 지적하며, 정권과 국민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아지지에 따르면 이란의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엘리트 상당수도 서구화, 근대화, 경제발전을 선호합니다. 사실 이란이 이슬람 혁명 이후 '악의 축'으로 서방에 맞서왔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유튜브나 다른 매체를 통해 이란 현지를 취재한 것들을 보면 생각보다 리버럴하고 개방적이라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진행중인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그리고 이 핵협상에 따른 결과는 이란의 미래, 나아가 중동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만약 트럼프가 이란을 다시 서방의 경제체제로 끌어당기고, 이스라엘과 화해하게 만들고,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오만 등 다른 걸프만 국가들처럼 부와 번영의 길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중동의 분위기는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이란 핵협상, 이란-이스라엘 관계, 하메네이 이후의 이란 국내정치 변화를 지켜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