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

[評천하] 격동의 한반도 외교, 인도 총리의 걸프지역 순방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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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손을 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02.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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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쿠바가 전격적으로 국교수립에 합의했습니다. 오랫동안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려오던 쿠바가 수교국이 됨에 따라 유엔회원국 중에서 한국과 아직 수교하지 않은 나라는 이제 시리아 하나 뿐입니다. 오랫동안 양국 사이에 접근도 있었고 지난 10년 이상 쿠바에는 한국 대중문화가 큰 인기를 얻으며 쿠바 내 친한 무드도 조성되고 있었지만 쿠바와 북한의 특수관계 때문에 지금껏 국교수립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교수립을 북한에 대한 외교적 타격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작년 이후 북한이 추진해왔던 '2국가' 외교정책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북한은 더이상 '대한민국'과 하나의 민족으로 묶일 생각이 없다는 외교노선을 채택하고 추진하게 됨에 따라 쿠바도 한민족을 대표할 하나의 나라로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서로 무관한 북한과 '대한민국'에 대해 각각 외교관계를 맺을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시리아도 곧 북한의 권유에 따라 한국과 외교관계 수립을 타진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기시다 일본 총리의 북일정상회담 추진 발언(9일, 중의원)에 대해 언급하며 국가 지도부가 아닌 자신의 사견임을 전제로 "기시다 수상의 발언이 과거의 속박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조일(북일) 관계를 전진시키려는 진의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히면서 "일본이...관계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납치범 문제 같은 과거사를 거론하지 않는다면 기시다 총리의 평양 방문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너머 가까운 곳에 재래식 군사력 5위의 군대를 가지고 있고 같은 말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서 기업가들이 왕래하는 경우 문화적, 사상적 동요를 가져올 위험성이 있는 한국(남한)보다는 그럴 위험성이 적은 일본과 관계정상화를 먼저 추진하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한국과 선을 그으면서 우리는 더 이상 같은 민족이 아니라 별개의 국가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일본을 향해 앞으로 자국이 개방하더라도 결코 한국과 한 나라를 만들지 않을 것이니 그 점은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한편, 기시다 총리가 다음달 20일쯤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독일과 덴마크 순방을 나흘 앞두고 갑자기 연기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드문 조치인데, 동행하기로 했던 경제사절단 일부는 이미 독일로 건너갔다고 합니다. 일견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입니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총선을 앞둔 김건희 여사 리스크 관리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기시다 총리 방한이 급하게 결정되면서 유럽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16일 "정부는 일북(북일) 접촉을 포함해 북핵‧북한 문제 관련 일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라면서 북일 접촉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건은 붙였지만 북일접촉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북한의 '2국가' 정책과 관련해 눈에 띄는 새로운 변화 두 가지가 주목됩니다. 첫째는 북한이 자신들의 애국가에서 한반도 전체를 뜻하는 "삼천리"라는 표현을 지웠습니다. 우리의 애국가에도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전통적으로 남북한 모두 "삼천리"는 한반도 전체를 의미해왔습니다.


둘째로 북한은 남북한의 육상 및 해상 경계를 과거와 달리 "국경"(國境)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남북한의 경계를 넘는 것을 "입경"(入境)이라고 불렀는데, 앞으로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입국"(入國)으로 표현을 변경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2국가' 외교정책에 대해 한국도 이제 입장을 내야 할 텐데, 우리가 중국처럼 "원 코리아" 입장을 내세우면서 궁극적인 통일을 추구한다면 남북 관계는 중국-대만 관계처럼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처럼 공세적, 그리고 북한이 대만처럼 수세적으로 될 것입니다. 물론 한국은 "평화적" 통일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에 상황은 많이 다를 것입니다.


한국이 헌법까지 바꿔가며 북한과 마찬가지로 '2국가' 외교를 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국력에서 열세인 북한이 원하는 바이기는 하겠지만, 북한과 달리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이렇게 급격한 변화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반도는 이제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북일 접근, 그리고 2024년 말에는 트럼프 재선 가능성. 한국 외교역량을 시험하는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인도가 걸프지역에 대한 외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2월 13일부터 걸프지역의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를 순방했습니다. 모디는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서 4만명의 인도인들과 만나는 행사를 개최했고, 이들을 위한 대형 힌두사원 건립행사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카타르로 건너가 작년에 이스라엘을 위한 스파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8명의 전직 인도 해군장교들의 석방을 이끌어냈습니다.


과거 아랍국가들보다는 이란에 가까웠던 인도가 적극적으로 걸프지역 아랍국가들(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과 이스라엘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현재 홍해, 아덴만 근처에 10여척의 해군함정을 배치해놓고 비록 미영 해군팀에는 합류하지 않고 있지만 미영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은 인도의 무기 수입선 중 3번째로 큽니다. 인도는 걸프지역 국가들과 경제협력도 강화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들의 국부펀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인도경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빠르게 산업기술을 쌓고 있는 인도는 중국을 대신해 걸프지역 국가들의 인프라 건설 등에 참여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인도와 걸프지역 국가들 및 이스라엘의 접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인도는 이제 지리적으로 가까운 걸프지역에서 중요한 참여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모디 총리의 순방은 5월까지로 예정되어 있는 총선을 겨냥한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에서 4만명의 인도 교민들을 만나고 대형 힌두사원을 건립하는 행사를 기획한 것은 모디 총리가 힌두 민족주의를 과시하면서 총선에서의 지지를 모으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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