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BYD의 '별의 순간'

중국 자동차는 어떻게 전기차 업계에서 지배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앞으로도 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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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 =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Porte de Verseille)’ 전시회장에서 ‘2022 파리국제모터쇼(MONDIAL DE L’AUTO PARIS)’ 프레스데이가 열려 '대륙의 테슬라'로 불리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비야디(BYD)가 자사 플래그쉽 모델 ‘한(HAN)’을 선보이고 있다. 2022.10.1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9.29 14:24

The Wire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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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023년 1분기 자동차 수출량이 사상 최초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했습니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한 전기차 부문이 빛을 발한 것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산 자동차라고 하면 우습게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이제는 디자인부터 기술력까지 한국산 자동차 못지 않습니다. 그 첨단에 비야디(BYD)가 있습니다. 당초 배터리 전문기업으로 시작한 BYD는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광물부터 심지어 자동차 보험까지, 전기차 업계에서 가장 완벽한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를 이룬 기업입니다. 테슬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한국 자동차 제조사도 BYD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한국 자동차 산업이 반드시 벤치마크해야 할 기업입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처음으로 중국으로 움직인 시점을 꼽으라면 중국 자동차 업체인 BYD오토BYD Auto가 블레이드Blade 배터리를 출시한 2020년 3월 29일이 적당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의 혼란스러운 시기였기 때문에 블레이드의 진가를 제대로 파악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더 효율적인 배터리 디자인 같은 기술적인 소식은 반도체 부족이나 리튬 가격 폭등 같은 자동차 업계의 팬데믹 위기 관련 이슈에 비해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각종 공급망 문제가 BYD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BYD가 이룬 성과의 진가가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BYD는 블레이드 출시 4개월 후 플래그십 차량인 한Han을 출시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부품을 기다리다 마비된 듯 보였을 때 BYD는 그야말로 자동차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2021년 중반이 되자 BYD는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가 갖지 못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바로 공급망에 대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통제력이었다. 오늘날 생산되는 BYD 자동차는 BYD의 자회사가 건설한 공장에서 BYD가 만든 칩과 배터리로 구동되고 BYD가 채굴한 금속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자동차의 운송도 BYD 소유 화물선을 통해 전 세계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며 자동차 보험도 BYD 소유 보험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누적되면서 BYD의 자동차는 더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더 저렴해졌다. 10년 전, BYD의 당시 플래그십 차종이었던 박스형의 투박한 해치백 BYD e6는 4만9000달러(6500만원)가 넘는 가격에 300킬로미터의 주행거리를 자랑했다. 지난 5월 BYD는 동일한 주행거리의 새로운 시걸Seagull 해치백을 발표했는데 기본 가격이 e6의 4분의1에 불과한 1만1000달러(1500만원)였다.


"BYD의 DNA는 제조업이며 비용 절감에 탁월하기로 악명이 높을 정도죠." 자동차 컨설팅 회사인 ZoZoGo 창업자 마이클 던Michael Dunne의 말이다. "처음에 휴대폰용 배터리 제조사로 출발했을 때의 전략이 그랬고 자동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거부할 수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비용을 낮춥니다."


BYD가 세운 기록을 보면 BYD가 얼마나 거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현재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산업체이자 두 번째로 큰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이며,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 브랜드로 적어도 15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폭스바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 상위 10개 중 6개가 BYD 차량이었다. 모회사 BYD컴퍼니BYD Company Ltd.는 고용인원이 60만 명에 육박해?이 중 절반은 작년에 고용했다?현재 중국 민간 기업 중 고용인원으로는 위탁 제조 대기업인 폭스콘Foxconn에 버금갈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눈 깜짝할 사이에 크게 성장한 BYD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지만 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더 큰 지각변동의 일부다. 2023년 1분기 중국은 사상최초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올라섰다고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중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해관총서 데이터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승용차 수출액은 160억달러를 넘었는데 이는 2020년 동분기 대비 900% 증가한 것이다.

"이젠 중국의 [자동차] 수요가 중국의 생산으로 충족되는 세상이 됐죠." 미국외교협회의 글로벌 무역 및 자본 흐름 전문가인 연구위원 브래드 세서Brad Setser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중국이 이렇게 단기간에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한 것은 세계 경제에 큰 충격입니다."


지난달 포드의 CEO 짐 팔리Jim Farley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새로운 세계 질서라는 걸 똑똑히 보실 수 있을 겁니다."


5년 전만 해도 이런 새로운 세계 질서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BYD가 이를 선도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선전深? 소재의 기업 BYD는 원래 휴대폰용 배터리 제조업체였다가 2000년대 들어 전기차 배터리로 사업을 전환했다. 2008년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의 자회사가 투자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BYD는 자동차 업계의 지진아遲進兒로 여겨졌다. 많은 중국 소비자에게 BYD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넉넉한 정부 보조금으로 겨우 판매를 유지하는 메이커였다. 2011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BYD가 경쟁 상대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저 웃기만 했다. "그 회사 차를 본 적 있어요?" 그의 대답이었다.


오늘날 테슬라는 BYD의 고객사다. 테슬라는 지난달 독일에서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장착한 첫 번째 테슬라 모델을 출시했다. 테슬라는 포드, 폭스바겐과 같은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BYD의 공급망 모델을 따르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과거에는 아웃소싱했던 필수 광물 채굴, 가공과 배터리 생산 같은 업스트림1 부문에도 투자하고 있다.


"블레이드는 현재 세계 최첨단의 배터리라 할 수 있습니다." 던의 말이다.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업체로 시작하여 업스트림으로 가고 있는 반면, BYD는 배터리의 강자이자 자동차 업계의 다크호스죠."



이제 문제는 BYD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다. 중국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BYD는 야심차게 글로벌 확장에 나서고 있다. 작년에는 호주, 브라질, 태국, 일본에 차량을 출시했고 올해는 서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북미에서 BYD는 이미 상용차 분야에서 활발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와 온타리오에 전기 버스와 트럭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 중이다.


나중에 스핀오프가 될 수도 있는 RIDE라는 브랜드로 BYD는 조용히 미국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자국 내 자동차 생산과 자동차 업계의 자국 대기업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BYD는 미국 스쿨버스의 전기화를 위한 50억달러 규모의 연방 프로그램의 일환인 지역 교육구와의 계약을 확보하기 위해 신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으로 인해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에서 BYD가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BYD를 무시하거나 만만하게 보면 그 누구라도 큰 코 다칠 것이라 말한다.


상하이 소재의 자동차 컨설팅 회사 오토모빌리티Automobility의 설립자이자 CEO인 빌 루소Bill Russo는 이렇게 말한다. "최고의 말과 경쟁하지 않으면 제대로 경쟁하는 게 아니죠."

토머스 에디슨 + 잭 웰치

2008년 버크셔해서웨이가 BYD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BYD가 자동차 분야에 진출한 건 그때로부터 불과 6년 전, 창업자인 왕추안푸王?福가 생산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실패한 국영 자동차 제조업체를 인수하기로 결정했을 때였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순조로운 게 없었죠."BYD의 자동차 사업 진출에 대한 던의 설명이다. "일본산 엔진으로 굴러가는 조악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조립해 더 좋은 차를 살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팔았습니다. 초창기에는 그다지 존경받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버핏의 최측근인 데이비드 소콜과 찰리 멍거는 왕추안푸의 독특한 면모에 주목했다. 괴팍하기로 유명한 멍거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화학자 출신인 왕추안푸를 두고 "토마스 에디슨과 잭 웰치를 합친 인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버크셔해서웨이는 2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BYD 지분 10%를 확보했다.


BYD 창업자 왕추안푸와 워런 버핏, 2008년 9월 27일. /사진제공=BYD

BYD 창업자 왕추안푸와 워런 버핏, 2008년 9월 27일. /사진제공=BYD


자동차 제조 초기에는 사업이 신통찮았지만 왕추안푸는 그간 성공을 거듭해온 사업가였다. 국영기업의 초기 투자와 자신의 사촌이자 대기업 오너인 뤼샹양?向?의 도움으로 왕추안푸는 1995년 휴대폰 배터리 공급업체 BYD를 설립했다. 불과 3년 만에 BYD?'당신의 꿈을 키워라Build Your Dreams'의 약자다?는 모토로라, 에릭슨과 같은 고객사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중국 최대 충전 배터리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또한 까다롭기로 유명한 테크 기업인 애플의 공급업체로 10년 넘게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랫동안 애플 공급업체로 남을 수 있었다는 건 테크 업계 사람들에게 확실한 보증이죠." 자동차 컨설팅 회사 사이노오토인사이트Sino Auto Insights의 설립자 투 러Tu Le다. "애플과 일하면 정말 빨리 성장하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게 되죠. 전기차로 전환하기 전에 테크 분야에서 이러한 경험을 쌓은 것은 매우 귀중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BYD가 성공하는 동안에도 왕추안푸와 고위 경영진은 모두 BYD 본사 캠퍼스에 있는 직원 숙소에 거주했다. 왕을 아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그의 전설적인 검소함의 상징이라 말한다. 어느 해 디트로이트오토쇼를 방문했을 때, 왕추안푸는 호텔값을 아끼기 위해 회사 대표단 30명을 한 집에 몰아넣었다 한다. 왕추안푸가 최고급 신형 벤츠를 구입했을 때 회사와 가까운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마침내 그가 돈을 쓰는구나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벤츠의 부품 연구를 위해 엔지니어들에게 해체시키려고 샀던 것이었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는 수년이 걸렸다. 2011년에 출시된 첫 번째 플래그십 전기차인 e6의 판매는 주로 선전시 정부에서 이루어졌다. 선전 정부는 이 차량을 택시와 경찰 차량으로 썼다. 넉넉한 정보 보조금(회사 재무 기록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2년까지 20억달러 이상)과 보호주의적 정책 덕분에 BYD는 계속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왕추안푸는 또한 전기차 르네상스를 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BYD는 제조 공정과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일례로 왕추안푸의 사촌이 소유한 대기업 룽제融捷의 리튬 채굴 부문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하는 한편, 자사의 이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7년에는 아우디 그룹의 수석 디자이너 볼프강 에거를 영입해 회사의 제품 라인업에 절실히 필요한 디자인 변화를 맡겼다. 전문가들은 그 결과가 블레이드 배터리 출시와 함께 완벽한 타이밍에 이루어졌으며 한에서 절정을 이뤘다고 말한다.


"한은 BYD 차량으로는 처음으로 멋진 디자인의 차량이었고 블레이드는 물론 혁신적이었죠." BYD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스노우불캐피털Snowbull Capital의 CEO 테일러 오건의 말이다. "당시 업계에는 '섹시'한 배터리가 없었고, 전기차용으로 개발된 배터리도 없었습니다. BYD가 갑자기 나타나 블레이드를 출시하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죠. 블레이드의 폼 팩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으니까요."


블레이드 배터리는 다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동일한 기본 화학적 원리를 사용하지만 그 조립 방식이 혁신적이다. 기존 배터리는 전극을 감는 방식으로 조립하는 반면, 블레이드는 전극을 샌드위치처럼 쌓아 에너지 밀도가 더 높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의 세계에서 이는 더 적은 공간에 더 많은 충전 전력을 담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형 전지를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BYD의 주된 혁신은 이렇게 큰 전지가 전기차 내부에서 잘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리서치 및 컨설팅 그룹인 우드맥WoodMac의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 전문 선임 애널리스트 맥스 리드다. "화학적인 부분부터 전기차 팩 엔지니어링까지 모든 것을 고려해서 만들었죠. 자체적으로 배터리 셀을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샌드위치처럼 설계된 배터리 셀은 안전성도 더욱 높여준다. 화제가 됐던 영상에서 BYD는 블레이드 배터리가 까다롭기로 악명높은 '네일 테스트'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네일 테스트란 기계로 배터리 팩에 못을 찔러 안전성을 시험하는 기법이다. 못에 찔린 후에도 BYD 블레이드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경쟁사의 니켈 및 코발트 기반 배터리(테슬라의 2022년 이전 모델 대부분에 사용된 유형)는 화려한 불꽃을 내며 불탄다.


많은 이들에게 이는 왕추안푸가 오랫동안 쌓아온 배터리 기술을 잘 보여준다. 2009년 포춘 매거진의 프로필 기사를 보면 왕추안푸가 투자자들에게 BYD의 배터리가 안전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배터리 액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맛은 별로"라고 평했다.) 실제로 머스크가 BYD를 비웃던 2011년과 달리 이제 BYD는 테슬라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중국 국내 시장에서는 작년 판매량이 테슬라의 4배였다.

중국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저가형 옵션으로 자리매김한 BYD는 이제 더 많은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공략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BYD는 두 개 브랜드를 새로 공개했다. 오프로드 SUV와 슈퍼카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 양왕仰望(한국어에서와 마찬가지로 '앙망하다'라는 뜻)과 중간급 브랜드인 팡청바오方程豹('포뮬러 표범'이란 뜻)다. BYD는 지금까지 통틀어 10개가 넘는 모델을 발표 또는 출시한 상태다.


"시장에 출시되는 모델이 너무 많아요. 앞으로 더 많은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고요. 엄청나죠." 독립 컨설턴트이자 팟캐스트 China EVs & More를 진행하는 싱 레이Xing Lei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모델을 기대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실상의 중국 국가대표기업2national champion인 BYD는 국내에서 '수이쥔水?'이라 불리는 공격적인 열성 팬덤을 자랑한다. 이들은 자기 차량에 중국 국기 데칼을 부착하고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더라도 BYD의 편을 드는 걸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고객들이 특히 BYD의 높은 국내 시장 이해도를 보여주는 작은 디테일?중국의 국민 메신저앱 위챗WeChat과 원활하게 연결되는 온보드 컴퓨터 같은?을 좋아하는데 테슬라는 여전히 이런 부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에 보통의 소비자에게 BYD 자동차를 사겠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결코 중국산 브랜드를 고려하지 않았을 겁니다." 오건의 말이다. "이게 가장 큰 변화예요. 예전엔 민족주의적 감정이 없었죠."


그러나 이러한 민족주의 감정은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BYD에 제약이 될 수도 있다.

RIDE의 등장

한과 시걸은 아직 미국에 출시되지 않았지만 캘리포니아 산타바버라 카운티에서는 초등학생들이 BYD의 가장 유망한 제품 중 하나인 전기 스쿨버스를 체험할 수 있다.


2022년 BYD USA는 로스올리보스 초등학교 교육구와 파트너십을 맺고 전기 스쿨버스 한 대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BYD USA는 세미 트럭과 쓰레기 트럭과 같은 상용차량도 제조하는데 올해 '클린 스쿨 버스 사업' 계약을 더 많이 따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클린 스쿨 버스 프로그램'은 스쿨버스 차량의 전기화를 위해 50억달러 규모로 추진하는 5년 짜리 연방정부 사업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관리한다.


BYD의 Type D 전기 스쿨버스. /사진제공=BYD

BYD의 Type D 전기 스쿨버스. /사진제공=BYD


하지만 미중 관계 악화로 인해 BYD USA는 역풍을 맞고 있다. 2019년, 미국 의회는 2020년 국방수권법NDAA에 중국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연방교통청FTA 자금 지원을 차단하는 조항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BYD가 미국 전기 대중교통 차량 시장의 상당 부분에서 배제된 것이다.


클린 스쿨 버스 사업은 EPA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제한이 없지만 BYD는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더 큰 대중교통 시장에 다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3월경 RIDE?'우수함으로 전달되는 진정한 혁신Real Innovation Delivered with Excellence'의 약어다?라는 회사의 웹사이트가 등장했는데 BYD USA의 웹사이트와 거의 똑같이 생겼다. 이 사이트는 문구나 레이아웃의 대부분을 BYD USA 사이트에서 따왔지만 BYD 자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심지어 많은 사진에서 BYD의 로고도 삭제됐다. BYD의 변호사들은 2022년 3월 RIDE란 이름의 상표 를 출원했으며 4월에는 BYD의 북미 지역 직원들이 이메일 주소를 RIDE의 이메일 주소로 전환했다.


BYD의 계획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더와이어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RIDE가 새로운 미국 투자자를 영입하고 미국인 이사진을 과반수로 구성할 예정인 BYD USA의 스핀오프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BYD 모회사는 소수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것이며, RIDE는 BYD의 기술을 사용하여 캘리포니아에서 전기 대중교통 차량을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한다.


BYD는 이런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차량을 공급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듯 하다.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BYD USA는 2011년에 설립되었으며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에 공장을 두고 75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노조도 결정했다. 독립 컨설턴트 싱 레이는 이렇게 말한다. "BYD 아메리카는 수년간 미국 시장을 연구해 왔습니다. 자신들이 미국 현지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미국 현지 기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죠."


그러나 RIDE의 곡예는 BYD가 직면한 난관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다른 중국 브랜드는 중국의 본사와 거리를 두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추구했다. 틱톡과 쉬인Shein이 해외에 새로운 본사를 설립한 게 그 예다. 그러나 BYD USA처럼 모기업의 지분이 희석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한 것은 다른 중국 다국적 기업이 취한 조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정책입안자를 만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할 수 있다.


"오늘날 생산되는 거의 모든 자동차는 스마트카죠."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중국 산업 및 경제학 석좌 스콧 케네디다. "미국 정부에 중국 자동차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송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BYD는 여러 차례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다른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해외 진출시 자신들의 중국 국적을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국영 자동차 제조업체인 상하이자동차SAIC Motor Corp.는 2007년에 인수한 영국의 유명 브랜드 MG로 작년에 50만 대 이상을 해외에 판매했다. 한편 지리자동차Geely는 볼보와 합작한 폴스타Polestar 브랜드로 중국에서 대부분 제조된 고성능 전기차를 주로 판매하고 있으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폴스타 매출의 약 5분의1이 미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GS글로벌 BYD(비야디) 1톤 전기트럭 티포케이(T4K) 런칭 쇼케이스가 열린 6일 오전 서울 중구 크레스트72에서 참석자들이 베일을 벗은 스마트 전기트럭을 살펴보고 있다. 2023.04.0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GS글로벌 BYD(비야디) 1톤 전기트럭 티포케이(T4K) 런칭 쇼케이스가 열린 6일 오전 서울 중구 크레스트72에서 참석자들이 베일을 벗은 스마트 전기트럭을 살펴보고 있다. 2023.04.06. chocrystal@newsis.com


하지만 중국 브랜드는 부정적인 대중의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고, 중국의 사실상 국가대표기업으로서 BYD는 그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8월부터 BYD 지분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반복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버크셔의 BYD 지분 매각이 동아시아에 대한 위험회피 성향에 잘 부합한다고 지적한다. 버크셔는 최근 대만의 거대 칩 제조사인 TSMC 지분도 매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회사의 주가가 흔들리고 성장 잠재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의 치열한 전기차 경쟁은 자칫 BYD의 미국 시장 공략 가능성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약소 경젱업체들이 내수 시장의 가격 전쟁으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출 시장으로 눈을 돌려 매출을 늘리려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판매 압박이 가장 큰 브랜드는 과잉 생산 중인 브랜드이며, 이는 중국 경제 전반에 큰 문제죠." 루소의 말이다. "최고를 보여주지 않으면 좋은 브랜드에겐 골칫거리가 될 겁니다."


현재 업계 선두주자인 BYD는 중국 내 경쟁업체들이 BYD를 겨냥해 움직이면서 국내에서도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 6월 중국의 국영 창청자동차는 BYD의 베스트셀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델 2종이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창청자동차는 중국 최고 시장 규제기관을 포함한 3개 국가정부 부처에 이를 신고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영 경쟁사들이 BYD에게 보내는 경고사격이자 시진핑의 중국에서는 BYD처럼 대규모이고 수직계열화된 민간기업이 위태롭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현재로서는 BYD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자신감이 가득하다고 한다.


"중국의 여러 자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금 BYD가 하고 있는 건 미국 기업이 처음 중국에 진출했을 때 하던 것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죠.'" 던의 말이다.


글로벌 시장의 초심자로서 BYD가 과도한 자신감으로 말미암아 고객을 오해할 수도 있다는 게 던의 설명이다. 한편으론 BYD가 해외 시장에서 초보자일 수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인 가격은 세계 어디에서나 잘 통한다.


"태국과 이스라엘 시장에 진출한 지 몇 달 만에 이미 시장 제1의 전기차 브랜드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이노오토인사이트의 투 러의 말이다. "현지 고객들과의 접점을 빠르게 만들어내고 있어요."


BYD의 경쟁사들이 현명하게 판단한다면 이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열린 4월 상하이 오토쇼에서 많은 참석자들은 관중들이 발걸음으로 투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 부스에는 수많은 구경꾼이 몰려든 반면, 기존 브랜드 부스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토모빌리티의 루소는 독일 자동차 회사 임원들이 "시걸을 보고 문을 쾅쾅 닫으며 [BYD는] 자신들처럼 차 문을 만들 수 없다고 낄낄대던"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말이죠," 루소는 운을 뗐다. "그들은 1만1000달러짜리 자동차를 만들 줄 몰라요."


뉴욕타임스 중국 특파원 출신인 데이빗 바르보자가 2020년 만든 중국 전문 온라인 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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