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뉴스1
2025.06.20 14:46
1965년, 영국 기상청은 '코밋'이라는 별명을 가진 방 한 칸 크기의 컴퓨터를 도입하며 본격적인 컴퓨터 기반 기상 예보의 시대를 열었다.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지금, 영국 기상청은 이제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또 다른 기술 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
영국 남서부 엑시터에 위치한 기상청 본부에서 AI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름, 강수, 기온의 패턴을 막강한 역량으로 분석하고 예측하여 대형 스크린 위에 역동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기상청의 AI 책임자 커스틴 데일은 "우리는 지금, 마치 처음 컴퓨터를 도입했을 때처럼, 예보 방식에 있어 획기적인 도약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데이터의 양, 이를 처리할 연산 능력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모델, "이 모든 것이 급속도로 성장했으며, 그만큼 가능성도 함께 확장되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속에서 숨겨진 패턴을 식별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AI의 특성 상, 소용돌이처럼 복잡한 기상 물리학 체계는 AI 기술을 실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이 된다. 예보가 더 정확해지고 재해 경보가 더 조기에 제공될 수 있다면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증진하고, 동시에 전 세계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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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미래 기후 패턴을 한층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서 농업에서 금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AI 기술은 이미 '나우캐스팅'(nowcasting) 즉 몇 시간 안팎의 초정밀 단기 예보의 판도를 바꾸었고, 이제 그 '시간 범위를 점점 확장하고' 있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머신러닝 교수이자 영국 국립 AI연구소인 앨런 튜링 연구소에서 AI 기반 기상 모델을 연구하는 리처드 터너 교수는 말한다. "3일에서 15일 사이의 중기 예보에도 변화가 시작된 것을 아마 느끼셨을 겁니다. 이제 우리는 대략 2주에서 2개월 정도에 이르는 장기 예보 (혹은 준계절 예보) 영역을 개발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은 구글 딥마인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IBM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과, 미국의 브라이트밴드, 실루리안 같은 AI 기상예보 스타트업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기상 예보 생태계 전반의 기관들은 기상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AI를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할 것인지에 몰두하고 있다. 19세기에 설립된 영국 기상청 같은 공공기관은 물론, 미국의 애큐웨더, 웨더컴퍼니, DTN과 같은 기상 전문 기업, 그리고 각국의 대학 등 이들 기상 예보 조직들은 에너지는 물론 건설, 농업, 운송, 소매업, 관광까지 다양한 산업 부문에 맞춤형 예보를 제공하며, 뉴스 미디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도 기상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이처럼 밝아 보이던 전망에도 AI 모델의 토대가 되는 데이터 접근권이 축소될 위험이 커지면서 다소 그늘이 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 기상, 해양, 해안 환경의 변화 이해 및 예측을 전담하는 연방 기관인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예산과 인력을 대폭 삭감하려 하고 있다. NOAA의 기상관측용 인공위성, 해양 부표, 기구 및 레이더는 전 세계 기상학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중요 데이터의 원천이며, 이들 정보는 글로벌 예보 모델의 중요한 기반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NOAA 예산을 무려 15억 달러, 즉 24퍼센트 삭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트럼프가 취임한 1월 이후 NOAA 산하 예보 부서인 국립기상국(National Weather Service) 직원 550명이 조직을 떠났다. 5월 초, 생존해 있는 전직 국립기상국장 5인 전원이 공개서한에 공동 서명하여, 이번 감축으로 미국 각지의 지역 예보 사무소가 심각한 인력난에 처했으며, 이로 인해 (기상 재해를 통한) 불필요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이 전 세계 예보 기관들이 의존하는 공공 기상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상학계 전반이 NOAA 데이터의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위기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보원의 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차세대 AI 기상 모델은 온도계, 강우계와 같은 국지적 기상 센서들을 통해 현존 글로벌 예측 체계에 반영되지 않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앨런 튜링 연구소에서 기상 예측을 연구하는 스콧 호스킹은 "이제는 새로운 센서를 설치하면 곧바로 데이터를 모델에 통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호스킹은 현재 20~30종으로 추산되는 AI 기반 기상 예측 모델이 다양한 개발 단계에 있으며, 일부는 실제 예보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고 밝힌다. "1년 후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아질 것입니다"라고 그는 덧붙인다.
세계적인 예보 기업 중 하나인 웨더컴퍼니의 과학 및 예보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 피터 닐리는 이렇게 말한다. "적어도 기상 예보 분야에 있어서 AI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기존 과학을 앞질렀는지는 실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모든 변화가 불과 지난 5년 사이에 일어났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불과 최근까지 기상 예보는 대부분 수치 기상 예측(Numerical Weather Prediction)에 의존해 왔는데, 이는 인공위성과 세계 각지의 육상, 해상, 항공 센서로부터 실시간으로 수집한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슈퍼컴퓨터에 입력한 뒤, 물리 기반 방정식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대기 상태에 대한 추정치를 준비하는 데이터 동화(data assimilation) 단계이고, 그 다음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예보 단계다.
현재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선구적 세대의 AI 기상 시스템들은 여전히 연산 집약적인 데이터 동화 과정을 필요로 하지만, 예측 단계에서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예측 모델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시켜 나간다.
초기 성과는 고무적이다. 영국 레딩에 본부를 둔 정부간 기상기구인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는 올해 2월에 도입한 최초의 AI 기반 운영 모델이 열대성 저기압 이동 경로 예측과 같은 핵심 지표에서 예측 정확도를 약 20% 향상시켰으며 이를 통해 귀중한 추가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플로랑스 라비에르 유럽 중기예보센터 사무총장은 지난 수십 년간 컴퓨터 성능의 비약적 향상과 풍부한 기상 데이터의 축적 덕분에 예보의 정확도가 눈에 띄게 향상되었으며, 새로운 AI 기술은 이 성과를 토대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 7일 예보 정확도는 2000년의 5일 예보 수준, 1980년의 3일 예보 수준에 도달했다.
라비에르 사무총장은 기술의 발전이 전지구적 범위에서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북반구가 남반구보다 관측 자료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날씨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부터 첨단 위성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남반구와 북반구 간의 예보 정확도 격차가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차세대 실험적 '엔드 투 엔드'(end-to-end) AI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더욱 흥미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 새로운 모델들은 전통적인 데이터 동화 과정을 생략하고, 위성, 기상관측소, 기타 센서로부터 수집한 원시 데이터를 이용하여 바로 지역 및 전지구적 예보를 생성한다.
지난 3월, 앨런 튜링 연구소 연구진은 유럽 중기예보센터 및 기타 협력기관과 함께 '아드바크'(Aardvark)라는 실험적 '엔드 투 엔드' 시스템의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뛰어나 슈퍼컴퓨터가 아닌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에서도 구동할 수 있어 주목을 끌었다.
현재 전 세계 기술 기업과 공공 부문에서 약 10개의 다른 연구 기관들이 자체적인 '엔드 투 엔드' 모델을 개발 중이며, 곧 더 많은 기관들이 이 흐름에 합류할 전망이라고 튜링 연구소의 호스킹은 내다보았다.
이들 시스템의 등장은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데이터가 부족한 지역에서 예보의 '민주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교적 제한된 연산 자원으로도 지역 관측 데이터를 예보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모델들은 과거 수십 년간의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만큼, 특히 기후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래에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유럽 중기예보센터의 플로리안 파펜버거 사무차장은 이러한 회의론을 단호히 반박한다.
"우리는 머신러닝 모델이 작년 UAE의 기록적 폭우나 올해 미국 뉴올리언스의 폭설처럼 극단적이고 이례적인 기상 현상을 예측할 수 있음을 이미 입증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머신러닝은 특정 지역의 과거 유사 패턴만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 전반을 학습하기 때문에,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예측 능력을 가집니다."
소위 '앙상블 기법'(ensemble technique)은 이미 수치 기상 예측의 정밀도를 향상시켰다. 이 방식은 단 하나의 '결정론적' 예보를 생성하는 대신, 초기 조건을 약간씩 달리하여 모델을 수차례 반복 실행함으로써 기상학자들에게 불확실성의 수준과 가능한 결과의 범위를 파악하게 해준다.
그러나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서 가속 데이터 센터 솔루션을 총괄하는 디온 해리스 이사는 이 방식이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예측값을 지닌 앙상블 모델을 50가지 이상 생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 지점에서 AI가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해리스는 강조한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말 그대로 수천 개의 앙상블을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이는 가능한 결과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극한 기상 현상의 신호를 더 조기에 감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차세대 AI 모델들이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상 관측 데이터의 원활한 흐름이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기초 데이터는 아직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이나 유럽 기상위성 개발기구(EUMETSAT)와 같은 공공 부문의 예보 및 위성 운영기관을 통해 수집되며, 전 세계적으로 자유롭게 공유되고 있다.
"국제적인 데이터 공유 수준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 위성에서 수집한 데이터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죠"라고 케임브리지대의 터너 교수는 말한다. "전 세계의 기상 관측 자료는 하나의 공유 풀로 통합됩니다. 그렇게 해서 서로의 예보 시스템 운용을 도우면서, 데이터의 상호 제공을 유도하는 겁니다."
이처럼 협력적으로 구축된 글로벌 데이터의 흐름이 지정학적 긴장 고조나 트럼프 행정부의 국립해양대기청 축소와 같은 이유로 줄어든다면, 그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놀랍게도, 기상 커뮤니티가 이 위험을 충분히 각성하지 못한 듯 합니다 ... 이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정말 큽니다. 기후 변화가 실질적으로 진행 중인 이 시점에서, 예산 삭감은 실로 위험한 결정입니다."
일부 공공 부문 관계자들은 데이터 수집 방식 자체를 보호하거나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저궤도 기상 관측 위성을 제작, 발사, 운용하는 비용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민간 기상 기업들도 자체 위성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보스턴의 스타트업 투모로우닷아이오는 레이더 위성 2기와 마이크로파 탐지 위성 7기를 발사했으며, 이들은 구름을 투과해 강우 및 강설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2016년 설립 이후 총 3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이 회사는 올해 중 마이크로파 탐지 위성 4기를 추가로 발사하고, 내년에도 자체 위성망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투모로우닷아이오의 최고경영자 시몬 엘카베츠는 "각 마이크로파 위성의 무게는 고작 12kg이고, 발사비를 포함한 비용도 1천만 달러가 채 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자체 위성망을 구축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저렴해진 우주 발사 신기술 덕분에 과거엔 불가능했던 일들이 실현 가능해졌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엘카베츠는 민간 기업이 공공 부문 예보의 '효율성과 영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는 있어도, 미 국립해양대기청과 같은 대규모 국가 기관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AI의 모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예보의 혁명을 이끌 것인지에 대해서 기상학자들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폭풍 강도 예측과 같은 일부 항목에서, AI 모델의 성능은 아직 최첨단 수치 예보 시스템에 미치지 못한다.
영국 레딩대학교에서 장기(준계절) 기상 패턴을 연구하는 로버트 리 기상학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대기의 본질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떤 기술을 사용하든 약 2주를 넘어서면 하루 단위의 정확하고 세밀한 예보는 어려워집니다. 다만 '며칠간 폭풍우가 예상된다'거나 '며칠간 혹한의 겨울 날씨가 이어질 것이다' 정도의 예보는 가능합니다."
미래를 더 멀리 예측할 수 있게 되면 큰 이점들이 생긴다. 특히 국가들이 풍력이나 태양광처럼 날씨의 영향을 받는 청정 에너지 시스템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면, 이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정확히 어떤 날이 가장 추울지는 몰라도, 일주일 정도 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면 에너지 부족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라고 리 교수는 말한다. "그 경우 선물 시장에서 가스 공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둘 수도 있겠죠."
반대로, 비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조기 경고를 받는다면 "풍력 발전이 늘고 전력 수요가 줄 가능성이 있으니, 가스 선물 매도를 계획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인다. "헤지펀드들은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냅니다. 그래서 기상학과 졸업생들을 많이 채용하죠."
AI 옹호자들은 전통적인 예보 기법에 비해 AI의 또 다른 커다란 강점으로 특정 지역에 대해 매우 정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는다. 엔비디아의 코어디프(CorrDiff) 시스템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기존 수치 예보 모델 데이터의 정밀도를 25km 단위에서 2km 단위 수준까지 개선할 수 있다.
코어디프는 대만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초기 훈련되었으며, 현재 대만 악천후 경보 시스템에 실제 운용되고 있다. 해리스 이사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미 본토용으로 조정되었고, 향후 다른 지역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영국 기상청의 AI 책임자 커스틴 데일은 100미터 수준의 정밀도로 예보를 수행하는 것이 실현가능한 목표라고 말한다. 이는 실제로 지난해 발표된 초국지적(hyperlocal) 기온 예측 연구에서 구현되었다. "말하자면 동네 거리별로 하는 예보죠"라고 데일은 덧붙인다.
예보가 더욱 정밀해지면 기업들은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웨더컴퍼니의 닐리는 말한다. 다가오는 뇌우에 대한 더 정확한 경보로 공항은 항공기의 이착륙을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AI 예보 모델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AI 기상예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좀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비와, 정확한 예측을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에너지량 사이의 균형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것이다.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AI와 자동화의 확대에 관한 대화는 결국 존재론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만약 세계가 날씨 예측을 점점 더 AI에 의존하게 된다면, 인간 기상학자의 역할은 무엇이 될까?
영국 기상청 관계자들은 AI의 부상이 홍수부터 우주 기상까지 다양한 현상을 해석하는 전문가들의 역할을 사라지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기상학자들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고, 오히려 중요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경쟁하는 AI 모델 간의 결과가 상충할 때 이를 비교, 판단하는 것은 결국 전문가의 몫이다. 기초 수치를 해석해 맥락을 부여하고, 위험의 수준과 대응 방안을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에 있어서도 기상학자가 계속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기본 관측 데이터를 수집하고, 때로는 비정상적 측정값을 해석하기 위해 데이터를 면밀히 검증하는 일들 모두 여전히 인간의 손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영국 기상청은 2018년 스코틀랜드에서 관측된 '기록적' 고온 데이터를 취소한 적이 있다. 해당 센서가 아이스크림 트럭 옆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기상청의 AI 책임자 데일은 인공지능이 우리의 기상 이해 방식을 혁신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기존 예보 방식을 대체하는 대안이 아니라 강력한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는 이 두 기술이 점점 더 공생적인 관계를 맺어갈 것이라 봅니다. 두 기술은 서로 힘을 합쳐 하나의 팀으로 작동해야 합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역자 음해린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후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일기예보 또한 인공지능(AI)이 이끄는 기술 혁명이 변화시킬 분야 중 하나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름과 바람의 미세한 패턴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월 19일자 기사에서 단순히 더 정확해진 날씨 예측을 넘어, 우리의 안전과 경제, 그리고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AI 기상 기술의 경이로운 가능성과 그 이면에 도사린 위험을 심도 있게 파헤칩니다.
AI 기술은 이미 몇 시간 안팎의 초단기 예보를 넘어, 2주에서 2개월에 이르는 장기 예보의 영역까지 넘보며 농업, 에너지, 금융 등 사회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 엔비디아와 같은 거대 기술 기업부터 신생 스타트업까지 뛰어든 이 거대한 기술 경쟁은 우리에게 더 정밀하고 신속한 재해 경보를 약속합니다. 이는 태풍과 폭우, 폭설 등 예측 불가능한 기상 이변이 잦아지는 오늘날, 독자 여러분의 일상과 안전에도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AI 모델의 기반이 되는 핵심적인 공공 기상 데이터의 흐름이 지정학적 갈등과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로 인해 위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가 공유하던 데이터의 보고(寶庫)가 비기 시작할 때, AI라는 최첨단 엔진은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류의 삶을 이롭게 할 이 혁신적인 기술이 계속 발전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예기치 못한 장벽에 부딪히게 될지, 이 이야기는 기상예보의 미래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의 최전선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