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PADO (생성 AI 사용)
2026.01.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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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미국 석유 회사들에게 엄청난 횡재가 될 것이다. 그들은 수익성 높은 투자 기회를 얻고 이에 막대한 돈을 쓸 것이다. 석유는 흘러나오고 이익은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석유 회사들 자신과 그 투자자들은 설득되지 않았다. 백악관에서 열린 베네수엘라 관련 회의에 참석한 후,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는 베네수엘라를 "투자가 불가능한" 곳으로 일축했다. 이에 격분한 트럼프가 엑손을 베네수엘라에서 배제하겠다고 위협한 이후, 엑손의 주가는 실제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경영상 결정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어떤 방식으로든—비록 불쾌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피했다는 걸 뚜렷한 호재로 인식한 듯하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순간들은 예전만큼 잦지 않다. 수년 전부터 본지를 포함한 논평가들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장소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인들의 노력이 세계화의 이점을 약화시켜 다국적 기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슬프게도 수많은 데이터는 이미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정치적 간섭에 반응하여 실제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편이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지정학적 다국적 기업의 시대가 도래했다.
포위된 거대 기업들
해외매출 비중이 30% 이상인 기업으로 정의되는 서구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전 세계 상장기업 가치의 70%를 차지한다. 그들의 이익은 연간 2조4000억 달러(3400조 원)로 부풀어 올랐다. 그들은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명을 고용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 수출의 3분의2를 책임지고 있다고 추산한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으며 상징적이다. 2024년에는 500만 건의 뉴스 기사가 이들을 언급했다. 구매를 하기에는 너무 어린 아이들조차 맥도날드나 나이키 로고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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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서구 및 개발도상국들이 무역 및 투자 정책을 자유화하면서 1990년대에 다국적 기업의 전 세계적인 행보가 가속화되었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무렵, 세계 무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의 38%에서 49%로 증가했다. 해외직접투자(FDI) 흐름은 급증하여 세계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3조 달러(GDP의 5.3%)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에도 선진국의 거대 기업들은 대부분 원하는 곳에 공장을 짓고 상품을 판매할 자유가 있었는데 그곳은 대체로 중국이었다.
국제적 확장은 많은 이점을 낳았다. 기업들은 저렴한 노동력과 값싼 공급업체를 확보했다. 서구의 둔화되는 성장은 새롭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특히 중국)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규모의 경제는 기업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이는 외국의 경쟁업체보다 자국 시장을 더 잘 이해하는 편인 기존 현지 업체들과 싸울 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세계화의 모든 매력에도 불구하고 서구 기업들은 더욱 편협해졌다. 데이터 제공업체 fDi Markets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자본 지출의 44%만을 자국 시장에 투입했다. 그 비율은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2025년에는 6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경제분석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까지 5년간 미국 다국적 기업의 해외 법인 매출은 실질적으로 1% 감소한 반면 국내 매출은 8% 증가했다. 미국 소재의 미국 기업 노동자의 비율은 같은 기간 67%에서 68%로 소폭 상승했다.
유럽 기업들도 더 먼 시장보다 미국을 선호하고 있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8~2023년 사이 미국 내 유럽 기업의 노동자 수는 8% 증가한 300만 명으로 이는 세계 다른 지역의 확장 속도보다 빠르다. 유럽 또한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2018~2024년 사이 유럽 대륙의 대미 FDI 총액은 2조8000억 달러(4000조 원)에서 3조6000억 달러(5000조 원)로 증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유럽의 그린필드 FDI(기존 광산이나 공장을 인수하는 대신 새로 짓는 투자)의 약 17%를 유치했으며 이는 2018년의 12%에서 증가한 수치다. 모건스탠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 기업의 매출 중 미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비중은 2018~2024년 사이 16%에서 20%로 증가했다.
미국으로 몰려드는 와중에도 서구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열의를 잃고 있다. 중국은 현재 미국발 그린필드 FDI 유출액의 2%를 차지하며 이는 10년 전의 7%에서 감소한 수치다. 유럽의 대중국 FDI 유출액은 5%에서 3%로 감소했다. 유럽과 미국 기업들은 2019~2023년 사이 중국 내 고용을 거의 10분의1 가까이 줄였다. 중국은 한때 다른 어떤 외국보다 더 많은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지만 이제는 순위가 4위로 떨어졌다.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 테크 기업인 IBM, 단기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를 포함한 다수의 대기업들이 중국에서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철수했다.
그러나 이 추세에는 서구 기업의 중국 철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최근 연구는 FDI 흐름, 인수합병(M&A) 활동 및 다국적 기업의 자본지출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기업들이 본국과 이념적으로 일치하는 국가에서 점점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투자 경향은 분석에서 미국과 중국을 제외했을 때도 유효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본국과 이념적으로 갈라서는 국가에 위치한 자회사에서는 자본지출이 감소했다. 그 이념적 친밀도는 두 국가가 유엔 총회에서 얼마나 자주 같은 방식으로 투표했는지로 측정했다. 그러한 친밀도는 투자된 금액과 관련하여 해당 두 국가 간의 물리적 근접성만큼이나 거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지정학은 투자 결정에 있어 지리만큼이나 거의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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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전면적인 재편은 지정학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성장 패턴의 변화도 한몫한다. 지난 5년간 미국 경제는 순조롭게 성장했다. 2022~2025년 연평균 GDP 성장률은 2.6%로 대부분의 선진국을 앞질렀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아 연평균 5.1%를 기록했다. 유럽은 정체 상태에 있었다. 미국 경제가 보여주는 놀라운 성과의 상당 부분은 소비자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2020~2024년 사이 미국인들의 소비는 전 세계 소비 성장의 37%를 차지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단 12%만을 기여했다.
또 다른 비지정학적 요인은 중국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 심화이다.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서구를 능가한다. 폭스바겐과 닛산과 같은 다국적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중국 기업의 최첨단 기술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커니는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에게 여러 다른 시장에 투자하려는 이유를 물었다. 중국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의 경우, 기술 혁신이 목록의 최상위를 차지했다.
중국 브랜드들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중국 내 스타벅스 및 다른 서구 커피 브랜드들의 고민 중 하나는 루이싱커피Luckin Coffee의 등장이다. 루이싱커피는 현재 서구의 주요 커피 체인 스타벅스, 코스타, 피츠 세 곳을 합친 것보다 3배나 많은 카페를 국내에 보유하고 있다. 비슷한 패턴이 전 세계적으로 적용된다. 중국의 두 스포츠웨어 회사인 리닝Li Ning과 안타Anta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개입 또한 큰 역할을 한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피하고 기술적으로 중국을 제약하려는 서구의 욕구가 커지면서 보조금, 관세, 수출 통제로 다국적 기업들이 활동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장려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공급망과 운영에 더 많은 중복성과 이중화를 구축하고 가능하다면 이를 본국이나 동맹국에 더 가깝게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행정부는 또한 동맹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압박했다.
이러한 개입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은 자체 산업정책을 추구하며 경제를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중국과 미국 모두로부터 더 많은 자율성을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인도를 포함한 신흥 시장들은 선진국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라는 슬로건 아래 10년 동안 특정 우대 산업을 명시적이고 적극적으로 육성해왔다.
중요성의 저주
이러한 정책들은 서구와 중국이 전략적으로 간주하는 산업에서 세계 비즈니스를 가장 명확하게 재편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속에서 2021년, 트럼프의 전임자인 조 바이든의 행정부는 공급망 취약성 검토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전기차(EV)용 배터리, 핵심 광물, 의약품을 포함하여 전적으로 외국 공급업체의 손에 맡기기에는 너무 중요하다고 간주되는 제품 목록을 파악했다. 유럽연합(EU)도 비슷한 목록을 내놓았는데 여기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역량도 추가되었다.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국내 생산자를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뒤따랐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개입의 초점과 형태가 바뀌었다. 친환경 기술은 인기를 잃었지만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논쟁에서 보듯이 석유가 목록에 추가되었다. 트럼프의 간섭은 또한 더욱 극단적이 되었다. 전면적인 관세와 베네수엘라와 같은 곳에 대한 노골적인 경제적 강압 외에도, 그는 광산 회사에 정부 지분을 확보하고, 칩 제조업체와 중국 매출의 일부를 받는 거래를 맺었으며, 제약 회사들이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박했다.
전략적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보다 더 빠르게 중국과의 관계를 끊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통계를 사용하여 2019~2023년 사이 7개 산업(칩, 제약, 소프트웨어, 컴퓨터 장비, 기타 전자제품, 자동차, 통신 장비)의 미국 다국적 기업들을 조사했다. 이들 기업의 매출, 직원, 자산 기반은 급격하고 광범위한 탈동조화(디커플링)를 보여준다. 7개 산업 중 6개에서 중국 내 노동자를 줄였고 5개에서는 중국 내 매출이 감소하고 중국 자산 가치가 하락했다. 노동자 수의 중위값은 15%, 매출은 12%, 자산 가치는 7% 하락했다. 이러한 감소폭은 전체 산업 평균보다 현저히 컸다.
2019~2023년 사이 중국 내 미국 기업의 기술 제조업(대부분 반도체) 및 화학(대부분 제약)에 대한 R&D 지출은 실질적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 내 미국의 총 R&D 지출은 3분의1 증가했다. 이 두 산업에서 R&D 지출은 인도, 싱가포르, 한국과 같은 더 우호적인 곳으로 향했다.
민감한 산업 분야의 유럽 다국적 기업들도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다. 칩을 포함한 컴퓨터 부품 제조업체에 대한 관련 데이터는 4개 EU 국가의 기업에 대해서만 공개되어 있지만 네 경우 모두 2021~2023년 사이 중국 투자를 평균 46% 줄였다. 4개 중 3개 기업은 직원을 줄였고 매출 감소를 겪었다.
벤처캐피털은 이 추세의 또 다른 사례를 제공한다. 리서치 회사인 피치북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7~2019년 사이 중국 스타트업은 전략 산업(칩, 양자, 생명공학, 핵심 광물, AI, 전기차)에 대한 유럽 및 미국 기업의 벤처캐피털 지출의 4%를 차지했으며, 이는 영국 스타트업 투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 비율은 거의 0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영국, 캐나다, 이스라엘 등 미국의 동맹국에 기반을 둔 전략적 스타트업에 대한 기업 투자는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후퇴는 서구 다국적 기업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반도체 회사와 그 공급업체들은 특히 위험에 처해 있다. 2024년 이들의 중국 내 총 매출은 약 1740억 달러(240조 원)에 달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약 30%에 해당한다. 대조적으로 거대 글로벌 기업 지수인 S&P 1200에 속한 서구 기업들의 평균 중국 매출 비중은 6%에 불과했다. 데이터센터 회사(중국 매출의 15%로 추정), 자동차 제조업체(10%), 제약(8%) 등 다른 민감한 산업도 노출되어 있다.
전략 산업에 대한 정치적 개입의 효과는 세계 경제에서 전략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 더욱 복잡해진다. fDi Markets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전략 부문은 전 세계 FDI의 11%를 차지했다. 2025년까지 그 비율은 38%로 증가했다. 다시 말해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칩 생산 공장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바로 그 시점에 정부들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개입이 어느 정도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적대적인 접근 방식은 EU가 미국의 테크 대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그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결국 미국 석유 회사들에게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덕스러운 행동은 불확실성을 낳고 비즈니스 활동을 위축시킨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에 따르면 보호주의적 산업 정책이 초기에는 기업에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생산성(따라서 수익성)을 감소시킨다.
이는 비용을 증가시키는 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을 이중으로 구축하고 있다. 주중 유럽연합 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의 26%가 중국 사업을 위해 완전 또는 부분적으로 분리된 공급망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 수치는 공작기계나 제약과 같은 민감한 산업의 기업들에게는 훨씬 더 높았다. 현지 칩을 사용하여 로봇을 만드는 서구 엔지니어링 회사부터 나이키가 생산하는 맞춤형 운동화 라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회사들이 중국 공급업체를 이용하여 중국 시장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는 현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만 공급망의 중복은 대차대조표에 부담을 준다.
맥킨지의 티아고 데베사Tiago Devesa는 관세를 내지 않고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종종 차선책인 장소에 투자하는 데서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BYD는 EU의 부과금을 피하기 위해 헝가리에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과 대만의 TSMC는 각각 텍사스와 애리조나에 공장을 지었다. 2023년 TSMC는 건설 비용이 대만에서 짓는 것보다 4~5배 더 들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일단 공장이 지어져도 아시아 바깥에서 운영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스웨덴 산업기계 회사인 아틀라스콥코의 바그너 레고 사장은 3년 전 미국 조립공장에 대한 투자를 늘렸지만 저렴한 현지 공급업체를 찾는 것이 여전히 과제라고 말한다.
이러한 비용은 이미 다국적 기업의 순이익에 타격을 주고 있을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2024년 매출 100억 달러(14조 원) 이상의 서구 비금융 기업들의 수익성(투하자본이익률return on invested capital로 측정)을 조사했다. 우리는 750여 개의 회사를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으로 나누었다. 조사된 9개 산업 중 7개에서 다국적 기업의 이익은 국내 경쟁사들의 이익에 못 미쳤다.
세계를 누비는 기업들은 IT와 통신이라는 두 산업에서는 국내 경쟁사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 산업은 테크 대기업인 알파벳, 애플, 메타, 삼성에 의해 완전히 지배되고 있다. 이러한 거대 기업에 대한 국내 중심의 경쟁자들은 사실상 잔챙이나 다름없으며 이들의 마진이 낮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게다가 9개 산업 중 6개에서 국내 기업들은 2018~19년 팬데믹 이전부터 다국적 기업에 대한 우위를 아주 약간이지만 확대했다. 단 세 분야에서만 다국적 기업의 수익성이 현지 기업에 비해 개선되었다.
관할권을 두고 벌이는 씨름
이 모든 것은 새로운 종류의 다국적 기업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유럽 대형 제조업체의 회장은 미래가 어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서구 기업의 중국 내 사업은 사용하는 공급업체와 기술, 생산하는 제품 측면에서 다른 곳들과 점점 더 달라질 것이다. 증가하는 지정학적 위험은 기업들이 운영에 더 많은 중복성과 유연성을 통합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이는 아마도 생산망을 전 세계 여러 지역에 더 분산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들 시설 중 다수는 공정 전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최종 조립만 수행하는 공장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어느 산업에 어디서 진출할지에 대해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민간용일지라도 중국에서 드론을 만드는 것은 분명히 나쁜 생각이지만 미국에서 드론을 만드는 건 괜찮을 수 있다. "잘못된 시기에 불리한 입장에 처하고 싶지는 않겠죠." 그는 경고한다.
불규칙하게 확장하고, 우유부단하며, 분절된 거대 다국적 기업의 이미지는 과거의 초효율적인 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미래에 규모의 경제와 비용 절감 같은 다국적 기업의 오랜 장점 중 많은 부분이 계속해서 침식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로 인해 그들은 관리하기 더 어려워지고, 덜 민첩하며, 수익성도 떨어질 것이다. 모든 걸 정복하는 국가대표 대기업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정치인들은 대신 훨씬 위축된 다국적 기업의 세계에 대비해야 한다.








과거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 공식은 단순했습니다. '가장 싼 곳에서 만들어, 가장 비싼 곳에 판다.' 하지만 이제 그 공식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말 한마디,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서 기업들은 더 이상 이익만을 좇아 움직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엑손모빌이 베네수엘라에 '투자불능'이란 꼬리표를 달았다가 트럼프의 노여움을 사고, 서구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지금, 우리는 효율성보다 '정치'가, 실적보다 '지정학'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낯선 시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화두가 되면서 자주 거론됐던 것은, 이것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게도 '기회'가 되리라는 희망이었습니다. 이는 한국 국가경제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별기업에게는 어떨까요? 이코노미스트의 1월 15일자 브리핑은 지정학, 지경학의 시대가 다국적 기업의 효율성을 해치는 새로운 현실을 지적합니다.
이것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장 우리의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미국 텍사스와 조지아에 공장을 짓는 결정이, 과연 온전히 '돈을 더 벌기 위해서'였을까요? 지정학적 압박과 보조금 전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비효율적인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비용'은 이후 기업의 실적, 그리고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데이터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정치적 셈법에 따라 덩치를 쪼개고 공급망을 비틀어버린 글로벌 기업들이, 오히려 내수 중심 기업보다 수익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개별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