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잊어라—문화의 로컬화가 시작됐다

글로벌화와 기술 발전이 미국 중심의 문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세계 곳곳에서 자국 콘텐츠의 선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이코노미스트의 6월 11일자 '브리핑' 기사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현상을 지적합니다.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IT기술의 발달과 함께 미국 등의 보편적 대중문화 소비가 줄고 각 문화의 너무나도 '로컬'한 콘텐츠가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SNS상에는 헐리우드가 생산하고 있는 수준의 어느 누구라도 좋아할만한 '얄팍한(thin)' 콘텐츠가 널려있습니다. 이런 콘텐츠가 너무 흔하다보니 이제는 이런 콘텐츠를 생산해서는 큰 수익을 거둘 수 없습니다. 헐리우드가 큰 돈을 들여 만드는 대작들이 '보편성'은 강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럴 바엔 비록 소수라도 열성적인 팬들이 작은 돈을 들여 만든 콘텐츠를 사주는 것이 수익면에서 좋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제는 너무 거창한 내용은 아니라도 좀 더 로컬하고 그래서 좀 더 '두터운(thick)' 콘텐츠를 만들어 소비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글로벌 차원에서도 소비된다는 것입니다. 한때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로컬한 것이 글로벌한 것'이라는 슬로건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바야흐로 그런 시대가 예상도 못한 방식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젠 거창한 이야기 대신 테마는 좁지만 남들이 못하는 나만의 또는 우리만의 '오센틱'(authentic)한 것들이 어필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오센틱'의 어원은 저자(author)와 연결됩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가져온 것이 아닌 내가 직접 보고 직접 생각해낸 것만이 어필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AI의 발달과 함께 이런 '두텁고' '오센틱'한 것을 찾는 흐름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텐트를 챙기고 장화를 닦으며 궐련을 마는 등, 덴마크 동부에서는 6월 27일에 시작되는 쾌락주의적인 음악·문화 축제 로스킬레Roskilde 페스티벌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라인업은 어느 때보다 다국적이다. 더 큐어(영국), 애디슨 레이(미국), 블랙핑크의 제니(한국)를 비롯해 호주의 포크 비치 트리오Folk Bitch Trio부터 탄자니아의 필리 필리 걸스Pili Pili Girls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페스티벌 참가자들의 개인 플레이리스트를 엿들어 보면 더 로컬한 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 2025년 덴마크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곡 10곡 중 9곡은 덴마크 가수들이 덴마크어로 열창한 노래였다. 최고의 히트곡은 덴마크 가수 오마르Omar와 뭄레Mumle의 '헬레 베옌Hele Vejen'('끝까지')이었다.


글로벌 스타의 시대에, 국민 상당수가 영어에 능통한 600만 덴마크인들이 주로 자국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놀랍게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꽤 최근까지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2019년 덴마크 인기곡 20곡 중 덴마크어 노래는 5곡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그 수치가 18곡으로 늘어났다.


이와 유사한 추세가 다른 국가들과 음악 외의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음악 차트는 점점 더 현지 음악이 장악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TV 스트리밍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현지 제작물 편성을 늘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프로그램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는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은 주로 현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비디오 게임 역시 확장되면서 점점 더 각 현지 문화에 맞춰 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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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듣고 보고 즐기는, 획일적이고 글로벌한 단일 문화로 세계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로컬의 부흥은 다소 놀라운 일이다. 글로벌 시청자들은 여전히 수십억 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남자 축구 월드컵과 같은 몇몇 스타와 행사들에 매료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례들은 예외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새로운 시장에 침투함에 따라 로컬 문화는 눈에 띄게 강한 저항력을 증명하고 있다. 전 세계 대중문화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은 약해지고 있다. 그리고 일부 경우에서는 신기술이 엔터테인먼트의 세계화를 예상 바깥으로 역행시키고 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스포티파이는 인터넷이 연결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사실상 모든 음악을 제공한다. 사용자들이 한계 비용 없이 어떤 음악이든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최고 스타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글로벌 디지털 유통은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가수들의 명성을 급격히 높였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먹이사슬 하위권에 있는 이들에 비해 로열티 수익이 더 빠르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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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트리밍은 덜 두드러지는 또 다른 효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유통이 더 많은 국가의 더 많은 가정으로 확산되면서 최고의 스타들은 과거보다 더 다양해졌다. 작년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상위 50곡에는 16개 언어로 된 노래가 포함되었으며 이는 202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덴마크인들만이 자신들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것은 아니다. 2023년 윌 페이지Will Page와 크리스 달라 리바Chris Dalla Riva는 런던정경대(LSE) 논문에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를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 지난 10년 동안 상위 10위 차트에서 자국 음악의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언급했다. 그 이후로 이러한 현상은 더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파이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윌 페이지는 작년 스웨덴 상위 20곡의 스트리밍 중 55%가 스웨덴어 노래였으며, 이는 2019년의 29%에서 상승한 수치라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의 수치는 13%에서 38%로 상승했다.


라틴아메리카도 같은 길을 걸어왔고 그 중에서도 브라질은 놀라울 정도다. 6월 첫째 주 유튜브 뮤직에서 해당 국가의 상위 100명 아티스트 중 96명이 브라질인이었다(외국인으로는 저스틴 비버와 마이클 잭슨이 포함되었다). 음반 산업을 대변하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작년 태국의 상위 10곡은 확고하게 자국 노래였으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각각 차트에 자국 노래 8곡을 올렸다. 나이지리아의 상위 10곡은 모두 자국 노래였고,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상위 10곡 중 9곡이 자국 노래였다.


전문 서비스 기업 EY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힌디어가 음악 스트리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청취자들이 말라얄람어, 오디아어 같은 언어로 된 더욱 로컬한 트랙들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화 추세의 예외로는 소규모 국가들과 더 큰 국가와 언어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있다. 아일랜드와 호주의 차트는 다른 영어권 국가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포르투갈 차트는 브라질 음악이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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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공급 측면에서 디지털 기술은 음악을 녹음하고 유통하는 데 음반사와의 계약이 필수적이었던 시대에 존재했던 진입 장벽을 무너뜨렸다. CD 시대에는 규모의 경제가 지배했다. 규모가 꽤 큰 미국 가수를 글로벌 스타로 만드는 것이 덴마크 힙합과 같은 국내 틈새시장을 개발하는 것보다 재정적으로 더 합리적이었다. 스트리밍은 이제 그러한 틈새시장을 보다 수익성 있게 만든다.


이와 동시에 음악 산업의 경제는 로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한때 CD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라이브 공연은 이제 주요 수익원이 되었고 전 세계보다는 지역 내에서 투어를 도는 것이 더 저렴하다. 아티스트들은 굿즈에 돈을 펑펑 쓰며 소셜미디어에서 소규모 프로모터 역할을 하는 '슈퍼팬'을 양성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러한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전 세계의 600만 명에게 드문드문 인기를 얻는 것보다 덴마크인 600만 명에게 집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이 더 나음을 의미한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사람들의 청취는 TV나 라디오의 유행 선도자들보다 점점 더 알고리즘의 안내를 받고 있다. 알고리즘은 스위프트와 같은 최정상 아티스트들에게 수십억 건의 스트리밍을 집중시키지만 동시에 사람들을 더 깊은 틈새시장으로 이끌기도 한다. TV와 라디오 프로듀서들은 때때로 청취자들의 취향이 실제보다 더 글로벌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독일 노래는 자국의 상위 100위 라디오 재생 곡 중 4곡에 불과했지만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곡 100곡 중에서는 44곡을 차지했다고 윌 페이지는 지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규제가 있는 시장에서의 개입이 실패했던 것을 이러한 비규제 시장이 이뤄냈어요." 그는 말했다. "자국 콘텐츠가 자국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죠."


글로벌 기업들도 적응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소니뮤직은 그리스, 체코, 두바이에 지사를 열었고 독일, 덴마크, 프랑스에서는 로컬 중심의 레이블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유니버설은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 컬렉션을 갖고 있는 알에스그룹RS Group 등에 투자했다. 워너뮤직은 멕시코와 같은 국가에서 인재 발굴 스카우터들을 더 많이 고용했다. 루벤 아브라함 워너뮤직 멕시코 지사장은 수출 목적으로 멕시코 음악을 '억지 현지화'하지 않겠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기반이 진정 로컬해야 음악은 지역을 뛰어 넘어 멀리까지 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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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업계 경영진들도 비슷한 결론을 도출해왔다. 글로벌 확장의 초기 단계에서, 넷플릭스는 짧은 시기동안 보편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시도했었다. '마르코 폴로'(2014)는 베네치아 출신의 탐험가 마르코 폴로의 아시아 모험을 극화했다. '센스8'(2015)은 전 세계(혹은 적어도 주요 스트리밍 시장)에서 온 정신적으로 연결된 낯선 사람 8명을 추적했다. 그러한 콘텐츠들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우리가 깨달은 것은, 어쩌면 진정한 글로벌 프로그램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래리 탄즈 넷플릭스 유럽·중동·아프리카 콘텐츠 책임자는 말했다. 넷플릭스는 "우리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을 만들려고 하면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대신에 넷플릭스는 로컬 관객을 겨냥한 극도로 로컬한 이야기들을 밀어붙였다. 17세기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몬티 파이튼Monty Python 스타일의 코미디 '1670'은 로스앤젤레스의 임원들을 당황하게 했을지도 모르지만 넷플릭스의 현지 편성팀은 이를 이해했고 이는 폴란드에서 히트작이 되었다. '트롤'은 산속 괴물들에 대한 아주 노르웨이다운 이야기다. 넷플릭스 시리즈들은 유럽과 아프리카에 10여 개의 지사를 둔 현지 임원들의 도움과 현지 테스트를 통해 진정성을 유지한다. 프로그램들은 캘리포니아 극장의 테스트 관객들보다 해당 국가의 넷플릭스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범을 보인다.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도 거의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다. 아마존은 라틴아메리카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워너브라더스는 올해 이탈리아, 독일, 튀르키예에서의 스트리밍 출시에 앞서 로컬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리서치 회사 암페어애널리시스에 따르면 6년 전에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편성한 프로그램의 70%가 북미산이었던 반면, 올해 1분기에는 36%에 불과했다. 암페어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넷플릭스는 처음으로 영어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외국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해외 시장으로 더 깊숙이 진출함에 따라 로컬 프로그램은 이들이 미국 콘텐츠에 만족했을 엘리트층을 넘어서서 구독자들에게 도달하도록 돕는다. 또한 로컬 프로그램들은 제작비가 더 저렴하다. 보도된 예산이 630만 달러(94억5000만 원)에 달하는 '트롤'은 노르웨이 기준으로는 호화로운 수준이었지만 미국 기준으로는 저렴한 편이었다. 넷플릭스의 탄즈 콘텐츠 책임자는 대부분의 작품이 해당 지역 시장을 벗어나 멀리까지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재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음악 사업과 마찬가지로, 임원들은 글로벌 히트를 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무언가 진정성 있게 로컬한 것을 만드는 데 있다고 결론지었다.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의 영국적 어두움은 전 세계적인 흥행을 방해하기는 커녕 바로 그 흥행의 원인이 되었다고 탄즈 콘텐츠 책임자는 주장한다. 그는 자국에서 먼저 엄청난 인기를 얻지 않고서는 결코 글로벌 히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넷플릭스의 데이터가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미지근한 불꽃이 아니라 타오르는 뜨거운 핵이 필요해요." 프로그램들도 뮤지션들처럼 슈퍼팬을 필요로 한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미국 엔터테인먼트를 덜 소비하고 있다. 소비, 검색 및 소셜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수요를 측정하는 패럿애널리틱스의 집계에 따르면, TV 프로그램에 대한 글로벌 수요 중 미국 프로그램의 비중은 2022년 51%에서 작년 42%로 하락했다. 스트리밍 업체들로부터 편성을 끌어낼 만큼 충분히 큰 국가들에서는 로컬 콘텐츠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기업 디지털아이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에서 로컬 콘텐츠의 시청 점유율이 스페인에서는 2021년 28%에서 2025년 39%로, 영국에서는 14%에서 20%로 상승했음을 발견했다. 이들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일본과 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 10편 중 9편이 현지 제작물이었다.


음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더 큰 이웃 국가와 언어를 공유하는 국가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디지털아이의 추정에 따르면 호주인들의 넷플릭스 시청에서 지역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4% 미만이며 캐나다의 비중도 마찬가지로 낮다. 호주는 작년에 스트리밍 업체들이 로컬 콘텐츠에 최소한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새로운 요건을 발표했으며, 유럽연합(EU)에도 유사한 규정이 있다.


TV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노래를 녹음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로컬화 추세는 음악 산업만큼 보편적이지 않다. 넷플릭스는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자랑하지만 여전히 약 150개 국가가 더 남아 있다. 패럿의 크리스토퍼 해밀턴은 2022년과 2025년 사이에 89%의 국가에서 미국 외 외국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 비중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 대한 콘텐츠 공급자로서 미국의 지배적인 역할은 약해지고 있어요." 해밀턴은 말한다.


상황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파악하려면 소셜네트워크의 사용자 생성 동영상을 보라.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이미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방대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 패턴은 집요할 정도로 지역적이다. 일리노이대학교의 알렉산드르 곤칼베스Alexandre Goncalves와 이만 마가렛 응Yee Man Margaret Ng은 2022년과 2025년 사이에 104개국의 유튜브 '인기 급상승' 목록을 분석했다. 목록에 있는 72만6627개의 동영상 중 4분의3은 오직 한 국가에서만 '인기 급상승' 목록에 올랐다. 진정으로 글로벌 인기를 끄는 것은 거의 없었다. 단 세 개의 동영상(애플 제품 출시 영상, 유명 유튜버 미스터비스트MrBeast의 콘테스트, 블랙핑크 뮤직비디오)만이 모든 곳에서 인기를 끌었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영상 소비도 국가 내 행정구역 수준까지 지역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Y의 아시쉬 페르와니는 유튜브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의 약 95%가 인도 언어로 되어 있는 인도에서, 국내 생산 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힌디어가 아닌 다른 언어들로 제작된다고 보고한다.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갈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대중매체 중 가장 역사가 짧은 비디오 게임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게임은 값비싼 하드웨어로 게임을 즐기는 소수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상자에 담겨 판매되었다. 이제 게임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대중 게이머들에게 (주로 무료로) 디지털로 배포된다. 3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며 이는 불과 10여 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게이머가 늘어나고 배포 비용이 저렴해짐에 따라 훨씬 더 많은 타이틀이 출시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부문인 엑스박스의 최고 전략 책임자로 최근 임명된 매튜 볼은 2025년까지 6년 동안 연간 PC 게임 출시 건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게임에 소비되는 시간의 증가는 주로 롱테일1 소규모 게임들로 향하고 있다. 분석 회사인 뉴주의 계산에 따르면 2022년과 2025년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20개의 PC 게임에 소비된 시간은 1% 감소한 반면, 상위 20위 밖의 게임에 소비된 시간은 44% 증가했다.


이러한 롱테일 현상에도 불구하고 PC와 콘솔에서의 게임은 국가마다 꽤 비슷한 양상을 유지하고 있다.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같은 타이틀은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상위 10위 안에 든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모바일에서는 지역적 취향이 더 분명해진다. 앱 사용량을 추적하는 센서타워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한국 등 5대 대형 게임 시장에서 작년 모든 국가의 상위 10위권(월간 사용자 기준)에 모두 포함된 게임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들 국가의 상위 10위 목록들에는 34개의 서로 다른 타이틀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부 국가에는 매우 문화 특화적인 게임들이 있었다. 인도의 상위 10위 안에는 인도에서 인기 있는 테이블 게임 까롬carrom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 포함되어 있었다.


국가별 타이틀들은 국가별 맞춤 추천을 제공하는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에 의해 도움을 받고 있다고 뉴주의 마누 로지에는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흥시장에서 PC와 콘솔 이용자가 로컬 맞춤 타이틀을 내놓을 만큼 많지 않은 반면, 스마트폰의 보편성 덕분에 "지역 우선 설계가 보상받는다"고 로지에는 덧붙인다.


'프리 파이어Free Fire'의 개발사인 싱가포르 소재의 가레나Garena는 이를 활용해 이익을 얻었다. 이 게임은 3인칭 슈팅 게임으로 '포트나이트'가 선호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플레이된다. 하지만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의 거대한 팬덤 덕분에 작년에 '프리 파이어'는 로블록스를 제외한 어떤 모바일 게임보다도 많은 전 세계 사용자를 보유했다고 센서타워는 전한다.


이 게임은 신흥시장의 고충을 해결하도록 맞춤 제작되었다고 가레나는 말한다. 저장 공간이 적고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저사양 기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멕시코의 한 플레이어가 휴대폰을 식히기 위해 선풍기 옆에서 게임을 해야 했던 상황을 보여주자 업체의 프로그래머들은 관련 조정을 진행했다.) 이들 지역의 많은 게이머들은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가 없기 때문에 가레나는 선불 카드와 통신사 소액 결제 같은 대안들을 도입했다.


가레나는 또한 현지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조정했다. '포트나이트'가 핼러윈, 크리스마스 등 주로 서양 축제 기간에 특별 이벤트를 개최하고 '백 투 더 퓨처'와 같은 영화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반면, '프리 파이어'는 세계 다른 지역들을 겨냥한 비슷한 행사들을 조직한다. 작년에 이 게임은 발리우드 고전 영화 '숄레이Sholay'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화 속 아이템들을 게임에 도입했다. 또한 리우 카니발, 디왈리Diwali, 라마단(플레이어들이 게임 내 챌린지를 완료하여 자선을 베풀 수 있음) 즈음에 이벤트들을 개최한다. 현지 직원들은 현지의 유행을 포착한다. 작년에 인도네시아 경주용 보트 앞에서 춤을 추는 소년의 동영상이 틱톡에서 바이럴 탔을 때, '프리 파이어'는 플레이어들에게 게임 내에서 그 춤을 출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미국 게임 제작자들이 문화적으로, 상업적으로, 기술적으로 전 세계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의 조건을 무기한 설정할 것이라는 가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유스트 반 드뢰넨Joost van Dreunen은 '포트나이트'의 쇠퇴에 관한 최근 에세이에서 이렇게 썼다. "미국 게임 제작자들이 개척한 관객들은 떠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무시했던 경쟁자들이 이제 그들의 점심을 빼앗아 먹고 있다."


점심을 빼앗는 자들 중 선두는 중국이다. 중국 게임 제작사들은 지난 6년 동안 중국 이외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10.7%에서 14%로 늘렸다. 센서타워의 샘 오네는 "중국 퍼블리셔들이 모바일 게임 세계를 폭풍처럼 휩쓸었다"며 인앱 수익 기준으로 전 세계 상위 3개 기업 중 두 곳이 중국 기업이라고 집계한다. 오네는 가장 큰 10개 시장에서 올해 지금까지 최고 수익을 올린 모바일 게임을 집계했다. 전략 게임인 '킹샷Kingshot'과 퍼즐 게임인 '가십 하버Gossip Harbor'라는 중국산 두 타이틀이 8개국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게임 시장에서 중국의 위력이 중국 문화의 대대적인 전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 중국 퍼블리셔들은 자국 내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들을 만들어야만 했다. 중국의 상위 10개 게임 중 9개는 다른 대규모 시장의 상위 10위 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오네는 말한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사실상 모든 수익을 자국에서 창출한다. 많은 해외 히트작들은 대상 시장의 문화를 느슨하게 채택했다. '킹샷'은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것처럼 보이는 반면 '가십 하버'의 캐릭터와 배경은 미국을 연상시킨다.


음악, 비디오, 그리고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걸쳐 글로벌 테크 플랫폼들은 전 세계에 엔터테인먼트를 배포하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플랫폼들이 창출하는 데 일조한 어마어마한 양의 콘텐츠는 글로벌 관객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로컬적인 취향을 내세울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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