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DC 로이터=뉴스1) 류정민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지구 종전 협상 진행 상황을 담은 쪽지를 건네며 귓속말을 하고 있다. 2025.10.0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5.10.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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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단 멈춰섰습니다. 2년만에 이뤄졌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합의는 중동평화의 가능성을 한층 높혔습니다.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대는 단계적으로 철수할 것이고, 하마스는 무장해제할 것입니다. 가자 지구의 관리는 정치조직이 배제된 전문관료들로만 구성된 기관이 담당할 것이고, 가자의 재건은 트럼프가 지휘하는 '평화위원회'가 맡을 것입니다. 금년 초 트럼프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소개(疏開)하고 그곳을 멋진 지중해 리조트로 개발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번 평화안은 반대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경제적 재건을 제공할테니 떠나지 말라고 제안합니다. 재건 자금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같은 걸프만 부국들이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며, 가자 지구의 치안은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같은 이슬람 국가들이 병력을 제공해 공동으로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합의안은 일단 전쟁을 멈추고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이 재개되며 미국이 주도하는 재건을 시작할 것이지만, 구체적인 실행에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하마스의 '무장해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부터가 난제입니다. 예컨대, 하마스 전투원들이 RPG(로켓추진유탄발사관)나 미사일을 폐기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권총이나 소총처럼 자신의 몸을 지킬 기본적인 소화기는 가지겠다고 고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 가까스로 하마스측의 합의를 받아내긴 했지만, 하마스는 일종의 집단지도체제이기 때문에 수많은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합의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일부는 이번 합의에 분개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언제 합의를 깨려 할지 모릅니다. 이스라엘군의 철수도 난제입니다. 트럼프로서는 전면 철수가 좋겠지만, 이스라엘측으로서는 하마스측의 무장해제와 발을 맞춰 단계적으로 철수하려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마스가 약속을 어기고 기습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부적인 난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네타냐후와 이스라엘 강경우익을 힘으로 누르고 이번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합니다. 트럼프의 구상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10월까지 치러질 이스라엘 총선에서 네타냐후와 강경 우익 동맹들은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타냐후는 2년 전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막지 못한 일종의 원죄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쉽게 합의할 수 있었는데도 합의하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데 대한 책임도 있습니다.
요르단 서안지역에 대거 자리를 잡은 유대인 정착민들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장기적 난제입니다. 하마스를 대신해 결국엔 가자지구 통치를 맡아야 할 가능성이 높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통치능력을 갖추도록 대대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대인과 아랍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만 어떻게든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양쪽 사이에서 미국이 당분간 중립적으로 가자지구의 재건과 거버넌스 형성을 주도한다면 이는 중동 평화에 큰 진전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진전에 맞춰 사우디 등 주변 국가들, 최종적으로는 이란 등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국가들까지 이스라엘과 관계정상화를 한다면, 이스라엘 건국이 가져온 한 세기에 걸친 중동문제 하나가 일단락짓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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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이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핵문제, 북한 핵문제로 관심을 돌린 후 대중국 봉쇄망을 촘촘히 짜는 작업에 더욱 집중할 것입니다.
일본의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를 새로운 총재로 선출했습니다. 다카이치는 조만간 국회의 선출절차를 밟아 총리에 취임할 것입니다.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입니다. 다카이치 사나에는 자민당의 우파 원로인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적극 밀었고, 아베파와도 가깝습니다. 정책은 대체로 아베의 것을 계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에 자민당이 다카이치를 차기 총리로 선출한 것은 이시바 총리의 노선이 자민당으로서는 좀 더 왼쪽으로 치우쳐 오른쪽에 빈 공간이 생겼다는 점에 유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최근 선거에서 참정당(參政黨)이라는 작은 정당이 국수주의적인 이민 반대, 외국인 반대 이슈로 약진했는데, 참정당으로 빠져나간 표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생각에서 강경 우익적 성향의 다카이치를 선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본 국민들은 최근 들어 1인당 GDP에서 한국, 대만에 뒤쳐지면서 자존심이 상해있는 상황이고, 이에 더해 '엔저'에 따라 너무 많은 중국, 한국 관광객들이 입국해 곳곳에서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관광이 활성화되면 일부 상인들은 돈을 벌지만 일반 국민들은 불편을 겪게 됩니다.
외부에 적을 만들어 내부를 단결시키는 이른바 '칼 슈미트'적 정치에 쉽게 경도되는 일본이 다시 배외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서 우려되지만, 다카이치 신임 총리 등 일본의 새 지도부가 '외부의 적'을 중국에 한정하고 한국을 단결시켜야 할 '내부'로 의식할지 어떨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우리측에서도 적극적으로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의 리창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0월 10일에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갖는데, 리창 총리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공식방문한 것입니다. 10년전의 70주년 행사에는 중국공산당 서열 5위가 방북했었는데 이번에는 서열 2위가 방문한 것으로, 중국이 현재 대북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푸틴, 시진핑과 함께 단상에 나란히 서서 열병식에 참여했고, 이번에는 중국 공산당 서열 2위인 리창 총리가 북한을 답방했습니다. 한때 멀어졌던 중국과 북한이 급속도로 관계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앨버니지 총리와 파푸아뉴기니의 마라페 총리가 양국의 군사동맹을 규정한 상호방위조약에 서명했습니다. 남태평양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염두에 둔 군사동맹입니다. 호주로서는 미국, 뉴질랜드에 이어 파푸아뉴기니가 세번째 군사 동맹국이 됩니다. 현재 남태평양 도서를 둘러싸고 미국-호주 대 중국의 '세력확대'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