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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는 우리의 귀를 독점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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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사진=로이터=뉴스1

2023.08.11 11:45

London Review of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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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는 넷플릭스와 함께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을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보여주는 기업이기도 하죠. 시가총액 35조원의 기업(카카오나 기아자동차보다 큽니다)이지만 지금까지 수익을 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기만 한다면 당장은 손실이 많이 나더라도 나중에는 폭발적인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기대고 있는 겁니다.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플랫폼' 기업들이 지향하는 방향이죠. 문제는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은 스트리밍에서 손실을 입더라도 다른 부대사업으로 만회할 수 있지만 스포티파이는 그럴 수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처음부터 너무 저렴한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시하면서 음악계는 이미 회복이 어려운 피해를 입었습니다. 곧 'AI 음악'이 등장하면 산업 자체가 초토화될 수도 있습니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의 2023년 5월 4일자 서평은 스포티파이에 관한 여러 권의 서적을 다루면서 스포티파이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그 한계까지 아우르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음악을 '소유'하던 시대에서 '구독'하는 시대로 전환시키려 한 스포티파이의 실험은 어떻게 될까요?


2000년대 초, 냅스터1가 기존의 음악 판매 모델을 부숴버린 이후 한 가지 아이디어가 급부상했다. 너무 많은 이가 되풀이하는 통에 일종의 클리셰가 되어버린 이 아이디어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음악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하는 것보다 합법적으로 듣는 게 훨씬 쉬워야 사람들이 불법복제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현실화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기업이 바로 스포티파이(Spotify)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이용자가 5억 명이 넘고, 월 정기 구독자도 2억 명 이상 보유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유럽에서 음악 불법복제가 가장 만연했던 나라인 스웨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 납득할 만한 일이다. 추정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당시 스웨덴 인구 900만 명 중 불법복제 파일을 공유한 사람이 120만 명에 달했다. 파일 공유 서비스 중 카자(Kazaa), 뮤토렌트(μTorrent), 파이러트베이(Pirate Bay) 역시 스웨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적어도 일부 관계자들은 정보가 자유롭게 전송돼야 한다는 이념에 따라 불법복제를 했다. 2003년에 파이러트베이를 설립한 주체는 저작권법에 반대하는 스웨덴 단체 '해적부'(Piratbyrån)였다. 3년 후인 2006년에는 스웨덴 해적당(Piratpartiet)이 '커뮤니케이션, 문화, 지식에의 자유로운 접근'을 강령으로 내세우며 창당했고,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스웨덴 유권자 중 7%가 해적당에 투표했다.


다니엘 에크와 마르틴 로렌손은 스포티파이를 설립하던 2006년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두 사람 모두 음악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다. 당시 23세였던 에크는 스톡홀름 근교 록스베드(Rågsved) 출신 프로그래머였고, 이미 '애드버티고'라는 온라인 광고 회사를 설립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이 회사를 로렌손이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디지털 마케팅 기업인 '트레이드더블러'에 팔았다. 두 사람의 광고 업계 경력은 스포티파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스포티파이를 사용한다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광고 수익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불법 다운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첫 번째 수단이었고, 불법복제를 용이하게 만든 기술을 빌려오는 것이 두 번째 수단이었다. 에크와 로렌손은 스포티파이 설립 후 몇 달 만에 뮤토렌트를 인수하고, 동시에 뮤토렌트의 설립자인 루드비그 스트리게우스를 선임 개발자로 영입했다. 냅스터를 위시한 파일 공유 네트워크 1세대는 P2P2 기술을 이용하여 음원 파일을 다운로드하려는 사람의 컴퓨터와 이미 그 파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컴퓨터를 연결해주었다. 반대로 토렌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이용자의 컴퓨터가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수의 컴퓨터로부터 음원 파일의 조각들을 모아 한꺼번에 다운로드한다. 이 과정은 단일 소스에서 음원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과정보다 안정적이고, 고속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의 숫자가 충분한 상황에서 서로 조각을 공유한다면 다운로드 속도도 더 빠르다.


에크는 속도를 중시했다. 그는 음악을 즉시 재생하거나 즉각적이라고 느낄 정도의 속도를 원했다. 다시 말해 285밀리초(ms) 안에 음악이 시작해야 했다. (에크와 일했던 한 엔지니어가 읽었다는 연구에서는 지연 시간이 이보다 길면 사람이 인지할 수 있다고 했다.) 스포티파이가 이를 가능케한 방법 하나는 이용자가 처음으로 음악을 재생할 때 음원 파일의 일부를 이용자의 컴퓨터로 다운로드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같은 곡을 들으려는 다른 이용자가 토렌트 방식으로 곡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토렌트에서는 노래 한 곡의 다운로드가 전부 완료되기 전에 재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파일이 분할되었다. 불법 파일 공유와 스포티파이의 공통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하는 음악의 라이선스를 확보하기도 전에 수천 명의 이용자를 초대하여 이용권을 제공했다. 초기에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었던 곡들은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이중 다수는 불법으로 얻은 것이었다. 스포티파이를 익살스럽게 비판한 연구서 '스포티파이 뜯어보기: 음악 스트리밍의 블랙박스 속으로'(Spotify Teardown: Inside the Black Box of Streaming Music)의 공저자들이 지적한 대로, 스포티파이는 "사실상 불법복제 서비스로 시작했다." 스포티파이가 문을 열고 3년이 지나서야 마지막으로 남은 불법복제 음악이 삭제되었고, 이로부터 5년 뒤에는 스포티파이가 토렌트 방식을 버리고 모든 음악을 중앙 서버에서 호스팅하기 시작했다.


스포티파이는 2008년 10월 스웨덴에서 공식 출시되었고 2009년 2월에 영국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는 영국 출시 몇 주 후에 앱을 설치했다. 월 9.99파운드에 광고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또는 30분마다 광고를 재생하는 무료 계정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당시 대학 2학년생이었던 나는 주위 사람 모두가 그랬듯 무료 버전을 선택했다. 음반회사(레이블)들은 무료 서비스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무료 계정으로 음악을 들었을 때 저작권료가 적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음반회사들은 불법 파일 공유가 그러했듯 스포티파이가 사람들로 하여금 음악에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게 만들까 우려했다. 그 형태가 스트리밍인지, 다운로드인지, CD 구입인지는 무관했다. 냅스터가 출시된 1999년에 240억 달러로 고점을 찍었던 전 세계 음악 시장 매출은 2009년에 160억 달러로 떨어졌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2014년에는 매출이 14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음악 업계는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때부터 상황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2021년 매출은 259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실질적으로는 1999년 매출의 60%에 불과했으나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최고였다). 이중 3분의 2는 스트리밍을 통한 매출이었다. 이렇게 높은 매출이 전부 스포티파이 덕분은 아니었다. 스포티파이는 중국에 진출한 적이 없고, 중국에서는 텐센트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큐큐 뮤직(QQ音乐), 쿠거우(酷狗音乐), 쿠워(酷我音乐)가 이용자를 5억 명 이상 보유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2017년부터 텐센트 뮤직의 지분 9%를, 텐센트는 스포티파이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도 상황이 낙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하자 언론에서는 스트리밍, 특히 스포티파이가 음악 업계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음악 업계에 대한 각자의 생각에 따라 이러한 의견에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스트리밍으로 소비되는 음악의 3분의 2는 유니버설, 소니, 워너라는 이른바 '빅3' 음반회사에 의해 좌우된다. 이들 세 기업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큰 매출을 올렸다. 한 예로 유니버설 뮤직의 2021년 매출은 48억 달러였다. 반면에 '스포티파이 뜯어보기'의 저자들이 지적한 대로, 빅3 음반회사가 계속 제공하는 음악에 기댈 수밖에 없는 스포티파이는 '존재 자체가 의존적'이다. 이러한 관계 때문에 빅3 기업은 자기들이 내세운 조건을 스포티파이가 받아들이도록 강제할 수 있었다. 이들은 스포티파이와의 초기 협상에서 지분을 얻어냈으며, 그 지분은 스포티파이 전체 지분의 약 20%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소 레이블과 유통사는 자사나 소속 뮤지션을 위해 많은 요구를 할 수 없는 처지이다. '스포티파이는 아티스트에게 얼마나 비용을 지불하는가?' 스포티파이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이상할 정도로 어렵다. 스벤 칼손과 요나스 레이욘휘부드가 스포티파이의 성공을 다룬 '스포티파이 플레이'에 따르면, 스포티파이가 음반회사과 초기에 거래한 방식이 "너무 복잡"해서 스트리밍 1회당 아티스트가 올린 수익을 '적정 수치'로 밝히기가 불가능하다.


수치를 밝히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저작권료를 아티스트의 음악 재생 횟수로만 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아티스트의 곡과 비교하여 얼마나 많이 재생되었는지가 중요하다. 스포티파이는 매월 지불할 저작권료 전체 금액을 정하고, 이 금액 내에서 각 아티스트의 몫은 스트리밍 점유율에 따라 산출한다. 금액은 변동될 수 있지만 스트리밍 1회당 평균적으로 약 0.003파운드(5원)가 지급된다. 그런데 이 금액이 아티스트에게 바로 가지 않는다. 금액의 대부분은 곡을 녹음한 마스터권3 보유자에게 전달되고, 곡 자체의 권리를 보유한 작곡가와 작사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더 적다. 마스터권은 보통 아티스트가 소속된 레이블이 가지고, 여기서 다시 지분을 나눈다. 빅 3 레이블은 음원 권리사에 지급되는 저작권료의 70~80%를 가져간다. 권리가 아티스트에게 적게 배정되면 레이블은 더 많이 가져간다. 독립 음반사(인디 레이블)의 일반적인 지분은 50%이다. 곡의 권리에 대한 저작권료는 더 표준화되어 있다. 음악 출판사가 총액의 3분의 1 정도를, 작곡가가 나머지를 가져간다. (가장 큰 음악 출판사는 빅 3 레이블의 자회사인 유니버설 뮤직 퍼블리싱 그룹, 소니 뮤직 퍼블리싱, 워너 채플 뮤직이다.) 종합하면 곡을 직접 쓰는 대형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가 자신의 곡이 1회 재생될 때마다 실질적으로 받는 금액은 0.001파운드(1.6원)에 불과하다. 한 곡의 저작권료로 1파운드를 벌려면 그 곡이 1천 회 재생되어야 한다.


이 재생 횟수 요구치가 늘어날 수도 있다.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두 곡, 위켄드(The Weeknd)의 'Blinding Lights'와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는 각각 34억 회 이상 재생되었다. 에드 시런의 다른 곡 중 열 곡도 각각 10억 회 재생을 돌파했다. 에드 시런이 작년까지 스포티파이에서 거둔 총 수익은 8,0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한다. 한때 스포티파이에 가장 비판적인 뮤지션으로 유명했던 테일러 스위프트도 스포티파이와 화해했다. 스위프트는 2014년에 '가치 있는 상품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음악을 내렸다가 2017년에 마음을 돌렸다. 작년까지 스포티파이는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저작권료로 약 7,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뮤지션에게 스포티파이의 저작권료 수표는 수표가 인쇄된 종이의 가격와 비슷한 가치를 지닌다. 뉴욕 출신의 실험적인 밴드 '75달러빌(75 Dollar Bill)'의 기타리스트 체 첸(Che Chen)은 온라인 음악 매거진 피치포크(Pitchfork)와 인터뷰에서 곡 하나로 얻은 한 달 저작권료가 20센트(26원)였다고 말했다. "스트리밍으로 1년에 100달러나 벌까 모르겠네요." 반대로 밴드캠프(Bandcamp)에 라이브 앨범을 올리자 단 이틀만에 4200달러(550만원)를 벌어들였다. 밴드캠프는 스포티파이와 반대 성향인 플랫폼으로, 아티스트와 레이블이 음악을 업로드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곳이다.


물론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는 항상 음악으로 다른 누구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래도 LP와 CD의 시대에는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팝 스타와 다른 경제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했다. 팝 음악을 듣는 사람이 더 많아도 상관없었다. 이런 밴드에게는 열정적인 팬이 있었고, 이들은 일반적인 음악 소비자보다 더 많은 돈을 앨범을 사는데 쓰는 사람들이었다. 스포티파이 결제 모델의 새로운 점은 음악 업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어 75달러빌 같은 아티스트가 에드 시런과 직접 경쟁하게 만든 것이다. 인기 아티스트의 곡 스트리밍이 늘어날수록 다른 아티스트의 수입이 줄어든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음악을 스포티파이에서 내리는 것이 의미 없다고 판단했지만 다른 아티스트에게는 스포티파이에 음악을 올리는 것이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 최근 75달러빌을 검색해 보니 스포티파이에서 밴드의 모든 앨범이 삭제되어 있었다. 영국의 클래식 레이블 '하이페리온'은 애초부터 자신들의 음악을 스포티파이에 올리지 않았다. 하이페리온의 전 디렉터 사이먼 페리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스포티파이 모델은 클래식 음악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청취자 비율로 볼 때, 레이블이 연주자와 녹음에 투자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트래픽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앨범 판매량에 따라 아티스트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에서 스트리밍 횟수당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는 대중이 즐기는 음악 제작에 더 공정한 보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 시스템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라디오 방송국은 항상 곡의 방송횟수를 기준으로 아티스트에게 대금을 지급했다. 다만 예전에는 이 금액이 CD와 LP 판매로 얻는 수입에 비해 보잘것없었다.) 그렇지만 앨범이나 곡 재생 횟수가 인기를 가늠하는 유일한 척도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 꼭 가장 많이 재생하는 곡은 아니다. 어떤 곡은 배경음악으로 듣기에는 너무 난해하거나 강렬하고, 어떤 곡은 정말 소중해서 신중하게 소비하기도 한다. 자주 듣지 않는다고 해서 그 곡의 가치가 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 횟수와 선호도를 동일시한다. 마치 열정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는 듯이, 이용자가 한 아티스트의 곡을 많이 재생한 상위 1% 리스너가 되면 이를 이용자에게 알려준다.


한 곡이 스트리밍된 것으로 집계되어 아티스트가 저작권료를 받을 기준을 충족하려면 곡이 최소 30초간 재생되어야 한다. 곡이 처음 30초 동안 이용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아티스트가 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일부 아티스트는 이런 체계에 맞추어 음악 제작 방식을 바꿔 왔다. 2010년만 해도 미국에서 첫 15초 내에 코러스가 시작되는 차트 1위곡의 비율은 20% 미만이었지만 2018년에는 이 비중이 약 40%까지 늘어났다. 한편으로 히트곡의 길이도 짧아졌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한 노래 한 곡의 평균 길이는 3분 50초에서 3분 30초로 줄어들었다. (노래의 한 부분만 재생되는 틱톡(Tiktok)의 인기 상승으로 이러한 추세가 심화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곡 길이와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을 받기 때문에 리스너가 더 많은 노래를 듣기를 바라면서 곡을 짧게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다. 팝송 길이는 짧아졌지만 앨범 재생 시간은 길어졌다. 2013~2018년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한 앨범의 평균 재생 시간은 60분으로, 이전보다 10분 가까이 늘어났다. (30초 법칙을 활용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었다. 2014년, 미국 밴드 불프팩(Vulfpeck)은 투어 자금을 벌기 위해 'Sleepify'라는 앨범을 발매했는데, 이 앨범은 31초나 32초 길이의 무음곡(無音曲) 열 곡으로 구성되었다. 스포티파이가 앨범을 내릴 때까지 볼프팩은 2만달러(2600만원) 가까이를 벌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스포티파이와 맞서기로 한 아티스트도 있다. 2020년, 음악가와 음악산업종사자연합(UMAW)은 스트리밍 경제 시스템의 불평등을 일종의 직장 내 분쟁 관점에서 접근하는 '스포티파이에 정의를'(Justice at Spotify) 캠페인을 시작했다. 2만800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서명한 이들의 요구 사항에는 전체 스트리밍 내 아티스트 점유율을 기준으로 한 저작권료 지급 제도 폐지, 스트리밍 1회당 1센트 이상의 저작권료 책정이 포함되어 있다. 역설적이게도 스포티파이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이들은 대형 아티스트들이었다. 자신들이 가장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국의 프로 뮤지션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82%가 스트리밍으로 1년에 200파운드(34만원)도 벌지 못한다고 하며, 1000파운드(170만원) 넘게 번 아티스트는 7%에 불과했다. 2021년 영국 하원의 디지털, 문화, 미디어, 스포츠 특별 위원회가 발행한 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음악 애호가들'은 스트리밍으로 '가성비 좋은 소비'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들이 좋아하는 음악 중 일부가 10년 후에는 만들어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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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에크가 원래 상상했던 스포티파이는 '레코드 가게의 미래'였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어떤 음악을 듣고 싶은지 알고 있고, 스포티파이의 역할은 그 곡을 찾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포티파이 뜯어보기'의 저자들이 지적하듯, 2010년대 초 애플과 아마존이 대규모 라이브러리를 갖춘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자 스포티파이는 "스스로를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스포티파이는 '단순한 음악 유통사'가 아니라 음악 추천이라는 '독자적 서비스 제공자'가 되었다. 에크는 '대부분의 이용자가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들을 음악을 찾도록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라고 믿었다. 너무 많은 곡이 쏟아져 나와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는 매년 5000장의 앨범이 발매되었는데, 2013년에는 13만 장 가까이 발매되었다. 현재는 앨범 300만 장 분량의 곡이 매년 스포티파이에 추가된다. (스포티파이에 등록된 음악은 1억 곡이 넘지만 한 번도 재생되지 않은 곡도 수백만에 이른다. '포가티파이'(Forgotify)라는 웹사이트에서 이런 곡을 무작위로 스트리밍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10년 동안 리스너가 듣고 싶은 음악을 결정하도록 돕는 다양한 수단을 개발했다. 앱을 실행하면 이용자가 과거에 감상한 음악에 근거하여 첫 화면에서 아티스트, 앨범, 플레이리스트(재생목록) 등을 추천한다. 플레이리스트 중 다수는 스포티파이 직원이 취합한 노래 모음이다. 이 플레이리스트가 엄청난 인기를 얻기도 한다. 그 중 하나인 '랩캐비어'(RapCaviar)는 팔로워가 1500만 명에 달하고, 어떤 랩 음악이 히트할지 결정하는 데 라디오 방송국이나 TV 채널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리스너를 위한' 알고리즘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각 이용자가 청취 이력에 따라 개인의 취향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받을 수 있다. 스포티파이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디스커버 위클리'(Discover Weekly)는 이용자가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30곡을 선별한다. 달리기를 할 때 듣는 '러닝 믹스'(Runnig Mix)나 슬플 때 듣는 '그리프 믹스'(Grief Mix)처럼 특정한 기분이나 활동에 맞춘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내 그리프 믹스에는 놀라울 정도로 랩 음악이 많다.)


스포티파이는 이 기능을 도입하면서 그 역할을 '엄선한 추천곡'을 제공하는 '새로운 베프'에 비유했다. 이는 스포티파이가 에이전시 역할을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용자는 추천을 받고, 행동은 이용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스포티파이의 자동재생 기능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앨범이나 곡 모음 재생이 끝나면 자동재생이 시작된다. 자동재생되는 곡은 이용자가 직전에 감상한 곡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 (어떤 곡은 다른 곡에 비해 이어서 재생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스포티파이는 '디스커버리 모드'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티스트와 레이블이 저작권료를 낮추는 대신 자동재생 목록에 노래가 나올 확률을 높이는 서비스이다.) 자동재생 기능은 2017년 초부터 기본으로 활성화되어 있다. 이 기능을 비활성화하려면 스포티파이 설정에 들어가서 직접 이 기능을 꺼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노래가 계속 재생된다. 아직 북미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디제이'(DJ)라는 새 기능은 라디오 청취 경험을 흉내 낸 것에 가깝다. 이용자에게 추천한 곡에 대한 음성 코멘터리가 함께 나오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재생하는 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스포티파이 공동 회장인 구스타브 쇠데스트룀의 말로는 추천 기능이 '모든 이용자 스트리밍의 절반 가까이에서 구동'한다. 닉 시버는 '음악 추천의 세계'에서 일하는 데이터 과학자와 제품 관리자들을 민속지학(民俗誌學)적 관점에서 연구한 저서 '취향 계산하기'에서 이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시버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주로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 선임한 민간 기업에서 일하면서 클라이언트가 "'다음 곡은?'이라는 매우 간단한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논할 때는 '알고리즘'을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한 가지 공식으로 각 이용자를 위한 추천곡을 결정한다는 것처럼. 그러나 시버가 조사한 기업 중 윌로우(Willow)에서는 '수십 가지' 알고리즘이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요소를 추적한다(시버는 기업명과 직원 이름을 가명으로 표기했다). 곡의 사운드는 어떤가? 이용자가 음악 감상에 사용하는 기기는 어떤 것인가? 이용자는 과거에 어떤 곡을 들었는가? 이렇게 다양한 정보 조각을 또 다른 알고리즘을 통해 "함께 조직"하는데, 이 알고리즘은 사람마다 새로운 곡을 소개받는 것을 좋아하는지, 이미 아는 곡을 계속 듣기를 선호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모든 추천곡은 일종의 테스트이고, 특정 이용자가 좋아하는 그림을 규명하는 과정이다."


스포티파이 이용자가 좋아하는 곡은 하루 중 시간대와 기분에 따라, 요리나 달리기나 세금 신고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위스퍼(Whisper)의 제품 관리자 톰은 시버에게 이렇게 말했다. "리스너 한 명이 실제로는 리스너 여러 명과 같습니다." 어떤 리스너가 테크노, 재즈, R&B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 세 장르를 모두 섞은 곡을 듣고 싶어한다고 할 수는 없다. 효과적인 음악 추천 시스템은 언제 R&B를 재생하고, 언제 테크노 음악을 재생해야 할지 알고 있다. 알고리즘 또는 알고리즘의 집합은 어떻게 R&B를 다른 음악 장르와 구별하고, R&B 중에서도 한 유형을 다른 유형과 구분할까? 시버에 따르면 "컴퓨터가 사운드만으로 음악 장르를 구별하도록 학습시키기는 정말 어렵다." 크리스천 록(Christian rock)을 예로 들었을 때 가사를 무시하면 크리스천이 아닌 일반 록으로 착각하기 쉽다. 음악 추천 소프트웨어는 소리로 두 장르의 음악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크리스천 록이 특정 리스너를 끌어들인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취향이 비슷한 이용자가 재생한 곡에 기반해서 크리스천 록 팬에게 어울리는 곡을 추천할 수 있다.


위스퍼 같은 기업들은 곡의 사운드와 이 곡을 듣는 리스너를 분석해서 음악을 서로 다른 '클러스터'로 나눈다. 하나의 클러스터는 기존 장르와 자주 중복되지만 때로는 새로운 것, 특정 음악 장르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일정한 특징을 공유하는 아티스트 그룹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새로운 클러스터에 이름을 붙인 이가 스포티파이의 '데이터 연금술사' 글렌 맥도널드이다. 그가 만든 '에브리 노이즈 앳 원스'(Every Noise at Once)라는 웹사이트에는 총 6000개에 달하는 스포티파이의 '장르상 분류'가 차트 하나로 매핑되어 있다. 이 사이트를 스크롤해보면 마치 맥도널드라는 천문학자가 새로운 별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인 은하수를 보는 듯하다. 왼쪽으로 갈수록 밀도 높고 더 분위기 있는 장르(크립틱 블랙 메탈, 에픽 블랙 메탈, 그리스 블랙 메탈), 오른쪽으로 갈수록 날카롭고 활기 넘치는 장르(레이브 펑크, 하드 미니멀 테크노)가 배치되어 있다. 나열된 장르 중 일부는 '수면', '필라테스', '반려동물 진정시키기' 등의 기능으로만 설명한다. 당황스러운 장르도 있다. 스포티파이는 '작은 방', '큰 방', '깊고 큰 방', '방 탈출' 장르를 구별한다. 이 장르에 속한 곡이 어떨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어떤 장르든 이름만 클릭하면 해당 장르의 곡이 재생되기 때문이다.


'에브리 노이즈 앳 원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의 스포티파이 경험이 얼마나 협소한지 알게 된다. 내가 음악을 들으면서 가장 짜릿했던 경험은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사운드의 곡이나 앨범에 푹 빠진 것이다. 사람들은 내게 스포티파이의 추천 목록이 지나치게 정확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스포티파이가 재생하는 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도 확실하게 그들이 좋아할 법한 곡을 재생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스포티파이가 '발견'(Discovery)을 언급할 때마다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윌로우의 수석 과학자 마이크가 말하는 '지속 사용 요소'(hang-around factor)다. 이용자가 한 곡을 스킵하거나 듣기를 완전히 멈추면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리스너를 지루하게 해서는 안 되지만 놀라게 해서도 안 된다.


스포티파이에서 1990년대에 활동한 얼터너티브 록 밴드 페이브먼트(Pavement)를 검색하면 'Harness Your Hopes'라는 노래가 제일 먼저 나온다. 이 곡은 1억 회 가까이 재생되었다. 이는 페이브먼트의 다른 곡의 재생 횟수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수치이다. 'Harness Your Hopes'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노래였다. 심지어 페이브먼트의 리드싱어인 스티븐 말크머스가 몇 년 전 제과점에서 이 노래를 듣고도 자기가 쓴 곡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정도였다. 저널리스트 네이트 로저스가 작성한 흥미로운 기사에 따르면 모든 스포티파이 계정에 자동재생이 활성화된 2017년부터 'Harness Your Hopes'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 곡의 어떤 요소가 스포티파이의 알고리즘으로 하여금 이 곡을 선택하게 만든 것 같다. 미국의 뮤지션 데이먼 크루코스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가 속했던 밴드 '갤럭시 500'(Galaxie 500)의 노래 'Strange'는 1989년 발매 당시 큰 인기가 없었지만, 스포티파이에서는 같은 밴드의 노래 중에서 가장 많이 재생되었다. 크루코스키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Strange'가 갤럭시 500의 다른 곡에 비해 "예측 가능한 구성"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하며 자동재생 기능이 "각 밴드의 곡 중에서 ... 제일 '평범한' 곡을 골라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아닌지 물었다. 그는 스포티파이에서 갤럭시 500의 노래를 재생하는 것이 '다른 아티스트의 노래와 가장 비슷한 갤럭시 500의 노래를 재생'한다는 의미가 될까 우려했다.




지금까지 내가 직접 경험한 자동재생 기능도 감동적이지 않았다. 재생되는 음악이 방금까지 들었던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약간 밋밋하게 들릴 때도 많았다. 마치 내 관심을 끄는 최선의 방식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스포티파이가 판단한 것 같았다. 때로는 이 방식이 리스너가 원하는 것일 때도 있다. 한번은 윌로우에서 고안한 특정 플레이리스트를 이용자들이 "이례적으로 높은 비율로" 꺼버리는 것이 발견되었다. 인스트루멘탈4 플레이리스트에 보컬이 들어간 노래가 하나 들어간 게 원인으로 밝혀졌다. 마이크는 '목소리 때문에 음악이 리스너의 주의를 끌어 의식하게 만들어서 음악을 끄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해당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서 삭제하자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제 그 플레이리스트는 다시 "리스너의 의식 아래로 사라졌다."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스트리밍', '토렌트'라는 용어는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고 만들어진 것 같다. 음악이 수돗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수도꼭지라면 가끔은 이 물이 우리 머리 위에 쏟아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할 때가 있다. 이것이 스포티파이가 원하고, 심지어 기대하는 것이다. 스포티파이 연말결산(Spotify Wrapped)은 연말에 각 이용자를 위해 생성되는 슬라이드 쇼로, 이용자가 재생한 곡들을 시간대별로 구분하여 아침에 재생한 노래, '즐거운 하루를 보낼 때' 또는 '밤 시간'에 재생한 음악 등으로 보여준다. 스포티파이 앱이 변치 않는 동반자 역할을 하면서 매번 달라지는 우리의 기분과 경험에 맞는 음악을 재생한다는 개념이다(음악 감상 자체는 경험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 같다). 구스타브 쇠데스트룀은 이용자가 "아침을 스포티파이로 시작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 번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는 우리의 귀를 독점하려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음악 업계를 벗어나 다른 분야로 진출했다. 2019년부터 팟캐스트 제작사 김릿(Gimlet)과 링거(Ringer)를 인수하고,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나 해리 왕자 부부와 쇼 제작 계약을 체결하고, 세계 최고의 인기 팟캐스트로 꼽히는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Joe Rogan Experience)의 전속 방송권을 2억 달러 넘게 지불하고 사들이는 등 팟캐스트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했다. (조 로건 팟캐스트의 판권 인수는 큰 논란거리였다. 닐 영과 조니 미첼이 코로나19에 대한 로건의 발언에 항의하는 의미로 스포티파이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내렸다.)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시작한 이후 스포티파이는 '음악'(music)보다 '오디오'(audio)라는 말을 더 많이 쓰기 시작했다. 2020년 다니엘 에크는 스포티파이의 "핵심 전략이 배경 음악, 정확히는 오디오를 점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략은 일견 성공한 듯 보인다. 노래가 히트하게 만드는 영향력에서는 틱톡이 스포티파이를 앞질렀지만, 스포티파이는 여전히 음악 감상 경험과 가장 동일시되는 플랫폼이다. 넷플릭스 같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보고 싶은 영상을 모두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이용자는 없다. 이용자는 자신이 제한된 선택에 대해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스포티파이는 이용자에게 다른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전제한다. 스포티파이를 버린다는 생각은 음악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스포티파이도 버려질 때가 있다.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 업계 기준에서 봐도 아티스트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한다. 스트리밍 1회당 애플 뮤직은 스포티파이의 세 배를, 타이달(Tidal)은 네 배를 아티스트에게 지불한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아마존이나 우버(Uber)처럼 역풍을 맞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음악을 만드는데 드는 노력을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 때문인 것 같다. 스포티파이를 탈퇴한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더 즉각적인 이익을 언급한다. 이는 리즈 펠리의 2022년 가디언 기사에서 인터뷰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은 음악과 이용자의 관계, 즉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재생하거나 앨범 전체가 아닌 개별 트랙 감상을 우선으로 하는 것, 즉각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래를 건너뛰는 것에 불만을 갖게 되었다. 이들은 스트리밍을 레코드판이나 CD나 MP3로 대체하는 것이 수고스러웠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다고 말한다. 더욱 집중력 있고 더 적극적인 경험이다. 한 인터뷰 대상자가 말한 대로 음악 감상은 "내가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이다.


스포티파이의 성공은 스웨덴의 한 스타트업이 역사적인 대기업들을 제쳤다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스포티파이는 성장할수록 스웨덴을 조금씩 벗어났다. 2016년, 에크와 로렌손은 스웨덴 정부에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직원의 스톡옵션에 대한 세금 감면과 본사가 위치한 스톡홀름의 임대료 규제 철폐를 촉구했다. 두 사람은 서한에서 '변화가 없다면 스웨덴 이외의 국가로 확장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다음 해인 2017년, 스포티파이는 뉴욕에 새 사무실을 열고 스톡홀름 본사보다 많은 인원을 채용했다. 2018년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은 룩셈부르크에 위치한 지주회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상장 첫날 스포티파이의 주가는 149달러였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133달러를 향해 가고 있다. 스포티파이의 시가총액은 230억 달러이지만 늘 적자였다. (구독료가 지금까지 9.99파운드로 유지된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가 상승률에 따라 인상되었다면 구독료는 현재 15파운드일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우리가 계속 음악을 듣기를 바라지만 이용자가 더 많이 들을수록 스포티파이가 더 많은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음악 이용과 저작권료 지불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스포티파이는 아마존이나 애플과 달리 수익성이 높은 다른 사업 영역에서 음악 스트리밍 비용을 보조할 수 없고, 스트리밍을 활용하여 휴대전화나 스마트 스피커를 판매할 수도 없다. 스포티파이뿐 아니라 다른 테크 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수의 기업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으며 스포티파이는 올해 1월에 직원 6%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에크의 야심은 스트리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2020년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지극히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럽 스타트업에 1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투자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새로운 유형의 방산 및 인공지능 기업" 헬싱(Helsing)에 1억 유로를 투자했다. 목표는 바로 "소프트웨어 기반 역량을 군대에" 도입하는 것이다.



본 서평에서 다룬 책


- The Spotify Play: How CEO and Founder Daniel Ek Beat Apple, Google and Amazon in the Race for Audio Dominance (한국어판: 스포티파이 플레이)

by Sven Carlsson and Jonas Leijonhufvud.


- Computing Taste: Algorithms and the Makers of Music Recommendation

by Nick Seaver




대니얼 코언은 런던 리뷰 오브 북스의 에디터다.



1979년 창간된 영국의 격주간 문예지.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TLS)가 분쟁으로 1년 가까이 발행이 중단되자 당시 BBC의 문화 주간지 '리스너'의 에디터였던 칼 밀러, 메리-케이 윌머스, 수잔나 클랩이 창간했습니다. 처음에는 '뉴욕 리뷰 오브 북스'의 부록처럼 간행되다 1980년 윌머스가 사재를 투입해 독립 잡지로 만들었습니다. 윌머스는 1992년부터 2021년까지 런던 리뷰 오브 북스의 편집장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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