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하마스가 공격한 이유, 이스라엘이 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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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가자 지구에서 검은 연기 기둥이 솟아 오르고 있다. 2023.10.10

2023.10.13 13:05

Foreig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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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전격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수천 발의 로켓을 쏘고 이어 지상군이 이스라엘 지역으로 침투해 들어가 민간인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납치했습니다. 그 잔인함에 이스라엘은 들끓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노와 흥분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하마스가 잔인하게 민간인을 죽이고 이러한 학살장면을 노출시키는 것은 이스라엘의 보복을 유도해 전투가 '이스라엘 대 아랍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든 정부의 최대 외교 치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관계정상화가 이번 하마스 공격으로 물건너가는 분위기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메카 같은 성지를 가져 아랍의 '맏형' 같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가지게 된다면 과격 무장단체로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하마스로서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이번 하마스 공격이 발생하기 얼마 전 애틀랜틱 매거진 주최의 컨퍼런스에서 "중동 지역은 지난 20년 중 지금이 가장 평화롭다"고 호기롭게 말했고,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 논의에 "진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국 관계정상화의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마스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사태에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도 책임이 있습니다. 평화기가 너무 오래되어 이스라엘 국민들도 긴장감을 잃고 있어서 그런지 팔레스타인과 타협을 통해 평화를 구축하겠다기 보다는 이스라엘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우선'을 내세우는 극우 민족주의 세력이 목소리를 높였고 네타냐후는 이들과 제휴해 지난 12년간 집권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네타냐후 정부는 과격한 하마스와 대립하는 팔레스타인 정파인 파타가 이끄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협조해 안정적인 해법을 찾기보다는 서안지구에 더 많은 이스라엘인들을 정착시키고 또 PA를 대신해서 거두고 있는 세금과 관세를 PA에 돌려주지 않고 있어서 PA의 통치능력을 상당히 훼손시키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과격한 하마스를 하나의 협상대상으로 취급해 하마스의 위상을 올려주는 일을 해왔습니다. 마치 이이제이以夷制夷를 하듯 온건한 PA를 약화시키고 과격한 하마스를 강화시켰던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4월 기사는 PA가 부패와 무능력, 비민주성으로 팔레스타인에서 영향력을 잃고 그 반대급부로 과격파가 부상하는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사우디 등 외부세계가 요구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모델'을 거부하고 이스라엘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의 상황을 계속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가 하마스의 부상이었고 이렇게 힘과 권위가 세진 하마스가 중동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이스라엘-사우디 관계정상화' 프로세스를 무력을 통해 멈춰세운 것입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하마스 지도부만 외과적으로 도려내는 군사작전을 위해서는 지상군을 가자지구 안으로 들여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서울이나 도쿄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가자지구 안에서 시가전을 펼치는 것은 지상군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작전입니다. 실전을 통해 그 성능을 입증한 이스라엘군의 메르카바 전차라도 건물 옥상에서 떨어뜨린 몇 개의 화염병에 의해 불타버릴 수 있는 것이 시가전입니다. 그렇다고 항공기의 폭격이나 포격에만 의존하면 민간인의 피해가 커져 아랍 전체의 여론을 악화시킵니다. 과거의 공성전과 같은 개념의 '봉쇄' 작전 역시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입힙니다. 식량, 물자, 전기 모든 것을 차단하는 '봉쇄'를 위해서는 반드시 여성과 아이를 포함한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탈출구를 열어주고 또 이들을 수용시설에 둘 수 있어야 합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국민의 분노에 떠밀려 팔레스타인에 대한 도를 넘는 '보복'에 나서게 된다면, 바로 하마스가 쳐놓은 덫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중도파 야당들까지 포함한 거국 내각을 출범시켜 이 사태를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주변 국가들에게 '자제'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하마스의 우군인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본격적인 참전을 결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시아파인 헤즈볼라는 이란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무기를 받았고 그 일부가 하마스로 이전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헤즈볼라가 참전하게 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외과적 공격에 만족해야 하고, 결국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2국가 모델'에 동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사우디가 '관계정상화'를 위해 내건 주요 조건입니다. 이스라엘은 사우디를 포함한 주변국들과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온건한 팔레스타인 정파를 지원해 우호적인 팔레스타인 정부를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PADO가 전문번역으로 소개하는 아래의 포린어페어스 인터뷰는 미국의 주이스라엘 대사를 두번 역임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을 위한 특사를 역임한 마틴 인다이크의 인터뷰인데,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발생한 직후 급하게 만들어진 인터뷰입니다. 그는 기습공격 직전인 10월 2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네타냐후와 그의 극우파 동맹의 팔레스타인 정책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는데 이번 하마스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미리 알려준 귀한 기고문이었습니다. 포린어페어스가 긴급하게 그와 인터뷰를 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그의 경고가 옳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10월 7일 토요일 오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Hamas는 전례 없는 규모로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하고 무장대원을 이스라엘 영토에 침투시켜 인질을 납치했다. 최소 100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하고 최소 1400명이 부상당했으며,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현재 "전쟁 중"이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군의 대응으로 팔레스타인인 200명 가량이 사망하고 약 1600명이 부상당했다1.


이것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 지역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포린어페어스는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마틴 인디크Martin Indyk 로위 미국-중동 외교 석좌 연구위원Lowy Distinguished Fellow in U.S.-Middle East Diplomacy을 찾았다. 인디크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그리고 2000년부터 2001년까지 두 차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했다. 그는 또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특사로 활동했다. 그 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 특별 보좌관 및 국가안전보장회의 근동 및 남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로 근무했다. 인디크는 7일 오후 포린어페어스의 편집장 저스틴 보그트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의 대화는 길이와 명확성을 위해 편집되었다.




많은 전문가가 오늘의 사건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이 9/11 테러가 미국인들에게 미친 영향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인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엄청난 폭력을 감내해 왔습니다. 물론 이는 팔레스타인인들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사건은 무엇이 다릅니까?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 안보 시스템의 총체적인 실패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정교한 정보수집 수단으로 팔레스타인이 무엇을 하는지 자세히 파악하는 데 익숙하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Gaza Strip와 그에 연한 이스라엘 거주지 사이에 아주 값비싼 장벽을 세웠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지 못할 거라 확신했었죠. 공격하면 궤멸될 것이고,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키면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하마스에 등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하마스도 이젠 다른 입장이라고 믿었습니다. 양쪽이 모두 서로를 내버려둠으로써 서로에게 득이 되는 장기적인 휴전 상태에 집중하고 있다고 봤던 거죠. 하루에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팔레스타인 노동자가 1만9000명 정도 됩니다. 경제에 도움이 되고 세수를 창출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 모든 게 거대한 속임수였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9/11 테러 때와 마찬가지로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오합지졸 테러리스트들이 이런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거지? 어떻게 그들이 막강한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이스라엘 방위군을 이기는 게 가능한 거지?" 아직 확실한 해답은 없어요. 하지만 이스라엘의 오만, 그러니까 무력만으로 하마스를 억제할 수 있고 이스라엘이 장기적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던 게 한 가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마스의 의도는 이스라엘이 대규모 보복에 나서고 서안지구 봉기, 헤즈볼라의 공격, 예루살렘 내 폭동 발생 등 분쟁이 확대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 봅니다


하마스가 왜 지금 이런 종류의 공격을 선택했을까요? 여기에 어떤 전략적 논리가 있는 걸까요?


솔직히 저도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랍 세계가 이스라엘과 화해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야기하고 있죠.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미국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적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lestinian Authority에 어느 정도 양보를 하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공격은 하마스와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이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전반을 방해 할 수있는 기회였으며, 돌이켜 보면 두 나라의 관계 정상화는 하마스와 이란 모두에게 큰 위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마스가 이란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 모종의 조율이 있다고는 봅니다. 하마스와 이란 모두 현재 이스라엘과 사우디 사이의 관계 진전을?아랍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지지를 얻고 있었죠?방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통의 이익이 있습니다. 이번 공격에 깔려 있는 계산은, 이스라엘과 평화를 맺었거나 맺을 가능성이 있는 아랍 지도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하마스와 이란이 이스라엘에 군사적 패배를 가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것이죠.


(비에리 키부츠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가자 인근의 비에리 키부츠에 이스라엘 군이 진입을 하고 있다. 2023.10.12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비에리 키부츠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가자 인근의 비에리 키부츠에 이스라엘 군이 진입을 하고 있다. 2023.10.12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평화 협정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안보 보장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하마스와 이란의 주된 동기는 이 협상을 방해하려는 욕구였을 겁니다. 자신들을 더욱 고립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번 공격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 가능성을 무너뜨리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가 다시 전면에 부각되고 중동 지역의 아랍인들이 이스라엘이 손에 쥔 미국 무기가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을 죽이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매우 강렬한 반응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과 같은 지도자들은 그런 종류의 반발에 맞서기를 매우 꺼릴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그가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이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불행만 가져올 뿐인 하마스의 방식보다 나의 방법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은 걸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말해야 하죠. 이런 종류의 위기 상황에서 아랍 지도자에게 그런 용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 정부에게는 어떤 대응책이 있을까요?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다섯 번이나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고, 명확한 매뉴얼을 갖고 있습니다. 동원령을 내리고 공습으로 가자지구에 피해를 입힐 겁니다. 하마스 지도부를 참수(지도부만 제거)하려고 할 것이고요. 그렇게 해도 하마스가 로켓 발사를 중단하고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이 전면적으로 가자지구를 침공할 거라고 봅니다.


그럼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하나는 이스라엘이 인구 밀집 지역에서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스라엘이 첨단 미국제 무기로 민간인 사상자를 내면 국제적 항의가 미국과 이스라엘로 쏠릴 것이고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 압력을 가하게 됩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이스라엘이 전면전에 성공해 가자지구를 점령하게 되면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겁니다. 군대는 어떻게 철수시킬 것인가? 언제 철수해야 하나? 철군하면 누가 이득을 보게 되는가? 이스라엘은 이미 2005년에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바 있으며, 다시 가자지구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1973년, 이스라엘은 자신이 중동의 초강대국이므로 이집트와 시리아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오만을 부렸다가 욤키푸르전쟁에서 고전을 했습니다. 똑같은 오만이 최근 몇 년 동안 다시 나타났죠.


수십 년 동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개인적, 업무적 차원에서 알고 지내셨지 않습니까? 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리라고 예상하십니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그가 전쟁에 관한 한 자신의 신중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겁니다. 그는 전면전을 일으키는 데 매우 신중합니다. 따라서 베타냐후 총리는 우선적으로 공군을 사용하여 하마스가 휴전에 동의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징벌을 가하고 그 다음 인질 석방 협상을 시도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현상 유지로 돌아가는 거죠. 하마스를 멈추도록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겁니다. 이 방법이 효과가 없으면?저는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러워요?이제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겠죠.


효과가 있을지 의심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마스의 의도가 이스라엘이 대규모 보복에 나서고 서안지구West Bank 봉기, 헤즈볼라의 공격, 예루살렘 내 폭동 발생 등 분쟁이 확대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가자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 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 지구 주민들이 대피를 하고 있다. 2023.10.12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가자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 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 지구 주민들이 대피를 하고 있다. 2023.10.12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그러니까 하마스는 기존의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하는 이스라엘의 대응에 응하지 않으리라는 겁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확전 측면에서 가장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쪽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 헤즈볼라는 전쟁에 가담하려는 유혹을 느낄 겁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 로켓 15만 개를 퍼부을 수 있고 이는 가자지구 뿐만 아니라 레바논에서도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끌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그리고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한 UAE와 바레인은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태를 진정시키고 휴전을 이끌어내는 데 관심이 있죠.


현재 이스라엘의 정치적 불안정이 이스라엘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까요?


지금은 그 모든 게 뒷전이 됐다고 봅니다. 이번 사태는 아직도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심각한 위기입니다. 그리고 총리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상태입니다. 국민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태에 대한 비난도 피해야 하니까요.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스스로를 구제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자신의 연립정부 내 극단주의 극우파가 상황을 좌지우지하게 둘 수 없는 상태죠.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이 정말 나쁜 상황으로 치달을 테니까요. 그래서 네타냐후 총리는 그들을 통제하거나?지금까지는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아니면 제거해야 할 겁니다. 야당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는 오늘 네타냐후의 리쿠드 당, 라피드 자신의 당, 그리고 다른 야당 지도자 베니 간츠의 당을 포함하는 비상거국내각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네타냐후는 이를 극단주의자들을 배제하고 책임감을 보여주며 국론을 통일하는 방법으로 여기고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1973년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던 욤키푸르전쟁Yom Kippur War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아랍 사람들은 욤키푸르전쟁을 승리로 여겼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당시 이집트와 시리아는 이스라엘군을 기습해 수에즈 운하를 건너 골란고원까지 진격하는 데 성공해,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스라엘이 끝났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결국은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이겼지만 아랍 세계에서는 여전히 전쟁 초반의 승리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마스가 50년 후에도 같은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건 아랍 세계에서 하마스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 일이며, 지난 50년 동안 이스라엘과 평화를 맺은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마스는 매우 다른 적수라는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1973년, 이집트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Anwar Sadat는 (궁극적으로는) 이스라엘과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파괴하기 위해?또는 최선을 다해 이스라엘을 약화시키고 무너뜨리려고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평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죠.


1973년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무적이라고, 또한 자신들이 중동의 초강대국이기 때문에 이집트와 시리아 문제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오만을 부렸다가 고전을 했습니다 똑같은 오만이 최근 몇 년 동안 다시 나타났죠.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의 상황이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다고 이스라엘에 말했음에도 불구하고요. 이스라엘은 모든 게 통제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973년과 마찬가지로 그 모든 전제가 무너졌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1922년 창간된 격월간 국제정치 전문지. 미국의 국제정치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에서 발행하는데 국제정치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거진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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