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연애도 결혼도 안 하는 '싱글 세대'의 등장

소셜미디어, 데이팅 앱, 정치양극화도 이런 현상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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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4 16:35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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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1월 6일자 이코노미스트 '브리핑' 기사는 한국 독자들이 특히 열심히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한국에 대한 언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싱글의 증가 속도나 남녀간의 젠더 갈등 등 어쩌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한국 남녀가 서로 만나지 않고 사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로 사귀지 않으니 서로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있고 이에 따라 "한남"이니 "한녀"니 하면서 서로에 대한 미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양극화도 싱글의 확대에 기여하고 있지만, 반대로 싱글의 확대가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악순환입니다. 이 기사는 지금까지 나온 싱글 문제에 대한 다양한 측면들을 종합한 것입니다. 이 정도면 매우 알찬 '브리핑'이 될 것 같고, 정책 당국이나 언론 매체에서도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미국 반전운동가들이 "전쟁을 하지 말고 사랑을 하라"고 외쳤는데, 어쩌면 지금도 이 슬로건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슬로건보다는 정확한 진단이 우선입니다.


"저는 보수적이거나 중도 성향의 남성과는 데이트하지 않아요. 진보 성향의 남성만 만납니다." 소셜미디어 분야에서 일하는 30세 뉴요커 낸시 안테비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적 기준만이 그녀의 관심사는 아니다. 야망이 있고 안정된 직업을 가진, 유대인이며, 어쩌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가족을 꾸리고자 하는 자신의 바람을 공유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상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남자들은 아주 자주 실망을 안겨요." 그녀는 이렇게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최근 한 가지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내가 꿈꾸는 삶을 사는 데 꼭 남자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거예요."


안테비는 결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미국 전역에서 2023년 기준 25~34세 여성의 41%, 남성의 50%가 미혼이었으며, 이 비율은 지난 50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만의 일도 아니다. 2010년부터 2022년 사이 30개 OECD 회원국(대부분 부유한 국가들) 중 26개국에서 1인 가구 비중이 증가했다. 1인 가구가 '싱글' 상태를 완벽히 대변하는 지표는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데이터가 많다는 점에서 참고된다. 결혼율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전역에서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일본, 한국, 대만에서 두드러진다. 그리고 싱글 현상은 다양한 연령층에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각 세대가 젊어질수록 결혼하거나 동거할 가능성이 더 낮다.


이런 '관계 침체'는 결혼이나 동거를 원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데이트나 가벼운 성관계를 찾는 이들에게도 타격을 주고 있다.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사회적 교류가 줄고, 데이트를 덜 하고, 성생활을 시작하는 시기도 더 늦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성관계 빈도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아이고, 우리 모두가 그렇다). 스탠퍼드대 사회학자 마이클 로즌펠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데이트 감소 때문에 2022년 미국에서 싱글이 2017년 대비 1370만 명 더 많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팬데믹 이전부터 결혼율 하락이 뚜렷했던 아시아 여러 나라의 변화를 고려해 전 세계 싱글 증가치를 추산했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싱글 인구는 최소 1억 명 늘어난 것으로 계산된다.

혼자이고 싶어

데이트, 섹스, 결혼, 이혼은 모두 극도로 개인적인 선택이며, 그 영향도 가장 직접적으로 그 선택을 하는 당사자들에게 미친다. 과거처럼 결혼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압력이 컸던 때와 달리, 지금은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싱글로 남을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가장 큰 '해방' 중 하나일 수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싱글로 남은 이들 모두가 그 선택을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다. 14개국의 싱글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단지 40%만이 "연애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퓨리서치센터가 2019년 미국 싱글을 대상으로 한 표본 수가 더 적은 조사에서는 50%가 데이트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지만, 그중 "싱글 생활이 좋아서"라고 말한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너무 바쁘거나 나이가 많거나 "날 좋아할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14개국 조사에서는 무려 34%가 "혼자이고 싶지 않지만 연인을 찾기가 어렵다"고 답했으며, 26%는 자신을 "새로운 연애 대상을 찾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즉, 연인을 원하지만 얻지 못하는 '외로운 마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관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이 문제에서 여성과 남성 사이에는 우려스러운 불일치가 존재한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미혼 여성의 62%는 데이트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남성은 37%만 같은 답을 했다. 미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연애 기회를 부당하게 빼앗겼다고 느끼는 젊은 남성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혼 남성이 많은 사회는 높은 폭력·범죄율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


짝을 이루는 비율의 비교적 작은 변화라도 전체 인구에 곱해지면 사회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큰 영향은 출산율에서 나타날 것이다. 기혼 여성은 미혼 여성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일본과 한국처럼 혼외 출산 비율이 2~4%에 불과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두드러질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싱글 증가 현상은 이미 둔화 중인 출산율을 더욱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 변화는 부동산 시장(더 많은 이들이 혼자 살기 때문에 주택 수요 증가), 정부 재정(산부인과·학교 지출 감소, 장기적으로 요양시설 지출 증가)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싱글인 사람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연애 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아직도 짝을 찾고 있거나 이미 포기했든 간에)은, 좋은 짝이 될만한 사람들이 서로를 찾지 못하게 만드는 일종의 '데이트 시장 실패'가 존재하거나, 아니면 사회적 변화가 많은 싱글들을 서로 함께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는 두 요인이 모두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구조적·문화적 변화가 뒤섞이며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을 크게 키우고 있다. 우선 인구학적 요인이다. 중국의 한자녀 정책은 남녀 성비에 막대한 불균형을 초래했다. 결혼 적령기 인구만 놓고 보면, 2027년 중국에는 여성 100명당 남성 119명이 존재하게 된다. UC데이비스의 슈샤오링 교수는 중국에는 전체적으로 3000만~5000만 명의 '초과분 남성'이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에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싱글은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 싱글은 저소득·저학력 남성(짝으로서 매력도가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과 반대로 고학력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이 문제는 뒤에 좀 더 언급된다).


한자녀 정책으로 중국이 특수한 사례가 되었지만, 남아선호 문화가 강한 다른 나라의 이성애 남성들도 배우자를 찾기가 어렵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인도에서는 여아 100명당 남아가 111명 태어났는데, 이는 자연 성비인 105보다 훨씬 왜곡된 수치였다. 그 이후 왜곡은 다소 완화되었지만, 2000~2015년 사이 인도에서 출생한 남아가 여아보다 약 2000만 명 더 많았던 것으로 계산된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양웨이쥔 교수는 여성에게 대학 교육과 경제 활동 기회가 확대되면서 동아시아의 비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자 더 이상 남편에게 생계를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고, 결혼할 경우 잃을 것이 너무 많아졌다. "아시아에는 여전히 가부장제가 뿌리 깊어, 아이 돌봄과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여성이 부담합니다. 따라서 결혼의 기회비용이 매우 커요. 결혼하면 시댁, 친정,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여성들은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고학력 여성들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유독 높은 비율로 미혼 상태에 놓이게 됐다. 중국의 여성에 대해 슈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최고 학력을 가진 도시 여성들은 성 역할에 대한 태도가 더욱 평등주의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많은 대학 교육을 받은 남성들은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에게 적대적입니다... 그들은 이런 여성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자신(남성)의 기회와 이익을 해친다고 생각하죠."


특히 한국에서는 여성의 실제 기회와 남성의 감각 사이의 간극이 매우 크다. 한국의 젊은 남성 약 절반은 자신이 역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군 복무 문제를 제외하면 사실이 아니다). 약 60%는 '페미니즘이 남성을 비하한다'고 불평한다. 가사노동 분담에 있어서는 매우 소극적인 경향도 크다. 그러니 야망 있는 젊은 여성들이 결혼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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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은 아시아만큼 강한 성 역할 규범은 아니지만, 비슷한 싱글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20세기 중반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대학에 훨씬 많이 진학해 남성이 더 학력이 높은 커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성의 학업 성취도가 남성을 앞질렀다. OECD 평균으로 2019년 기준 25~34세 여성의 51%가 대학 학위를 가진 반면 남성은 39%였다. 이 변화는 과거의 짝짓기 패턴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구학연구센터의 알베르트 에스테베 소장은 "고학력 여성들이 여전히 '상향혼'(上向婚, marry up)을 원한다면 후보가 부족해진다"며 "그래서 질문은, 이제 그들이 '하향혼'(下向婚, marry down)을 하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한다.


문화적 규범이 아니라 수학적 요인만 작용했다면, 여성의 학력이 더 높은 커플의 비중이 크게 늘었어야 한다. 그러나 여성은 상향혼을 해야 한다는 기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독일 연구자들은 고학력 30세 이상 여성들이 자신보다 학력이 낮은 남성과 결혼하기보다 미혼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성들이 교육 수준 측면에서 하향혼을 하기 시작했다는 일부 증거가 있지만, 예상했던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알베르트 에스테베는 고학력 여성들이 자신보다 소득이 높은 남성과 짝을 이루며 "가장 괜찮은 비(非)고학력 남성들"을 고르는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다. 즉, 기존의 상향혼이 다른 형태의 상향혼으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


고학력 여성들이 하향혼을 꺼리는 것은 전혀 비합리적은 아니다. 여러 나라에서 남성들은 시대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는 여성보다 소득이 낮은 남성이 파트너를 때리거나 모욕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사람은 변할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고학력인 결혼이 과거 세대에서는 깨질 가능성이 더 컸지만, 젊은 세대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서구에서 싱글 증가의 일부는 남녀 교육 수준 변화로 설명되지만, 전부는 아니다. 또 다른 이유는 테크놀로지이며, 이는 사람들이 파트너를 만나는 방식을 크게 바꾸었다. 2차대전 이후 약 60년 동안 이성 커플이 만나는 가장 흔한 경로는 친구 소개였지만,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 온라인 만남의 비중이 급증했고, 2013년에는 이것이 가장 일반적인 만남 방식이 되었다.


그러나 온라인 데이팅은 전통적인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뉴욕에 사는 27세 변호사 크리스티안 델 로사리오는 데이팅 앱 힌지(Hinge)에서 상대 남성의 나이, 직업, 종교, 정치 성향, 대마 흡연 여부, 키 등 다양한 기준으로 상대를 걸러낸다. 그녀는 "제가 171cm인데 168cm인 남성들이 매칭되려고 한 적도 있다"며 그런 경우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예전에도 장기적 파트너를 고를 때 까다로웠지만,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데이팅은 이런 까다로움을 한층 더 가속했다. 이제 사람들은 나이, 종교, 인종, 교육 수준뿐 아니라 정치 성향, 약물 사용 여부, 키, 몸무게 같은 다양한 기준으로 상대를 필터링 해낼 수 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조금 더 키 크고, 조금 더 날씬한 사람으로 과장해 소개하며, 많은 이들이 데이트 상대를 찾기 어려워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데이팅 앱 범블(Bumble)의 여성 사용자 대부분은 키 183cm 미만의 남성을 전부 제외한다. 이는 전체 남성의 약 85%를 단번에 배제하는 조건이다. 물론 여성들이 키 큰 남성을 선호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적은 없었다. 대다수 영국 젊은 여성들은 외모보다 친절함, 정직함, 유머 감각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지만, 온라인 데이트에서는 평균 키의 남성들조차 대거 제외되고 있다.


이유의 일부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문화가 비현실적 기준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남성이 억압받는다고 믿는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젊은 '비자발적 싱글'들이 여성들이 자신과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고 이기적이라고 불평하며, 여성혐오 인플루언서들은 극단적 남성성을 강조하며 여성을 지배하라고 조언한다.


여성들도 이와 비슷한 (덜 공격적이긴 하다) '여초' 공간을 갖고 있다. 일부 여성들은 비공개 소셜미디어 포럼에서 바람을 피웠다거나 폭력적이었다는 제보가 올라온 남성의 이름과 사진을 확인해 데이트 후보를 걸러낸다. 이는 데이트 안전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일부는 단순히 나쁜 데이트나 자신을 거절한 남성에 대한 불평 용도로 사용한다. 여성의 41%는 이런 부정적 데이트 경험 공유 게시물을 자주 접하면서 데이트를 꺼리게 되며, 남성들도 혹시 자신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해 데이트 신청을 꺼리게 된다고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산하 미국생활 조사센터(Survey Center on American Life)의 대니얼 콕스가 말한다.


LA의 '데이트 코치' 사브리나 조할은 팔로어 규모가 큰 소셜미디어 셀럽들이 비현실적 연애 기준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녀는 3개월 프로그램에 9천999달러(약 1460만원)를 받으며 "매일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기본 원칙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현실적 기대는 연애만큼 오래된 것이겠지만, 개인 맞춤형 음악 플레이리스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자신의 선호를 포기하지 않는다. 대니얼 콕스는 "사람들이 뉴스피드와 온라인 삶을 필터링할 수 있는 것처럼, 연애에서도 같은 태도가 적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짝을 찾을 때 얼마나 쉽게 이런 필터링을 할까요?" 또한 그는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남성은 더 보수적으로, 여성은 더 진보적으로 이동하면서 정치 성향 자체가 연애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과 게임기가 더 좋아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데이트 상대 고르기를 까다롭게 만들 뿐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교제와 모임 같은 전통적 만남의 기회를 줄여 놓았다.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15~24세 청년층의 대면 교류 시간이 4분의1 이상 감소한 반면, 게임에 쓰는 시간은 약 50% 증가했고, 특히 젊은 남성은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스트리밍을 보거나 인터넷을 서핑하거나 게임을 하는 데 쓰는 시간이 심지어 성생활을 대체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인다. 부유한 나라 대부분에서 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덜 성관계를 갖고 있으며, 아예 성관계를 갖지 않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예컨대 런던 UCL의 소아지그 클리프턴 교수는 영국 18~44세 인구가 1990년에는 한 달에 다섯 번 성관계를 가졌지만 2021년에는 한 달에 두 번으로 줄었다고 지적한다. 연구자들이 내놓은 설명은 다양하다. 너무 바쁘거나 스트레스를 더 받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대신 포르노를 보고 있다거나 넷플릭스에 정신이 팔린 탓이라는 해석도 있다. 인공지능(AI) 성능이 더욱 좋아지면서, 인간이 아닌 AI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0대 후반과 20대를 TV 시청, 컴퓨터 게임, AI와의 대화에 보내는 사람들은 연애 기술을 연마하고 관계의 기복을 견디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평생 짝을 찾을 가능성을 스스로 줄이고 있는 셈이다. 로즌펠드는 "연애는 자전거 타기 같은 것이 아니다"라며 "계속 연습해야 잘할 수 있고, 한동안 쉬면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미 서구 사회를 재편하고 있는 싱글 현상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증가할 것이며, 그에 수반되는 긍정적, 부정적 결과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는 분명 증가세가 주춤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까지 인구학자들은 남성의 태도가 여성의 사회적 해방 수준에 맞춰 따라오면 새로운 균형점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에스테베는 "남성들이 매력을 높이기 위해 청소와 가사를 조금씩 더 하는 식으로 변화하고, 그러면 다시 행복한 가정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남성이 매력적으로 되어도" 평등주의가 가장 발전한 스칸디나비아에서도 결혼율과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는 묻는다. 이것이 바로 '1억 명의 싱글'이라는 문제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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