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베이 로이터=뉴스1) 윤다정 기자 = 5월 8일(현지시간)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타이베이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5.0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5.08.01 15:50
한국, 일본, EU는 개별관세율 15%로 미국과 합의했습니다. 한편 인도는 25%, 브라질은 50%로 결정되었습니다.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바라던 인도는 실망했고, 미국과 여러 가지로 갈등을 빚고 있는 브라질은 분노하는 분위기입니다. 브라질은 좌파 대통령 룰라가 서방에 저항하는 브릭스(BRICS)에 적극 참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국내적으로는 트럼프와 가까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쿠데타 모의' 혐의로 중형에 처하려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의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을 맡은 대법관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제재를 가하기도 했습니다. 제재 대상으로 지명되면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국민, 기업은 제재 대상과 거래하면 안 됩니다. 브라질이 50%의 개별관세율을 받은 것은 이해가 됩니다만, 인도는 다소 높은 25%를 받아 실망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인도 관계와 관련해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미국이 최근 들어 인도의 지역 라이벌인 파키스탄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파키스탄은 희토류 등 광물 채굴권을 미국에 제공하겠다고 하거나 트럼프 가족들이 암호화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점에 착안해 암호화폐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했고, 5월에 발생한 인도와의 분쟁에 개입해 전투를 멈추게 해준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등 미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6월에 파키스탄의 실권자인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오찬 회동을 가졌습니다.
파키스탄은 2억5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대국이며 핵무장국입니다. 중국은 파키스탄 항구를 통해 남중국해-말래카해협을 거치지 않고 인도양으로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교통로를 확보하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파키스탄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역시 파키스탄이 너무 중국 쪽으로 붙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란 문제 해결에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 이슬람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핵무장하고 있는 군사강국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향후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의 국교수립도 시야에 넣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의류 제조로 외화를 벌고 있는데, 미국이 최대 수출선입니다.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미국과 잘 지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과 파키스탄이 가까워지면서 반대로 미국과 인도 관계는 냉랭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인도를 "죽은 경제"라고 비하하고, 인도와 "비즈니스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25%의 개별관세율을 정하기도 했지만,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너무 많은 무기와 에너지를 사고 있고, 미국에 대해 높은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세워놓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는 인도가 러시아산 에너지를 사고 있는 것에 대해 벌을 주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중국과의 관세 협상입니다. 중국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트럼프의 의중이 여러 군데서 드러나는데, 그 중 하나가 중국의 지역 라이벌 인도와의 관계입니다. 또한 트럼프는 러시아를 압박해 우크라이나와 휴전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인도가 러시아 에너지 수입 2위 국가이기 때문에 인도를 압박해 러시아를 움직이려는 의도도 있는듯 합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무역거래 하는 나라들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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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의 뉴욕 경유를 미국이 허가하지 않아 라이칭더 총통의 남미 방문이 연기되었습니다. 대만 총통은 보통 중남미 방문시 미국을 경유하는 형식으로 방미를 합니다. 경유를 위해 대기 기간 동안 미국의 주요 인사를 면담합니다. 이번에도 대만과 국교를 맺고 있는 파라과이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하려 했는데, 중국과 관세협상이 진행 중인 미국이 대만 총통의 뉴욕 경유를 허가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파라과이 방문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대만 외교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고, 해외 방문 계획이 애당초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필리핀 대법원이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소추가 헌법위반이라고 판시했습니다. 필리핀은 탄핵소추를 국회의 하원이 맡고, 탄핵심판을 상원이 맡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일단 상원의 탄핵심판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필리핀은 현재 북부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마르코스 가문과 남부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두테르테 가문이 대립하고 있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 사라 두테르테가 부통령을 맡아왔습니다. 또 외교에서도 양쪽은 대립하고 있는데, 마르코스가 친미 성향이 강하고 두테르테는 친중 성향이 강합니다. 필리핀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단임제인데, 문제는 2028년 차기 대선에서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출마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마르코스는 사라 두테르테를 탄핵해 부통령직에서 파면하려 하고 있습니다. 사라 두테르테는 공개적으로 "마르코스가 나를 죽이려 한다. 내가 죽으면 나의 킬러를 시켜 두테르테 부부와 국회의장을 살해하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하면서 양쪽이 극단적인 싸움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사라 두테르테는 아버지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입니다.
한편 두테르테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인 로드리고 두테르테에 대해서 마르코스 정부는 과거 이른바 '마약 전쟁' 당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사법절차도 없이 살해한 혐의로 마닐라 공항에서 체포해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로 보내버렸고,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현재 헤이그에 구금중입니다. 그는 금년 5월 12일에 실시된 필리핀 중간선거에서 다바오시 시장에 '옥중당선'되었습니다. 2028년 차기 대선을 향한 마르코스-두테르테 가문의 싸움은, 부유한 북부와 가난한 남부,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금년 1분기에 역성장했던 미국 경제가 2분기 들어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전기 대비 연율' 3.0%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수입감소와 민간 소비 증가가 회복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물가 압력도 다소 완화되었습니다. 연준(Fed)에 대해 이자율을 낮추라는 압력은 다소 힘을 잃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