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자가 2025년 11월 6일(현지시간) 중국 동부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CIIE)에서 민간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 부스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과 장난스럽게 겨루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2025.11.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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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에는 16개국에서 온 500여 대의 로봇이 참가해 방 청소, 빨래 개기, 축구, 킥복싱 등을 선보였다. 이 대회는 로봇을 실험실 밖으로 꺼내 중국이 로봇 공학 분야에서 이룬 비약적인 발전을 과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이 행사는 로봇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자리이기도 했다.
달리기 트랙과 축구장에서는 로봇 머리가 굴러다니고, 팔이 소켓에서 빠지거나, 로봇끼리 부딪혀 비틀거렸다. 화제가 된 한 영상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육상 트랙에서 인간 운영자를 넘어뜨렸다. 바이럴이 된 또 다른 영상에서는 권투 로봇이 링 안의 인간 심판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러한 돌발상황들은 중국의 휴머노이드 야망과 현실 사이의 커다란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기계가 복잡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피지컬 AI'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희망에 힘입어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그 야망은 거대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연구 및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훈련 센터를 후원하며, 국유기업의 로봇 도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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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시장 조사 기관인 IT쥐즈ITJuzi에 따르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은 올해 첫 9개월 동안에만 약 170억 위안(3조3600억 원)을 조달하며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 중 하나가 되었다. 메이퇀Meituan, 징둥닷컴JD.com과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부터 마이디어Midea, 하이얼Haier 등 가전제품 제조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요 테크 대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는 최대 500억 위안(9조8000억 원)의 기업 가치로 상하이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인 항저우 기반 스타트업 유니트리Unitree와 같은 슈퍼스타를 탄생시켰다. (유니트리는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열광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공개된 대부분의 로봇은 여전히 사전 프로그래밍된 코드에 따라 작동한다고 리서치 회사 MIR 데이터뱅크의 푸멍전Fu Mengzhen 휴머노이드 로봇 부문 책임자는 말한다. "복잡한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고 오직 음성 명령에 기반하여 행동을 수행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상당히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작업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은 아직 요원하다. 물리적 하드웨어부터 데이터, 훈련 방식에 이르기까지 업계는 상용화 경로는 고사하고 최상의 기술적 접근법에 대해서도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비이성적인 과열을 경고하고 있다.
"제 투자자 친구들 중 다수는 이들 기업의 가치가 너무 급격히 오르는 데 충격을 받아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기피해 왔어요." 리서치 회사 테크버즈차이나Tech Buzz China의 설립자이자 투자자인 루이 마Rui Ma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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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대를 판매한다거나 비용을 낮추겠다는 것 모두 정말 좋은 얘기죠." 휴머노이드, 로봇 개, 부품을 생산하는 항저우 소재 기업 딥로보틱스의 에릭 왕이 말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그렇게 쉽지 않아요."
이는 업계에 시급한 질문이다. 다양한 제품과 시스템의 표준을 개발하는 비영리 단체인 ASTM 인터내셔널의 로봇 및 자율 시스템 프로그램 책임자인 에런 프레이더Aaron Prather는 중국 정부가 로봇 산업 지원 측면에서 '해낸' 일에 감명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너무 빠르고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거의 터지기 직전의 버블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요." 그는 덧붙였다.
인간의 형태를 모방한 로봇의 근본적인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의 스마트 로봇 대부분은 사람처럼 생길 필요가 없어요." 조 차이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지난 5월 한 콘퍼런스에서 말했다.
GSR벤처스의 저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주샤오후朱啸虎는 AI를 물리적, 실제 세계 시스템에 통합하는 '체화된embodied AI'에 중점을 둔 여러 스타트업에서 자금을 회수했다. "우리는 지속가능하고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상용화를 선호해요. 오늘날 [업계에서] 그런 점을 많이 못 보고 있습니다." 그가 지난 3월 차이나벤처China Venture에 말했다.
'완전한 미지수'
2년 전, 청하오程昊는 자신의 첫사랑인 자동화 분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칭화대 졸업생인 그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에서의 직장을 그만두고 부스터로보틱스Booster Robotics를 설립했다. 베이징 소재의 이 스타트업은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대거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중 하나이다.
많은 동료 기업과 마찬가지로 부스터로보틱스는 오픈AI의 챗GPT의 등장을 촉매제로 꼽았다. "2022년까지만 해도 로봇이 얼마나 똑똑할 수 있는지는 얼마나 많은 코드를 입력하느냐에 달려 있었어요." 부스터로보틱스의 차오이 리Chaoyi Li 글로벌화 책임자가 말했다. 그러나 챗GPT는 추론하고, 학습하며,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AI 기반 로봇의 가능성을 열었다. "단순히 사전에 프로그래밍되는 대신, 로봇이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실제로 열린 거예요."
이 회사의 비전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일상생활에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의 노트북만큼 안정적이고, 성공적이며, 합리적인 가격의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싶어요." 리 책임자가 말했다.
이를 위해 회사는 하드웨어에 중점을 둔다. 작년 여름, 3만 달러(4200만 원)에 판매되는 오픈소스 로봇 '부스터 T1'을 출시했다. 올해 3월까지 이 회사는 전 세계 대학의 개발자들과 연구원들에게 100대 이상을 출하했다.
'부스터 T1'은 지난 1월 베이징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춘절 리셉션에서 젠슨 황과 다른 손님들을 맞이했고, 세계적인 휴머노이드 축구 토너먼트인 로보컵RoboCup에서 중국팀에게 금메달을 안겼으며, 샌프란시스코의 로봇 파이트 클럽에서 다른 기계들과 대결했다. "스마트폰이 작동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우리는 많은 사람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기본 플랫폼을 구축해요." 리 책임자가 말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스터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사용자에게 맡기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애호가들은 공장 조립 라인, 카페 카운터, 또는 일반 가정의 주방 등 다양한 환경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를 구상한다.
일론 머스크 같은 지지자들은 수많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24시간 내내 일하며 인간을 육체노동에서 해방시켜 생산량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이들은 로봇을 단기적인 노동력 부족은 물론 장기적인 인구 위기에 대한 해답으로 본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전자를 자주 겪었으며 후자에 직면할 운명으로 보인다. 유엔(UN)의 예측에 따르면 중국의 14억 인구는 세기말까지 절반 이상으로 감소할 수 있다. 각국 정부는 또한 군사적 함의를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전승절 퍼레이드에서는 로봇 개들이 탄도미사일과 나란히 행진했다.
모건스탠리는 2050년까지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이 5조 달러(7000조 원)를 초과할 수 있다고 추정하며, 골드만삭스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2031년까지 100만 대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옵티머스'라고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슬라 공장 현장에 배치하려는 머스크의 계획은 최근 중국의 희토류 자석 통제로 인해 거듭 지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재의 스타트업 '피겨FigureAI'는 올해 초 BMW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자사 로봇이 수행한 작업을 과장했다는 의혹으로 비난을 받았다.
약 10년 전 공중제비 도는 휴머노이드로 처음 세상을 놀라게 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여전히 실제 적용 사례를 놓고 실험 중이다. 4년 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영권을 인수한 현대자동차는 10월 자사 자동차 공장에서 이 회사의 로봇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 공장 시험을 '최초의 개념 증명'이라고 칭했다.
다른 많은 산업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휴머노이드 로봇 공학에서 중국이 차별화되는 것은 강력한 국가 지원이다. 노동력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직면한 중국은 자동화를 수용하여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나머지 국가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산업용 로봇을 설치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의 공장 현장에서 200만 대 이상의 로봇이 작동하고 있다.
2023년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 생산과 2027년까지 이 분야의 성장 엔진 부상을 목표로 하는 산업 청사진을 발표했다. 지난 3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로봇 공학 및 AI를 포함한 최첨단 기술을 위한 국가 지원 기금을 발표했으며 이 기금은 최대 1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및 성 정부들은 이제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후베이성은 연구원과 기업이 프로토타입을 '시장 히트작'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100억 위안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용 펀드를 출범시켰다. 최소 18개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있는 선전은 기업에 최대 1000만 위안 상당의 컴퓨팅 파워 구매 바우처를 발급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에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전략을 재현하려 하고 있어요." 스틸러기술시장자문Stieler Technology & Market Advisory의 조지 스틸러 매니징 디렉터가 말했다. 이 전략의 핵심 요소에는 연구 개발 자금 지원, 제조 강점을 활용한 비용 절감, 신속한 신제품 개발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보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공학은 중국의 산업정책이 성공한 전기차,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같은 산업과는 매우 다르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확립된 기존 기술이 있거나 입증된 시장과 제품이 있었죠."라고 프린스턴 대학의 박사후 연구원인 카일 챈Kyle Chan이 말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휴머노이드 산업과 시장은 완전히 미지수예요.
"휴머노이드에 대한 베팅은 잠재적으로 뛰어난 엔지니어링 인재를 보유한 기업들을 잠재력이 가장 크지 않을 수도 있는 특정하고 편협한 접근법으로 끌어들일 위험이 있어요."
중국의 강점
고든 쳉Gordon Cheng이 20년 전 일본에서 처음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과정은 매우 달랐다. 주문을 하고 나면 새로운 로봇 설계를 위한 모터를 받는 데 보통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렸다. "이제는 컴퓨터에 앉아 버튼 하나만 클릭하면 당일 배송돼요." 현재 독일 뮌헨공과대학의 인지시스템 교수로 재직 중인 쳉은 말했다. 쳉 교수는 중국 덕분에 이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우리가 연구 개발해 온 모든 것을 중국이 다음 단계, 즉 대량생산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어요." 쳉 교수가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자율주행 전기차(EV) 및 전자 산업을 위해 이미 개발된 많은 기술 및 기본 부품과 유사한 것을 사용한다. 이러한 중첩성 덕분에 중국 공급업체들이 쉽게 업종을 전환할 수 있었다.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의 주요 부품 공급업체인 닝보투오푸Ningbo Tuopu는 지난해 초 휴머노이드 로봇의 팔다리와 관절을 제어하는 액추에이터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이 회사는 정교한 손 모터와 센서, 발 충격 흡수 장치, 그리고 로봇이 온도와 압력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자 '피부'를 개발하고 있다.
애플에 정밀 부품과 모듈을 공급하는 선전 소재 제조업체 링이 아이테크Lingyi iTech는 로봇 관절, 손, 방열 모듈을 만들기 시작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고객사와 협력하여 설계를 표준화하고 있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산업 클러스터 내에서 모든 센서, 액추에이터, 모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어요." 테크 투자자이자 뉴스레터 '딥테크 아시아'를 운영하는 데니스 칼리닌Denis Kalinin이 말했다.
차이나모바일의 자체 개발 로봇 개들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2025년 7월 2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5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 차이나 모바일 부스에서 춤을 추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중국의 강력한 제조업과 치열한 경쟁 덕분에 휴머노이드 로봇과 그 부품 비용이 업계 관계자들이 낙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조 비용이 2024년에 전년 대비 40% 하락한 것으로 추정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향후 5년 동안 중국에서 이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 2030년까지 1만7000달러(2400만 원)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유니트리가 지난해 출시한 G1 휴머노이드 모델은 중국에서 9만9000위안, 해외에서 1만6000달러(2200만 원)에 판매되며 이는 시장의 다른 제품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지난 7월에 출시된 이 회사의 최신 R1 모델은 3만9900위안(800만 원)으로 가격이 훨씬 더 낮다. 유니트리의 로봇은 '미세한 물체'를 조작할 수 있고 '역동적인 이동'이 가능하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정확한 작업을 수행할지는 구매자가 파악해야 할 몫이다.
그 결과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은 자금이 풍부한 연구소뿐만 아니라 기업과 개인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는 실험을 장려하고, 배치를 확대하며, 신 버전 출시를 가속화할 거예요." 뉴스레터 '헬로 차이나 테크Hello China Tech'를 쓰는 포 자오Poe Zhao가 말했다.
구매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파악하기 전에 기술의 한계를 앞당기기 위해 경쟁하는 미국 기업들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합리적인 비용 한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고 투자자 루이 마가 말했다. "그 점이 바로 중국이 좋은 전략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에요."
그러나 중국산이든 아니든 하드웨어는 여전히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다.
손은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로 손꼽힌다. 중국 기업들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베이징의 유에취안바이오닉스Yuequan Bionics는 최근 바늘에 실을 꿰고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생체공학 손을 선보였으며, 다른 기업들은 로봇이 모양과 질감을 인식하도록 돕는 촉각 센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전히 옷 개기나 다른 기초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투박한 손가락을 갖추고 있다.
또 다른 과제는 관절, 팔다리 등 휴머노이드 로봇의 다양한 부분이 함께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바퀴를 가져야 하는지, 아니면 더 정확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다리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중국은 또한 고정밀 센서 및 칩과 같은 일부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두뇌'의 문제
중국 스타트업들이 모든 형태와 크기의 휴머노이드를 시장에 쏟아내면서 이들의 소프트웨어 '두뇌'의 중요성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작년에는 투자자들이 실제로 이러한 휴머노이드와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회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스틸러가 말했다. "올해는 누가 이 기기들이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목적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것인지 묻고 있죠."
이는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챗GPT가 다른 이들이 따를 길을 개척한 대형언어모델(LLM)과 달리 '체화된 AI'에서는 아직 선두주자가 나타나지 않았어요." 01VC의 창립 파트너인 이안 고Ian Goh가 말했다. "모두가 각자 모델을 개발하고 있어요. 모두의 방법론이 달라요."
모든 체화된 AI 기업들은 로봇을 구동할 AI 모델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동일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병목 현상이에요." 칼리닌이 말했다. "로봇 훈련에 필요한 실제 고품질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요."
베이징 소재 스타트업 스피릿AISpiritAI는 로봇의 AI 모델을 사전 훈련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신체나 머리에 부착된 카메라 영상을 스크래핑하고 있다. 이는 고된 작업이었다. 회사는 수집한 콘텐츠의 단 1%만이 사용 가능하다고 추정한다.
로봇이 세상을 탐색하도록 돕는 다음 단계는 훨씬 더 복잡하다. 로봇의 움직임을 개선하는 데 사용되는 한 가지 방법은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Isaac Sim'과 같은 가상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훈련하는 '강화 학습'이다. 이 접근법은 실제 충돌이나 넘어짐을 피할 수 있어 로봇에게 확장성이 더 크고 안전하지만 막대한 양의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한다. 로봇이 궁극적으로 현실 세계에 배치될 때, 아이들의 '마인크래프트' 세계와 그들이 노는 거실 사이의 격차처럼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의 격차'도 존재한다.
또 다른 방법은 '모방 학습'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원격 조종자의 움직임을 모방하여 정교한 운동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집약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이다. 또 다른 베이징 소재 스타트업 갤럭시아AIGalaxea AI는 가정, 호텔, 레스토랑, 공장 등에서 로봇 행동 데이터 세트를 힘들게 수집하기 위해 직원과 로봇을 배치했다. 딥로보틱스DEEP Robotics는 로봇이 '학교 가듯 가는' 훈련센터를 두고 있다.
많은 기업이 두 가지 방법을 혼용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법들을 '무차별 대입 방식'이라고 비판하며 범용 로봇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능을 달성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챗GPT와 그 경쟁자들의 기반이 되는 대형언어모델의 경우 '확장성의 법칙', 즉 데이터가 많을수록 모델이 더 똑똑해진다는 법칙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체화된 AI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일한 유형의 로봇 행동을 재현할 수 있는 통계 모델을 생성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는 '이해'가 없어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공과대학의 로봇공학 부교수인 알레산드로 사콘Alessandro Saccon이 말했다. 예를 들어 빨래를 개는 휴머노이드 로봇 앞에 공을 던지면, 로봇은 빨래를 개는 데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지식'이 공을 잡거나 적어도 쳐내는 데 적용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콘 교수는 튀는 공에 직면했을 때 "작동할 수 있는 일반화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제어시스템 및 통합과 같은 낮은 수준에서는 발전이 빨랐어요." 자오가 말했다. "하지만 작업 일반화, 장기적 자율성, 복잡한 환경에서의 안정성과 같은 더 높은 수준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뒤처지죠."
유니트리의 설립자 왕싱싱은 지난 8월 한 콘퍼런스에서 로봇이 언어적 지시를 처리하고, 새로운 장소를 돌아다니며, 물병을 나눠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잠재력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봇에게 이 '챗GPT 모멘트'가 1~5년 안에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길을 가며 달걀을 낳는다'
개발자들이 완벽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는 동안, 로봇이 광범위하게 채택되느냐의 여부는 궁극적으로 잠재 구매자들의 단순한 계산, 즉 '수익이 비용을 초과하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한 스마트 제조기업의 임원이 말했듯이 "고객들은 궁극적으로 내가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단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절약해 줄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어요."
9월 선전 소재 유비테크로보틱스UBTech Robotics는 익명의 고객으로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휴머노이드 로봇 계약 중 가장 큰 규모인 2억5000만 위안(49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상하이 스타트업 애지봇AgiBot은 푸린 프리시전Fulin Precision 소유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상자를 옮기기 위해 바퀴 달린 휴머노이드 약 100대를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 달 전, 애지봇과 유니트리는 차이나모바일로부터 1억2400만 위안 규모의 입찰을 따냈다.
이러한 계약들이 진전을 의미하긴 하지만 여전히 개념 증명proof-of-concept 시범 사업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는 보이지만 [이러한 계약들은] 종종 단계적이거나 정부 정책에 의해 주도돼요." 자오가 말했다. "진정한 상용화는 납품 이후에 일어나는 일, 즉 로봇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측정 가능한 비용 절감을 제공하며, 반복 주문을 유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어요."
일반적인 투자 수익 회수 기간이 18개월임을 고려할 때, 분석가들은 연간 10만8000위안(2100만 원)을 버는 공장 근로자를 대체하기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격이 15만 위안(3000만 원) 미만이어야 한다고 추정한다. 이 추정치는 또한 설치 및 유지보수와 같은 로봇의 운영비용이 비교적 적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많은 이들은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잠재 구매자에게 휴머노이드보다는 특수 로봇이 경제적으로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기존 공정 및 가치 사슬 내에서 휴머노이드의 투자수익률(ROI)이나 실제 가치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려워요." ABI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조지 초두리George Chowdhury가 특히 제조 및 물류 부문을 언급하며 말했다.
장기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병원, 노인 요양원, 가정 등에서 다양한 작업을 처리하도록 훈련받을 수 있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 맞게 기계를 조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유비테크UBTech의 설립자 저우젠은 아파트가 동일한 구조와 심지어 동일한 색상의 컵을 가지고 있다는 조건 하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향후 10년 이내에 가정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자율주행차의 개발 사례를 고려해 볼 때 휴머노이드의 배치 또한 규제 및 안전 문제로 인해 늦춰질 것이다. "자율주행차(AV) 개발자는 모든 고속도로, 큰 마을, 작은 도로를 주행해야 하고... 가능한 모든 도로 및 날씨 조건을 다루며 각 상황에서 올바른 대응을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해요." 기술 리서치 회사 옴디아Omdia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리안 제 수Lian Jye Su가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그런 과정을 겪어야 할 거예요."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해요." 퓨처캐피털의 매니징 디렉터인 무롱 양Murong Yang이 말했다. "우리는 최종 형태가 어떨지에 대한 가정 없이, 기술이 가장 견실한 기업들에 선별적으로 베팅하고 있어요."
범용 로봇이 아직 먼 미래의 일이고 자본의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많은 중국 스타트업들은 '길을 가며 달걀을 낳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는 화웨이의 설립자 런정페이가 만든 표현으로, 핵심 비즈니스가 마침내 성공할 때까지 회사가 생존할 수 있도록 충분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틈새 응용 분야를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딥로보틱스가 한 예이다. 이 회사는 2017년에 첫 제품인 4족 보행 로봇 개를 출시했다.
이 회사의 로봇 개들은 현재 고비 사막과 같은 혹독한 환경을 포함하여 중국 전역의 전력망과 발전소를 순찰하고 있다. 중국 로봇 개 시장의 18%를 점유하고 있는 딥로보틱스는 현재 매출액 기준으로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로봇 개 제조사이다. 이 회사는 광산이나 터널과 같이 로봇 개들이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찾고 있다. 또한 이들을 위한 수출 시장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 여름 딥로보틱스는 기존 로봇 개처럼 복잡한 지형을 탐색할 수 있는 첫 휴머노이드 로봇 'DR01'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최근 펀딩 라운드에서 5억 위안(980억 원)을 조달하여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를 발전시켰으며, 관절 및 기타 부품을 판매하여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했다.
"보통 두 가지 극단이 있어요. 로봇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거나 지나치게 비관적인 사람들이죠." 딥로보틱스의 에릭 왕이 말했다. "현실은 로봇이 점점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점진적인 과정이 될 거예요."







챗GPT로 대표되는 대형언어모델(LLM)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그 다음은 '피지컬 AI'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채팅창으로만 교류가 가능한 '사이버 친구' AI와는 달리, 실제 물리적인 형태를 갖고 인간과 교류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말하는데 주로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을 가리킵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테슬라 전기차의 매출을 잠식해 들어오자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미래 전략을 궁리하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이미 어마어마한 저력을 쌓아뒀습니다. 최첨단의 기술 개발보다는 기존의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상용화하는 엔지니어링이 중국의 강점인데 벌써 800만 원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판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물론 이는 중국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중국이 전기차, 태양광 산업에서 이룬 것처럼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중국 전문매체 더와이어차이나의 10월 5일자 커버스토리는 중국 로봇 산업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파헤칩니다. 중국의 엔지니어링 강점이 현재 로봇 산업에서도 여실히 발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차, 태양광 산업에서의 성공을 똑같이 일궈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전기차와 태양광 산업의 경우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술이 성숙돼 있는 상태라 중국이 자신의 강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던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서는 여전히 기술적으로 헤쳐나가야 될 난관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LLM의 성공 때문에 사람들은 피지컬 AI가 짧은 시간 안에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여깁니다만 실상은 많이 다릅니다. 피지컬 AI에서 다뤄야 하는 변수는 훨씬 더 방대하고 복잡합니다. 최소한 10년, 심지어 20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한편 중국의 과감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투자는 의외의 분야에서 빛을 발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시면 향후 관련 투자 분야에 대해서도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