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P/뉴시스
2025.06.27 14:28
지난 5월 6일 저녁, 홍해 상공을 비행 중이던 F/A-18 슈퍼호넷 전투기가 미 해군 항공모함 해리 S 트루먼함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감속 장치 고장으로 활주로에서 이탈해 바다로 추락했다.
해당 전투기의 추락은 5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트루먼함에서 발생한 세 번째 전투기 손실로,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방부 관리들도 몰랐던 예멘 후티 반군과의 휴전을 전격 발표한 직후였다. 트루먼함은 2024년 12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의 교전을 위해 홍해에 배치된 상태였다. 이 작전은 치열한 교전과 위험으로 가득해 미 해군을 심각하게 긴장시켰다.
미 해군과 국방부는 현재 후티 반군이라는 비교적 열세의 적이 어떻게 세계 최강의 수상 전력을 상대로 이처럼 강력한 도전을 펼쳤는지 분석에 들어갔다. 후티 반군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에서, 동굴과 간이 기지를 거점으로 삼았음에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군이 경험한 가장 격렬한 전투를 이끌었다.
후티 반군은 이란으로부터 제공받은 값싼 미사일과 드론 기술의 확산 덕을 봤다. 이들은 냉전 시절 개발된 대함 탄도미사일을 실전에서 최초로 사용했으며, 무기 운용 방식에서도 새로운 전술을 도입했다. 최신 기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랬듯 해상 전쟁의 양상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미군은 진화하는 드론과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새로운 방어 체계를 개발 중이지만, 여전히 고가의 방어 체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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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말부터 올해까지 홍해 전투 작전에 투입된 미 해군 함정은 약 30척으로, 전체 현역 전력의 약 10%에 해당한다. 이 기간 동안 미군은 후티 반군을 상대로 최소 15억 달러(약 2조 원) 상당의 탄약을 퍼부었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미 해군은 후티 반군의 무기 상당수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지만, 홍해 해상 운송을 정상화한다는 전략적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후티 반군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향해 정기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작전 전반에 대한 교훈을 분석 중인 미군과 의회 지도자들은, 이처럼 혹독한 장기 파병이 전체 전력 대비 태세에 미치는 영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작전에서 발생한 전투기 손실과 별도로 트루먼 항모 전단 소속 함정 간 해상 충돌 사고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사 결과는 향후 수개월 내 발표될 예정이다.
중동 지역 미군 작전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나 작전 성과 및 영향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거부했다.
이번 파병의 여파는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작전으로 인해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지역 자원이 일부 차출됐으며, 항공모함 정비 일정도 뒤로 밀렸다. 이에 따라 2020년대 후반에는 일부 대형 전투함들이 불가피하게 정비를 위해 작전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전력 소모에도 불구하고, 해군 당국은 후티 반군과의 교전이 귀중한 실전 경험이 됐다고 평가했다. 국방부 내부에서는 이번 홍해 전투를 향후 중국과의 '고강도 전쟁'에 대비한 일종의 예행연습으로 간주하고 있다.
예상 밖의 기습
예멘 내전의 주요 교전 세력인 후티 반군은 10여 년 전 예멘의 상당 지역을 장악한 이후 세력을 급속히 확장했다. 이후 그들의 세력확장을 막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주도한 군사 개입을 격퇴하면서 정치·군사적 입지를 강화해왔다.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을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이스라엘 도시와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2023년 10월 19일, 미 해군 구축함 USS 카니(Carney)는 홍해에 배치돼 있던 중 후티 반군이 처음으로 드론과 미사일을 대거 발사하면서 기습을 당했다. 10시간에 걸친 교전 끝에 카니함 승조원들은 미 해군 전투함이 수십 년 만에 겪은 가장 격렬한 실전을 경험했다. 이들은 드론 10여 기와 고속의 순항미사일 4기를 격추하며 고강도 전투를 치러냈다.
후티 반군이 공격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군은 긴급히 물류 문제 해결에 나섰다. 카니함과 같은 구축함들은 지중해로 무장을 재보급받으러 이동하는 데만 최대 2주가 소요됐고, 인근 국가들은 자국이 후티 반군의 보복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해 기지 제공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미 국방부는 홍해 인근에서 전장을 이탈하지 않고도 재보급이 가능한 항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한 미 국방 관계자는 이 항구를 "게임체인저"라 표현하며 작전의 판도를 바꾼 결정적 요인으로 평가했다.
같은 해 12월,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해상교통로 중 하나인 홍해 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국적 연합체를 구성했고, 이후 미국 주도의 공습 작전을 개시했다. 작전 기간 동안 미 국방부는 항모 전단 두 개를 현장에 투입했으며, 전단당 최소 5척의 함정과 약 7000명의 승조원을 배치됐다.
2024년 내내 후티 반군은 상선에 대한 공격을 수십 차례 감행했고, 미군은 이들의 무장을 약화시키거나 임박한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예멘 내 목표물에 대한 공습으로 대응했다. 2월에는 영국 소유의 벌크선이 공격을 받고는 얼마후 침몰했으며, 이 배에는 비료가 실려 있었다. 3월에는 바베이도스 선적(船籍)의 선박 한 척이 피격돼 선원 3명이 숨졌고, 6월에도 두 척의 선박이 후티 미사일 공격으로 피해를 입고 결국 선원들이 배를 포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후티 반군의 사정권 안에서 24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작전이 장기화되면서, 해군 장병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항공모함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함은 7개월간의 작전 기간 동안 단 한 차례 짧은 기항만을 허용받았다.
특히 지난 11월 어느 하루에는 미 해군 함정들이 후티 반군이 발사한 자폭 드론 8기, 대함 탄도미사일 5기, 대함 순항미사일 4기를 모두 요격하며 인명 피해나 장비 손실 없이 방어에 성공했다.
최근 열린 해군 심포지엄에서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부 부사령관(해군 중장)은 지난해 말 구축함 스톡데일함에서 벌어진 긴박한 작전을 소개했다. 당시 스톡데일함은 홍해 남부의 좁은 해역을 통과 중이었고, 승조원들은 함정의 등화를 모두 끄고 지그재그 항로를 설정한 채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후티 반군은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길이 155미터에 달하는 구축함은 속도를 높이며 함대공 미사일로 방어에 나섰다. 탄도미사일 중 한 발은 시속 6400km에 달하는 고속으로 접근해 함대공 미사일에 요격된 후에도 파편이 스톡데일함을 위협했고, 이에 따라 낙하물까지 다시 격추해야 했다.
10분 후에는 후티 반군의 대함 순항미사일이 추가로 발사됐고, 이는 인근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에 의해 요격됐다. 전투기들은 이와 함께 또 다른 순항미사일과 폭약을 장착한 드론 여러 기를 추가로 격추했고, 항공모함은 예멘 내 후티 목표물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새벽 2시쯤, 또 다른 드론이 스톡데일함을 향해 저공 저속 비행으로 접근했다. 승조원들은 자동 함포를 이용해 직접 사격에 나섰고, 드론이 바다에 추락하자 선상에서는 환호와 하이파이브가 이어졌다.
"손쉬운 사냥감"
홍해는 지형적 특성상 후티 반군에게 유리한 전장이었다. 가장 넓은 지점도 불과 320km(약 200마일)에 불과한 좁은 수역에서, 대형 함정들은 운신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해안에서 장시간 관측이 가능한 위치에 노출돼 있었다. 이 해안에는 후티 정찰병들이 상시 배치돼 있어, 함정 표적 식별이 용이한 상황이었다.
미사일이나 드론이 발사된 후 레이더에 포착되는 것은 함정 타격 1~2분 전에 불과하며, 이에 따라 대응 판단 시간은 약 15초만 허용된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요격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미 해군은 수백 건의 공격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지만, 후티의 전술은 지속적인 긴장감을 안겼다.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前 해군 전략가)은 "이런 환경에 항모를 배치하는 것은 후티 무기 사정권 안에 '손쉬운 사냥감'을 내놓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페르시아만 등지에서 이란과의 근접 작전에 익숙한 미 해군이지만, 후티와 같은 비국가 무장세력은 국가보다 억제하기 어려운 상대라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함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의 확산은 이러한 비정규군의 위협 수준을 한층 높이고 있다.
클라크는 "과거에는 적이 항공모함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 기대가 있어서 해안가 가까이서 작전할 수 있었다"며, "적이 항공모함의 보복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티는 그런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실제로 홍해에 6개월간 배치됐던 한 해군 장교는 "드론과 미사일을 요격할 시간을 벌기 위해 레이더 민감도를 매우 높게 유지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레이더의 잘못된 경고(오탐)는 피하면서 위협을 충분히 조기에 탐지하도록 레이더를 체크하고 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였고, 선상 요원들에게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었다"고 전했다.
트루먼함의 시련
미 해군 항공모함 해리 S 트루먼함에서 최근 5개월간 세 대의 전투기가 잇따라 추락한 사고와 관련해, 미 국방부가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한 해군 관계자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단순한 우연이나 불운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 구조적 문제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초에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대원이 임무 중 실종돼 사망 판정을 받는 사고도 있었다. 당시 이들은 야간에 이란발 미사일 부품을 예멘으로 밀반입 중이던 선박을 나포하는 작전 도중 바다에 빠졌다. 한 대원이 선박에 오르다 물에 빠졌고, 동료가 이를 구하려 함께 뛰어들었으나, 결국 두 명 모두 실종됐다. 미 해군은 소말리아 인근 아라비아해에서 열흘간 수색을 벌였지만 결국 사망으로 공식 발표했다.
5월 14일 미 하원 국방예산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원장인 켄 캘버트 공화당 의원(캘리포니아)은 "지난 1년간 미 해군은 홍해에서 한 세대 만에 가장 치열한 해상 전투 작전을 지속해왔다"며 "그러나 이런 고강도 작전은 대가를 동반한다. 함정과 승조원은 혹사당하고, 파병 일정은 연장되며, 다른 지역에서의 대비태세도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변화하는 전술
비록 후티 반군이 미 해군 함정을 명중시키지는 못했지만, 움직이는 표적에 대한 그들의 추적 능력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초기에는 미사일이나 드론을 한두 기씩 고고도로 발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고, 이에 대해 해군은 비교적 수월하게 요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후티는 야간에 파도 바로 위를 스치듯 비행하는 초저고도 공격으로 전술을 바꿨다. 이는 레이더 탐지가 어려워져 요격 난이도를 크게 높였다. 동시에 계속 패턴을 변화시켜가며 미사일과 드론을 혼합해 공격했다.
후티는 미국산 MQ-9 리퍼(Reaper) 드론도 12기 이상 격추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 드론 한 대당 가격은 약 3000만 달러(약 410억 원)에 달한다.
2023년, 후티가 홍해 항로를 공격하기 시작했을 당시 미 중부사령부의 수뇌부는 초기에 그들의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강경 대응을 요구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사태의 확전을 우려해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 이에 대해 한 미 정부 관계자는 "공습이 겨우 승인될 때쯤이면 후티는 이미 전투 자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놨거나 전술을 변경한 상태였다"며 "계획과 정보가 자주 실기(失期)했다"고 전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에릭 쿠릴라 중부사령관에게 직접 공습 승인 권한을 부여해, 실시간 정보에 기반한 기민한 타격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부사령부는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서 언급을 거부했다.
미국은 3월 중순, '러프 라이더'(Rough Rider)로 명명된 대규모 작전을 본격화했다. 이 작전에는 두 번째 항공모함 전단, B-2 스텔스 폭격기 6대, 최신예 F-35 전투기 편대, 그리고 유도미사일을 탑재한 구축함 다수가 투입되며 미군의 해상 전력이 대거 동원됐다.
53일간의 폭격 끝에도 후티 반군은 타격을 입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미군의 공습으로 수백 명의 전투원이 사망했고, 그 중에는 여러 고위 간부들도 포함됐다. 또한 후티의 주요 연료 항구와 대량의 무기 및 군수 물자가 파괴됐다. 하지만 후티는 미군 함정을 한 척도 명중시키지 못했다.
미국이 공습을 강화한 이후 예멘 민간인 사상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고 예멘데이터프로젝트(Yemen Data Project)라는 독립 감시단체가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예멘 내 민간인 피해 주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휴전이 발표되기 일주일 전, 후티 작전에 정통한 한 장교는 반군의 끈질긴 저항과 적응 능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이들의 미사일 공격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미 해군이 100% 요격에 성공했지만, 그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한의 조건으로 휴전에 합의했다. 후티는 미군 함정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미국은 공습을 멈추는 것이었다. 이후 항공모함 트루먼함은 수에즈 운하를 지나 지중해를 벗어나게 되었고, 후티는 여전히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었다.
세계 최강의 미 해군은 지금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치열한 해상 전투를 치르고 있습니다. 상대가 누구냐고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인 예멘의 동굴과 간이 기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후티 반군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의 6월 4일 기사는 저렴하지만 치명적인 드론과 미사일 기술의 확산이 현대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단돈 몇백만 원짜리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수십억 원짜리 미사일로 대응해야 하는 '비대칭 전쟁'의 딜레마와 24시간 내내 이어지는 공격 위협 속에서 극도의 피로감과 싸워야 했던 미 해군 장병들의 사투를 통해, 기술이 전통적인 군사력의 우위를 무력화시키는 현실을 조명합니다.
요즘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미래전을 미리 보여줬다고 생각하면서 교훈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육상전이 중심이고 해상전은 부차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홍해에서 벌어지는 후티 반군과 미국의 전투는 미래의 해상전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향후 미 해군 교리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군도 새로운 전쟁 양상에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와 홍해 전장에 관찰 장교단을 보내 변화를 학습하고 군 전체에 보고하도록 해야 합니다. 오직 끊임없이 변화되는 환경에 맞춰 군사혁신(RMA: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을 이뤄내는 군대만이 살아남습니다. 1차 세계 대전의 '거함거포'(巨艦巨砲) 교리를 고수하면서 야마토함 같은 거대 전함을 만들던 일본 해군이 항공모함과 잠수함 작전으로 전환한 미 해군에게 어떻게 패배했는지, 그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