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차기 패권국은 독일이다

독일 재무장의 위험성과 대책

/그래픽=PADO (생성 AI 사용)

예상대로 독일의 급속한 재무장이 주변 국가들을 긴장시키는 듯 합니다. 포린어페어스 3·4월호에 실린 이 에세이는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응해 군사비 지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으며, 군사비 지출 규모는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로 올라섰다면서 유럽이라는 다자적 틀 안에서 제어되지 않는 경우 유럽내 분열과 반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독일은 세계대전을 두 차례 일으킨 국가로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나라가 동서로 나뉘어지고 나토와 바르샤바조약 아래 철저히 감시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지혜롭게 독자적인 독일이 아니라 우선 프랑스와의 협력 속에서 외교의 운신을 가져왔고 유럽적 정체성을 앞세우며 유럽통합을 주도해왔습니다. 소련 붕괴과 맞물려 동서독이 통일되었을 때도 군대 축소를 단행하고 마르크화를 포기하는 등 유럽이라는 틀 안에서 통일을 전개해오면서 주변국들의 우려를 달랬습니다. 필자는 독일의 재무장은 일단 환영하지만 그것이 유럽이라는 틀 밖에 이뤄지게 되는 것은 우려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강경 우익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결국 집권에 성공하게 되는 경우 독일 재무장은 위험한 경로로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 에세이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일본 역시 '보통국가' 즉 전쟁 할 수 있는 국가를 회복하겠다는 명분 아래 재무장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무장을 방위산업 발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장기 포석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합니다. 세계대전 발발에 책임이 있는 일본 역시 급격한 재무장이 주변국을 긴장시킬 위험성이 있습니다. 물론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국과 일본은 바다로 떨어져 있고, 각각 육군과 해군이 강하다는 비대칭성이 있어서 일본군은 한반도에 상륙할 수 없고 한국군은 대한해협을 건널 수 없기 때문에 독일의 재무장에 비해서는 덜 긴장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본같이 인구 1억2000만명에 세계적인 경제대국이 군비를 강화하는 것은 반드시 주변 지역을 긴장시킬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독일의 아데나워, 콜 총리가 독일의 재무장 및 동서독 통일을 유럽이라는 다국적 틀 속에서 전개한 지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이 에세이는 또 독일이 자국만의 방위산업을 키우는 것이 내셔널리즘과 연계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에어버스(Airbus)처럼 범유럽적 방산 기업을 키워내는 길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한국과 일본 역시 방위산업을 일국이 아닌 다국적으로 키워내는 지혜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방위산업과 군대 모두 이웃국가를 위협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이른바 '안보딜레마(방어를 위해 국방을 강화하는 것이 남에게 위협이 되는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또 한번의 세계대전은 불가피하다." 프랑스 군 지도자 페르디낭 포슈가 이렇게 엄중한 경고를 내놓았다. 1921년의 일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포슈는 뉴욕에서 열린 연설에서 경종을 울렸다. 그의 우려는 단순했다. 연합국은 독일을 패배시킨 뒤 베르사유 조약을 통해 독일에게 무장해제를 강요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항복조건을 집행하는 일을 중단했다. 포슈는 이 경우 독일이 군대를 재건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국이 지금과 같은 무관심을 계속한다면 ... 독일은 틀림없이 재무장하게 될 것입니다."


포슈의 예언은 정확했다. 1930년대 후반이 되자 독일은 실제로 군대를 재건했다. 독일은 오스트리아를 병합하고 이어 체코슬로바키아, 그리고 폴란드를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1945년에 다시 패배한 이후 연합국은 독일 관리에 훨씬 더 세심한 태도를 취했다. 독일을 점령하고 분할했으며, 군대를 해체하고 방위산업을 거의 폐지했다. 이후 미국과 소련이 각각 서독과 동독이 군대를 재창설하도록 허용했을 때도 이는 엄격한 감독 아래에서만 이루어졌다. 두 독일의 통일이 허용될 때에도 독일은 군대 규모를 제한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는 독일 통일에 반대했다. 지나치게 강력한 국가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1989년 그녀는 더욱 커진 독일이 "국제정세 전체의 안정을 훼손하고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늘날 포슈와 대처의 우려는 먼 과거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유럽이 잇따른 위기를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유럽의 정책결정자들은 독일이 지나치게 강해질 것을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지나치게 약하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 폴란드 외무장관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나는 독일의 힘보다 독일의 무행동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독일의 힘을 가장 경계해 온 정부 가운데 하나인 폴란드의 고위 관리가 이런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이는 놀라운 일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그만의 것이 아니다. 나토(NATO) 사무총장 마르크 뤼터는 2024년 독일군이 "더 많이 지출하고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 이러한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원했던 것을 얻게 되고 있다. 여러 차례 지연 끝에 독일의 '차이텐벤데(Zeitenwende, 시대전환)'—유럽방위를 주도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겠다고 한 2022년의 약속—가 마침내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독일의 국방 지출은 절대 규모 기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컸다. 현재 독일의 국방 예산은 세계에서 네 번째 규모로, 러시아 바로 다음이다. 연간 군사 지출은 2029년에는 18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2년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독일군인 분데스베어(Bundeswehr)가 충분한 자원(自願) 입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독일은 의무 징병제의 부활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을 계속 유지한다면 독일은 2030년 이전에 다시 군사 강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유럽에서는 대체로 베를린이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군사력을 재건하는 것을 환영해 왔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는 바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독일은 자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유럽 전체를 돕는 데 사용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견제 없이 방치될 경우 독일의 군사적 우위는 결국 유럽 내부의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프랑스는 이웃국가가 주요 군사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시코르스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내부에서도 같은 우려가 존재한다. 독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의심과 불신 역시 커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국가간 경쟁이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 프랑스와 폴란드,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독일을 견제하려 할 수 있으며, 이는 러시아에 대한 대응에서 관심을 분산시키고 유럽을 분열되고 취약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특히 프랑스는 유럽의 선도적 군사 강국이자 "그랑드 나시옹(grande nation,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다시 주장하려 할 수 있다. 이는 독일과의 노골적인 경쟁을 촉발하고 유럽을 내부적으로 충돌하는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

현재 독일의 국방 예산은 세계에서 네 번째 규모로, 러시아 바로 다음이다.

이러한 악몽 같은 결과는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집권하게 될 경우 특히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이 강한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은 오랫동안 EU와 나토를 비판해 왔으며, 일부 당원들은 인접 국가의 영토에 대해 수복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AfD가 통치하는 독일은 자국의 힘을 이용해 다른 국가들을 압박하거나 강요하려 할 수 있으며, 이는 긴장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이 군사력을 증강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유럽 대륙은 위험에 처해 있으며, 독일만큼의 재정적 역량을 동원할 수 있는 유럽 정부는 다른 곳에 없다. 그러나 독일은 자신의 힘이 수반하는 위험을 인식하고, 보다 깊이 통합된 유럽 군사 시스템 속에 독일의 방위력을 편입시킴으로써 그 힘을 제약해야 한다. 한편 독일의 유럽 이웃국가들 역시 어떤 형태의 방위력 통합을 원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의 재무장은 유럽을 더욱 분열되고 서로 불신하며 더 약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이는 지금 독일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정확히 반대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과도하기도, 부족하기도

많은 사람들에게 독일의 재무장이 어떻게 유럽에서 경쟁과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모든 유럽인들은 이 나라의 군국주의적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독일은 경제와 방위 체제를 모두 유럽 구조 속에 깊이 통합해 왔다. 서독의 첫 전후 총리였던 콘라트 아데나워는 독일을 독립적인 군사 강국으로 만드는 생각을 단호히 거부했고, 서독군을 유럽 군대 혹은 나토 체계 속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전이 끝난 이후 독일은 군사적 자제를 기본 원칙으로 채택하며 스스로를 "비군사 강국(civilian power)"으로 규정했다. 이는 통일로 인해 독일의 힘이 훨씬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고 위협적이지 않은 국가라는 의미였다. 통일 독일의 첫 지도자였던 헬무트 콜은 1989년 "독일의 땅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오직 평화뿐"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EU가 가져온 경제적·정치적 통합은 범유럽적 정체성을 형성했고,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공통의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며 다시는 경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낳았다.


그러나 일부 현실주의 학자들이 주장해 왔듯이 유럽 국가들 사이의 경쟁은 결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며, 특히 EU만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억제되어 있었을 뿐이며, 그 억제는 주로 나토와 미국의 패권에 의해 이루어졌다. EU는 본질적으로 경제 조직이었다. 유럽의 안보와 방위는 대부분 나토와 미군의 손에 맡겨져 있었다. 다시 말해 독일의 규모와 위치가 전통적으로 제기해 온 유럽의 안보 딜레마를 완화한 것은 EU가 촉진한 정치·경제적 통합만이 아니라 압도적인 미국의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 미국이 역사적으로 유럽에 투입해 온 관심과 자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면서 이러한 경쟁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처음에는 작고 무해한 방식으로 시작될 수 있다. 이미 다른 유럽 국가들은 독일의 군사력 증강과 방위 지출 확대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방위 예산의 대부분을 독일 방산기업에 지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국가 안보의 핵심적 이익이 걸린 경우 회원국이 통보와 승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EU 경쟁 규정의 예외 조항을 활용해 자국 방위산업에 대해 공적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회원국들의 협력을 약화시키고 진정한 유럽의 핵심 방산 기업이 등장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또한 독일이 무기 획득 권한을 개별국 정부의 손에 남겨 두려 하고 EU 집행위원회의 조정 역할 확대를 거부하는 점도 문제를 더한다. 유럽 방위산업에 필요한 것은 유럽화와 단일 무기 시장이지만, 독일의 정책은 이 산업을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지 않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여러 국가들도 자국 방위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동일한 EU의 허점을 활용해 왔으며, 이들 국가는 독일의 지배력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을 만큼 규모 있는 방위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 어느 나라도 독일의 지출 규모를 따라갈 수는 없다. 독일은 최근 국가부채 제한 규정을 완화해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국방 지출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재정 적자가 더 큰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게는 선택할 수 없는 방식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할 최선의 방법은 EU 집행위원회가 방위를 위해 대규모 공동 차입에 나서는 것이다. 이미 그 선례는 존재한다. 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 위기 당시 유로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그러나 독일은 EU의 포괄적인 방위 이니셔티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독일은 'EU SAFE'와 같은 조건부 차입 프로그램만 지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공동 방위 프로젝트를 위해 최대 1750억 달러 규모의 저리 대출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유사한 프로그램들—은 자본집약적인 방위산업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지속적인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규모 면에서도 독일이 향후 4년 동안 국방에 75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준이다.


독일 정책결정자들은 EU 내에서 재정적으로 무책임해 보이는 정부들의 과도한 국내 지출을 자국이 대신 부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독일의 경제성장 자체가 정체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 독일이 과거 재정균형과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중국으로의 수출과 값싼 러시아 에너지 덕분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중국의 공세적 정책이나 러시아의 공격성을 경제적으로 후원할 수 있다는 정치적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독일의 입장은 또한 근시안적이다. 유럽의 다른 지역들이 사회 복지를 삭감하지 않고도 방위 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독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사회 복지 삭감은 결국 포퓰리즘을 자극하고, 이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의 단결과 러시아에 대한 방어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자국의 국방 지출이 유럽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해 다른 유럽 정부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독일의 시각에서 보면 비록 독일 기업들이 국방 지출의 가장 큰 혜택을 얻는다 하더라도 "케이크가 충분히 크기 때문에 모두가 한 조각씩 나눠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독일은 발트해 연안 국가들—그리고 앞으로는 더 많은 국가들—에 독일군을 주둔시키는 것이 독일이 단순히 자국 재무장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고 있다는 충분한 신호라고 본다. 그러나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게 케이크 한 조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독일의 지배력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미국의 후퇴와 나토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은 많은 유럽 국가들이 독일의 방위력 증강을 환영하고 있지만,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독일이 자신의 군사력과 산업적 우위를 유럽 안으로 어떻게 통합시키려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은 독일이 자신의 몫을 다하는 모습이지, 힘을 과시하는 모습이 아니다.

힘은 두려움을 낳는다

독일 정책결정자들은 이러한 우려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다. 그들은 독일의 이웃 국가들이 약한 독일과 강한 독일(유럽을 방어할 수 있는 베를린)을 동시에 요구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유럽이 군사력 증강을 요구했으면서 이제 와서 그 결과에 대해 불평할 수는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독일의 지배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다. 프랑스는 독일이 유럽의 군사적 중심국이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역할은 프랑스가 맡아야 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독일이 특히 핵무기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보이는지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핵무기는 프랑스가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일부 폴란드 관리들은 군사적으로 강력해진 독일이 언젠가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를 다시 회복하려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폴란드에서는 포퓰리스트 정당인 법과정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이들 역시 독일이 지배적인 위치에 서게 되면 EU의 작은 국가들의 역할이 주변화되고 독일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 그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왜 독일의 패권을 두려워하는지 이해하려는 분석가들이 굳이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다. 불과 10년 전 사례만 보아도 충분하다. 2010년대 유럽의 재정위기 당시 여러 EU 국가들은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며 EU의 구제금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는 실제로는 유로존 최대이자 가장 부유한 경제인 독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독일은 막대한 부를 이용해 이들 국가를 관대하게 지원하며 연대를 보여 주기보다 각국의 재정 책임을 강조했고, 구제금융 패키지의 조건으로 혹독한 긴축정책을 강요했다. 그 결과 채무국에서는 두 자릿수 실업률과 장기간의 경제적 고통이 이어졌다. 독일 정부는 특히 그리스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해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기타 정부 서비스에 대한 대폭적인 삭감을 강요했다. 그리스의 실업률은 2013년 거의 30%에 달했고, 2010년대 중반까지 국내총생산(GDP)은 4분의 1이나 감소했다. 그리스인들은 그때문에 독일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게 되었다. 한 유명한 그리스 포스터에는 당시 독일 총리였던 앙겔라 메르켈이 나치 군복을 입은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독일이 불신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유럽에서 국가간 경쟁이 실제로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 예컨대 독일의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해 폴란드는 발트해 및 북유럽 국가들, 그리고 영국과 함께하는 '합동원정군(Joint Expeditionary Force)' 협력을 더욱 강화하려 할 수 있다. 또한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스웨덴이 참여하는 지역 협력체인 '노르딕-발틱 8'에 합류하려 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결과는 유럽 공동방위 노력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프랑스는 자국의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독일을 따라잡고 견제하기 위해 국방지출을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영향력 회복을 시도하려 할 수 있다. 또한 프랑스는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영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2010년대 유럽의 재정위기 당시 ... 독일은 막대한 부를 이용해 이들 국가를 관대하게 지원하며 연대를 보여 주기보다 각국의 재정 책임을 강조했고, 구제금융 패키지의 조건으로 혹독한 긴축정책을 강요했다 … 독일 정부는 특히 그리스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해 ... 그리스의 실업률은 2013년 거의 30%에 달했고, 2010년대 중반까지 GDP는 4분의 1이나 감소했다.

유럽이 내부 경쟁으로 분열되고 불안정해질 경우, EU와 나토는 모두 마비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계속 밀어붙이는 동시에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인 제5조의 신뢰성을 시험할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유럽을 활용해 대륙의 산업적 기반을 압박할 수 있다. 유럽은 특히 미국의 부재 속에서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언급하는 등 적대적인 세력이 될 경우, 유럽을 조종하기는 더욱 쉬워질 것이다. 다시 말해 분열된 유럽은 강대국 경쟁의 장에서 한 조각 장기 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옛 영토 수복" 목소리

군사적으로 지배적인 독일은 특히 국내의 중도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잃기 시작할 경우 더욱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독일의 다음 총선은 아직 3년 남아 있지만, 극단주의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현재 전국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정당은 극우적이고 비자유주의적이며 EU에 대해 회의적인 이념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에 우호적이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있고, 1945년 패전 이후 EU와 나토에 통합되어 있는 독일의 경제와 군대를 되돌리기를 원한다. 이 정당은 군사력을 국가적 팽창을 위한 도구로 보고 있으며, 그것을 오로지 독일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독일의 전통적 동맹국들과 완전히 분리된 자율적인 독일 방위산업을 구축하기를 원한다. 만약 AfD가 연방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면, 이 정당은 마거릿 대처가 우려했던 바로 그 방식으로 독일군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즉 독일의 이웃국가들을 상대로 힘을 투사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캐나다와 그린란드에 대한 영유권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AfD가 이끄는 독일 역시 장차 프랑스나 폴란드 영토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독일의 중도 정당들은 AfD가 이웃국가들에게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대연정을 구성해 AfD가 연방 권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왔다. 그러나 AfD를 막는 일은 해마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정당은 2025년 독일 총선에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또한 2026년 주 선거에서 더욱 기세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와 작센안할트 주에서는 과반 확보도 가능한 수준에 근접해 있다. 만약 다음 총선에서 AfD가 최다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방화벽'은 무너질 수도 있다.


AfD 집권 아래에서 수정주의와 영토수복주의가 되살아나는 과정은 점진적으로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급격히 현실화될 수 있다. 첫 단계로, 현재까지는 AfD에 단호히 반대하고 있는 독일의 중도우파 정당인 기독민주연합(CDU)으로 하여금 극우 정당이 간접적으로 자신(CDU)을 지지하도록 허용해 보수파 소수정부를 견인하는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후 AfD는 새롭게 확보한 정치적 존재감을 활용해 자당의 이념을 주류 정치로 끌어올리려 할 것이다. 동시에 AfD는 정부를 사실상 인질로 잡으려 할 수 있다. 극우 정책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정부를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하는 방식이다. AfD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요구할 것이며, 동시에 과거 독일이 지배했던 영토에 대해 영유권 주장을 제기함으로써 독일의 이웃 국가들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 예컨대 1945년 이후 폴란드(그리고 러시아)의 일부가 된 옛 독일제국 동부 영토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보수파 소수정부는 AfD와의 협력은 특정 사안에 한정될 뿐이며 독일의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AfD가 새롭게 확보한 정치적 영향력은 다른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독일에 대한 신뢰를 크게 약화시키고 긴장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 위험한 시나리오는 AfD가 연립정부의 공식 파트너가 되거나 심지어 연립정부의 주도 세력이 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AfD는 독일을 서방의 제도적 구조로부터 공식적으로 분리하거나 내부에서 이를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예컨대 이 정당은 유럽연합을 공통 통화인 유로(euro)화를 갖지 않는 비자유주의적 "개별 국가들의 유럽"으로 재편하려 할 수 있으며, 이는 독일이 유럽대륙과 맺어 온 통합 구조를 되돌리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80년 동안 유럽의 평화를 촉진해 온 경제적 유대를 약화시키고 수많은 경제적 문제를 다시 불러오며 유럽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촉발할 것이다. AfD는 또한 러시아에 대응하는 나토의 남은 노력에서 독일을 이탈시키고 러시아에 대한 유화정책을 선택하며 리투아니아에 주둔한 독일 여단의 철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독일이 나토 자체에서 탈퇴하도록 시도할 수도 있다. 다만 나토가 비자유주의적 미국의 지도 아래 있을 경우에는 잔류를 선호할 수도 있다. AfD는 프랑스, 영국과의 협력 및 화해를 파괴할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는 프랑스-독일 안보 협력을 강화한 아헨 조약과 영국-독일 안보 협력을 격상시킨 켄싱턴 조약의 중단도 포함될 수 있다. 그 결과 독일은 유럽에서 단독행동을 하는 민족주의적·군사주의적 패권 국가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해 프랑스, 폴란드, 영국은 독일을 견제하기 위한 연합을 거의 확실히 구축할 것이다. 이들 국가 역시 우파 정당이 집권하고 있더라도 이러한 대응은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한편 AfD가 이끄는 독일은 오스트리아, 헝가리처럼 독일에 우호적인 국가들과 새로운 동맹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그 결과 유럽이 외부의 위협에 대응할 능력은 사실상 소멸하게 된다. 유럽 국가들은 다시 서로를 향해 적대적으로 맞서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막으려 해 온 바로 그 상황이다.

황금 수갑

그러나 베를린이 군사력을 확대하면서도 유럽을 다시 경쟁과 대립의 시대로 되돌리지 않는 길은 존재한다. 심지어 장차 독일이 AfD의 통치를 받게 되더라도 가능할 수 있다. 그 해법은 독일이 역사가 티머시 가튼 애시(Timothy Garton Ash)가 약 30년 전 이 포린어페어스 지면에서 "황금 수갑"이라고 부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유럽 이웃 국가들과의 더 깊은 통합을 통해 자국의 주권에 일정한 제약을 스스로 부과하는 것이다.


과거 독일 지도자들은 이미 이러한 선택을 한 바 있다. 아데나워는 서독의 신설 연방군인 '분데스베어'를 나토 체제 속에 통합했다. 콜은 동독과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 독일 마르크를 포기하고 유로화를 받아들이며 독일의 통화 주권을 유럽에 넘겼다. 오늘날의 지도자들도 이러한 선례를 따를 필요가 있다. 그 첫걸음은 방위를 위한 유럽의 대규모 공동 부채를 수용하는 것이다. 이는 독일보다 재정 여력이 적은 국가들이 추가적인 부채 부담 없이 국방 지출을 확대할 수 있게 하며, 프랑스의 경우처럼 신용등급 추가 하락의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개별 유럽 국가들에 비해 EU 전체가 차입하는 비용은 낮으며,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최종 보증 역할을 감당할 능력이 있다. 이렇게 되면 독일이 유럽 전체의 군비 확충에 재정적 책임을 지게 되면서 독일의 군사력과 방산 역량은 더욱 깊이 유럽 시스템 속에 편입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유로본드가 자금을 지원할 방위 프로젝트와 우선순위를 다른 EU 국가들과 함께 결정하게 되면서 공동 의사결정도 확대될 수 있다.


독일은 또한 유럽 각국의 방위산업을 더 강하게 통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국 프로젝트를 대부분 독일 국내 기업에 맡기기보다 더 많은 범유럽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독일은 에어버스와 같은 진정한 유럽의 방산 기업의 형성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에어버스는 미국 제조업체들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럽 항공 산업 컨소시엄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독일의 방위 기반이 다른 국가들에 의존하도록 함으로써 독일 지배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 뿐 아니라, 유럽 전체 군사력 증강의 규모와 효율성 역시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야심찬 방안으로, 독일과 유럽의 동맹국들은 보다 깊은 군사 통합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이 점차 후퇴하고 있는 만큼 유럽은 나토의 틀 밖에서도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군사적 틀과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유럽군이 창설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러시아를 억지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은 더 큰 규모의 다국적 군사 편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미 그러한 시도의 작은 사례들이 존재한다. 프랑스-독일 여단이나 일부 EU 전투단이 그것이지만, 아직 실제로 배치된 적은 없다. 이와 함께 유럽은 독일군과 다른 국가들의 군대를 긴밀히 통합하는 유럽식 지휘구조를 구축해야 하며, 이는 대서양 관계에 긴장이 발생할 경우 나토 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더 깊은 유럽 군사 통합은 독일을 집단적 의사결정 체계에 묶어 둠으로써 독일의 힘을 제약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또한 AfD가 집권하더라도 독일군을 공동 군사 체제에서 이탈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도록 만드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EU나 다른 유럽 협력기구에서 탈퇴하는 것과 같은 극단적이고도 국내적으로 인기가 없는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유럽 지도자들이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자고 제안한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은 이러한 구상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유럽 대륙이 분열될 위험은 미국으로 하여금 유럽에서 발을 빼는 문제—특히 AfD를 지지하는 문제—에 대해 재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만약 유럽이 다시 강대국 경쟁의 장으로 돌아간다면, 미국은 유럽이 충돌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수십 년보다 더 많은 자원을 유럽대륙에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이것은 백악관이 피하고자 하는 바로 그 시나리오다.


그러나 미국의 관여가 줄어드는 시대라고 해서 불안정하고 분열된 유럽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 80년 동안 유럽 국가들은 과거의 관찰자들이 공상에 불과하다고 여겼을 정도로 깊은 통합과 협력을 이루어 왔다. 실제로 러시아의 침공 이후 유럽 대륙의 결속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높다. 유럽에는 독일의 지배력을 중심으로 한 안보딜레마를 피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존재한다. 미국의 거친 압박조차 오히려 대륙을 더 단결시키고 더 강한 유럽 정체성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긍정적 결과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자제, 장기적 안목, 그리고 약간의 행운이 필요하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걸린 것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안은 입에 올리기도 싫은 것이다.



리아나 픽스는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유럽 담당 선임 연구원이며 저서로 '재무장한 독일: 전쟁의 귀환과 환상의 끝Germany Rearmed: The Return of War and the End of Illusions'(근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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