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미·일·호주·필리핀 4개국으로 아시아판 NATO 창설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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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0 14:46

Foreig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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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뒷받침해 온 미국 중심의 양자 동맹 체제는 이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우며 타이완 점령, 남중국해 장악 등 노골적인 군사적 야심을 드러내면서, 기존의 안보 질서로는 역내 불안정과 충돌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역임한 엘리 래트너는 포린어페어스 5월 27일자 기고문에서 아시아의 미래를 위한 담대하고도 시급한 제안을 던집니다.


이 글의 핵심은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을 중심으로 NATO와 같은 '집단 방위 조약'을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강력한 상호 방위 약속을 통해, 중국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힘과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개별 국가들이 연결되는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을 넘어, 역내 동맹국들이 서로 촘촘하게 얽히는 다자 안보 네트워크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다자동맹의 창립멤버에서 일단 한국을 빼놨다는 점입니다. 미국, 일본, 필리핀, 호주 4개 국가로 출범하자고 합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훗날 참여시키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한국이 한국군의 역할을 대북한 방어에서 대중국 방어로 전환하고,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작전범위를 한반도 너머로 확대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합니다.


이 기고문의 키워드는 '상호성'입니다. 더 이상 미국만이 일방적으로 안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불가하며, 동맹국들도 미국의 안보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괌에 일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적이 있는데, 이것도 이런 상호성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일본은 이 상호성의 원리를 내세워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재기하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래트너는 미국의 서태평양 핵심 동맹에서 한국을 제외하는데, 한국이 대북한 방어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최종 방어선을 해상에 그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제2의 '애치슨 라인'을 암묵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확실한 것은 한국의 전략적 무게가 일본, 필리핀, 호주, 즉 중국의 '제1도련선' 밖 동맹국들보다는 가벼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상대적 국력이 약해지면 이들 세 나라를 중심으로 최종 방어선을 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국방 역량과 전략을 준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은 이와 다를 수 있습니다만, 미국의 국방안보 관료들의 시각은 초당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각을 전 정부 인사의 사견으로만 치부해선 안됩니다.


미국은 이제 아시아에서 집단방위 조약을 맺어야 할 때다. 수십 년 동안 이러한 조약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지금, 그것은 실현가능하며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이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은 자국 방위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방위에 대한 확고한 약속이 없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은 불안정과 충돌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전술적인 변화와는 무관하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지정학적 야망은 변함이 없다. 중국은 대만을 장악하고, 남중국해를 지배하며, 미국의 동맹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이 지역에서 패권을 쥐려 한다. 만약 중국이 이에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미국이 왜소해진 대륙국가(해양강국이 아니라)로 전락하는 새로운 중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될 것이다. 이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저해하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과 기술에 대한 접근과 리더십을 상실하게 만들 것이다.


수십 년간 국방력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온 중국은 이제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 정도의 군사력을 곧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번스 당시 CIA 국장은 202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에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완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번스는 그 침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지도부로 하여금 대만을 포함한 이 지역 내 다른 잠재적 표적에 대해 그러한 회의감을 계속 갖도록 하는 것이 미국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은 그 어떤 공격에 대해서도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야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미국은 첨단 군사 능력에 투자하고 새로운 작전 개념을 개발해 왔다. 또한 보다 기동적이고 파괴적인 군사력을 아시아 전역의 전략적 위치에 배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안보 파트너십을 전면 개편해왔다. 과거 수십 년간, 워싱턴의 주된 목표는 양자 관계를 긴밀하게 다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게 하고, 동맹국 상호간의 관계를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보다 네트워크화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에 새로운 군사적, 지정학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으며, 공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국의 회의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보다 다자적인 접근은 강력한 억제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이러한 방향의 방위 협력 방안들은 여전히 비공식적이고 미비하다. 중국의 군사 현대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진정한 억제력은 집단방위 체제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태평양 방위 조약"(Pacific Defense Pact)이라 부를 수 있는 새로운 다자 동맹이 필요하다. 이 조약은 현재 중국의 도전에 공동 대응할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국가들—호주, 일본, 필리핀, 미국—을 중심으로 결성될 수 있다. 여건이 무르익는 대로 추가 회원국이 참여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동맹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듯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이런 조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워싱턴과 동맹국 수도들 간에 경제적·외교적 긴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방위 분야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단절보다는 연속성이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을 겨냥한 공격적 경제 정책들만 피한다면, 이 지역에서 집단방위를 향한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이 기회를 포착할 비전과 의지를 갖지 못한다면, 미국의 안보 기관들은 트럼프 이후의 지도자들을 위해 그 기초적 준비를 해놓을 수 있고, 또 해놓아야 한다.

시대가 변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안보 파트너십을 어떻게 설계할지를 고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고 자국의 군사적 존재를 이 지역에— 특히 동아시아에—굳히며 동맹국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일련의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네트워크는 호주 및 뉴질랜드, 일본, 필리핀, 한국, 대만, 태국과의 개별적 안보 조약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해당 국가들에 안정적인 안보 기반을 제공했다. 이 동맹 네트워크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오랜 기간 동안 강대국 간 충돌에서 보호하며, 눈부신 경제 성장을 가능케 하는 조건을 조성했다. 또한 이 시스템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탈식민화 및 민주화의 물결, 냉전의 종식 등 여러 격변을 거치면서 존속해왔다.


그러나 이 네트워크는 유럽에서와 달리 집단방위 체제로 발전하지 못했다. 유럽에서는 미국이 집단방위 원칙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1949년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방위 체제였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이러한 구상이 좌절되었다. 미국의 전후 안보 질서를 설계한 인물 중 하나인 존 포스터 덜레스는 1952년 한 기고문에서, "현재로서는 태평양과 동아시아의 자유진영 나라들 모두를 단일한 상호 안보 체제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많은 아시아 지도자들은 미국과의 강력한 양자관계를 선호했고, 역사적 앙금이나 라이벌 관계에 있는 이웃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어떤 이들은 집단방위 조약이 미국-소련의 강대국간 충돌에 자국이 끌려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했다. 또 어떤 이들은 그러한 체제가 각국 간의 분열된 역사와 불신을 극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리적 거리나 안보 우선순위가 서로 다른 국가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1954년 출범한 동남아시아조약기구(SEATO)는 예외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그 한계를 드러냈다. 호주, 프랑스, 뉴질랜드, 파키스탄, 필리핀, 태국, 영국, 미국 등으로 구성된 SEATO는 통합력 부족으로 유명했고, 1977년 조용히 해체되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변했다. 과거에 다자적 연대를 가로막았던 조건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집단방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취임 직전,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나토(NATO)와 같은 집단적 자위체제가 아시아에 없다는 것은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금은 그런 집단방위 조약이 현실적인 시점에 와 있다. 세 가지 흐름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공통 위협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정렬, 미국 동맹국들 간 안보협력의 필요성 대두, 그리고 평화의 유지에서 미국의 파트너들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하려는 새로운 상호주의의 대두다.


공동의 목적

중국의 공격적인 태도는 인도태평양 전역에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 지도부가 군사력을 자국의 수정주의적 야망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삼으면서 그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위험하고 위협적인 활동은 그들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과 결합되어, 이 지역 각국 지도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방위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재편성에 따라 군사력 확충이 진행되고 실제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가장 뚜렷한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과 중국 간에는 오랜 기간 경제적 상호의존이 존재했지만, 양국 관계는 역사적 앙금, 무역 갈등, 영토 분쟁 등으로 인해 취약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신장된 경제력과 군사력을 활용해 일본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특히 2021년 제정된 법률은 중국 해경(海警)에게 '자국의 바다'로 간주되는 수역 내 외국 선박에 대한 무력 사용을 허용했다. 이후 일본이 센카쿠 열도로 부르는 섬들—일본이 실질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도 댜오위다오라고 부르면서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주변 해역으로의 중국의 진입은 더 자주, 더 많은, 더 중무장한 함선들로 이뤄지고 있다. 금년 3월에는 중국 해경 함정이 이 해역에 들어와 거의 100시간 동안 머물렀는데, 이는 역대 최장 시간으로, 일본 외무상이 "명백한 긴장 고조"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일본은 자국 군대에 부과된 정치적, 법적 제약을 점차 해소하고 있다. 2013년 발표된 일본 최초의 국가안보전략에서 이미 중국의 "급속히 확대되고 심화된" 활동을 경고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평화헌법을 재해석해, 자위대가 파트너 군대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최근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력 증강에 나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약 2%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기존의 방어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수백 기의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을 포함한 "반격 능력"을 획득,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치학자이자 일본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은 2022년 이 같은 변화가 일본을 "인도태평양의 가장 중요한 안보 제공국"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필리핀도 유사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오랫동안 필리핀 군대는 남부의 반군 세력에 대응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에 따라 군비와 작전도 국내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제 반군의 위협은 줄어든 반면, 외부 위협—특히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점증하는 침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은 해상 영역 분쟁에서 일방적으로 암초를 매립하고 군사기지로 만들었다. 필리핀과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들이다. 스카버러 암초에서는 필리핀 어선의 접근을 차단했고,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는 중국 선박들이 필리핀 병력에 대한 보급을 폭력적으로 방해했다.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에너지 탐사 활동에도 중국 해경이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필리핀의 시각도 그에 따라 분명해졌다. 2010년대 후반 두테르테 대통령 시기부터 시작되어 후임 마르코스 대통령 시기 들어 더욱 가속화된 필리핀 군의 현대화 노력은 야심 찬 수준에 이른다. 2024년 필리핀 정부는 방위 전략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하며 자국 주변 해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군비 확충을 본격화했다. 여기에는 전투기 전력 확충, 사이버 방어 강화, 정보·감시·정찰용 드론 확대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변화의 동인은 명확하다. 중국의 강압적 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맞서기 위한 필요성이다.


수천 킬로미터 남쪽에 위치한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서도 한때 중국의 부상은 호주의 국익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여겨졌으나, 지난 10여 년 간 벌어진 일련의 외교·군사적 사건들은 이 같은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호주 정치권과 정책 결정 과정에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적 파문이 일기도 했다.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자, 중국은 호주산 수출품에 관세와 각종 규제를 부과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남중국해에서는 호주군이 중국 군용기와 함정에 의해 집요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해군은 호주 연안까지 작전 범위를 확대했다. 올해 초 중국 해군 함정이 호주 주변 해역을 일주하며 타스만해에서 실사격 훈련을 벌여 민간 항공 운항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등 태평양 도서국가들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전략적 입지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호주 외교장관은 2024년 "호주는 이제 태평양에서 상시적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해 호주 역시 방위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불과 2016년까지만 해도 호주 정부는 자국 영토에 대한 외부 군사 공격 가능성을 "매우 낮다"고 평가했지만, 2024년 개정된 국가방위전략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현재 안보 현실을 고려할 때, 더 이상 10년의 전략적 예비 경보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호주군은 이제 중동의 대테러 작전과 같은 전 세계적 위협 대비보다는, 자국 인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위협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전력을 전환하고 있다. 앤서니 알버니지 총리는 장거리 타격 능력, 대함 미사일, 방공 미사일 등의 무기 비축 확대 등 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군의 위협이 가까워짐에 따라 지리적 이점만으로는 더 이상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호주 유력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중국이 호주에 군사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국민 비율은 2012년 대비 거의 두 배 증가해 2022년 기준 70%를 넘어섰다.

네 개의 목표

일본, 필리핀, 호주는 이제 중국을 주요 공통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운명이 더 넓은 지역 안보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대만 문제처럼 민감한 사안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021년 "대만 유사(有事)는 일본 유사"라며, 일본의 관여 가능성을 분명히 했다. 올해 초 필리핀 군 수뇌부 역시 "대만에서 무언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연루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침략적 행동이 인도태평양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은 호주, 일본, 필리핀 등 역내 주요국들 사이의 안보 협력을 유례없이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일본과 호주 간 협력은 분석가들 사이에서 "사실상 동맹"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화되고 있다. 양국은 새로운 '상호접근협정'을 통해 상대국 영토 내에서 군사 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2023년 8월, 일본의 F-35 전투기가 사상 처음으로 호주 북부를 방문했으며, 며칠 후에는 호주 F-35 전투기가 일본에서 군사훈련에 참가했다.


일본은 필리핀과도 유사한 접근협정을 추진 중이며, 필리핀은 최근 일본의 최대 안보 지원 수혜국으로 부상했다. 양국 국방장관은 2024년 2월, 안보협력 확대를 위한 여러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필리핀 국방장관은 "일본과 필리핀의 공동 목표는 국제질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맞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러한 새로운 공동의 위기 의식은 일련의 중첩되고 상호보완적인 협력 구상들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2024년에 "인도태평양에서의 새로운 수렴"이라고 표현한바 있으며, 이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역내 양자 동맹 중심 접근법을 기반으로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흐름이다. 이러한 공동대응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추진해온 양자관계 중심의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s, 자전거 바퀴살 모양) 모델을 넘어선 다층적 협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에서 "격자망"(latticework) 방식의 관계를 강조하며, 다양한 다자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오커스(AUKUS) 협력체는 호주, 영국,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공급하는 구체적 계획을 포함하고 있으며, 인도태평양 쿼드(Quad)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해양 감시 및 기타 협력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도 눈에 띄게 강화했다.


이 가운데 호주, 일본, 필리핀은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3국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대한 우려가 공동으로 표명됐으며, 인프라 투자와 기술 협력 등 다양한 분야의 공동 구상이 발표됐다. 같은 해 말에는 미국, 일본, 호주 국방장관이 3국 연합 군사 훈련 및 국방산업 협력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4개국—호주, 일본, 필리핀,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결성한 '스쿼드'(Squad)라는 협의체다. 이들은 남중국해에서 정기적인 해상 및 공중 연합 훈련을 벌이고 있으며, 정보 공유와 함께 필리핀 군 현대화를 위한 협력도 계획하고 있다.

출발은 좋다

이처럼 인도태평양에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협력 구조는 역내 안보 질서의 중대한 진전이다. 그러나 이는 궁극적인 목표라기보다는 '과도기적 단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협력 메커니즘에는 중요한 한계들이 있다. 미 동맹국들 사이에는 상호 방위 의무가 없으며, 다자 작전을 계획하고 지휘할 중앙 본부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협력체는 비공식적 성격이 강해, 계획의 정치적, 군사적 조율을 위한 협력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율은 가끔씩 일어나고 있지만, 긴박성, 관심, 자원투입 면에서 충분하지 않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집단방위 체제가 필요하다. 이는 반드시 나토와 같은 범지역 안보 기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고 군사 협력이 가장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세 파트너—호주, 일본, 필리핀—와 함께 새로운 방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향후 여건이 마련되면, 다른 국가들도 추가로 참여할 수 있다. 동북아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은 당연한 후보 중 하나로, 참여 시 상당한 기여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자국의 방위 태세를 중국 견제에 맞춰 조정하고, 일본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자국 군대와 수만 명의 주한미군 작전 범위를 더 넓은 지역으로 확장하는 데 동의할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도 가능성 있는 참여국이다. 이미 호주, 캐나다, 영국, 미국과 함께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정보 공유 체제에 참여 중이며, 최근에는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다만 뉴질랜드는 아직 집단방위 체제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도, 싱가포르와 같이 매우 중요한 파트너 국가들은 초기 단계에서 이 방위 협정에 정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지만, 지역 협력체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옵서버(참관국) 또는 기타 비회원국 지위로 일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반면, 대만의 참여는 현재 미국의 정책상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협정의 다른 참여국들 역시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정치적, 군사적으로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 향후 여건이 달라진다면 참여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유럽 내 안보가 보장되고 평화가 지속된다면, 증가한 국방 예산을 바탕으로 유럽 국가들도 더 넓은 지역에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중국의 위협이 시급한 상황에서, 미국은 모든 파트너 국가들과의 완벽한 입장 일치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미 핵심 협력 국가들이 존재하며, 향후 추가 회원국 영입의 여지도 충분하다. 따라서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과 이미 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들인 호주, 일본, 필리핀 사이에 '상호' 방위 의무를 설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는 고도의 외교적 리더십과 치밀한 협상이 요구되지만, 강화된 억제력과 안보 이익은 그에 따른 위험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특히 호주와 일본의 경우, 현재의 방위 협력 수준과 상호 방위 체제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사실상 유사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작전 측면에서는, 집단방위 체제가 기존의 협력 사업들을 기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보공유, 해양감시, 연합훈련 및 지휘통제(C2) 분야에서 협력체계가 이미 부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에 설치된 미일 양자 정보분석실(Bilateral Intelligence Analysis Cell)이 있다. 이 분석실은 동중국해에서의 중국 활동을 감시하고 있으며, 미일 양국은 이곳에서 생산한 정보를 호주와 필리핀과 공유할 수도 있다. 호주와 필리핀은 이 기지에 자국 인력을 파견하고 자국의 무인 수상 및 공중 플랫폼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협력에 기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최근 마닐라 인근에 새로 개설된 미-필리핀 연합조정센터(Combined Coordination Center)도 일본과 호주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 센터는 남중국해에서 정보 공유와 연합 작전 조율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 역내 다국 간 작전 협력의 또 다른 중추로 기능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일본에 주요 작전기지들을 두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는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접근을 보장받고 있고, 호주로는 미군의 순환배치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충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면—예컨대 세 아시아 동맹국 간의 상호접근협정 체결을 통해—이러한 기존 배치 체계는 각국의 군대를 상호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자위대를 미국의 호주 내 군사 계획에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이미 시작되었다.


이 네 나라가 공동 군사시설에 투자할 수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양자 및 삼자 군사훈련은 앞으로 네 나라 모두가 참여하는 다자 훈련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들은 공동으로 무기와 탄약을 사전 배치하여 분쟁 발생 시 필요한 재고를 확보함으로써 억제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태평양 방위 협정'을 위한 본부와 지휘통제(C2: command and control) 체계 구축도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일본은 본부 설치의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2024년 7월, 미국은 주일미군 사령부를 개편해 일본 자위대와의 연합 작전을 더욱 효과적으로 계획하고 지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구상에 따라 신설될 시설 및 통신체계는 호주와 필리핀의 군 지휘관 및 인력도 통합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본부 후보지로는 일본 외에도 호주나 하와이에 위치한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도 고려될 수 있다.


이들 네 국가는 정책 및 법률적 문제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실무 그룹을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국방 및 외교 부처 소속의 군인 및 민간 인력이 협업하여, 인사 구조, 협의 메커니즘 등 동맹의 일상적 운영을 위한 의사결정 체계와 거버넌스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대한 과제들을 고려할 때,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본격적인 협의를 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

동맹국도 미국 방어를 도와야

이처럼 동맹국 간의 협력을 집단적으로 심화하는 동시에,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은 워싱턴과의 양자 안보 파트너십도 재조정해야 한다. 현재의 파트너십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압도적으로 유지되던 과거의 비대칭적 시대에 형성된 틀을 여전히 반영하고 있다. 이들 양자 조약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안전보장 범위를 다루고 있으며, 동맹국의 군사적 기여는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본질적으로, 미국은 아시아에서 군사적 접근권과 정치적, 경제적 우호를 얻는 대가로 보호를 약속했지만, 미국에 대한 상호적인 방위 협력 의무는 요구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구조는 미국이 지역 내에서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고, 중국의 위협이 제한적이며, 동맹국들의 기여가 자국 방어에 국한되었던 시대에는 전략적,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조건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제 미국 군대와 본토 자체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으며,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국가들로서, 전쟁 억제와 전쟁 수행 양면에서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맹 체제도 이제 비대칭이 아니라 상호성을 기반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미국 국내정치 역시 동맹의 상호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원칙적으로 군사동맹을 지지하지만, 실질적으로 동맹국들이 더 많은 기여를 하기를 바라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동맹국들이 "정당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방위비 분담 수준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나토 회원국을 미국이 방어해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 왔다. 물론 미국의 동맹국들은 더 많은 국방비 지출이 필요하지만, 진정한 상호성은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서는 차원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과의 상호 의무 강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컨대 미국과 일본 간의 안보조약은 현재 "일본의 관할권 하에 있는 영토"에만 국한되어 있다. 이로 인해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뚜렷한 비대칭이 드러나곤 한다. 미국 지도자들이 일본 방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반면, 일본 측에서는 자위대가 미국의 다른 지역 작전이나 본토 방어에 협력할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이제 미국의 동맹국들은 역내 위기 대응은 물론, 미국 본토 방어에 있어서도 확고한 지원을 약속해야 할 때다.


이러한 새로운 상호성은 집단방위 체제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상호 의무가 확대되면, 동맹국들은 각종 위기와 분쟁 상황에서 새로운 역할과 임무를 맡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최근 각국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군 현대화 투자의 성과와 맞물려, 지금까지 충분히 구현되지 못했던 협력 경로를 새롭게 개척할 수 있게 만든다. 집단방위 체제 아래에서는 회원국들이 공동 군사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각국의 국방 예산을 상호보완적이면서도 특화된 능력 개발에 보다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으며, 이 같은 계획을 맞춤형 연합훈련과 작전을 통해 실제로 반복 숙달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현재의 비공식 협력 구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집단 억제력과 동맹 전투력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확장된 상호성에는 또한 군사 전략가들이 말하는 이른바 "접근, 기지, 항공통과"(Access, Basing, and Overflight, ABO)에 대한 명확성 강화도 포함된다. 동맹국 인근 영토 및 영공에서 미군이 자유롭게 작전할 수 있는 이러한 권한이야말로 효과적인 전개와 군수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광활한 거리 특성상, 전진 배치된 미군의 기동성은 위기시 신속 대응뿐 아니라 장기 작전 지속 능력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다. 따라서 미국의 기지 접근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은 미군의 전력 전개 태세를 사전에 완비함으로써 역내 억지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안정적인 접근권은 또한 연계 인프라 투자와 첨단 전력 배치를 유도하며, 해당 지역의 전략적 효용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동맹국들이 미국에 무제한적 군사 접근을 허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강력한 태평양방위협정을 실현하려면, 미군에 보다 유연하고 확실한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핵심 4개국

집단방위 개념은 주권과 조약 의무라는 중대한 정치적 사안을 수반하기 때문에, 치밀한 협상과 정교한 외교 역량이 요구된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징벌적 관세나 동맹 관계를 해치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이러한 논의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외교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국방-군사 당국은 집단방위의 기반을 계속 구축해 나가야 한다. 양국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는 한, 네 나라(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는 안보 협력을 경제적, 외교적 마찰과 분리시켜 흔들림 없이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이 안보협력의 중요성은 너무도 크다. 또한 미국 내에서는 더욱 상호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동맹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워싱턴 정가에서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까지의 정황은, 중국의 위협 고조, 미군 주둔에 대한 역내 수요 지속, 그리고 아시아 내부의 군사 협력 강화 추세 등에 힘입어 미국과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이 정치적, 경제적 역풍 속에서도 국방 협력을 심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지나치게 분열적이거나 무관심하거나 대외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이 같은 전략적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차기 행정부를 위한 전략적 기반은 충분히 마련될 수 있다. 실제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방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집단방위 협정의 체결은 어차피 차기 행정부 이전, 즉 트럼프 행정부 동안에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다.


한편, 호주, 필리핀, 일본의 지도자들 역시 국내 정치권과 국민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설득 작업에 나서야 한다. 단순한 군사적 억지력이나 국가안보 논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은 기술 공유, 인프라 투자, 재난 대응 능력 향상 등 동맹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혜택을 강조함으로써 이 과정에서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내 회의론자들에게는, '태평양 방위 협정'이 미국 군대에 새로운 부담을 지우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 본토와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위협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안보 체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워싱턴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기타 국가들의 반응과 우려를 신중히 관리할 준비도 갖춰야 한다. 미국 정부는 태평양방위협정이 역내 전략의 여러 축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말뿐 아니라 실제 정책 차원에서도, 미국은 인도태평양 쿼드(Quad), 동남아국가연합(ASEAN), 그리고 한일미 3자 협력 등 상호보완적이고 중첩적인 지역 안보 네트워크에 계속해서 헌신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이 협정의 목표는 거의 모든 역내 국가들이 공유하는 가치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의 추구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이 협정은 방위 목적에 집중해야 하며, 역내 다른 중요 기구들이 수행하고 있는 경제 및 외교 역할을 흡수하거나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 협정은 역내 무역 확대, 활발한 외교적 노력, 효과적인 해외 지원 프로그램 등과 함께 추진될 때 가장 성공적일 수 있다.


중국의 항의는 예측 가능하면서도 상당히 거셀 것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을 "냉전 사고방식"과 "블록화 정치"를 조장한다며 비난해왔다. 중국 인민해방군 관계자들은 이미, 미국이 자국 안보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현 시도를 두고 "역내 국가들을 미국의 전차에 매달아 끌고가는 행위" 라고 경고해왔다. 이러한 레토릭은 중국의 반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할 것이며, 이는 더 강력한 동맹 구조가 중국의 수정주의적 야심을 좌절시킬 수 있음을 반증한다. 중국은 집단방위 체제 출범을 저지하고, 참여국의 의지를 흔들기 위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선전선동 및 경제적 보복 전술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감안해, 미국은 동맹국들이 중국의 방해 시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 대비를 도와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결코 쉬울 리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의 동맹국들이 이미 보여준 성과를 돌아본다면, 이는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들 국가는 중국의 위협을 명확히 인식하고, 자국 군대에 대한 투자 확대, 이웃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 미국과의 동맹 관계 심화 등 이전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조치를 과감히 취해왔다. 특히 호주, 일본, 필리핀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과거에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국방안보 분야 조치를 실현해낸 것만으로도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 지금은 이 같은 성과들을 바탕으로, 강력한 지도력이 발휘된다면, 집단방위 협정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역내 평화와 번영을 견인할 핵심 구조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은 시점이다.



엘리 래트너는 프린스턴대에서 학사,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싱크탱크 '마라톤 이니셔티브'의 대표다.



1922년 창간된 격월간 국제정치 전문지. 미국의 국제정치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에서 발행하는데 국제정치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거진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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