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걸려든 소모전의 덫

2026년 2월 27일 금요일,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CVN 72)의 비행갑판에서 미 해군 장병들이 탄약을 옮기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가 제공한 미 해군 사진. /사진=AP/뉴시스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했던 나디아 섀드로우는 포린어페어스 9월 18일자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전혀 준비하지 못했던 소모전의 덫에 걸려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늘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미국 지도자들은 단기전만을 준비해왔고, 이에 따라 상대방은 어떻게든 전쟁을 길게 끌어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어야 했는데, 현재의 전쟁양상은 '긴 전쟁' 즉 소모전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서방은 공산권 붕괴 이후 기존의 방위산업을 해체하고 평화시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이에 따라 무기 재고를 포함해 긴 전면전을 치를 역량을 준비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드론전의 등장 이후 전쟁은 약한 방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미국이 기존에 준비한 힘으로 짧은 시간에 상대방의 전쟁 의지를 꺾어놓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기고문의 요체는 간단합니다. 전쟁 방식이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즉, 1차 세계대전 당시 지리하게 이어지던 참호전을 전차(tank)의 등장이 허물었듯 미국 등 강대국은 드론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참호전 내지 소모전을 무력화시킬 새로운 전쟁 기술을 어떻게든 찾아내려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런 전술적, 기술적 돌파구가 열리기 전까지는 어쩔수없이 소모전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으로 미국은 동시에 두 가지를 해나가야 합니다. 소모전에 적응하기, 그리고 소모전을 돌파하기입니다. 한국 역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을 면밀히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소모전(消耗戰)은 오늘날 분쟁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은 어느 쪽이 상대의 군사 역량과 경제적 자원, 정치적 의지를 먼저 고갈시킬 수 있는지를 놓고 벌이는 지리한 싸움이 됐다. 물론 두 전쟁은 각각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니지만 이렇게 비슷한 궤적을 보이는 것은 오늘날 전쟁이 전개되는 방식에 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내내 포병 부대는 포를 보유하고 표적의 위치도 파악했지만, 발사할 포탄이 없는 상황을 거듭 겪었다.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드론을 개발해도 몇 주 안에 러시아의 대응책이 등장해 잠시 누렸던 우위를 무력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란에서는 미국이 적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지하 깊숙이 묻힌 핵시설을 파괴했지만, 애초에 그 무기들을 위협으로 만든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 각각의 양상은 국가들이 갈수록 소모전 전략을 선택하거나 소모전에 갇히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서로 다른 간극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국가가 서류상 보유한 군사 역량과 실제로 투입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전력 사이의 간극이다. 두 번째는 전통적인 전쟁 원칙과 현대 전장 사이의 간극이다. 현대 전장은 새로운 군사 기술로 인해 결정적인 돌파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세 번째는 군사적 수단과 그것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치적 목적 사이의 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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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불일치들이 결합되면서 전쟁은 소모전으로 향한다. 국가가 적을 압도할 만큼 충분한 군사 역량을 만들어내고 다시 보충할 수 없을 때 전쟁은 지구력을 시험하는 싸움이 된다.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지면 점진적인 성과를 추구하면서 적의 역량을 꾸준히 파괴하는 전략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또 교전 당사자들의 정치적 최종 목표가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극단적일 경우, 자신이 항복하지 않는 한 상대에게 비용을 계속 비용을 치르게 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일 수 있다.

미국에는 이것이 특히 어려운 과제를 제기한다. 미국 지도자들이 갈수록 짧고 결정적인 군사작전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분쟁을 장기화하는 데서 이점을 찾는 적들과 점점 더 자주 맞닥뜨릴 수 있다. 미국이 소모전을 선택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적이 소모전을 선택하는 전쟁에서 싸워 승리할 준비는 갖춰야 한다.

길고 고된 길

군사력은 전통적으로 한 국가가 보유한 것, 즉 병력과 무기체계, 탄약 비축량 같은 자산을 기준으로 측정돼 왔다. 그러나 최근의 전쟁들은 명목상의 군사력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군사 역량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다. 역사학자 필립스 오브라이언은 2015년 저서 '전쟁을 어떻게 이겼는가(How the War Was Won)'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주요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그가 '초(超)전장(super-battlefield)'이라고 부른 공간을 장악하는 것이 실제로 더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초전장이란 군사력이 생산되고 운송되는 광대한 공장과 보급망의 영역을 뜻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력을 만들어내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현대 군대는 엄청난 속도로 군수물자를 소모하며, 적들은 이를 보충하는 데 필요한 생산·보급망을 교란할 능력을 갈수록 키우고 있다.

러시아가 2022년 초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했을 때만 해도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침공 며칠 전 미 합참의장은 의원들에게 전면 공격이 시작되면 키이우가 72시간 안에 함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도 뉴욕타임스에 국경에 집결한 10만 명 이상의 러시아군을 상대로 자신들의 군대가 승산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는 방대한 자원을 전선에서 지속 가능한 전투력으로 신속하게 전환하지 못했고, 그 결과 보유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키이우를 점령하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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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러시아는 물자와 병력의 예비 자원 덕분에 초기의 실패를 극복해낼 수 있었다. 러시아는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하고, 막대한 탄약 비축분을 꺼내 쓰고, 무기 생산을 늘리는 한편 북한 같은 협력국에 의존해 전쟁을 지속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결정적으로 패배시키지 않더라도 더 오래 버틸 수만 있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승리 방정식'을 발전시켰다. 유럽과 미국의 정치적 의지가 약해지기를 기다리면서 우크라이나를 소모시키겠다는 것이다. 소모전은 러시아에 군사적 이점을 제공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나토(NATO) 후원국들이 가진 또 다른 문제도 드러냈다. 총체적인 국력이 크다고 해서 소모량이 많은 장기전을 지속할 역량까지 반드시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보다 훨씬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소모전에서는 힘을 다른 방식으로 측정한다. GDP를 포신에 넣어 발사할 수는 없다. 국방비 총액만으로 미사일을 요격할 수도 없다. 우크라이나 지원국들의 방위산업은 탄약을 신속하게 보충할 수 있도록 구축된 것이 아니었다. 평화시를 전제로 생산이 조직돼 있었다. 그 결과 이들 국가는 잠재력을 포탄과 요격미사일 등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군사 역량으로 충분히 신속하게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러시아와 나토는 역량상의 간극을 거의 정반대의 방식으로 경험했다. 러시아는 처음에는 역량은 있었지만 그 역량을 끄집어내지 못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지원국들은 역량을 당장 효과적인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었지만 장기전을 지속하기에 충분한 역량이 애당초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국-이스라엘군과 이란의 충돌은 이러한 역학의 또 다른 형태를 보여줬다. 이란의 재래식 군사력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필적할 수 없었지만, 테헤란은 수십 년에 걸쳐 자국 영토 밖에 군사 역량을 구축함으로써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보완할 능력을 길러왔다. 때로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 불리는 이란의 대리세력 네트워크를 통해 테헤란은 여러 전선에서 압박을 가할 수 있었고, 이스라엘과 미국은 요격미사일을 소모하고 높은 작전 속도를 유지해야 했다. 이란이 값싼 드론과 미사일을 사용하면서 값비싼 요격미사일과 고가의 함정, 최첨단 항공기가 가진 한계가 드러났다. 이런 소모전 전략에서 이란은 계속해서 상대방에게 비용을 부과하고 잃은 전력을 다시 보충하기만 하면 된다.

적응하고 죽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한 미군 장성은 러시아군을 "학습하고 적응하는 군대"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양국의 빠른 적응은 역설을 낳았다. 과거라면 돌파구를 만들어냈을 우위가 단지 일시적인 것으로 바뀌었고, 어느 쪽도 결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만큼 오랫동안 우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이것이 두 번째 간극이다. 기술이 전장을 변화시키면서 병력을 기동시키고 전투력을 집중하는 것과 같은 군사적 우위를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원칙을 적용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전쟁을 소모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드론 시대에는 병력을 집결시키는 것이 오히려 탐지와 파괴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대규모 기동에 필요한 병력과 군수지원의 집중도 돌파가 이뤄지기 전에 탐지돼 공격받을 수 있다. 전장이 끊임없이 감시되는 상황에서는 기습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기술 발전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지만, 상대의 대응과 적응은 그 우위를 빠르게 지워버린다.

물론 전쟁 중의 신속한 적응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달라지고 있는 것은 혁신적인 전술과 작전이 무력화되는 속도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학습의 피드백 고리가 전장에서 기술자와 제조업체로, 다시 전장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QR코드를 이용하면 현장 병사들이 드론 오작동 같은 문제를 드론 제조업체의 지원팀에 직접 전달할 수 있고, 제조업체는 이를 바탕으로 생산 공정을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 제조업체들은 연구개발 주기가 몇 주 단위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러시아의 전파방해와 더 빠른 드론이 기존 시스템을 무력화하면 제조업체들은 주파수와 기체, 추진 방식을 계속 바꾸고 개량된 시스템을 생산 단계로 넘긴다. 국방전략가 잔 카사포글루(Can Kasapoglu)가 지난 7월 지적했듯이 "무인체계와 전투 데이터, 인간의 지휘가 전례 없는 속도로 작동하는 킬체인으로 융합"됐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별 플랫폼 간의 제한된 경쟁에서 이제 기계의 속도로 치러지고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되는 전투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기술은 중동에서도 전통적인 전쟁 원칙이 적용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전력의 집중을 생각해보자. 이스라엘과 미국은 정보와 정밀무기, 장거리 타격을 이용해 실제 세력을 집결시키지 않고도 효과를 집결시켰다. 이란은 같은 원칙을 다른 방식으로 적용해 대량의 미사일과 드론을 일제히 발사함으로써 정교한 방어망을 압도했다. 양측 모두 세력을 집결시키지 않고도 지속적으로 효과를 집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이 계속 싸울 수 있는 능력을 파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싸움은 반복적인 공방과 전력 보충, 지구력의 경쟁으로 옮겨간다. 이런 의미에서 신속한 적응은 오히려 소모전을 강화할 수 있다.

계속 움직이는 골대

세 번째이자 어쩌면 가장 어려운 전략적 간극은 현재의 전쟁에서 투입되고 있는 군사적 수단이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스라엘-이란 및 이란의 역내 동맹국과 대리세력이 얽힌 보다 광범위한 중동의 대결 모두에 해당한다. 이들 전쟁에서 교전 당사자들은 영토 경계를 제한적으로 조정하거나 적의 행동을 조금 바꾸는 정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협상할 수 없는 야심 찬 목표들이 걸려 있다. 러시아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는 독립국가로 존재할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적들과 맞서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를 역내 안보 균형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으로 보는 반면, 이란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과 역내 역할을 안보와 국력의 핵심으로 간주한다.

이처럼 걸린 것이 너무 크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는 거의 없고, 전쟁은 좀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소모전은 막대한 인명과 재정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지만, 정치적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는 이미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시작돼 장기간 교착상태로 이어온 분쟁에 빠져 있었다. 나토는 러시아를 2014년 이전의 국경선까지 밀어내기로 결정한 적이 없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도 유럽과 미국은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몰아내는 것을 명시적인 정치적 목표로 설정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대안이 될 정치적 해결책도 규정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필요한 만큼 오래" 지원하고 러시아의 침략에 보상을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목표를 추상적 원칙의 형태로 표현하곤 했다. 그러나 군사전략이 효과를 거두려면 구체적이고 달성 가능한 정치적 최종 상태를 중심으로 짜여야 한다.

이러한 모호성에는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군사적 수단을 투입할 경우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와 직접 충돌하는 길로 들어설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치전략과 분리된 군사전략이었다. 즉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막고 러시아에 끝없이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결의에 그쳤다.

중동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군사력은 하마스와 이란 모두에 막대한 비용을 안겼고, 이들의 군사시설을 파괴하고 지휘관들을 살해했다. 그러나 어느 쪽도 항복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초기 그레이엄 앨리슨과 아모스 야들린은 포린어페어스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군사 지도부 대부분과 전투원의 절반 이상을 제거했기 때문에 하마스를 패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적의 군사 역량을 파괴하는 것과 분쟁을 지속적으로 종식시키는 데 필요한 정치적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이란은 소모전에서 정치, 이 경우에는 국제적 압력을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약화시키려 했으며, 적을 둘러싼 정치적 '불의 고리'를 만들었다. 바이든 대통령 시절 미국 국가정보국장을 지낸 에이브릴 헤인스는 2024년 7월 이란 정부와 연계된 행위자들이 온라인에서 활동가로 가장해 가자지구 관련 시위를 부추기고 미국 내 시위대에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국제기구와 여러 유럽 정부, 세계 각국의 여론은 이스라엘에 대한 압력을 강화했고 이스라엘의 고립은 심화됐다. 이는 전략 차원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스라엘은 군사적으로 압도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지만, 그러한 승리를 자국에 보다 유리한 역내 정치 환경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을 비롯한 외국 정부들과의 관계가 악화됐으며, 이런 분열은 이제 가자지구의 전후 체제를 둘러싼 국제적 논의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틀을 깨라

미국에 소모전은 특히 어려운 전략적 딜레마를 안긴다. 미 국방부는 짧고 결정적인 군사작전을 전제로 계획을 세워왔으며, 워싱턴의 정치 지도자들도 그런 작전을 자주 약속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적들은 미국이 그런 전쟁을 치르지 못하게 만들 수단과 동기를 갖고 있으며, 전력을 재건하고 비용을 부과하면서 미국의 정치적 의지보다 오래 버틸 수 있기를 바라며 분쟁을 장기화하려 한다.

동시에 미국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정교하고 값비싼 무기체계에 크게 의존하는 군대를 구축했다. 이런 무기체계 상당수를 신속하게 보충할 수 없는 방위산업 기반을 갖고 있으며, 전략은 승리에 필요한 정치적 조건을 너무 자주 미해결 상태로 남겨둔다. 미국의 국방 기획자들은 이러한 군사태세를 바꾸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위험은 미국이 소모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데 있지 않다. 소모전을 치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중심으로 여전히 군대가 조직돼 있다는 데 있다.

거의 40년 전 군사사상가 에드워드 루트왁은 적의 병력을 단순히 소모시키는 대신 적 내부의 결속력과 작동 체계 자체를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춘 '관계적 기동(relational maneuver)' 전략을 제시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상대로 이런 전략을 채택하려는 것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새로 시작된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표현대로 "전 세계에 걸친 이란의 금융 연결망에 대한 경제적 총공세"를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보다 광범위한 압박은 이란 정권을 약화시키거나 결국 붕괴시킬 수도 있다. 다만 미국이 그런 압박을 지속할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그러나 미국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여타 경제적 비용은 워싱턴이 장기간 압박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시험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이란전의 가장 현실적인 결과는 해결되지 않은 교착 상태일 수 있다.

이러한 패턴을 깨려면 워싱턴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미국 군 지도자들은 미래의 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제 아래 병력과 작전개념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가 군사력만으로, 그것도 단기간에 달성될 수 있는지를 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더 위험한 가능성은 처음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해 보인다는 이유로 미국이 계속해서 소모전에 발을 디딘다는 것이다. 인적·경제적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을 보면서도 말이다. 미국인들은 "끝없는 전쟁"이라는 개념을 거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적들은 미국이 선호하는 짧고 결정적인 전쟁을 허용하지 않을 충분한 동기를 갖고 있다. 그리고 비교적 쉽게 지속할 수 있는 것으로 판명된 전쟁조차 완전히 끝내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나디아 섀드로우는 허드슨연구소의 상임연구원으로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전략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