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시크가 최첨단 모델을 출시하며 시장과 미국의 경쟁사들에게 충격을 준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그 이후로 중국 AI 기업들은 오픈AI, 구글 및 다른 주요 미국 기술 기업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며 경쟁력 있는 모델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러나 AI가 연구실에서 직장, 가정, 그리고 휴대폰으로 확산되면서, 경쟁은 더 이상 가장 똑똑한 모델을 만드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 붐 초기에는 더 유능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경쟁의 핵심이었죠."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펠로우 라이언 페다시우크는 말한다. "이제 그 능력은 현실이 되었고 따라서 관건은 시장, 서비스, 그리고 제품 판매가 됐죠."
AI 기술이 대규모로 배포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중국과 미국의 기업 및 정책 입안자들은 AI 부문 발전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점점 더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산업적으로 볼 때 AI는 5단 케이크와 같습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지난 1월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에서 청중에게 말했다. 황 CEO는 금융 서비스부터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2025년에 AI 도입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이는 모델, 칩 및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센터, 에너지를 포함한 다른 필수적인 계층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와 장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 영향이 더욱 명확해지면서 컴퓨팅 자원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틱톡과 AI 앱 더우바오를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는 자체 설계한 AI 칩을 만들기 위해 삼성과 협의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2월 보도했다.
"어떤 AI 플랫폼이 사용되는지는 프라이버시, 데이터 안보, 그리고 국가 주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요." 페다시우크는 말한다. "더 많은 사람이 당신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지점에 실제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다른 계층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인풋이 필요합니다."
계층별 검토는 중국이 미국과 비교하여 어떤 위치에 있으며 각국의 병목지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에너지
중국은 가장 낮은 계층인 에너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국은 특히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원에서 발전 용량을 늘려왔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에너지 프로젝트에 5000억 달러(700조 원) 이상을 지출했으며 독일 전체 용량의 두 배에 달하는 543기가와트의 신규 전력 용량을 추가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확장은 중국이 늘어나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발전 투자 덕분에 2030년까지 중국 전체 전력 수요에서 AI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전자electron의 격차"라고 부르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4~2030년까지 240테라와트시(TWh)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130% 급증한 수치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총 에너지 생산량이 거의 정체된 상태이고 관료주의적 절차로 인해 신규 용량 추가가 지연되면서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미국 데이터센터가 약 49기가와트의 전력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오픈AI는 미국 정부에 전력망 업그레이드를 청원한 기업 중 하나다. 3월 테크 대기업들은 백악관이 제안한 서약에 서명했다. 소비자와 가계의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위한 추가 용량 확보 비용을 부담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용량만으로는 전체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전기 송전에 영향을 미치는 오래된 문제들 때문에 중국의 이점은 보이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앤더스 호브는 전기가 거래되고 활용되는 방식에 있어 중국이 제도적 병목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저렴한 자본 비용과 낮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기 요금이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죠."
인프라
데이터센터는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첨단 칩과 컴퓨터를 수용한다. 그리고 훈련된 모델을 실행—이를 AI 추론이라 부른다—하는 데이터센터는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모델 사용자 근처에 위치해야 한다.
몇 가지 통계는 이 계층에서 미국의 우위를 명확히 보여준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연구 기관 에포크AI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데이터센터 5500개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보다 10배 많은 수치이며 작년 5월 기준으로 전 세계 컴퓨팅 파워의 4분의3을 차지했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랜드(RAND) 연구소의 AI안보기술 센터 연구원인 콘스탄틴 필츠는 그 이후로 미국의 점유율이 더욱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챗GPT를 계기로 미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보다 일찍 AI 인프라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필츠는 말한다. "결국 많은 중국 기업들도 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시도했지만,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때문에 실제로 배치할 수 있는 칩의 수가 더 제한적이었어요."
중국 기업들은 재정적 제약 때문에 따라잡는 속도도 더뎠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중국 기업들의 클라우드 수익은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클라우드 수익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올해 칩을 포함한 AI 인프라에 230억 달러(32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지출은 여전히 미국 경쟁사들에 미치지 못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의 자본 지출은 올해 6500억 달러(91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칩과 컴퓨팅 파워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가장 큰 AI 우위는 여전히 반도체에 있으며 이는 첨단 칩과 장비의 수출 제한 덕분이다.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생산하는 중국 내 가장 강력한 칩은 총 처리 능력과 대역폭 메모리 양쪽 측면에서 여전히 엔비디아의 칩에 뒤처진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두 칩의 성능 격차는 향후 몇 년간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중국이 수백만 개의 칩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품질 격차가 너무 커서 미국의 컴퓨팅 파워의 1~4%에 불과해요." 해당 연구의 저자인 크리스 맥과이어는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칩 제조 산업은 자급자족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국영기업 화홍그룹이 SMIC에 이어 7나노미터 칩 생산 능력을 개발한 두 번째 중국 회사가 되었다고 로이터통신이 3월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국내 공급망이 중국 AI 칩 수요의 76%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성능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칩을 "적층stacking"하거나 해외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등 다양한 기술적 해결책도 모색하고 있다. 일부는 미국에서 수출 금지된 칩을 밀수하는 방법에 의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페다시우크는 "모든 가용 지표를 기반으로 볼 때, 중국은 적어도 2028년경까지는 미국 주도 생태계와 동등한 수준의 충분한 양의 컴퓨팅 파워를 생산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다.
컴퓨팅 부족 현상은 중국 AI 기업들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바이트댄스의 새로운 비디오 도구인 '시댄스 2.0'의 인기가 최근 급상승했지만 모델이 사용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현재 요청을 처리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베이징 소재의 지푸AI는 지난 2월 사용자들이 긴 지연 시간과 사용량 제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주가가 급락하자 컴퓨팅 제공업체에 절박한 요청을 보냈다. 일부 중국 테크 업계 임원들은 3월 중국의 연례 국회 회의에서 정부가 AI 추론을 위한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모델
상대적인 칩 부족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은 몇 가지 비책을 가지고 있다. 딥시크는 작년에 이전에 추산됐던 비용의 일부만으로 훈련된 모델을 출시하며 판도를 뒤집었다. 딥시크는 더 작은 모델을 더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게 하는 알고리즘 발전을 이루었으며 이는 다른 중국 AI 스타트업들도 채택하고 있는 접근법이다.
"제한된 컴퓨팅 파워에서 더 많은 성능을 짜내어 추론 측면에서도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충분히 좋은 모델을 얻는 것이 핵심입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정치학 조교수인 제프리 딩은 말한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또한 최근 딥시크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이 "추출distillation" 기법을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더 정교한 다른 모델이 생성한 출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모델을 훈련하는 기술이다. 오픈AI는 지난 2월 미 의회 중국 특별위원회에 보낸 메모에서 추출 기법이 딥시크로 하여금 "오픈AI 및 다른 미국 프론티어 연구소들이 개발한 능력에 무임승차"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부분적으로 중국이 최전선에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미국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고 있으며 아마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뒤처져 있는 이유예요." 필츠는 말한다.
중국 기업들은 가격으로도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고유 모델의 사용료 및 구독료를 미국의 선도 기업들보다 낮게 책정한다.
또한 이들은 사용자가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자신의 컴퓨터에서 실행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에 집중해 왔다. 오픈소스 접근 방식은 중국 생태계가 빠르게 발전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중국 모델의 신속한 채택에 기여하고 있다.
"그것이 수익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예요." 딩 교수는 말한다. "오픈소스에 베팅하는 것은 당신의 접근법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구축한 다음, 결국 유료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죠."
이는 가시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지출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AI 기업들에게 시급한 과제이다. 린쥔양의 최근 알리바바 퇴사는 기술적 목표와 상업적 목표 사이의 긴장을 부각시켰다. 스타 연구원이었던 린은 오픈소스 전략의 강력한 옹호자였다.
애플리케이션
수백만 명의 개발자에게 대형언어모델(LLM)을 제공하는 미국 플랫폼인 오픈라우터OpenRouter에서, 중국 기업들은 지난 2월 AI 모델이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을 측정하는 토큰 소비량 측면에서 미국 경쟁사들을 추월했다. 이는 중국 AI 모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이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은 더 많은 기업 고객과 유료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창출된 수익 측면에서는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딩 교수는 AI가 전기나 인터넷과 유사한 범용기술이 됨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은 거시경제적 영향과 생산성 성장에 대한 기여라고 말한다. "따라서 [최고의] 채택 지표는 기술의 출처와 상관없이 누가 실제로 다양한 부문에서 AI를 대규모로 통합하고 배포하고 있는가예요."
중국은 미국 및 다른 많은 국가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AI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설문에 따르면 중국 사용자들은 전 세계 다른 사용자들보다 AI 기술의 미래에 대해 더 낙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최근 몇 주 동안 당국이 사이버보안 위험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요 도시의 사람들은 오픈소스 AI 에이전트인 '오픈클로OpenClaw'를 자신들의 기기에 서둘러 설치했다. 이러한 열풍은 '오픈클로' 배포를 지원하고 자체 AI 에이전트도 출시한 미니맥스 및 지푸AI와 같은 중국 AI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관건은 이러한 현상이 생산성을 높이는 지속가능한 AI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이다. 딩 교수는 클라우드 컴퓨팅 및 산업용 소프트웨어의 훨씬 낮은 채택률과 같은 지표를 인용하며 중국의 광범위한 AI 사용 촉진 능력은 미국에 뒤처져 있다고 주장한다.
"확산이란 기술이 베이징, 선전, 상하이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의미해요." 딩 교수는 말한다. "최고 기업들과 대학들의 최첨단 발전이 칭하이성의 중소기업까지 전달될 수 있을까요? 그건 미국 보다 중국에서 더 어려울 겁니다."
한 국가의 AI 역량은 단순히 뛰어난 모델의 개발이나 고성능 칩의 보유량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더와이어차이나의 3월 22일자 특집 기사는 ①에너지 ②데이터센터 ③칩 ④모델 ⑤애플리케이션의 다섯 가지 층위에서 미국과 중국의 AI 역량의 현주소를 평가합니다. 미중 양국의 강점과 약점은 물론, 한국의 AI 역량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점검해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