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대만 무력 점령은 흔히 불가피하면서도 임박한 일로 묘사된다. 포린어페어스 기고자들을 포함한 많은 관측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대만 방위 공약에 대해 모호한 공개 발언을 하고, 대만의 운명에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국을 자극해 가까운 시일 내, 어쩌면 2026년 말 이전에 무력을 통한 통일을 시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미국의 대이란 전쟁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동으로의 미군 방어자산 재배치는 중국이 미국의 대응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만을 점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키웠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은 중국의 전략을 오해한 것이다. 중국은 가능한 한 가장 낮은 비용으로 대만과 통일하기를 원하며, 현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일이 더 쉽고 비용도 적게 들 것이라고 믿고 있다. 중국은 대만 방어를 위한 미국의 개입을 억제할 수 있는 군사적, 경제적 역량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반드시 전면침공을 하지 않더라도 대만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중국은 대만이 공식적인 독립을 시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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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국이 무력사용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거나, 미국이 대만을 공식적으로 외교 승인하거나, 또는 중국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통일할 방법이 없다고 확신하게 되는 경우에는 여전히 침공이나 봉쇄를 감행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군사행동이 발생할 위험은 크지 않다. 중국이 대만을 중국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장기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점점 더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에서는 대만 청년층의 독립 지지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지난 4월 대만 야당인 국민당 주석 정리윈은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자 시진핑을 만나 독립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양안이 모두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1992년 합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믿음은 2028년에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해 대만과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면서 중국의 전략에 대한 자신감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만이 현 총통을 재선시키고, 중국이 판단하기에 그가 대만의 공식 독립을 정당화하고 추진하는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중국은 현재의 접근법을 재고할 수 있다. 다만 그 경우에도 군사적 점령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릴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대신 대만 영해와 영공에 함정과 항공기를 진입시키거나, 대만 주변에 봉쇄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하는 등 보다 강력한 압박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중국 지도부는 인내야말로 승리를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장기전
중국의 전략은 미중(美中) 사이 힘의 균형이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중국은 자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 중국은 자국의 통치 모델이 점점 더 기능부전에 빠지고 있다고 보는 서구식 민주주의보다 더 나은 성과를 제공한다고 믿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제적, 기술적 압박을 견뎌낼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무역, 기술, 대만 문제와 관련한 워싱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효과적인 수단도 축적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의 커진 자신감은 부분적으로 2025년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전쟁을 다룬 경험에서 비롯됐다. 베이징은 트럼프의 관세 인상에 맞서 상응하는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중국은 이러한 대응이 워싱턴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위협을 철회하도록 빠르게 몰아갔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와 수출통제에도 불구하고 국가 역량 강화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더욱 낙관하게 됐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미국의 모델들과 경쟁할 만한 성능을 갖추면서도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개발된 중국의 대형언어모델(LLM) 딥시크의 등장이 국가와 투자자들에게 중국이 결국 미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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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베이징은 자신들이 직면한 경제적, 정치적 도전에 대해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2030년까지의 중기 발전 목표와 우선순위를 제시한 최근의 5개년 계획은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위험과 잠재적 위험요인"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누적되는 지방정부 부채,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위기, 생산성 증가율 둔화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 5개년 계획은 "패권주의의 위협"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다.
중국의 발전 경로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으면서도 위험을 안고 있다는 베이징의 평가는 대만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결국 자국의 국력이 미국과 대만이 강하게 저항하는 것을 단념시키고, 확대되는 국가 역량이 대만 주민들을 통일이 가져다주는 이점으로 잡아끌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설령 베이징이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되더라도, 중국이 아직 발전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지 못했고 미국이 경제적,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동에 나서는 비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에 군사적 대응이나 경제적 대응, 혹은 두 가지를 모두 동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중국의 공격적 행동을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시진핑이 대만에 대한 자제를 보이는 것은 자신과의 개인적 약속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시진핑이 자신이 주석으로 있는 동안에는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해왔다.) 또한 시진핑이 전례 없는 규모의 숙청을 단행해 최고위 군 지휘관들의 약 절반을 교체한 것은 인민해방군의 복잡한 군사작전 기획 및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고 무기 현대화 노력도 지연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국과의 대규모 충돌은 중국에 값비싼 실패를 안겨줄 수 있다. 수조 달러 규모의 경제적 피해, 체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국내 불안정, 그리고 심각한 국제적 고립이 그 결과가 될 수 있다. 베이징이 장기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한, 단기적 위험은 그런 도박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양안관계 전문가이자 중국 내 대표적 대만 문제 연구자인 샤먼대학의 류궈선(劉國深) 교수는 지난 2월 한 포럼에서 미국의 상대적 쇠퇴를 고려할 때 중국은 단기적으로 "대만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국력을 소모해서는 안 되며",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이 시간이 지나면서 대만의 지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기
중국이 기다릴 여유가 있는지를 계산하는 데는 미국과 대만의 행동도 중요한 변수다. 중국이 국력을 축적하는 동안 미국과 대만이 대만의 공식 독립을 향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야만 인내 전략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도 중국은 법률적,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압박 캠페인이 점점 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또한 대만 주민들에 대한 중국의 매력을 높이고 대만을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는 노력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는 신호를 보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을 완고한 독립론자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가 약화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여름 라이칭더 총통이 이끄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은 대만 입법원 내 국민당 의원들에 대한 국민소환 운동을 지지했지만 단 한 명도 축출하지 못했고, 이는 라이칭더와 민진당에 큰 정치적 타격이 됐다. 국민당은 소수 정당인 대만민중당과 함께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라이칭더의 정책 추진에 강력한 제약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총 400억 달러 규모의 특별 국방예산 통과를 저지하고 있으며, 대신 향후 8년간 미국산 무기 구매를 위한 훨씬 적은 규모의 예산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민당과 민중당의 협력은 2028년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승리해 보다 친중 성향의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중국 정체성과 '1992년 합의'를 분명하게 수용한 국민당 주석 정리윈의 부상은 중국에 새로운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중국은 그를 대만 내에서 협력할 의지가 있는 새로운 파트너로 보고 있다. 이전 국민당 지도자들은 대체로 1992년 합의 지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합의는 중국과의 통일을 전제로 한다는 인식 때문에 대만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낮다. 그러나 정리윈이 이러한 정치적으로 위험한 입장을 기꺼이 취하는 모습은 중국에서 그의 가치를 높였다. 중국은 그를 라이칭더 정부가 주장하는 "양안 교류는 중국의 대만 사회 침투를 심화시킨다"거나 "대만의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은 군사력 강화"라는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로 보고 있다.
중국이 정리윈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은 지난 4월 초 그를 위해 마련한 대대적인 방중 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시진핑은 정리윈과 직접 회담했으며,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갖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대만의 주요 여론조사 기관인 '마이 포모사(My Formosa)'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방문은 정리윈에 대한 대만 대중의 신뢰를 높이고 국민당에 대한 호감도를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일 수 있고, 여전히 다수의 응답자가 정리윈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중국에게는 대만 야권 세력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수십 년에 걸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만에서 자신을 중국인으로 인식하지 않고 중국과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중이 증가해 왔다. 그럼에도 중국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여론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대만의 여론조사들은 위기 발생시 미국이 과연 믿을 만한 존재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미국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미국이 양안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인지, 대만이 미국산 무기 구매에 얼마를 지출해야 하는지와 같은 핵심 안보 문제를 둘러싼 여론도 점점 양극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는 중국에 유리하다. 양안 안보 문제에 대한 경쟁적 서사들이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게 되면서, 중국이 이를 활용해 대만과 미국 간 유대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젊은 세대도 대만의 주권 문제에 대해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대만 여론조사기관 '마이 포모사'에 따르면, "중국 본토와 대만은 하나의 중국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동의한 20~29세 응답자의 비율은 2015년 5월 82.1%에서 2025년 11월 65.8%로 감소했다. 반면 다른 모든 연령대에서는 해당 비율이 증가했다. 또한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1월 사이 독립을 지지하는 20~29세의 비율은 26.7%에서 17.9%로 하락한 반면, 통일을 지지하는 비율은 1.4%에서 6.8%로 상승했다. 전체 대만인들의 독립·통일 지지율이 각각 24.0%, 5.3%인 점을 고려하면, 가장 젊은 세대는 현재 거의 모든 다른 연령층보다 독립에 덜 우호적이고 통일에는 더 우호적인 집단이 됐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중국의 노력이 일정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대만의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해 유튜브와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중국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상 브이로그, 여행기, 그리고 상하이, 선전 같은 도시의 저렴한 물가와 현대적 도시 풍경을 소개하는 영상들이 포함된다. 또한 대만 청년들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틱톡의 요소를 결합한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훙수(小紅書·RedNote)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만 정부는 데이터 보안과 사기 우려를 이유로 2025년 12월 샤오훙수 사용을 1년간 금지했다.
미국 내부의 태도 변화 역시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시간이 흐르면서 약화될 수 있다는 중국의 판단을 더욱 강화했다. 트럼프는 대만 방위를 명시적으로 약속하기를 거부했고, 대만이 안보 비용을 미국에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훔쳐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해 대만 문제에서 자제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고 안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5년 7월 미국이 라이칭더 총통의 뉴욕 경유를 허용하지 않은 것과, 중국의 압력에 따라 약 140억 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패키지가 연기됐다는 보도는 중국 지도부를 고무시켰다. 여기에 더해 2025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대만의 첨단 반도체 생산 지배력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단일 취약점"이라고 경고하고, 2026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대만에 반도체 생산의 40%를 미국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한 것은, 미국이 대만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반도체 생산을 부활시키게 되면 대만 방위 공약도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중국 내에서 높이고 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만의 지위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더라도, 통일을 진전시키고 독립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과 경로를 계속 개발할 것은 분명하다. 중국은 대만의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인 '융합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 의존성과 사회적 통합을 심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대만이 중국의 영향력에 더욱 취약해지도록 만들고, 동시에 대만 내부에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는 세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은 또한 정치, 법률, 군사적 수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대만 정부의 정책 공간을 제약하고 자율성을 약화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원하는 조건 아래 통일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할 것이다.
중국은 동시에 미국의 양안 정책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미국의 '평화적 통일' 지지를 확인하거나, 기존의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 대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두 표현의 차이가 미묘해 보일 수 있고,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도 비공식적으로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실제로 표현이 바뀐다면 이는 양안 문제에서 결과보다 평화적 해결 절차를 중시해온 기존 미국 정책에서 벗어나는 변화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수사적 변화만으로 미국의 대만 군사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다른 목표 달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를 선례로 삼아 훗날의 미국 행정부와 다른 국가들에도 같은 입장을 요구할 것이며, 이를 새로운 출발선으로 삼아 미국이 더욱 중국이 원하는 쪽으로 움직이도록 압박할 것이다. 또한 이는 대외정책 전략을 미국의 강력한 지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라이칭더 정부와 민진당을 약화시킬 수 있다. 대만 야당들은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거나 통일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힐 경우 이를 라이칭더 총통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임으로 해석하며 국내 정치적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이는 시진핑에게도 정치적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 자신의 접근법이 옳았음을 입증하고 통일을 향한 가시적 진전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대만 방위 공약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대만 사회의 불안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만 국민들은 자위(自衛) 노력에 대해 보다 체념적인 태도를 갖거나, 중국에 대해 더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중국의 장기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전환점
양안 관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중국의 판단은 적어도 2028년까지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해에는 여러 사건이 동시에 겹치면서 중국으로 하여금 전략을 재고하게 만들 수 있다. 대만은 2028년 1월 총통 선거를 치르게 된다. 만약 라이칭더 총통이 재선되고 민진당이 입법원 과반을 확보한다면, 그는 대만의 방위력 강화, 중국과의 관계 추가적 축소, 그리고 대만 주권 주장 강화를 보다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는 2028년 11월 선거를 통해 미중 경쟁에 더욱 강경하게 접근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다시 우선순위에 두며, 대만을 더욱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지도자가 등장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이 2027년 말 당대회에서 다시 한 번 5년 임기를 확보하고, 최고 군사기구인 중앙군사위원회의 새로운 인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념적 순수성과 시진핑에 대한 충성심을 중심으로 선발된 새로운 군 지도부는 무력 사용의 비용과 위험을 최고지도자에게 충분히 전달하려 하지 않거나, 그렇게 할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겹칠 경우 중국의 전망은 어두워질 수 있으며, 보다 강압적인 수단을 통해 양안 관계를 관리하려는 충동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의 근본적 판단을 바꾸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여전히 봉쇄나 필요할 경우 대만 상륙을 통해 통일을 달성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여전히 상당한 금융, 기술,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한 대만을 둘러싼 전쟁은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까지 중국을 강대국, 번영국가,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 복원하겠다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더 큰 목표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중국이 무력 사용에 나서게 만드는 계기는 미국이나 대만이 중국이 설정한 가장 근본적인 레드라인인 '대만 독립'을 명백히 넘었다고 판단하는 경우일 것이다. 만약 라이칭더가 재선되고, 중국이 그가 공식적인 독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결론 내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미국 행정부가 대만에 대한 외교적 승인이나 방위조약 복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인식될 경우, 시진핑은 억제력이 실패했고 평화통일의 가능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더 이상 시간을 끌 경우 대만을 영구적으로 잃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중국 지도부가 미국과 대만이 레드라인에 접근하고는 있지만 아직 넘지는 않았다고 보는 경우다. 만약 재선된 라이칭더 총통이 민진당이 장악한 의회의 지원을 받아 두 번째 임기 동안 대만 주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구체적 조치들을 취하게 된다면, 중국은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는 2025년 3월과 6월 라이가 사실상의 대만 독립에 대한 법적 논리를 상세히 설명하고, 양안 간 문화적, 역사적 차이를 강조하며, 중국을 "외부의 적대세력"으로 규정한 일련의 연설과 유사한 조치들을 의미한다.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대만의 독립 노선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로 간주할 수 있으며,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은 해경, 해군, 공군을 대만에 더욱 근접시켜 운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대만의 12해리 영해, 영공 안까지 진입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중대한 긴장 고조를 의미한다. 중국은 이미 전례없는 조치를 취해 2025년 말과 2026년 초에 중국 함선들로 하여금 대만 24해리 접속수역 안으로 진입시켰던 적이 있다.
중국이 한 단계 더 수위를 높이기로 결정한다면, 대만을 오가는 민간 항공기와 선박에 대해 선별적인 통제와 검사를 실시하는 '검역(quarantine)' 조치를 시행할 수도 있다. 중국은 대만 항만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선박들이 대만 항구에 입항하기 전에 사전 승인을 받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는 대만 주변의 해상 운송로 변경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전면적인 해상 봉쇄나 노골적인 무력 사용까지는 나아가지 않으면서도, 중국이 사실상의 관할권 주장을 강화하고 대만에 대한 강압적 압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대만의 지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경로의 이익과 비용을 저울질하고 있다. 2028년의 정치적 변화는 현재 중국의 '인내 전략'을 지탱하는 전제들을 시험할 수 있으며, 전략 수정과 함께 보다 강압적인 선택지로의 빠른 전환을 촉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긴장 고조는 상당한 전략적, 외교적,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봉쇄, 침공, 또는 검역 조치가 예정된 수순인 것은 아니다. 중국은 현재의 추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스스로 상승세에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데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PADO는 2024년 '시진핑의 전략가 왕후닝, 새 임무는 대만'이라는 제목으로 뉴욕타임스 기사를 번역소개했습니다. 상하이의 명문 푸단대학의 정치학 교수 출신인 왕후닝이 시진핑이 현재 국가서열 4위 상무위원으로 전략가로서 시진핑의 신임을 얻고 있습니다. '시진핑의 책사'로도 불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시진핑은 그런 그를 대만 정책 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정치학자인 그가 대만 정책을 맡고 있다는 것은 대만을 피 흘리지 않고 통일해내겠다는 중국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때 대만침공설이 분분했던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군사적 침공 논의는 상당히 잠잠해졌습니다. 포린어페어스 5월 8일자 기고문은 이러한 변화의 이유를 설명합니다. 중국은 '시간이 중국편'이기 때문에 중국이 지금같은 번영을 계속해나간다면 대만은 결국 중국 안으로 '융합'해 들어올 것이라는 낙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기고문의 논지입니다. 그 증거 중 하나가 대만 젊은 세대의 여론 추이입니다. 대만의 2030은 윗 세대보다 '대만독립론'에 호의적이지 않고 중국에 대한 반감도 약합니다. 단지 약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지고 있습니다. 틱톡 등 SNS를 통해 중국이 부강한 나라이고 멋진 곳이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싸우지 않고 이긴다'식의 전략을 좋아하는 왕후닝과 그가 이끄는 대만공작조의 물밑 전략이 먹히고 있는 듯 합니다. 중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작업과 함께 '미국을 못 믿겠다'는 정서도 대만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트럼프도 여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묘한 여론 조성 역시 왕후닝 등의 성과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중국은 예로부터 '예악'이라는 이름으로 소프트파워 정치를 잘 해온 나라입니다. 과연 대만은 중국의 소프트파워에 어떻게 대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