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評천하] 이번엔 중국이 중재한 태국-캄보디아 휴전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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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AFP=뉴스1) 양은하 기자 = 29일 중국 윈난성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가운데)이 지켜보는 가운데 캄보디아의 쁘락 소콘 부총리 겸 외교장관(왼쪽)과 태국의 시하삭 푸앙껫깨우 외교장관(오른쪽)이 악수하고 있다. 2025. 12. 29.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6.01.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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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캄보디아의 휴전 이행에 중국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양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해 10월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휴전협정을 체결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양국은 다시 교전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중국이 중재를 자처했습니다. 12월 18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교전 양국의 외교장관과 전화통화를 가졌고, 덩시쥔 중국 외교부 아시아 사무특사가 양국을 방문해 총리, 외교장관, 국방장관, 군사령관을 만났습니다. 이에 따라 12월 27일 태국, 캄보디아 양국이 휴전협정을 체결했고, 왕이 외교부장은 태국, 캄보디아 외교장관을 중국의 윈난성으로 불러 휴전협정 이행을 위한 후속회담을 가졌습니다. 만약 미국이 실패한 지속적인 휴전 중재를 중국이 성공한다면 태국과 캄보디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어떤 레버리지를 이용해 지속적 휴전을 이끌어내려 할지 궁금해집니다. 중국은 양국에 무엇을 약속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월 31일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에게 1인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미국의 '뒷마당'인 라틴아메리카(중남미)에서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외교전을 분석했습니다. 이 기사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미국의 상대적 국력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자국에 가장 중요한(동아시아, 유럽보다 중요합니다) 서반구, 특히 중남미를 지키기 위해 동아시아에서의 대중 봉쇄망을 느슨히 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즉, 중국은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서태평양에서의 대중 봉쇄망을 직접 공격해 푸는 것보다 오히려 미국의 '최우선 관심 지역'인 라틴아메리카를 흔들어 간접적으로 미국이 봉쇄망을 풀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가 이 기사의 함의입니다.


과거 베트남 군의 주력이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공격하자 폴포트의 우군인 중국이 군대를 보내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공격하도록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1979년 중월전쟁입니다. 중국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공격하면 베트남 군 주력이 캄보디아에서 물러나 하노이로 달려올 것이라고 계산했던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이 기사도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이런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 것입니다.


중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시키는 파나마운하 운영권에 대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 해군은 파나마운하를 통해 대서양 해군세력과 태평양 해군세력을 재빨리 합칠 수가 있습니다. 파나마운하는 미국의 상업적 목적도 가지지만 무엇보다 이런 군사적 목적을 가집니다. 미국이 콜롬비아에서 파나마운하 주변지역을 파나마공화국으로 독립시킨 이유입니다. 문제는 미국으로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곳이 파나마운하인데 중국이 홍콩기업을 시켜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사버렸던 것입니다. 만약 미중 패권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이 홍콩기업(사실상 중국기업)이 운하 양쪽을 파괴해 운하를 막아버리면 미 해군의 작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육군이든 해군이든 군대는 경계와 감시는 힘을 분산해서 하다가 결전(決戰)은 집중해서 치러야 합니다. 중국은 2023년 쿠바에 미국의 디지털 신호를 감청할 수 있는 감청기지를 세우기로 비밀합의했다는 보도도 있었고,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중남미로 적극적으로 전개해 2017년까지 하나도 없었던 참가국이 현재는 24개국으로 증가해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에 대해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만, 중국은 UN 안보리 등에서 모든 국가의 주권 침해를 금지한 UN헌장을 인용해가며 미국의 일방적 외교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남미를 자신의 '텃밭'으로 여기는 먼로주의에 맞서며 중남미 국가들을 옹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1979년 중월전쟁에서 중국이 하노이를 향해 진격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군대의 주력을 캄보디아에서 빼지 않았고, 여군을 포함한 예비병력을 동원해 중국군을 패퇴시켰습니다. 중국의 중남미 침투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이에 맞서 미국이 동아시아에 파견한 미군 세력을 아메리카 대륙쪽으로 빼내고 서태평양 방어 임무를 대부분 한국, 일본, 필리핀 등 현지 국가들에게 넘겨버릴지, 아니면 베트남처럼 예비병력을 좀 더 동원해 중남미에 투입하고 서태평양엔 계속 군사적 관여를 유지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남미는 이제 미중 패권경쟁의 최전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UAE가 예멘을 두고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 부유한 걸프 국가들은 중동지역에서 군사, 외교 등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UAE는 아직 튀르키예, 사우디, 이집트에 비해 군사력이 약하지만 계속해서 군비를 확충하고 있고, 세계적인 규모의 국부펀드를 외교적으로 적극 활용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맹주 중 하나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예멘 내전은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와 UAE가 같이 후원하는 예멘 정부(이것도 여러 세력의 연합체에 불과합니다)와 대립하는 구도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2일 '남부과도위원회'(STC)라는 UAE가 후원하는 분리주의 그룹이 예멘 동남쪽, 즉 사우디 가까운 지역을 기습공격해 점령했고, 이로써 이 그룹은 예멘의 석유 및 천연가스를 대부분 통제하게 되었습니다.


UAE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과 가자지구 휴전 이후 후티가 상대적으로 잠잠해진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교통로 중 하나인 홍해와 홍해 너머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STC의 예멘 동남부 기습 점령도 이러한 UAE의 전략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12월 30일 "UAE에서 출항한 선박 두 척이 예멘 분리주의 세력(STC)에 무기와 장갑차를 전달하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예멘 남부 항구도시 무칼라를 공습했습니다.


사우디와 UAE는 홍해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있는 수단의 내전에서도 대립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수단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고, UAE는 '신속지원군'(RSF)라는 반군에게 무기와 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내전을 겪고 있는 수단에서 부유한 걸프 국가인 양국이 영향력 확대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UAE는 또다른 걸프만 부국 카타르와도 리비아에서 영향력 경쟁을 펼쳐왔습니다. 리비아가 두 쪽으로 나눠 대립하고 있는 것에는 UAE와 카타르의 돈과 무기 지원이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인구 1100만명에 불과한 UAE가 두바이를 중동의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고 국부(國富)를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맹주 자리를 놓고 사우디 등과 경쟁하는 것에서 한국도 배울 점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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