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評천하] 트럼프의 '가자 평화구상'에 하마스 고심중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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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AFP=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 단계적 철수와 평화위원회 및 국제안정화군 설치 등을 제안하는 가자전쟁 종식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5.09.29.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5.10.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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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트럼프 2기 들어 네번째로 개최된 트럼프-네타냐후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20개조의 '가자 평화구상'에 합의했습니다. 이스라엘 내각의 극우파들은 정상회담 이전 네타냐후에게 "당신은 하마스의 완전 파괴 없인 이스라엘군을 철수시킬 권한이 없다"며 이 트럼프 구상에 동의하지 말라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는 물론 하마스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튀르키예와 카타르도 트럼프 구상에 동의했고, 이스라엘을 "슈퍼 스파르타"로 만들어 미국 도움 없이 주변국에 맞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던 네타냐후도 결국 동의했습니다. 이제 하마스만 남았습니다. 하마스가 거부하면 미국과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들고 파멸적 결과를 맞게 될 것 같습니다. 6만 명 이상 사망한 가자 주민들도 '트럼프 구상'을 받아들일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 트럼프 구상에 따르면, 전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하마스는 모든 인질을 석방해야 하며, 이스라엘은 외부의 가자 지구 원조를 무제한 허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마스는 무장해제해야 하고, 이스라엘 군대는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하며, 가자 지구의 치안과 질서는 '국제 안정화 군대'가 담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자 지구의 행정은 "전문적이며 비정치적인 팔레스타인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맡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평화위원회'가 지역 재건을 맡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초에 제기했던 '가자 리비에라' 구상에서 가자 주민들의 소개(疏開) 가능성 부분은 빠졌지만, 트럼프 자신이 지역 재건사업을 이끌겠다는 점은 역시 미국의 상업적 이익을 통해 평화을 구축하겠다는 그의 독특한 '부동산 외교'를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상업적 이익이 자리 잡은 곳을 누가 공격하겠냐는 식의 생각으로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 해결에서도 미국이 양국의 이해가 대립되는 회랑을 직접 99년간 조차해 관리하겠다고 나섰고, 양국이 이에 합의하면서 문제가 일단락 되었습니다. 이번 트럼프 '가자 구상'에도 이런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앞으로 가자 지구 재건 사업에는 트럼프에 가까운 미국 기업들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이스라엘이 이 '트럼프 구상'에 동의하기 까지 유럽 각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이 이어졌는데, 이번에 네타냐후가 구상을 받아들임에 따라 보이콧 압박은 약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국가들은 국가간 대항전 형식으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라는 음악축제를 매년 개최하는데 내년인 2026년에 70회를 맞게 됩니다. 이는 유럽 여러나라의 공영 및 국영 방송사들로 구성된 유럽방송연맹(EBU)가 주최하는 행사이고, 유럽 현지에서는 아직 인기가 있습니다. 내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70회 행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아일랜드, 스페인 등이 이스라엘이 참가할 경우 자국은 불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리적으로는 비유럽권이지만 1973년부터 꾸준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주최측은 불참국이 많아질까 전전긍긍했을 것 같은데, 트럼프 구상으로 가자 지구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행사 보이콧 압력은 사라질 것 같습니다.





북한의 최선희 외상이 중국 베이징에서 리창 중국 총리,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지난 열병식을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가진 것과 관련해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의 양국 국영통신사 보도에 약간의 '온도차'가 보여 주목됩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28일 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여러 형태의 패권주의에 반대한다"고 발언한 것을 보도했는데, 북한의 중앙통신은 이 발언을 뺀 채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조만간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물밑에서 미국과 접촉중인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는 10월 27일에 일본을 방문해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진 후 경주로 이동해 APEC에 참석하고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APEC 참석을 계기로 김정은과 판문점 등에서 '깜짝 조우'를 가질 수도 있다고 예상하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도 이번 경주APEC 정상회의를 활용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호주가 국방력 강화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무인 항공기, 무인 잠수함정, 일본제 호위함을 구매하고, 주요 조선소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호주는 중국 등 위협으로부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안전하다고 평가되어 왔는데, 최근 중국이 태평양 도서국가와 관계를 긴밀히 하고 태평양에서 해군 실사격 훈련을 강화함에 따라 더이상 안전한 후방이 아니라는 의식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보통 육상의 지리적 감각에 익숙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호주가 매우 멀리 떨어진 나라로 보이지만 바다로 이동하는 함정은 24시간 내내 시속 40~60킬로미터로 항행을 하기 때문에 중국 해안에서 출발한 함정은 1주일 내로 호주 해안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바다를 이용하는 경우 군사력의 이동은 생각보다 빠릅니다. 그런 점에서 호주는 더 이상 안전한 후방이 아닙니다.


호주는 미국의 테크 방산기업 안두릴과 계약을 체결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AI탑재 무인 잠수함정 "고스트 샤크"를 시드니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이재명 대통령도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인 8.2%의 국방비 증액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한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에게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이 28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1600킬로미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미국측은 표적획득과 관련한 정보도 우크라이나측에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 정전협상에 소극적인 푸틴에 대해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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