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의 마지막 기회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불만이 커지면서 '두 국가 해법'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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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5일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앞에서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2025.10.03 15:49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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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20개 조항 평화안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새로운 국면 전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동안 매우 비협조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견지했던 이스라엘이 평화안을 수용하도록 미국이 압박을 가한 것입니다. 하마스도 조만간 평화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트럼프 평화안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거나 병합하지 않도록하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기 독립된 국가를 유지한다는 '두 국가 해법'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물론 '두 국가 해법'이 지역의 장기적인 평화 유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1993년 9월 13일,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PLO 의장은 미국 워싱턴 백악관 잔디밭에서 '두 국가 해법'을 담은 오슬로 1차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이후 세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가 나뉘어져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으리라 꿈꿔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요르단 서안지구에 들어가 정착하기 시작했고 30년 이상이 지나자 이제는 서안지구 많은 부분이 유대인 거주지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내쫓고 팔레스타인 사람들만의 나라로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9월 22일자 기사는 '두 국가 해법'모델과 '이스라엘 단일국가' 모델 모두가 가지는 어려움을 설명합니다.


프랑스, 영국 및 여러 서방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려는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죽어가는 해법인 '두 국가의 공존' 방안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현실에서 '두 국가 해법'은 그 어느 때보다 요원하다. '성지'에 사는 두 민족 간의 신뢰는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0년간 이어진 분쟁 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쟁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이 다시 격화되면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양측 모두에서 과반수가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꾸준히 나왔지만 최근 몇 년간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중 이 구상을 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양쪽 모두에서 소수로 나타났다.


영토 분할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분쟁 양측 모두에서 영향력을 잃었다. 국제사회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이러한 추세를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스라엘인이나 팔레스타인인은 거의 없다.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고 생각해요." '두 국가 해법' 구상에 대해 전 팔레스타인 평화 협상가였던 다이애나 부투는 말했다. "해법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과 함께 죽었다고 봅니다."


영국, 호주, 캐나다는 9월 21일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벨기에 등 다른 국가들은 9월 말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유엔(UN) 총회를 활용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전반적인 분쟁 해결을 위한 외교적 경로를 되살리려는 더 광범위한 국제적 노력의 일환이다.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구상을 주도해왔으며, 작년부터 각국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고 올여름 유엔 본부에서 '두 국가 해법'에 관한 회의를 조직했다.


이는 9월 12일 142개국의 지지를 받은 선언으로 귀결되었으며 해당 선언은 가자지구의 휴전을 촉구했다. 또한 선언은 이스라엘 인질 석방,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가자지구 통치 배제, 그리고 '두 국가 해법' 이행,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 선언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양국 모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려는 서방 국가들을 비판해왔다. "그 점에 대해서는 총리와 의견이 달라요. 사실상 저희의 몇 안 되는 의견 차이 중 하나죠." 지난 9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언급하며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지하는 것이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으로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에 보상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프랑스와 다른 국가들은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는 하마스를 배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구체적인 방법을 명시하지 않은 채 이 발표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 구성원들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서안 지구를 병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떠한 일방적 조치에도 일방적 조치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9월 15일 말했다. "팔레스타인 국가는 없을 겁니다."


개발도상국 대부분을 포함해 140개국 이상이 이미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서방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두 국가 해법'에 합의했을 때만 그러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10년 넘게 진지한 평화 협상이 없었으며 10월 7일과 가자지구 전쟁 이후 평화 프로세스의 부재에 대한 국제 사회의 조바심은 극에 달했다. 가자지구의 계속되는 인명 피해는 많은 서방 국가에서 시위를 촉발했다.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것이 가자지구 전쟁의 종식을 앞당기거나, 이스라엘이 군사 주둔을 강화하고 정착촌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는 서안 지구에서의 이스라엘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서안 지구 중심부에 새로운 정착촌 구획이 승인된 것을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물리적 장애물이라며 환영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유대인의 현실을 건설할 겁니다." 스모트리치 장관은 말했다. "이 현실은 마침내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구상을 땅 속에 묻어버리고 있습니다. 인정할 것도 없고, 인정할 대상도 없기 때문입니다."


9월 초, 스모트리치 장관은 서안 지구의 82%를 이스라엘에 공식적으로 병합할 것을 제안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러한 움직임이 국제적 구상에 시급성을 더한다고 말했다. "귀국의 정부, 특히 일부 장관들은 '두 국가 해법'의 가능성을 파괴하겠다는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9월 18일 이스라엘 TV에서 방영된 인터뷰에서 말했다. "지금이 아마도 '두 국가 해법' 제안이 완전히 불가능해지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국제적 인정이라는 상징성을 환영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들은 이스라엘의 가혹한 반응이 있을 위험을 본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마도 이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서안 지구를 병합하기 위해 현장에서 더 빠른 조치를 실행하는 데 이용할 겁니다."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팔레스타인 정치인 무스타파 바르구티는 말했다. 바르구티는 서방의 국가 인정 발표가 "너무 미미하고 너무 늦었다"고 평가했다.


2024년 5월 스페인, 노르웨이, 아일랜드 등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했을 때 "이곳 서안 지구에서는 더 많은 검문소, 도시와 마을에 더 많은 관문, 이동에 대한 더 많은 제한, 더 많은 체포, 심지어 소셜미디어에 대한 더 심한 검열로 처벌을 받았어요." 나블루스 지역 출신의 팔레스타인 활동가 타사메 라마단은 말했다. 라마단은 정착민 폭력 증가를 포함해 유사한 탄압이 지금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라마단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적 인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많은 이스라엘인들에게 최근의 외교적 움직임은 가자지구의 사망과 파괴 규모에 대한 거의 전 세계적인 분노 속에서 자국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유럽연합(EU)이 제재와 무역 제한을 논의하는 가운데 "국제적인 쓰나미가 이스라엘에 다가오고 있다"고 전 이스라엘 군사정보부 고위 장교이자 텔아비브대학교 팔레스타인 문제 전문가인 마이클 밀슈타인은 말했다.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이 쓰나미가 정치·외교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슈퍼마켓에서 사는 물건 가격부터 이스라엘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일상생활에서도 느껴지리라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밀슈타인은 만약 극우 성향 장관들이 이번 국가 인정 발표를 서안 지구 전체 또는 일부의 병합을 추진할 기회로 삼는다면 이는 아랍에미리트(UAE)나 요르단과 같이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은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땅을 분할하는 것은 가장 지속적인 평화 노력이었던 1990년대 오슬로 협정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2000년과 2008년 미국이 중재한 협상이 실패한 후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는 약해졌다.


이를 대체할 명확한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국가연합이나 이중국적 국가의 제안은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일부 이스라엘인들은 공식적인 병합이 없더라도 상황이 사실상의 단일 국가로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단일 국가에서는 유대인이 명확한 인구적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며,1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투표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정치적 통제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좌파 성향의 민주당 소속 의원이자 '두 국가 해법'을 강력히 주장하는 몇 안 되는 유대인 정치인 중 한 명인 길라드 카리브는 이스라엘이 유대인 국가이자 민주국가로 남으려면 분할 외에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시오니스트 꿈2을 파괴할 스모트리치 장관의 계획을 택하든지, 아니면 협상을 재개해야만 해요."

1889년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USA투데이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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