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10.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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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링어스키디는 아일랜드 남부 해안의 여느 조용한 마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는 특별한 명성이 있다. 바로 이곳은 아일랜드에 고수익을 가져다 주는 제약 산업의 출발점이 된 거대한 화이자(Pfizer) 캠퍼스가 자리한 곳이다.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는 1969년, 코크 항만 끝자락의 작은 어촌이던 링어스키디에 첫 아일랜드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후 수십 년간 이곳을 포함해 전국 4곳에 총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화이자의 선례를 따라 경쟁사들도 속속 코크 카운티로 몰려들었고, 이로써 코크뿐 아니라 아일랜드 전역이 미국 제약회사들의 주요 거점으로 변모했다. 비슷한 이야기는 테크 산업에서도 반복됐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유럽 본부나 대규모 사업장을 아일랜드에 세운 것이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이러한 투자는 아일랜드의 두 가지 대표 산업—제약과 테크—을 성장시켰고, 수천 개의 일자리와 막대한 법인세 수입,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숨이 멎을 만큼 큰 재정 흑자를 안겨주었다.
그 결과, 한때 유럽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중 하나이자 15년 전 대규모 경제 위기를 겪었던 아일랜드는 이제 눈에 띄게 부유한 국가로 탈바꿈했다. 독립적인 정부재정 감시기구인 아일랜드재정자문위원회(IFAC)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4년 연속으로 EU 평균을 상회했다. 여기에 유럽사법재판소가 이젠 실효한 '특혜 세제'와 관련해 애플에 140억 유로의 미납 세금 납부를 명령하면서 지난해 막대한 자금이 추가로 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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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일랜드의 이러한 번영의 원천이 지금 위협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체결된 통상 합의에 따라, 유럽연합(EU)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부분의 상품에 15%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로 향하던 미국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던 의약품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이 모든 일은 아일랜드가 주택에서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주요 인프라 문제 해결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사태는 우리가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는 사실을 아주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아일랜드 노동조합총연맹(ICTU)의 오언 리디 사무총장이 지적했다. ICTU는 아일랜드 노동자의 4분의1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그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국내 경제는 좋지 않습니다. 생산성과 투자 측면에서 유사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성과가 저조합니다. 국가로서 본질적인 문제를 간과해온 셈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미-EU 합의는 지난 일요일 타결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했던 30%의 훨씬 높은 관세를 피할 수 있게 했다. 또 의약품에 최대 200%에 달할 수도 있었던 별도의 부과세 우려도 당분간 진정시켰다.
"제약 수출에 의존하는 '주식회사 아일랜드'에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KPMG 아일랜드법인의 간접세 부문 책임자인 글렌 레이놀즈는 이렇게 말하며, 미국이 제약 산업에 대한 별도 조사를 마쳐야 전체적인 상황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주성분을 비롯해 여러 인기 의약품이 생산되는 링어스키디의 화이자 공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화이자 직원은 "경영진은 '트럼프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제약사들은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미국 내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새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여기에 투자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들의 우려는 결코 괜한 것이 아니다. 화이자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이 올해 약 3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천문학적 법인세를 내고 있지만, 아일랜드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달 발표한 하계경제보고서에서, 악화되는 미-EU 간 통상관계에서 아일랜드가 "그 한가운데에 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통상 합의가 발표되기 전부터 정부는 "겉보기 수치와 달리 공공 재정은 그렇게 건전하지 않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법인세 수입이 없었다면 아일랜드는 2008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다. 또한 아일랜드의 조세 구조는 극도로 편중돼 있다. 단 10개 기업이 전체 법인세 수입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있으며, 그중 세 곳—화이자가 그중 하나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이 전체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이처럼 소수 대기업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파스칼 도노휴 재무장관이 오랫동안 경고해온 '세입 불안정성'과 '소수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의 위험성'은 이제 훨씬 더 절실하고 날카롭게 들린다.
지난해 아일랜드의 법인세 수입은 280억 유로를 넘어섰으며, 여기에 애플이 납부한 미납 세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파스칼 도노휴 재무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매우 높은 수치이지만, 당초 예상치보다 10억 유로 낮았다"고 밝혔다.
그는 "세수가 언제부터 감소할 것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감소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여름휴가 독서목록에는 레이 달리오의 '빅사이클: 국가는 어떻게 파산하는가'가 있다.
트럼프 관세로 인해 올해의 재정 흑자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10월 7일 발표 예정인 2026년 재정계획에서 "공공 재정이 지속 가능한 경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재정 전략을 재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재정자문위원회(IFAC) 위원장 셰이머스 코피는 단호하게 진단했다. "정치적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아일랜드 경제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아일랜드 최대 경제단체인 아이벡(Ibec)의 페르갈 오브라이언 전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쏟아낸 일련의 관세 위협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리버레이션 데이'를 선포한 이후에도 아일랜드의 경제 활동이 이렇게 강하게 유지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때 위기 때마다 해외로 이민을 떠나는 나라였던 아일랜드는 지금 사상 최고 수준의 고용률을 누리고 있다. 링어스키디 인근에서 건설 및 부동산 관리 회사를 운영하는 톰 스크리븐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게 바로 경제가 살아 있다는 증거죠"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빠르게 성장하면서 동시에 빠르게 고령화하는 인구 구조를 안고 있다. 중위연령 39세로 EU에서 두 번째로 젊은 편이지만, 2050년까지 65세 이상 고령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로 인해 연간 추가 재정 부담이 16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현재의 인구 구조만으로도 필수 공공 인프라는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도 성향의 피어너폴(Fianna Fáil)당과 보수 성향의 파이나게일(Fine Gael)당이 구성한 연립정부는 여러 차례 주택 건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수도 더블린 일대에서는 노후한 전력망의 과부하로 인해 데이터센터 투자가 중단된 상태다.
국영 수도관리공사는 더블린 일부 지역에서 필수 배수 공사를 진행할 허가를 받았지만, 다른 프로젝트들은 지연되며 수도 공급이 제한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풍력 잠재력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해상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느린 인허가 절차에 발목이 잡혀 있으며, 아일랜드는 2030년 기후목표 달성에서도 뒤처지고 있어 최대 260억 유로의 EU 벌금을 부과받을 위험에 처해 있다.
한편 정부는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 아일랜드 재정자문위원회(IFAC)는 정부가 이미 지난해 예산 추정치의 4배 이상을 집행했으며, 여기에 추가 지출과 투자 계획까지 발표하게 되면 재정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며 이는 "경제기획과 재정관리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국가 운영 비용은 58%나 급증했고, 사회복지 지출도 30% 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는 인프라 병목 현상을 해소하겠다며 향후 5년간 총 1024억 유로 규모의 아일랜드 사상 최대 자본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도노휴 재무장관은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해 정부가 재정을 비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요금 보조금, 아동보육비 추가 지원 등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퍼주기식 예산'은 올해로 끝이라며, 내년 예산에는 같은 형태의 지원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도노휴 재무장관은 올해 말까지 정부가 설립한 두 개의 국부펀드에 총 160억 유로를 적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펀드는 국내 실물경제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법인세 '우발적' 수입분을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세수는 다국적 기업들이 다른 곳에서 발생한 수익까지 아일랜드 내 자회사 명의로 회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아일랜드 내 법인이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블린 소재 싱크탱크인 국제유럽문제연구소(IIE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댄 오브라이언은 160억 유로의 적립액에 크게 감명받지 않았다. 그는 "지난 10년간 법인세 수입이 1600억 유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적립액은 그 10분의1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훨씬 더 큰 비중의 세수를 '우발적 수입'으로 간주해 국부펀드에 적립하지 않은 것은 뼈아픈 정책 실패였다"고 지적했다.
비판론자들은 아일랜드가 이러한 우발적 세수를 인프라 부족 문제 해결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도로, 전력, 상하수도, 학교, 병원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이 다른 소규모 고소득 EU 회원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며, 그나마 있는 시설의 품질도 뒤처진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 아니라 '실행력'이라고 한 고위 정부 관계자는 말한다. 그는 "부처 간 칸막이식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라며, 주택과 경쟁력 강화를 포함한 각종 행동계획이 향후 몇 주 내 발표될 예정이지만 "모든 것이 우선순위가 되면, 결국 아무것도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예산 발표 한 달 뒤 공무원들이 에너지, 수도, 교통, 주택을 핵심 과제로 명시한 두 쪽짜리 문건을 작성했지만, 그 이후 아무 진전도 없었다고 한다.
한편 건설 부문의 생산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아일랜드는 2025년 IMD 세계경쟁력 순위에서 전년 대비 3계단 하락했다.
독일이 460억 유로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고, 싱가포르가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아일랜드 조세연구소의 앤 건넬 세제정책 팀장은 "아일랜드 정부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계속 유치하기 위해 경쟁력에 대한 초점을 절대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경제는 과거에도 붕괴를 경험한 바 있다. 1990~2000년대 '켈틱 타이거'로 불렸던 호황이 은행 부실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끝나면서 2010년 IMF와 EU의 구제금융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위기 이후 아일랜드는 전국적인 고속도로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과연 우리가 무엇을 남겼느냐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트럼프 관세 여파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경제 다각화와 충격 완화 능력 제고를 추진 중이다. 그중 핵심 목표 중 하나는 반도체 산업 유치다. 정부는 '실리콘 아일랜드'라는 이름의 새로운 구상을 통해 반도체 기업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으며, 이 계획의 구체안은 향후 몇 주 내 공개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할 수 있는 3개 후보 부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으며, 위치는 아일랜드 서부의 골웨이(Galway) 카운티로 점쳐진다.
정부는 아직 세부 내용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비즈니스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총 32억 유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부지만 마련하면, 그들은 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일랜드는 또한 금융 서비스 산업에 대한 초기 투자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이 부문은 1980년대 후반 더블린 리피 강변의 도클랜드(Docklands)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낙관할 만한 이유도 있다. 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상장지수펀드(ETF)는 현재 유럽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관련 산업협회인 아이리시펀즈(Irish Funds)의 패트 라드너 최고경영자는 "우리 산업의 성과는 국내 수요나 국내 경제 전반과 반드시 상관관계를 갖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경제 다변화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메이플스그룹의 세무 파트너 윌리엄 포거티는 "아일랜드 정부가 금융 서비스 부문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규제 개편을 검토 중"이라며, "지난 6개월 동안 금융 서비스 제도 발전과 관련해 정책입안자들과의 대화가 지난 5~10년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단체 아이벡의 페르갈 오브라이언 전무는 아일랜드가 경제 다변화에 성공할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럴수록 기본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가 이미 얼마나 많은 글로벌 산업을 유치했는지를 보십시오. 그러나 우리가 반도체 산업의 세계적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면, 에너지 안보가 확실하고, 가격이 합리적이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 기본기가 정말 중요합니다."
한편, 미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아일랜드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3분의2 이상이 향후 5년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 산업 역시 핵심 축으로 남을 전망이다. 관세가 본격 시행되기 전 수출을 서두르면서, 2025년 첫 4개월간 아일랜드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전체 수출액을 이미 넘어섰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출 증가의 상당 부분은 비만치료제 및 당뇨병치료제 덕분이었다"고 지적하며, 미국과 기타 지역에서의 수요 급증이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설적이게도, 아일랜드의 법인세 수입을 폭증시킨 계기는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명한 '감세 및 일자리법'(Tax Cuts and Jobs Act)이었다. 이 법은 의도치 않게 제약회사들이 조세회피처에 있던 지식재산권(IP)을 아일랜드로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가 영리하게 세수 이익을 챙겼다는 점을 치하하면서도, 동시에 미국 기업들이 더 많은 생산과 이익을 본국으로 가져오길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이벡의 페르갈 오브라이언 전무는 최근 통과된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는 인센티브를 포함하고 있어, "아일랜드가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기 훨씬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아일랜드 정부 검토위원회를 이끌었던 베테랑 경제학자 콜럼 매카시는 이러한 '세수 특수'를 냉정하게 바라본다.
"이건 그저 보너스일 뿐입니다. 말하자면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가 그 복권을 차지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 국세청이지요."
그는 이어 "아일랜드는 지금의 행운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경제는 독특합니다. 매우 낮은 법인세율과 영어 사용 환경 등의 강점을 내세워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적극 유치해 화이자,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의 글로벌 기업의 유럽 본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1인당 GDP는 13만4000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만, 글로벌기업들이 법인세 절감을 위해 아일랜드에서 수익발생한 것으로 회계처리하기 때문에 과대 평가된 것이기도 합니다. 아일랜드의 실제 국내 경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지불하는 어마어마한 법인세(세율은 낮지만 세수 규모는 큽니다)로 아일랜드 정부는 재정지출에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이러한 경제 모델이 어느 정도로 지속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물론 글로벌기업들이 현지 채용을 통해 소득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정부가 거둬들인 법인세를 얼마나 인프라 구축 등에 제대로 사용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아일랜드는 인구 500만에 불과한 소국입니다. 과거 아일랜드를 수백 년간 지배했던 이웃나라 영국의 10분의1 이하입니다. 군사력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겨우 유럽연합(EU)이라는 초국적 시스템에 의존하는 인상입니다.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계 독립파들과의 '통일' 문제도 여전히 숙제입니다. 아일랜드는 현재 제약과 테크에 너무 의존해 있다는 인식 아래 반도체 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실리콘 아일랜드'가 그 계획의 이름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협력해야 할 여지가 많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아일랜드를 삼으면 낮은 법인세라는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과 아일랜드가 어떻게 협력해 나갈지 살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