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군사

[評천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진입 준비, 베네수엘라 경제제재 철회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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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9일 (현지시간) 이스라엘 가자 지구 국경 인근 집결지에서 장병들이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의 격려 연설을 듣고 있다. 2023.10.20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3.10.2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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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급히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바이든으로서는 격앙되어 있는 이스라엘을 달래고 미국의 지지를 확인해줄 필요가 있고, 동시에 이스라엘이 과격한 보복행위로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마스가 노리는 것은 이스라엘의 보복이 막대한 민간인 피해로 이어지는 장면이고, 이러한 장면이 전 아랍인들을 자극해 이번 전쟁을 '이스라엘 대 전 아랍'의 전쟁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바이든으로서는 하마스가 놓아둔 이 '확전의 덫'에 이스라엘이 걸려들지 않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직전에 가자 지구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폭격을 받아 민간인이 500명 가까이 사망했습니다. 하마스측은 이스라엘군의 폭격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이스라엘은 감청자료까지 공개하면서 하마스와 연계된 무장단체인 이슬람 지하드의 로켓 오폭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실은 미궁에 빠졌지만 이 병원 폭격 사건으로 바이든이 참석하기로 예정된 미국-이집트-요르단-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4자 정상회담이 무산됐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위해 가자 지구지상군투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작전이 직면하게 될 문제점에 대해 매우 상세한 분석기사를 냈습니다. 군사적 복수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를 낳는지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침공이 잘 보여줍니다. 9/11 테러에 격앙된 미국 정부와 미국민들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두 나라를 침공해 탈레반 정권과 후세인 정권을 제거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전쟁은 어떻게 전투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점령할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후자가 더욱 중요하고 어렵습니다. 미국은 이 점령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미국은 수도 카불과 주요 도시들을 점령했지만 그 외의 지역은 여전히 탈레반이 지배했습니다. 그래서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자마자 탈레반이 나라 전체를 다시 접수했습니다. 이라크 역시 후세인 정권이 제거되자 수니파, 시아파가 내전에 돌입했고 미국으로서는 속수무책이 되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작전의 어려움을 미군의 이라크 모술 작전의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적들이 땅굴과 참호를 촘촘히 파고 시가전을 벌이는 곳에 군대를 투입시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설명합니다. 모술과 마찬가지로 가자 지구도 군인들과 수많은 민간인들이 한데 섞여 있는 곳입니다.


2016~2017년 사이에 미군과 이라크군은 IS가 점령하고 있던 모술을 탈환하려 했습니다.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했고 꼼꼼하게 관련 정보도 확보했습니다. 그럼에도 전투 중에 모술 한 곳에서만 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습니다. 현재 길이 40km, 폭 10km인 가자 지구에는 총연장 500km의 터널이 마치 개미굴처럼 촘촘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첨단 기술과 장비를 총동원해 터널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특히 첨단의 석유채굴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하마스 전사들의 핸드폰 신호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핸드폰 신호를 추적하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곳이 있으면 그곳 부근이 터널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는 식입니다. 그럼에도 500km 길이의 터널 지도를 제대로 만드는 것은 어려울 것이고, 보이지 않는 건물내 저격병도 위협적인 시가전인데 여기에 더해 촘촘한 지하터널에서 수시로 튀어나와 등 뒤에서 공격하는 적들과 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미국과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자제를 권고하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유럽 등 서방 국가들에서는 친팔레스타인 테러행위나 데모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쉽게 전면 보복작전에 돌입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이스라엘군 지휘관들은 현재와 같은 군대의 대기상태가 2주일을 넘기기가 어렵다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하마스의 군사작전은 한국군도 철저하게 연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재래식 군비에서 상당한 열세에 있는 북한군도 하마스식 작전 및 대비태세를 많이 참조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 1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했습니다. 예전보다 정상들의 참여는 저조했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빈격으로 참석했습니다. 140여개 국가에서 대표를 보내왔고, 21개국 정상이 참석했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친러파로 알려진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가 참석했습니다.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하게 개최된 이번 일대일로 '포럼' 행사에 참석한 푸틴은 시진핑 주석 다음으로 연설을 했는데, 러시아가 예전보다 중국에 많이 의존적이 되었다는 인상을 주었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 때문에 현재 러시아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구매해주는 나라는 중국이 되었고, 중국산 물품의 대러 수출도 급증했습니다. 푸틴은 연설에서 중국측의 기대에 맞춰 '일대일로' 구상을 치켜세웠고, 마치 러시아 교통부 장관처럼 중국측 철도와 같은 궤도를 사용하는 러시아 철도 노선 리스트 및 물류 회랑 건설 계획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관료들의 주저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건설을 강행한 중러 국경의 아무르강 교량에 대해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한 푸틴은 오랫동안 중국의 북극해역 투자를 꺼려왔었는데, 이번 연설에서 지구온난화로 조금씩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의 개발에 "관심있는 나라들"의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관심있는 나라들"엔 중국이 포함됩니다. 푸틴은 별도의 중국 관영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욱 강한 어조로 '일대일로'를 찬양했습니다. 식민지 유산을 가진 서방 선진국들과 달리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참여국들의 자발적인 요청에 의해 투자를 하고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마치 중국 정부가 미리 적어준 '말씀요지'를 읽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러시아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을 가졌고, 다음 날 김정은 위원장을 예방했습니다. 평양 도착 당일 북한과의 외무장관 회담을 마친 후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라브로프는 한미일의 군사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을 비판했고, 한미일에 맞서는 중국, 러시아, 북한 3국의 공동대응을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1달 전에도 정상들의 만남이 있었고, 오늘도 고위급의 만남이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만남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과 러시아가 부쩍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측이 견제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이번 만남에서 그러한 점을 의식해서인지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중국을 포함한 3개국이 한미일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왜 러시아에 가까워지려 하는지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측과 야당측이 바베이도스에서 만나 2024년에 대통령선거를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가 이뤄진 다음 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금, 금융부문에 가해진 대부분의 제재조치를 즉시 해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국영 '베네수엘라석유회사'(PDVSA)는 2019년 이래 제재를 받아왔는데, 이제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를 상대로 석유를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채도 미국 금융권을 통해 거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engagement)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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