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병에게 좋았던 시대는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특히 비참하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양측 드론이 만들어낸 '킬존' 안에서는, 자신이 치명적인 비디오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지난 2월, 도네츠크의 도시 미르노흐라드에 아직 남아 있던 소수의 전우들과 합류하려 했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은밀히 숨어 있는 조종사들이 운용하는 러시아 드론 때문에 차량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숲을 통해 조심스럽게 잠입해야 했다. 그 과정에는 몇 주가 걸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 후유증은 수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 전선에서 돌아온 병사들은 전투지역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어도 창문을 가리고 불빛을 어둡게 유지한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과잉경계와 과잉각성 상태에 갇힌 채, 드론 소리만 들어도 공포와 무력감을 느낀다. 그들은 걸어가면서도 위를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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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노흐라드를 둘러싼 전투가 지리하게 이어지는 동안, 또 다른 강대국의 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이란을 마음대로 폭격하고 있었다. 조종사들은 타격하고, 피해를 평가한 뒤 다시 타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세계 최첨단 군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센서가 투입됐다. 항공기의 적외선 탐지기 및 레이더, 인근의 드론과 더 먼 거리의 레이더 지원, 위성 감시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됐다. 이스라엘은 테헤란의 교통카메라를 해킹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동선을 추적하며 그를 살해하기 위해 감시를 좁혀들어갔다.
전개 방식만 놓고 보면 양쪽은 이처럼 서로 다른 전쟁들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기묘할 정도로 닮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을 둘러싼 전쟁 모두, 군대가 싸우는 공간과 상황에 새로운 '투명성'을 부여한 기술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투명성은 완전하지 않다. 그것은 언제나 부분적이고, 간헐적이며,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다. 그러나 필자가 과거 몸 담던 싱크탱크들을 떠나 <이코노미스트> 국방 담당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한 지난 8년 동안—그리고 이제 필자는 또 다른 길을 찾아 자리를 떠나게 됐지만—이는 전쟁에서 가장 결정적인 기술적 흐름이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 사이에는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두 전쟁 모두 강대국 지도자들이 손쉬운 승리를 기대하며 시작한 전쟁이었다. 그러나 두 전쟁 모두 그 지도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며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러시아와 미국 모두에게, 승리하지 못하는 상황은 점점 패배처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기술 변화가 방어자의 역할을 더 쉽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혹은 강대국들로 하여금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을 시작하도록 부추기는 메커니즘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는 단지 예전과 다를 바 없는 현상일 뿐일까? 즉, 그 시대의 지배적 기술을 믿고 무모한 전쟁에 강대국들이 또다시 빠져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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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전쟁이 다소 호황을 누리는 산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웁살라 분쟁 데이터 프로그램'에 따르면, 2025년에는 최소 한쪽 교전세력이 국가이며 연간 최소 25명의 전투 관련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 기반 분쟁이 총 65건 기록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4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는 국가 간 전쟁으로 분류된 전쟁 8건이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2건은 연간 전투 사망자가 1000명을 넘었다. 오슬로평화연구소 역시 비슷하게 암울한 추세를 지적한다. 연구소는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전투 관련 사망자가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은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폭력적인 시기였다"고 분석했다.
전술적 투명성은 결국 세 가지 요소로 귀결된다. 더 많고 더 정교한 센서, 정밀 화력, 그리고 첫 번째 요소로부터 얻은 실행 가능한 데이터를 두 번째 요소인 타격 체계로 전달하는 네트워크다.
이를 모두 드론으로 환원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전장 곳곳에 흩뿌려질 수 있거나, 그 전장을 가로지르는 병사와 차량에 탑재될 수 있는 강력한 센서들은 매우 다양하다. 다른 형태의 스마트 탄약들도 존재하며, 말할 것도 없이 단순한 탄약조차 스마트하게 운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센서들과 다양한 타격 수단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네트워크는 기술적 네트워크이자 인간적 네트워크이며, 분석과 의사결정을 수행하면서 이들을 서로 이어준다.
하나의 조종사가 센서와 타격 수단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드론은, 이러한 복잡성을 하나의 단순한 패키지로 압축해 상상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특정 무기가 아니라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시스템 전체에서 비롯되는 우위를 무기 자체의 공으로 돌리는 일은 과거에도 군사 전략가들을 오도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드론이 변화의 강력한 상징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드론은 하늘의 보초처럼 머무르며, 소름 끼칠 정도의 밀착감을 갖고 목표를 추적한다. 그것은 새로운 전쟁이 어떻게 동시에 탈국지적이면서도 극도로 국지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떻게 전쟁이 어디에나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각각의 특정한 장소 속에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어떻게 멀리서 통제되면서도, 바로 지금 당신의 눈앞에 들이닥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동시에 그것은 낯설고 새로운 존재이면서도, 기묘할 정도로 일상적이다. 드론 생산에는 전차나 첨단 미사일, 혹은 포탄을 생산하는 공급망보다 소비자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공급망에 훨씬 더 가까운 체계가 사용된다. 이는 끊임없는 혁신과 대응 혁신을 통해 빠른 진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영국 통합전투센터를 이끄는 사이먼 스트라스딘 공군 부원수는 "코드는 며칠마다 업데이트한다"며 "보통 6주 정도 지나면 소프트웨어의 대규모 업그레이드가 필요해지고, 6개월 정도 지나면 하드웨어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세대를 달리하는 기술들이 전선(戰線)이 불과 몇 미터도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하고 사라질 수 있다.
미국은 9/11 테러 직후 수주 만에 프레데터, 그리고 이후 리퍼 드론을 이용해 적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강대국들 밖의 세계에 변화를 가져온 드론은 튀르키예에서 개발생산된 바이락타르 TB2였다. TB2가 처음으로 크게 주목받은 것은 2019년 리비아국민군(LNA)의 트리폴리 진격을 저지했을 때였다. 이어 2020년에는 시리아, 그리고 아르메니아 전장에서 기갑부대를 상대로 위력을 드러냈고, 세계 각국 군대가 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 2월, 우크라이나군의 TB2는 러시아 전차들이 키이우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 성공은 부분적이었다. 포병의 역할이 더 중요했고, 지속 기간도 짧았다. 그러나 드론이 촬영한 영상들이 선전 효과를 일으키면서 그 성과는 훨씬 더 크게 증폭됐다.
그러나 TB2 드론은 양측이 전쟁을 현재의 참혹한 교착 상태로 몰고 가는 데 사용한 드론들 가운데 시작에 불과했다. 더 작고, 더 똑똑하며, 더 은밀한 드론들이 2022년 등장했고, 2024년이 되자 다양한 종류가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이들은 야포, 진지구축, 위성통신, 그리고 대규모 조종사 훈련과 결합돼 한때 폭 5km 수준이었던 치명적인 '소모전 벨트'를 형성했다. 현재 그 폭은 종종 30km에 육박한다.
오늘날 양측에서는 원래 폭격용으로 설계된 드론들이 식량과 물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는 병사들의 고통을 눈에 띄게 줄여준 혁신이다. 부상병들은 무인 수송차량으로 후송되며, 우크라이나군은 2026년 첫 3개월 동안에만 2만4000회가 넘는 임무에 이를 활용했다. 그리고 식사와 의료 후송 사이사이에는 공격이 이어진다.
양측은 매일 수천 대의 FPV(일인칭 시점) 드론을 생산해 적을 한 명씩 찾아내고 죽이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 드론들은 <이코노미스트>가 추산한 러시아군 사상자 110만~140만 명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러시아의 50세 이하 남성 2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크라이나의 피해는 더 적다. 공격보다 방어가 희생이 적고, 우크라이나가 인간 대신 로봇을 활용하는 데 더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율상으로 보면 우크라이나의 손실은 더 크다. 이는 전쟁 전 기준 18~49세 인구의 16명 중 1명에 해당한다.
일부는 이것이 영토 점령을 목표로 하는 국가 간 전쟁의 미래라고 말한다. 작고 저렴하면서도 모든 것을 감시하는 살상 기계들에 의해 양측이 끝없이 묶여 있는 전쟁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주영 대사이자 전 총사령관인 발레리 잘루즈니 장군은 대규모 기동전—서로 전선을 만들어가며 싸우는 소모전과 달리 속도와 충격으로 군대가 적진 속으로 파고들며 이동하는 전쟁 방식—이 이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전쟁이 (인간이 아닌) 기계 속도의 '로봇 대 로봇' 전투로 진화할 때에만 다시 가능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이를 공상에 가까운 주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컬럼비아대학의 스티븐 비들 교수는 센서혁명의 규모가 "과장되기 쉽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대드론 체계—특히 레이저가 유망하다—가 등장하고, 전파 방해 및 레이저 교란 장비가 위성 센서를 무력화하기 시작하면 균형은 다시 바뀔 수 있으며, 지상군은 어느 정도 숨통을 틀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파 교란은 TB2의 초기 성공이 오래가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러시아 전자전 전문가들이 대응법을 찾아낸 것이다. 미국의 GPS 유도 포탄 엑스칼리버 역시 같은 운명을 맞았다. 명중률은 불과 몇 달 만에 70%에서 6%로 떨어졌다. 쿠르스크 전투에서는 러시아가 (전파 방해를 피하기 위해) 광섬유 케이블을 통한 드론 조종 방식을 개척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기술의 현대적 변형으로, 현재는 양측 모두가 사용하고 있다.

<밀리터리 스트래티지 매거진> 편집장이자 영국 육군 자문역인 윌리엄 오언은 더 잘 훈련되고 더 잘 무장한 군대라면 애초에 이런 교착 상태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수준의 적을 상대로 이스라엘군의 최고 수준 장비와 훈련이 투입된다면, 가격 3000달러짜리 FPV 드론은 "대부분, 아니 모두가 쓸모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중국 군사학교 생도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당시 영국 국방참모총장이었던 토니 라다킨 제독은 영국식 전쟁 방식은 어차피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모델이 "2024년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처럼, 단 하루 밤만에 단 한 번의 출격으로 이란 방공망 전체를 제거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거리 스탠드오프 무기, 정밀 표적화, 5세대 기술이 동원된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군대는 좀처럼 자신이 원하는 전쟁을 치르지 못한다. 라다킨 제독의 말처럼, 예컨대 나토(NATO)와 러시아 간 전쟁이 벌어진다면 나토 측이 공중 우세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물론 미국이 참전을 결정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다. 하지만 그 다음은 무엇인가. 오스트리아 군사 전문가 프란츠-슈테판 가디는 공중 우세가 단지 확보유지하기 더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예전만큼 큰 효과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고도 4000m 아래의 전장은 점점 그 위 상공에서 벌어지는 일과 "분리"되고 있다. 그 공간은 대량 생산된 다양한 드론과 방어 체계가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방어 체계는 드론의 홍수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더 크고 값비싼 항공기들은 위협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공중 연안(air littoral)'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대형 해군이 기뢰, 해안포, 소형 함정들이 밀집한 연안 얕은 바다에서 점점 제약을 받듯, 대형 공군 역시 대기의 가장 아래쪽 얕은 공간을 걱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공군력이 단거리의 혼란스럽고 치명적인 근접전을 피할 탈출구를 거의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가디는 지난 2년 동안 레바논에서 진행된 이스라엘군의 작전 경험이 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스라엘군은 공중 우세와 우월한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갖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병력을 투입해 마을을 하나씩 소탕해야 했고, 사상자를 감수해야 했으며, 공습만으로는 헤즈볼라를 축출하거나 정치적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몇 주 사이 헤즈볼라는 우크라이나 전장처럼 광섬유 케이블로 조종되는 드론을 도입해 이스라엘군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오언의 주장대로, 그렇다고 해서 레바논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공세를 더 깊숙이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공중 우세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전쟁을 주의 깊게 연구하는 군대들은 점점 우세를 특정 시점과 특정 장소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문가 롭 리는 이를 "우세의 공간"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군은 특정 시점과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러시아군 드론 조종사들의 센서를 교란하면서 그들의 거점을 포격하거나 드론으로 공격함으로써 러시아 드론 작전을 방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거점은 매우 잘 은폐돼 있고 숫자도 많기 때문에, 이런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수주간의 준비와 기만작전, 정보 수집이 필요할 수 있다. 일단 이 '우세의 공간'이 제대로 열리면, 우크라이나 기갑부대는 전선을 돌파해 5~10km가량 깊숙이 진입하고 러시아군의 붕괴를 유도하려 할 것이다. 그 시점이 되면 러시아 드론 부대가 도주하고 전선이 "붕괴"할 것이라는 기대다. 롭 리는 이러한 원리에 기반한 성공적인 '기갑 돌파'가 올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롭 리가 우크라이나를 "제1차 세계대전의 순간"에 있다고 말할 때, 사람들은 흔히 이를 단순히 고착 상태와 소모전의 의미로 이해하려는 유혹을 느낀다. 그러나 그가 떠올리는 것은 1918년 등장한 새로운 전술이기도 하다. 기습, 예비사격 없이 처음부터 표적을 때리는 '사전제원(predicted)' 포병 운용, 소규모 정예 돌격조를 결합함으로써 결정적 돌파를 다시 가능하게 만들고 참호전을 종식시킨 바로 그 전술 말이다. 그는 "방어 능력이 우위를 점하게 됐다"며 "이제는 기동전을 다시 가능하게 만들어줄 새로운 기술과 전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병협동의 혁신—다양한 병과와 부대가 기여하는 전쟁 방식—에서 아이러니한 점은, 패배한 독일군이 이를 승리한 영국과 프랑스보다 더 많이 학습했다는 사실이다. 독일군이 20년 뒤 프랑스 전투에서 거둔 승리는 더 크거나 더 우수한 전차 때문이 아니라, 기갑, 보병, 포병, 공군의 강점을 더 효과적으로 결합한 교리 덕분이었다.
실전이 시작되기 전에 이런 전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훈련이다. 그러나 훈련은 중요하면서도 결코 충분하지 않다. 비들은 최근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포트 어윈—미 육군 국립훈련센터—에서 관찰한 장비가 우수한 여단조차도 여전히 "체계적으로 결함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 부대는 기계화 전투 기술(퇴화했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대드론전 같은 새로운 요소를 다룰 "정신적 여유"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지휘소, 군수 거점, 방공 체계는 모두 위험할 정도로 노출돼 있었다.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실제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참관하는 인원들은 유럽 군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참전 용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실시된 '헤지호그(Hedgehog)' 훈련에서는 우크라이나 드론 조종사들이 나토(NATO)의 에스토니아 방어 계획을 시험하는 데 참여했다. 스웨덴의 '오로라(Aurora)' 훈련도 올해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나토군에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 해당 훈련에 정통한 한 스웨덴 당국자는 "우리는 실패했고,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것이 핵심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상황에 가까운 훈련에서 패배를 경험하는 것이, 결과가 정해진 각본형 훈련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방식의 학습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내부에 배치한 미군 병력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쟁 방식이 단일 무기의 성공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처럼, 기존 전쟁 방식의 쇠퇴 역시 단지 과거의 대표 무기가 무의미해지는 문제만은 아니다. 전차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드론 운용자들은 전차는 이미 끝났다고 말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지휘부에 자문해온 드론 조종사 일리야 세키린은 "왜 전차를 배치하느냐"며 "같은 비용과 조종사에게 거의 위험이 없는 조건에서 수십 대의 궤도형 지상 로봇을 공격 드론 군집의 지원 아래 투입할 수 있는데 말이다"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기존의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적응할 수도 있다. 롭 리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제20기계화여단이 드론 대응을 위해 대폭 개조된 장갑차량인 이른바 '거북이 전차' 단 두 대의 진격을 막기 위해 FPV(일인칭시점) 드론 60대 이상을 투입해야 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그 거북이 전차 중 한 대는 변속기 고장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 후방을 돌파해 큰 피해를 입혔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우세의 포켓'을 돌파할 때, 전차 말고 무엇을 밀어 넣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전통적 무기의 긴 생명력은 최근 다른 전쟁들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벌어진 충돌—양국 간 26년 만의 가장 심각한 분쟁—에서는 양측의 광범위한 드론 사용이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가장 중대한 공격은 유인 전투기들이 장거리 첨단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수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적 지역 깊숙이 종심 타격하는데 필요한 고가 미사일들은 여전히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궤도형이든 차륜형이든 항공기형이든, 거대하고 방어에 취약한 미사일 발사대는 안보이게 숨겨두고 킬존에서 멀리 둬야 한다.
이 때문에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싶어 하는 장성들은 값싸고 대량 생산 가능한 무기가 소수의 고가 첨단무기를 보완하는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전투기와 구축함, 그리고 물론 전차 같은 전통적 인기 무기의 최신 고급형뿐 아니라,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새로운 무기들까지 모두 포용하려 한다. 그들은 무인·로봇 체계가 전통적 전차·항공기·함정과 함께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부대 및 함대를 약속한다.
그러나 실제 국방부들의 예산 집행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나토 군사령부 작전 담당 부참모장을 지낸 뒤 최근 퇴역한 미 육군 예비역 소장 맷 밴 왜게넌은 "우리는 어제의 기술에 투자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그는 나토의 국방 계획 프로세스—무엇을 구매할지를 결정하는 체계—가 "수십 년 전의 개념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12시간마다 500갤런의 연료를 태우는 77톤짜리 전투 차량을, 대부분이 투명하게 노출될 전장에서 운용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어 "미래의 전투 편제는 극도로 무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것은 지나친 주장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새로운 전쟁방식에 실제로 참여해보지 않은 군대들이 새로운 전쟁방식에 과잉 투자보다는 과소 투자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관련 전술과 훈련, 그리고 조달 모두에서 말이다.
최첨단 군대들이 투자해온 압도적 힘은 이란을 상대로 하는 전쟁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목표가 무엇이었든 간에, 그것은 달성되지 못했다. 이전과 같은 형태로는 추가 군사 행동 역시 상황을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은 1만3000개의 목표물을 타격했고, 이스라엘도 수천 개를 추가 공격했다. 그럼에도 이란의 반격 능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해 공격 측의 조기경보 레이더, 항공기, 드론, 활주로, 병영, 연료 저장시설, 지휘부를 공격했다. 이러한 반격은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인상적이었지만, 군사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반격 자체가 가능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중요하다. 또한 이란이 보유한 생존 전력이 호르무즈 해협에 드리우는 그림자 역시 중요하다. 이란은 여전히 장거리 드론을 생산할 능력을 갖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전쟁 이전 기준 미사일 발사대의 75%, 순항 및 탄도미사일의 70%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사일 전력의 30%를 제거했다는 것은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인상적인 성과다. 1991년 미국과 동맹국들은 사담 후세인의 스커드 미사일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특수부대를 사막에 투입해 발사대를 수색했고, 1500회 이상의 항공 출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단 한 기라도 파괴했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에서는 과거 자신의 저조한 기록을 뛰어넘었다고 해서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이란 전쟁의 실패는, 특히 험준한 은신처가 많은 넓은 국토를 가진 영리한 방어국이라면 세계 최첨단 공군 두 개가 추적하더라도 대형 무기를 수개월간 숨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한 가지 대응은 테크놀로지를 더욱 밀어붙이는 것이다. 즉 발사대가 은신처를 벗어나는 순간 곧바로 포착할 정도로 완벽한 상황 인식을 구축하고, 데이터가 아무 방해 없이 흐르는 '킬체인'을 만들어 즉각적인 공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역사학자 로런스 프리드먼 경이 지적하듯, 일부 군사 전략가들은 오랫동안 단 한 번의 결정적 타격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KO펀치' 개념에 집착해왔다. 항공력 지지자들은 20세기 내내 이런 발상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성공 사례는 훨씬 드물었다.
물론 개선의 여지는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표적화 작업에 20개의 서로 다른 컴퓨터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는 27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사용된다. 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 때로는 한 시스템이 네트워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빠르게 데이터를 생성하기도 한다. 미국의 표적화 체계 '메이븐(Maven)'을 다룬 최근 저서에서 언론인 카트리나 맨슨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사용자들이 새로운 정보 홍수를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의 '암호화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위성업체들에 직접 요청을 보내야 했다고 전했다. 때로는 두 시스템이 인간의 중간매개 없이는 아예 호환되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그 중간매개는 종종 서로 다른 단말기가 놓인 책상 사이를 오가는 사람이 앉는 '바퀴달린 회전 의자'의 형태를 띤다.
기술은 점점 더 효율적으로 변하고 있다. 영국 육군참모총장은 "센서에서 발사까지 걸리는 시간이 33% 줄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 표적화 체계를 담당하는 AI 지지자들은 이미 하루 400개 목표물을 처리한 '에픽 퓨리' 수준을 넘어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제56다영역사령부(유럽)의 스티브 카펜터 준장은 자신의 부대가 24시간마다 최소 1500개의 표적을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동료 장교는 이것이 "인간의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맨슨은 메이븐이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나 (프랑스의) 미스트랄(Mistral) AI의 모델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통합될 경우 하루 5000개의 목표물을 생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더 빠르고 정교한 표적화가 결정적일 수 있는 사례들은 존재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끝내 공중 우세를 확보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크라이나군이 정보기관의 경고를 받고 전쟁 발발 직전 상당수 레이다 등 방공 자산을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눈을 멀게 만들기 위해 계획했던 초기 타격은 이미 비어버린 장소들을 공격하는 데 그쳤다. 만약 러시아가 표적 정보를 더 신속하게 갱신할 수 있었다면, 재배치된 방공 무기들을 곧바로 파괴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됐다면 전쟁의 흐름 자체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에픽 퓨리' 작전이 하루 400개가 아니라 4000개의 목표물을 처리할 수 있었다면, 과연 그만큼 더 효과적이었을까. 표적화, 특히 표적화의 정량적 지표가 전략 자체를 대체해버리는 경향이 존재한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더 높은 적 사살 수치를 보고한 부대에 휴가와 훈장을 지급했다.
"다시 한 번—더 많은 목표물을 향해"라는 접근은 'KO 펀치'라는 신화를 끊임없는 난타전의 함정으로 바꿔놓는다.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보라. 스팅어 미사일로 무장한 무자헤딘 시절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공군력의 무덤처럼 여겨져 왔다.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이 너무 심하게 타격을 받아 "사실상 끝장났다"고 말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폭격을 확대했을 때, 나토군 사령관 존 니컬슨 장군 역시 "탈레반은 전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탈레반은 승리했다.

가디는 이런 현상 속에서 자신이 '벨록 증후군(Belloc syndrome)'이라 부르는 사고방식을 본다고 말한다. 가장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형태의 압도적 무력을 일방적으로 행사하면 언제나 결정적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표현은 1898년 일레어 벨록(Hilaire Belloc)이 제국주의를 풍자하며 쓴 <현대의 여행자(The Modern Traveller)>의 가장 유명한 시구를 가리킨다. 원주민 반란에 직면하자 탐욕스러운 영국 식민주의자 윌리엄 블러드는 혼잣말처럼 자신을 안심시킨다.
"어쨌건, 우리는 맥심 기관총을 갖고 있고, 그들은 갖고 있지 않다."
맥심 기관총 같은 자동화 무기가 실제로 아프리카 분할 경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유럽 세력이 훨씬 더 많은 병력을 상대로 무자비한 승리를 거두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무기 자체만으로 모든 저항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벨록의 작품 속 블러드 역시 자신이 무기로 보호해주던 사람들이 그를 버리고 떠나자 최후를 맞는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초현대적 전쟁 양상이 첨단 기술과 부실한 정치외교적 지혜라는 기존 흐름을 보여줄 뿐이기도 하지만, 현대전의 다른 측면들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현대전을 오직 스크린을 통해 바라보는 이들에게 전쟁은 참혹한 현실이 제거된 채 '무균처리된' 모습으로 인식된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소셜미디어 환경은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미 국방부와 백악관의 소셜미디어 계정들은 실제 파괴 장면을 즐기듯 게시해왔다. 이들은 전투 피해 평가 영상을 할리우드 영화 속 대사와 교차 편집하며, 적 함선이 폭발하는 장면을 주목을 끄는 '킬포(money shot)'처럼 사용한다. 일부 사업가들은 FPV 드론 영상 속에서 공포에 질리거나 체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얼굴을 편집해 헤비메탈 음악과 결합한 '처형 영상물'로 만들어낸다. 전투는 점점 맞춤형 원격조종 처형처럼 변해가고 있다. 미 육군 훈련교리사령부가 소개한 한 FPV 드론 영상에서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접근하자 러시아 병사가 근처 도랑에 누워 있는 전우를 가리키며 '차라리 그를 죽이라'고 손짓한다. 드론은 도도하게 잠시 멈추더니 그 두 번째 병사 위에 수류탄을 떨어뜨려 그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이후 드론은 첫 번째 병사에게 돌아가 같은 짓을 반복한다.
이러한 장면은 끔찍하다. 그러나 반드시 불법인 것은 아니다. 두 병사 모두 명백히 '전투 불능 상태(hors de combat)'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계자들은 일반 대중이 전쟁법을 실제보다 훨씬 더 엄격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마스가 건물 아래 터널을 건설했다면, 그 건물을 무너뜨리는 것은 합법일 수 있다. 이란이 미사일 이동에 다리를 사용한다면, 민간인도 그 다리를 이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다리 공격이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중의 오해와 별개로, 밴 왜게넌 장군은 최근 몇 년 사이 전쟁법이 "완전히 붕괴"한 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현장에 있는 내 동료들 역시 그 상황에 충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옥스퍼드 윤리·법·무력분쟁연구소 공동소장인 자니나 딜은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지적한다. 하나는 '처벌적' 언어의 부활이다. 이는 점점 집단 처벌의 성격으로 흐르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교량이나 발전소 같은 특정 종류의 목표물 전체를 위협 대상으로 삼는 일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의 발언에서 흔히 나타난다. 헤그세스는 늘 자신이 어떤 전사(戰士)의 이상을 가지고 있듯이 행동하는데, 그 전사 모습도 그다지 고매하진 않다.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영웅시되는 곳에서, 이야기를 위해 살인하는 상황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2011년 하버드대 교수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라는 책에서 인류가 점점 덜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 근거 가운데 하나는 전쟁과 전쟁 사망자 수가 모두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치학자 존 뮬러 역시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2020년 이전 30년 동안 연간 최소 1000명의 전투 사망자가 발생한 대규모 국가 간 전쟁은 네 차례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투명성 혁명'의 전조였던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 그리고 1998~2000년의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전쟁이 그것이다.
그러나 뮬러의 출간 시점은 좋지 않았다. 출간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은 1945년 이후 유럽 최대 규모의 지상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주장에는 다른 허점들도 존재한다. 후속 연구들은 1945년 이후의 강대국 간 평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추세가 되려면 적어도 앞으로 한 세기는 더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 감소는 일종의 '노이즈'에 불과하다. 핑커가 사망자 감소를 근거로 든 것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다. 물론 전투 사망자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장 의학, 방호 장비, 후송 체계 역시 크게 발전했다. 과거라면 사망했을 병사들 다수가 이제는 부상자로 살아남는다. 이는 진보이긴 하지만, 세계가 평화로워졌다는 증거와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핵무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핵무기 보유 자체가 1945년 이후 전면적 강대국 전쟁이 없었던 핵심 이유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억제력은 결국 핵무기가 실제 사용될 가능성에 의존한다. 만약 대규모 상호 핵 공격과 그로 인한 기후 재앙이 수억 명을 죽이게 된다면, 폭력적 사망의 장기 추세에 관한 데이터는 엄청난 수정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상황에서 그런 통계를 신경 쓸 사람이 남아 있다면 말이다.
지난 8년은 핵전쟁으로 급격히 치닫는 시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징후들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핵 군비통제 협정들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김정은과 사담 후세인, 그리고 하메네이의 상반된 운명은 핵무기를 원하는 국가들에게 가능한 두 가지 선택지를 분명히 보여준 듯하다. 핵무기 자체를 포기하든가, 아니면 주저하지 말고 신속히 개발을 밀어붙이든가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다소 줄어들었다. 그 공포는 2022년 10월 절정에 달했다. 당시 미국 정보기관은 크름(크림)반도가 위협받을 경우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할 확률이 50대50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레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그 선이 어디에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결코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병합하려 할 경우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핵보유국들이 서로 전쟁을 벌인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의 의도를 매우 신중하게 신호로 주고받아온 사례는, 갈등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될 경우 핵전쟁으로의 확전 위험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세계는 두 핵보유국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의 군대를 공격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북한이라는 매우 예측 불가능한 세 번째 핵보유국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대결이 될 것이다. 세계는 거의 한 세기 동안 대양해군들이 서로를 상대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광대하고 감시하기 어려운 바다의 수면 위와 아래, 그리고 그 사이에서 '투명성 혁명'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 것인가. 어떤 새로운 전술이 '우세의 포켓' 혹은 '우세의 순간'을 만들어낼 것인가. 또 어떤 오래된 전술은 실패하게 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아직 답이 없기 때문에, 미국은 이런 전쟁에서 개별 함정과 항공기보다는 중국 전쟁머신의 신경망을 공격해 의사결정 체계를 마비시키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가디가 경고하듯, 이는 중국이 핵전력을 통제하는 데 의존하는 수많은 시스템들에 대해 초고속 공격을 가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시스템 마비로 인해 오판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격한 현실을 고려하면, 중국 인민해방군 역시 대만처럼 기술이 뛰어난 국가를 점령하려는 구상을 달가워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인민해방군의 병참선은 아직까지도 '투명성'의 영향을 가장 덜 받아온 플랫폼인 잠수함의 공격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전략의 수단으로서 전쟁의 효용성 그리고 자신들이 전쟁의 전개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믿음에 있어 늘 낙관주의자처럼 행동한다. 주변의 수많은 반대 증거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테크놀로지가 자신들에게 결정적 'KO 펀치'가 되어줄 것이라는 위험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의 국방 담당 에디터가 8년간의 국방 기사 편집 업무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는 계기에 현재의 국방 환경 변화에 대해 장문의 에세이를 작성한 것입니다. 5월 28일자 기고문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근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사가 특히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이란 전쟁에서 맹활약을 했던 팔란티어의 ‘메이븐’ 표적화 시스템에 놓여 있습니다. 다른 언론보도와 마찬가지로 현재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해군으로 봉쇄하고 있는 이른바 ‘역봉쇄’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어서 조금은 실망스럽긴 합니다만, 주로 현대 전쟁의 새로운 변화양상을 다루다보니 빠트린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미국 해군의 봉쇄가 전통적인 작전이긴 하지만 크게 효과를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이 기고문은 한두 개에 초점을 맞춘 글이라기 보다는 8년간의 국방 기사 편집자로서 자신이 느꼈던 소회를 편안한 문체로 정리한 것입니다. 간결체의 기사라기 보다는 만연체의 에세이입니다. PADO 독자 여러분도 편안한 마음으로 이코노미스트 국방 에디터가 정리해주는 현대전의 변화양상을 함께 지켜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