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PADO
2025.12.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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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순이구 거리에서는 2020년부터 메이퇀Meituan의 땅딸막한 노란색 배송 로봇이 식료품과 포장 음식을 나르고 있다. 미니밴처럼 생긴 이 차량들은 보도의 경계석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위로 열리는 두 개의 측면 문 안에는 주문 물품들이 가득 차 있다. 때때로 이 로봇들은 배달기사들과 협력하기도 한다. 로봇이 하차 지점에 도착하면 근처에 있던 기사가 문을 열고 물건을 꺼내 고객의 문 앞까지 달려간다.
"사람들은 이제 로봇을 정상적인 교통 흐름의 일부로 취급해요. 더 이상 신기한 구경거리가 아니죠." 자동차 산업을 다루는 유명 위챗WeChat 채널 오토싱AutoXing의 운영자 레이 싱은 말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순이의 자율주행 시범구역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조사를 진행했다.
중국의 로보택시 산업이 올해 말까지 50개 도시에 택시 1000대를 배치하기 위해 경쟁하며 주목받는 동안, 자율주행 배송차량(ADV) 산업은 조용히 앞서 나갔다. 7월 기준으로 2~10세제곱미터의 적재 공간을 갖추고 최대 1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중형 전기밴인 ADV 1만5000대 이상이 중국 전역의 도로를 달리고 있으며, 2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운행 승인을 받았다.
이러한 급증세를 주도한 것은 스타트업들이다. 작년 이 분야의 선두 주자인 젤로스테크Zelos Tech는 새 모델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발주 5000건 이상을 받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8년 베이징에 설립된 또 다른 업계 선도기업 네오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약 3만 건의 ADV 주문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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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량이 급증함에 따라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0만 위안(1억9000만 원)이 넘던 ADV 가격은 현재 2만 위안(38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상위 3개 기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총 100억 위안(1조9000억 원)이 넘는다.
물류 대기업들이 주요 투자자이자 구매자로 나서고 있다. SF익스프레스는 이미 800대 이상의 ADV를 배치했으며 2025년까지 그 수를 8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ZTO익스프레스는 2024년 말 350여 대였던 로봇 차량을 현재 2000대 이상으로 확대했고 J&T익스프레스는 내년에 ADV 3000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지난 9월, 차이나포스트(중국의 우체국)는 자사의 광범위한 네트워크 운영을 위해 ADV 7000대를 임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들에게 그 매력은 분명하다. 물건을 옮기는 게 사람을 옮기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로보택시와 달리 ADV는 창고에서 픽업스테이션이나 상점까지 고정된 운영구역 내에서 반복적인 경로를 더 느린 속도로 운행한다.
택배사, 전자상거래 플랫폼, 소매업체 등 이미 물류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확실한 구매자들이 존재한다. 승객 대신 화물을 취급하므로 안전 요구사항이 낮아지고 덜 정교한 차량으로도 운행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비즈니스 운영 관점에서 볼 때 시범 운영에서 구매 주문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현금 순환주기가 훨씬 더 명확합니다." 중국 테크 애널리스트이자 컨설팅 회사 웨이브렛스트래티지Wavelet Strategy의 설립자 아이비 양은 말했다. "로보택시가 한계를 쫓는다면 배송자율주행차는 수익 회수를 쫓는 셈이죠."
중국의 독주
미국의 ADV 산업은 현재 중국에서 나타나는 규모의 확장을 달성하지 못했다. 아마존과 페덱스는 2022년에 ADV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오늘날에도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코코로보틱스Coco Robotics나 서브로보틱스Serve Robotics 같은 신규 업체들은 각각 약 1000대의 로봇을 운행하며 시범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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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도어대시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자체 개발한 4륜 자율 주행 배송 로봇 닷Dot을 공개했다. 이전에 도어대시는 미국 내 인도 주행 로봇 배송을 위해 코코로보틱스와 제휴했었다. 그러나 닷은 아직 시범 프로젝트에도 투입되지 않았으며 도어대시는 여전히 로봇 생산지 및 부품 조달처를 논의 중이다.
뉴로Nuro는 거의 예외적인 경우였다. 캘리포니아의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Waymo 출신 엔지니어 두 명이 2016년에 설립한 뉴로는 저속 배송 로봇 분야를 개척했고 중국의 BYD와 수천 대의 차량을 대량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에 걸친 여러 차례의 정리 해고 후, 뉴로는 핵심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벤처캐피털(VC)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어요. 결국 기업의 운영방식을 왜곡하게 됩니다." 선전 기반의 자율주행 배송 스타트업 웨일 다이내믹Whale Dynamic의 CEO 데이비드 유페이 창은 말했다. "그들은 로보택시가 1조 달러 규모의 자율주행 시장에서 1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죠. 하지만 이 시장은 보잉 같은 소수 기업이 지배할 수 있는 항공 산업과는 다릅니다. 시장은 거대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일 기업이 그렇게 큰 글로벌 점유율을 확보할 수는 없습니다." 창은 덧붙였다.
한 남성이 중국 톈진에서 징둥닷컴(JD.com)의 무인 배송 로봇이 도로를 건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차이 깊은 곳에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본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미중 기술 정책을 연구하는 박사후 연구원 카일 챈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로보택시처럼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혁신적인 기술과 과감한 도전에 꿈을 건다고 말한다.
"반면 중국의 중앙이나 지방정부 정책가들은 점진적인 개선이 가능한 분야를 찾아 실물 경제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직접 통합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아요." 챈은 말했다.
"여러 면에서 중국의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의 부상은 센서, 라이다LiDAR 시스템, 전기차, 배터리, 칩 등 배송 시스템에 들어가는 기본 부품뿐만 아니라 AI 분야에서 중국이 가진 기존 강점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입니다." 그는 덧붙였다. 라이다는 '빛 감지 및 거리 측정Light Detection And Ranging'의 약자로 흔히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묘사되며 레이저를 사용하여 차량 주변의 실시간 3D 지도를 생성한다.
빅테크의 기술과 스타트업의 민첩함
중국의 자율주행 배송은 인터넷 대기업들이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5년 무렵 징둥닷컴, 메이퇀, 차이냐오(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는 모두 자율주행 부서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초기 실험을 자체 배송 사업을 위한 지속가능한 모델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징둥닷컴의 자율주행 팀은 빠르게 소외되었고 핵심 엔지니어들은 곧 회사를 떠났다.
비슷한 시기에 바이두의 아폴로 자율주행 프로젝트 팀원들도 회사를 떠났다. 그중 하나인 좡 리Zhuang Li는 이전에 징둥닷컴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징둥닷컴 동료였던 콩 치Kong Qi, 주 웨이청Zhu Weicheng과 힘을 합쳐 수저우에서 스타트업 젤로스를 설립했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중국 자율주행 분야의 1세대 개척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웨이모나 테슬라와 달리 바이두는 버스, 트럭, 택시, 배송 밴 등 모든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공유 기술 백본을 구상했다.
하지만 아폴로는 너무 야심 찬 계획이었다. "장거리 트럭, 시내버스, 도로 청소차, 배송 밴을 동시에 모두 지원하는 범용 AI를 구축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아폴로 엔지니어 출신으로 결국 물류 분야로 방향을 튼 웨일다이내믹의 창은 회고했다. "차량 유형과 시나리오마다 고유한 전문 튜닝이 필요하니까요." 창은 덧붙였다.
메이퇀 역시 초기에 시범 배송 차량을 선보이며 실험에 나섰다. 하지만 메이퇀의 ADV는 음식 배달에 요구되는 예측 불가능한 경로와 긴박한 배차 변경을 감당하지 못했다.
시범 운영이 뚜렷한 성과 없이 길어지자 프로젝트는 동력을 잃었다. 징둥닷컴의 운영팀은 베이징 기반의 리노AIRino.ai와 같은 외부 공급업체로 눈을 돌렸고, 내부 기술 그룹은 별다른 성과 없이 주변부만 맴돌았다. 리노는 2018년 바이두의 자율주행 부서에서 독립한 팀이 설립한 ADV 스타트업이다.
차이냐오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대학교나 물류 허브처럼 주행이 더 쉬운 '폐쇄형 캠퍼스' 배치에 집중한 것이다.
그러다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자율주행 배송은 단순한 볼거리에서 필수적인 존재로 바뀌었다. 2020년 초 우한에서 발병이 시작되자 징둥닷컴은 격리된 지역에 ADV를 급파했고 리노는 임시로 세워진 병원 내부에서 운영되는 최초의 ADV 기업이 되었다. 한편 메이퇀은 베이징의 봉쇄된 지역사회에 식료품과 식사를 배달하기 위해 ADV를 배치했다. 2022년 상하이 봉쇄 기간에는 네오릭스 등 더 많은 기업이 슈퍼마켓과 제휴하여 그 뒤를 따랐다.
"스타트업들은 이 분야에 진정한 동력을 불어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중국의 주요 ADV 기업 전략 책임자 출신으로 현재 캘리포니아 소재 ADV 스타트업 로보마트Robomart에 재직 중인 톈 예Tian Ye는 말했다. "인터넷 대기업이라는 짐이 없었기 때문에 사용사례 간에 빠르게 전환하며 거듭된 시도를 통해 자율주행 배송이 가장 효과적인 곳을 찾을 수 있었죠." 톈은 덧붙였다.
2022년 9월 1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2년 중국 국제 서비스 무역 교류회(CIFTIS)' 메이퇀 부스에 무인 배달 차량이 전시되어 있다.
리노는 처음에 슈퍼마켓과 식당의 즉시 배송에 집중했다. 당시 자율주행은 여전히 '레벨4'(L4) 초기 단계였다. L4 시스템은 정밀하게 매핑된 경로로 제한되고 돌발상황 발생 시 인간의 감독이 필요하며, 이는 도로 상황이나 날씨에 관계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5'의 꿈과는 거리가 멀다. 운영 규모는 크지 않았고 차량은 저속으로 운행되었다고 리노의 해외 영업 매니저 리앤 쉬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ADV 사용자들이 요구한 L4 수준은 개발자들에게 매우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기업 고객들은 높은 신뢰성과 효율성을 요구했습니다." 쉬는 말했다. "30분 내 식료품 배송을 원했고, 로봇 한 대가 한 매장에서 하루 최대 18회까지 배송하기를 바랐죠. 이는 우리의 L4 기술과 제품을 다듬을 수 있는, 힘들지만 가치 있는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쉬는 덧붙였다.
"모든 걸 시도했었죠." 톈은 회상했다. 그의 팀은 부피가 큰 가구를 배달하고, 경찰 순찰차를 실험하고, 가스 회사와 제휴하여 누출을 탐지하고, 제약 회사가 약국과 병원에 의약품을 배달하도록 도왔다. 대부분의 시범 사업은 흐지부지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빠르게 포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톈은 말했다.
그러한 민첩성 덕분에 리노는 전자상거래 고객을 위한 창고와 픽업 스테이션 간 고정경로 운행이라는 해결 가능한 과제를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의 공급망이 성숙해지고 지방정부가 무인 차량의 도로 접근을 확대함에 따라, 이 회사는 도심용 소형 로봇에서 더 무거운 택배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대형 밴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택배 경로는 물량이 많고 빈도가 높으며 경로가 안정적이라 자율주행 밴에 이상적인 조건이죠." 쉬는 말했다. "기존 택배 물류의 라스트 마일 배송 비용과 비교할 때, 리노의 자율주행 차량은 비용을 30~50% 절감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쉬는 덧붙였다.
리노의 R5 모델은 SF익스프레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빠르게 출시되었으며 SF익스프레스의 고도로 표준화된 자체 네트워크는 쉽게 확장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했다.
하지만 중국의 택배 산업이 모두 획일적인 것은 아니다. SF익스프레스나 차이나포스트 같은 거대기업과 달리 ZTO, YTO, J&T를 포함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의 지역 영업소를 소상공인에게 하청 주는 혼합 모델로 운영된다. 대기업 계약자(갑)가 아닌 하청업체들이 직접 운영 자동화 방식을 결정한다.
하청업체들이 자동 배송 기술에 기꺼이 투자하려는 의지는 이 분야의 잠재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톈은 말한다. "독립 사업자가 자율주행 밴에 투자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업 홍보 활동이 아니라 경제성이 실제로 입증되었다는 신호이지요." 그는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저우의 ZTO 택배 픽업 스테이션 소유주는 최근 2만 위안(380만 원) 미만으로 젤로스 ADV를 주문했다고 더와이어차이나에 전했다. 이전에는 한 달에 약 3000위안(60만 원)을 주고 트럭을 임대하고 운전기사에게 월 8000위안(150만 원) 정도를 지급했다. 그는 두 달이면 ADV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이 낮아지면서 ADV 연구를 중단하거나 포기했던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징둥닷컴은 최근 선전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딥루트Deeproute.ai 출신의 유명 천재 엔지니어 차이 이치Cai Yiqi를 영입했다. 차이는 불과 25세에 텍사스대학교에서 컴퓨터그래픽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구글에서 스트리트뷰 3D 재구성 및 고정밀 지도 제작 업무를 담당했다. 딥루트에서 그는 고정밀 지도를 개발하고 자율주행의 한계를 개척하는 팀의 핵심 멤버였다.
한편 차이냐오는 자체 자율주행 배송 밴을 배치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기업에도 판매하고 있다.
제조의 도약
중국 ADV 산업의 급부상은 공급망의 변화 덕분이기도 하다. 핵심부품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센서와 표준화된 섀시가 없었다면 아무리 좋은 사용사례를 선점해도 타산이 맞지 않았을 겁니다." 톈은 말했다.
자율주행에 라이다가 처음 사용되었을 때, 그것은 본질적으로 깨지기 쉬운 실험실 프로토타입에 불과했다. 정밀도는 높았지만 비쌌고, 품질관리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차량 지붕에 장착된 라이다 장비는 기상 악화에 취약하여 고장이 잦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불과 몇 년 만에 신뢰할 수 있는 대량 생산 부품으로 진화했다.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기계식 라이다 장치 대신 여러 개의 작은 모듈을 사용했고 비용 절감을 위해 각 장치에 들어가는 레이저 수를 100개 이상에서 소수로 줄였습니다." 선도적인 라이다 기업 로보센스RoboSense의 라이다 부문 부사장 양 셴성은 말했다.
승용차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채택이 급증하고 라이다를 차량의 핵심 '인식' 센서로 사용하는 로보택시 부문이 부상하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2021년 이후 중국의 ADAS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샤오펑Xpeng과 화웨이의 일부 고급 모델에서 시작된 라이다가 곧 15만 위안(3000만 원) 이상의 거의 모든 차량에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양 셴성은 말한다. 생산량이 수만 대에서 수십만 대로 급증하면서 라이다의 개당 비용은 4000위안(80만 원) 수준에서 현재 1000위안(20만 원) 이하로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중국 반도체 칩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엔지니어들은 이제 라이다 레이저, 수신기, 프로세서를 별도 부품으로 조립하는 대신 반도체 칩에 통합하고 있다. 미래에 이러한 '칩 레벨' 설계가 완성되면 라이다는 더 작아지고 해상도는 높아지며 생산비용은 낮아질 것이라고 양 셴성은 말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칩 대부분을 독일의 오스람Osram이나 소니 같은 해외 대기업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이제는 헤사이Hesai와 로보센스 등 국내 최대 라이다 개발사를 자처하는 중국 기업들이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에 위탁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수신기, 방출기, 처리 칩을 자체 설계하는 로보센스는 현재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에만 위탁생산을 맡긴다고 밝혔다. 헤사이 역시 칩을 자체 설계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로보센스와 헤사이의 가장 가까운 경쟁자는 미국의 아우스터Ouster이다. 하지만 아우스터는 여전히 구형 기계식 라이다에 주력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더 비싸다고 양 셴성은 지적한다.
엔진, 바퀴, 조향장치를 연결하는 자동차의 하부 '골격'인 섀시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났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가속, 제동, 조향 등 모든 디지털 신호가 물리적 움직임으로 매끄럽게 변환되어야 한다.
초기에는 극소수의 자율주행 자동차와 배송 차량만이 '전자식 제어drive-by-wire'가 가능했고, 그마저도 부분적이었으며 비용이 많이 들었다. 톈은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협력하여 완전히 통합된 플랫폼을 구축했다. "단순히 조향이나 가속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말했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와 동기화해야 하죠. 공급망 전반에 걸쳐 그런 완성도를 높이는 데 수년이 걸립니다."
그 성과는 극적이었다. 2021년 ADV 하드웨어 비용은 약 3만 달러(4300만 원)였다. 2023년에는 2만 달러(2900만 원)에 가까워졌다. 오늘날에는 1만 달러(1450만 원) 미만이다. "그 시점이 되면 계산이 뒤집힙니다." 톈은 말했다. "차량이 배달기사 인건비보다 저렴해지는 거죠."
이제 중국에는 이카테크Ecar Tech와 같은 ADV 전용 섀시 제조업체들이 있다. 난징에 있는 이 회사의 공장은 연간 1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10만 대 생산을 목표로 또 다른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직원이 2020년 2월 14일(현지시간)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서 배달을 마친 배달 로봇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중국과 미국의 엇갈리는 경로
미국 기업들은 훨씬 더 힘든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애널리스트 아이비 양은 중국 ADV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기업들의 전철을 밟아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며 단위당 비용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기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판매하지 못한 물량은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미국 업체들은 종종 아웃소싱을 하거나 파트너십을 짜깁기하는데 이는 단위당 비용을 높이고 개발 사이클을 길어지게 만들죠." 그는 말했다.
예를 들어 서브로보틱스는 웨이모의 제조사이기도 한 캐나다 공급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과 함께 ADV를 제작하며 전 세계에서 다양한 부품을 조달한다. 서브로보틱스는 단위당 제조원가 공개를 거부했으나 최근 생산비용을 원래 수준의 3분의1로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공급망 우위는 매우 두드러져서 많은 미국 스타트업이 중국에서 핵심 부품을 조달한다. 예를 들어 코코는 베이징의 세그웨이로보틱스Segway Robotics에서 맞춤형 섀시를, 선전의 로보센스에서 라이다를 구입한다.
"코코는 움직이는 부품이 없는 세계 최초의 대량 생산형 완전 고정형solid-state 디지털 라이다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대규모로 생산되는 E1R을 사용해요." 로보센스의 양 셴성은 말했다. 고정형 라이다는 회전하는 기존의 기계식 라이다보다 더 작고 저렴하며 내구성이 뛰어나다.
중국에서는 물류가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기업들은 이미 대량의 물품을 이동시키는 데 ADV를 사용하고 있다. "밀집된 전자상거래 흐름, 공동 수거 허브, 어디에나 있는 택배 보관함은 배송 루틴을 표준화하고 막대한 양의 물류 데이터를 생성하는 동시에 자율배송 시스템을 위한 기성 인프라를 제공하죠." 아이비 양은 말했다.
미국과의 또 다른 전형적인 차이점은 중국 정부가 지원 정책을 통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순이와 같은 베이징의 구들은 2020년에 시범 구역을 열었고 2021년에는 저속 배송 차량이 공도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공식지침이 뒤따라 해당 부문을 폐쇄된 캠퍼스 밖으로 진출하게 했다.
전국적으로 200개 이상의 도시가 테스트 구역을 개방하여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축적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메이퇀은 지침이 발표되었을 때 이미 순이 및 기타 시범구역에서 1년 반 이상 차량을 운영하며 거의 10만 건의 주문을 완료하고 50만km 이상의 자율주행 기록을 남긴 상태였다.
"각 국가마다 근본적인 사고방식이 달라요." 아이비 양은 덧붙였다. "중국은 처리량을 해결하려고 하는 반면, 미국은 법적 책임 문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죠."
선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웨일다이내믹은 수출 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초기 테스트는 모두 중국에서 진행했는데 그게 더 빠르고 저렴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훨씬 더 빨리 테스트할 수 있어요." 창 CEO는 전체 과정 비용이 미국의 10분의1 수준이라고 덧붙이며 말했다.
그로 인한 어려움을 보여주듯, 팬데믹 기간 동안 사용량이 급증한 이후 중국 국내 매체 및 소셜미디어에는 ADV와 관련된 십여 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보도되었다. 대부분은 개인 승용차와의 경미한 접촉사고나 버스와의 충돌이었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한 ADV가 길가에 주차된 전기 스쿠터를 들이받고 도로를 따라 끌고 간 사건이었다. 인명 피해가 보고된 사고는 없었다.
알리바바의 물류 계열사인 차이냐오의 배달 로봇이 2020년 10월 26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주거 단지에서 작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최근에는 SF익스프레스 배송 로봇과 관련된 분쟁이 널리 주목을 받았다. 프로그램된 경로를 따라 시골길을 지나던 로봇이 현지 주민들이 햇볕에 말리기 위해 널어놓은 땅콩과 옥수수를 밟고 지나갔다. 주민들은 격분하여 차량을 때리고 발로 찼다.
미국의 규제환경은 훨씬 더 분산되어 있다. 주민들의 반대, 파편화된 지역 규정, 소송 위험으로 인해 업계가 음식 배달 플랫폼과 연계된 보도 주행 로봇 시범 사업 너머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2020년 아마존이 배송 로봇을 도입하려 했을 때, 회사는 ADV가 보도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차량'의 법적 정의를 변경하기 위해 주 의회에 로비를 해야 했다.
서브로보틱스의 CEO 알리 카샤니Ali Kashani는 자신의 임무를 도로 위의 자동차 수를 줄이는 것으로 규정한다. "왜 부리토 1kg를 옮기는데 2톤짜리 자동차를 써야 하나요?"
"자동차는 우리 로봇보다 약 3000배 더 많은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카샤니는 덧붙였다. "그래서 우리 로봇은 밖에 나갔을 때 사람들에게 자동차 수준의 안전 위험을 주지 않습니다. 사실 자동차 이동을 로봇 이동으로 대체하면 도시를 이미 더 안전하게 만드는 셈이죠."
코코와 서브 모두 인간 원격 운영자가 백그라운드에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데 이는 미국 규제 당국과 대중을 안심시키는 반면 비용을 증가시킨다.
젤로스, 리노, 네오릭스 같은 중국 기업들도 원격 모니터링 센터를 설립했다. 차량이 사고나 장애물을 만나면 비상 감속이 시작되고 갓길에 정차한다. 원격조종자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감지할 때만 개입한다.
손실 속의 확장
중국의 다른 많은 산업과 마찬가지로 ADV 부문의 급격한 성장은 잔혹한 가격 경쟁을 촉발했다. 젤로스테크는 특정 모델을 1만9800위안(390만 원)에 제공한다. 차이냐오는 1만6800위안(330만 원)짜리 모델을 출시했다. 네오릭스는 최저 888위안(17만 원)의 계약금과 월 3000~4000위안(60~80만 원)의 할부 요금제를 제공한다.
웨일다이내믹의 창은 많은 차량이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본을 유치하고 상장하기 위해 빠르게 물량을 늘리는 거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자금 조달은 겉치레에 불과하고 수익은 없다는 것이죠."
중국에서 ADV의 경제적 이점은 인간의 낮은 임금 수준에도 제약을 받는다. 경제가 둔화되면서 많은 실직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블루칼라 일자리로 몰려들었고, 인간 배송 비용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게 유지되고 있다.
"노동력이 부족하지 않아요." 창은 말한다. "단거리 배달 한 건당 비용이 1위안(200원) 미만이에요. 인간 배달원이 훨씬 비싼 일본이나 홍콩과 비교하면, 자율주행 차량이 여러 지점에 배송하는 일에서 인건비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는 매우 어렵죠."
프린스턴대학의 연구자 챈은 이러한 역학 관계를 전형적인 '네이쥐안內卷' 사례로 보는데, 이는 더 큰 수익을 실현하지 못한 채 점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과도한 내부 경쟁을 가리킨다. 중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이 용어는 중앙정부에 의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구조적 장애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이미 일반적인 인간 배송 서비스에서 이러한 현상을 목격했다는 점이에요. 임금 삭감과 배송 목표 달성에 대한 더 심한 압박 같은 것들 말이죠." 그는 말한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 중 일부를 단지 새로운 영역으로 옮기는 것일 뿐, 똑같은 패턴이에요. 기업들은 현금을 쏟아붓고, 달리며, 빠르게 규모를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죠. 개별 기업 수준에서는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만 전체 산업에는 건전하지 않을 수 있어요."
ADV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일부 배달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독립 노조는 고사하고 노동 운동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불관용을 고려할 때, 그들은 정치적 힘이 거의 없는 소외된 집단이다.
해외 진출의 야망
본국에서 입지를 완전히 다지기도 전에 중국의 ADV 스타트업들은 해외에서도 큰 야망을 쫓고 있다.
젤로스는 오스트리아에서 첫 운영을 시작했으며 독일, 스위스, 프랑스, 네덜란드 및 기타 유럽 시장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공도 주행이 허용된 L4 차량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며 그곳에서 테스트 중이라고 밝혔다.
네오릭스는 일본, 한국,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13개국에 진출해 있다. 이 회사의 ADV는 스위스 우체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독일 소매업체 REWE는 산업 단지 내에서 스낵 및 음료 판매와 같은 이동형 소매 서비스에 이 차량들을 사용한다.
웨일다이내믹은 미국의 매핑 회사와 합작 투자를 하고 있으며 미국 현지 전기차 충전 제공업체와 두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처음부터 규정 준수 리스크를 신중하게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창은 말한다. 그는 엔비디아 프로세서를 사용하며, 처음에는 미국산 라이다를 사용하다가 나중에 더 저렴하고 진보된 중국산 라이다로 전환했다.
그러나 헤사이 같은 일부 중국 공급업체는 군사적 연계 혐의로 이미 미국 엔티티 리스트(거래 제한 목록)에 올랐으며 헤사이는 이 지정에 맞서 싸우고 있다.
1988년부터 연방법은 외국 차량이 미국의 안전 및 배출가스 기준을 준수함을 입증하기 위해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해 왔는데, 이는 원래 일본과 유럽의 수입차량을 막기 위해 고안된 조치였으나 지금은 중국의 신규 진입을 막고 있다.
그러나 우회로는 존재한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기업 CDM임포트 소유주 차오 양은 중국 미니밴들이 지난 20년 동안 '골프 카트'나 '농업용 차량'으로 미국에 조금씩 들어왔다고 말한다. 텍사스와 오클라호마를 포함한 일부 주에서는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저속 및 중속 차량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세금을 줄이고 통관을 쉽게 하기 위해 많은 화물이 엔진이 없는 '부품'으로 도착한 뒤 현지에서 재조립된다.
"완성차가 아닌 부품으로 들어오는 한... 통과할 수 있어요." 차오는 설명한다. 현재 ADV 스타트업들은 공도를 관할하는 규제의 장벽에 맞서는 것보다는 사설 물류 단지, 농장, 저속 구역과 같은 틈새시장을 가장 실용적인 진입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규모를 확장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숫자가 적을 때는 아무도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요." 프린스턴대학의 챈은 말한다. "하지만 이 차량들이 늘어나고 정치인이나 언론의 레이더망에 잡히면 급격한 정책 변화의 발화점이 될 수 있어요."
현재 웨일다이내믹은 덜 논쟁적인 테스트 장소를 찾았다. 바로 호주의 와규 소 농장이다. 이곳에서 차량들은 평원을 가로지르며 소떼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목장 일꾼의 임금은 연간 13만 호주달러(1억2000만 원)에 달하는 반면, ADV는 약 5만5000호주달러(5100만 원)만 든다.
페이웨 우는 뉴욕에 거주하는 저널리스트로, 주로 중국의 기술과 비즈니스에 대해 글을 쓴다.








최근 한국에서도 테슬라의 전기차 일부 모델에서 자율주행(FSD) 모드가 지원되면서 다시금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벌써부터 자율주행의 '대혁명'이 한국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다소 섣부른)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이 가장 먼저 혁명을 가져올 곳은 다른 곳보다도 물류 부문일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일정한 루트를 사용하고 물량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속도가 그렇게 빠를 필요가 없어서 덜 위험합니다. 치열한 경쟁으로 이름난 중국의 테크 업계가 물류 부문을 주목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여기 소개하는 더와이어차이나의 10월 26일자 기사가 보여주듯이 중국 테크 업계는 이미 자율주행 물류 부문에서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대형 물류센터에서부터 대도시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주행 배송차량을 운영하며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로 한국에 밀고 들어온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이미 일부 중국 업체는 한국에도 진출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